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33)
우주천마 3077-132화(133/349)
21. 화산본검 Blossom Sword The Origin (4)
21. 화산본검 Blossom Sword The Origin (4) – 메롱메롱메롱메롱
– 화산의 검은 오직 매화를 담기 위한 검이오.
시작도 매화였고, 그 끝도 매화이지.
화산파의 37대 장문인, 혁화신검(赫花神劍)은 천마 이목진과의 대결 직전에 말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매화나무가 도가(道家)의 길을 걷는 도사를 홀리고, 이름 없는 도사는 검에 매화를 담기 위해 평생을 바쳐 하나의 검법을 창안하니, 그것이 곧 화산파(華山派)의 시작이라.
그저 꽃 한 송이를 피우고자 집념한 끝에 태어난 검의 이름은 매화검(梅花劍).
육합검법(六合劍法)에서 시작해 벽운검법(碧雲劍法), 금룡검법(金龍劍法), 그리고 이십사수매화검법(二十四手梅花劍法)까지.
화산파 모든 검술의 원류가 되는 검의 이름이다.
원류답게 고절(高絶)하지도 않고, 이름답게 화려(華麗)치도 않으며, 하물며 후대의 것만큼 실전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그 검의 끝에서 꽃피우는 매화 한 송이는 천하의 그 어떤 절경보다 아름다우니.
결국 화산의 검수가 돌아올 곳은 매화나무 아래이리라.
과연 혁화신검은 알았을까.
천하를 탐하는 무림대적(武林大敵)을 앞두고 각오를 다지기 위해 꺼낸 말.
그 안에 담긴 깨달음이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대적의 손을 빌어 후대에 이어지게 될 것이었음을.
백여 년 동안 화산파의 장문인 자리를 맡으며, 용적산은 화산파의 모든 검법을 보았다 자부했다.
현역으로 쓰이는 실전형 검법부터 시작해 이제는 쓰이지 않는 잊혀진 기록 속의 검법까지. 그 모든 것이 위대한 대 화산파의 역사이니 장문인 된 자로서 어찌 살펴보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는 단언컨대, 눈앞에 펼쳐진 검법과 같은 것은 본 적이 없었다.
현대 화산파 검술과는 기풍부터가 다른, 검법의 근본이 되는 원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검.
초식은 급조된 것처럼 단조롭고, 화산파 검이 응당 지녀야 할 미려함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다. 딱 기본적인 것만 간신히 갖춘 검법일 뿐이다.
그러나 그 검 끝이 그리고 있는 것은 화산의 검수라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붉은 매화 한 송이.
그러니 그것은 분명 화산의 검이었다.
‘이걸······직접 창안했다고?’
최소한의 기본만 갖춘 검법이라 하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 어떤 검술보다도 명확하다. 순간 용적산의 머릿속에 이 검법을 창안한 목진이 화산파의 사조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사라졌다.
‘아니, 일단 직접 겪어본 뒤에 판단하자.’
검을 맞대보기도 전에 속단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용적산은 한번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내며 검을 움직였다. 무림인이라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느릿하게 움직이는 그의 검. 완초(緩超)로 서로의 초식을 견주는 산수(散手)대련의 시작이었다.
가지를 뻗어나가는 매화나무와 같이, 용적산의 검이 언제든 다섯 방향으로 가지를 틀 준비를 한 채 중심이 되는 검로(劍路)를 지난다.
곧게 이어가던 매화나무의 가지가 목진의 앞에서 가지를 틀며, 보이지 않는 매화가 연신 꽃망울을 터트리며 피어난다.
그러나 그 앞을 막아서는 것은 단 한 송이의 매화꽃.
난만(爛漫)하며 흐드러지는 꽃잎의 비 속에서 작은 매화는 위태로이 흔들리면서도 떨어지지 않았다.
“······.”
반격할 틈도 없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용적산의 연격을 다섯 방향으로 흔들리며 막아내는 목진의 검. 관객들은 제 입이 저절로 벌어지는 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 두 사람의 대련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산수대련이기에 하나하나의 공격이 눈에 보이는 것이지, 실전이었다면 저 모든 연격이 단 한 순간에 들어가는 일순천격(一瞬千擊)의 초식이다.
그런 초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펼치는 용적산과, 당연하다는 듯 그 연격을 하나씩 막아내는 이목진. 찰나의 순간에 이 정도 초식쯤은 어렵지 않게 펼칠 수 있다는 두 절대고수끼리의 당연한 인식이 그들을 전율케 했다.
‘저게······절대고수.’
ADI의 도움으로는 절대로 닿을 수 없는, 절대지경(絶對之境)에 도달한 이들이 보는 영역과 마주한 이들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들과 자신이 살아가는 무(武)의 세계란 결코 같은 차원에 있지 아니함을.
찰나 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연격을 이어가던 용적산의 검이 마침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의 검은, 끝끝내 목진이 피워낸 한 송이의 매화를 뚫지 못하였다.
“허허······.”
용적산이 옅은 웃음을 흘렸다. 절초(絶招)를 쓴다면야 못 뚫을 것도 없겠으나, 그래서야 제 모자람만 드러낼 뿐이다.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것은 화산의 검이고, 그 안에 담긴 것은 화산검의 정수라고.
“선배님, 혹시 사문과 관계가 있으십니까?”
“그럴 리 있겠는가.”
“헌데 어찌 사문의 검을 쓰시는지요.”
“내 그대에게 말하지 않았나. 화산의 검수에게 화산검의 정수가 무엇인지 들었다고.”
하여 잠시 그 정수를 흉내내 보았네. 목진의 말에 용적산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정수(精髓) 그 자체를 담았는데 그것이 어찌 흉내란 말입니까.”
“나는 그 정수에 담긴 깊은 뜻을 알지 못하고, 다만 구결(口訣)을 따라 흉내만 내었을 뿐이니 어찌 화산의 검이라 할까.”
“선배님은 아무 것도 모르시지만 그 누구보다 잘 아시는군요.”
태연자약한 목진의 말에 용적산이 픽 웃었다.
“화산의 검은 매화를 담는 검. 시작과 끝은 결국 매화.”
그 누가 알겠으랴. 이 짤막한 문장 그대로가 화산파의 모든 것임을.
오로지 지고의 경지에 오른 그만이 알고 있던 진리를 타인의 입에서 들어서일까, 용적산의 목소리는 어쩐지 들뜬 것 같기도 했다.
“이는 시조로부터 내려오는 매화검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제는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검법인 매화검은 참으로 단순하기 그지없는 검이다.
실전과는 거리가 멀고, 매화꽃을 피우는 것 외엔 별다른 특징도 없으며, 기록된 내용도 짤막하다. 단지 화산파 검술의 근원이 된 검술이기에 지금까지 기록되어 보존되고 있을 뿐.
하지만 수많은 화산파 검법에 담긴 오의를 탐구하는 무수한 제자들 중, 의문을 품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 단순한 검법만 가지고 어떻게 대 화산파를 세웠을까?’
라는, 아주 당연한 의문을 말이다.
“화산의 검에 담긴 정수는 결국 낡디 낡은 매화검으로 귀결됨을 제자들은 알지 못하지요. 아쉬운 일입니다.”
“가서 알려주지 그러나?”
“알려준다고 깨달아지면 그것이 깨달음이겠습니까?”
목진의 장난스런 말에 용적산이 껄껄 웃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이 미련한 용적산이가 깨달을 수 있었듯, 연이 닿는다면 먼 미래에 누군가가 또 스스로 깨닫겠지요.”
수천 년의 세월을 지나서도 용적산이가 깨달았거늘, 앞으로 수천 년이 더 지난 뒤에도 화산의 제자가 깨닫지 못할 이유가 무어랴.
용적산은 그것이야말로 이름 모를 화산의 시조가 화산파를 세우며 바래마지않던 유훈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크핫!”
그의 말에 목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바보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것만 같은 반응이었다.
“적산이 이 친구야. 확실히 자네는 미련한 것이 맞구만 그래. 어찌 코앞을 두고 미래라 말하시는가?”
“예?”
목진이 가볍게 눈짓했다. 용적산의 눈이 그의 눈이 가리키는 쪽을 쫓았다. 그의 눈이 크게 벌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커다랗기 그지없는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하하······와하하하!”
잘 싸우다가 서로 무어라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 별안간 터져 나오는 용적산의 앙천대소에 구경하던 이들이 고개를 기울였다.
하지만 용적산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조차 아랑곳 않고, 우스워 미치겠다는 듯 눈물까지 흘리며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 매화를 피우고 싶어 화산에 들어왔으니까요.
화산파의 장문인까지 했던 치가 제자가 어째서 끝까지 화산의 검을 고집하는 지를 잊고 있었다니. 이게 어찌 코미디가 아니겠는가.
이제 막 화산의 검을 배우는 제자가 당연하단 듯이 옆에서 그 깨달음을 말하고 있거늘, 홀로 깨달았다 아쉬워하던 제 미련함이 참을 수 없이 우스웠기에 용적산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얼마나 웃어제꼈을까. 숨이 차면서도 웃는 것을 멈추지 않던 용적산의 웃음이 가까스로 가라앉았다. 목진은 그런 그를 빙글빙글 웃는 낯으로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며 간신히 숨을 고른 용적산이 목진을 보며 말했다.
“제가 졌습니다, 선배. 이 미련한 후배를 위해 이리 정성들여 가르침을 내려주셨는데 어찌 이 이상 미련함을 뽐내겠습니까?”
용적산은 깔끔하게 제 고집을 접고 목진의 방식이 옳다며 가볍게 포권지례를 올렸다.
매화를 꽃피우고자 화산의 제자가 된 화린이니, 구태여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초식에 얽매일 이유가 없다. 정해진 방식을 따를 필요 없이 제 뜻이 가는 대로 검을 휘두르다보면 언젠가는 그녀 스스로 매화검의 오의에 닿게 되리라.
아니, 어쩌면 기록으로 남아있는 매화검의 비급을 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용적산이 목진을 보며 생각했다. 그는 고대의 비급을 해석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지만, 눈앞에 바로 고대인이 있지 않은가.
목진은 용적산에게 마주 포권하여 답례한 뒤 어깨를 으쓱였다.
“뭐, 대충 그리 말할 것 같긴 했네. 헌데 기껏 분위기를 내며 연무장까지 왔는데 이것만 하고 끝낼 텐가?”
“흠······그도 그렇군요. 후학들에게 달랑 이것만 보여주는 것도 조금 그렇고.”
“그럼 쓸데없는 생각은 비우고 신명나게 한판 해 볼 텐가? 나도 어설픈 흉내내기는 그만둘 터이니.”
“거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목진의 제안에 용적산이 시원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발단이 된 일은 마무리가 지어졌으니 이젠 신나게 대련이나 즐길 때였다.
두 사람은 다시 검을 들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향해 짓쳐들며, 손 가는 대로 마음껏 초식들을 펼쳤다.
그리 서로의 무공을 뽐내는 모습이 어찌나 즐거이 보였는지, 보다 못한 아수라 붓다가 저도 같이 놀자며 난입한 뒤에도 그들은 한참 동안 대련을 즐겼다.
“헌데 선배님.”
“왜 그러시는가?”
“좀 전에 펼쳤던 그 검법은 이름이 무엇입니까?”
“어젯밤에 만들어서 따로 정한 이름은 없네만. 딱히 자랑할 만한 무공도 아니고.”
“에이, 엄밀히 화산파의 정수를 담은 검법인데 어찌 그리 무정히 말하십니까. 그러지 말고 이름을 지어주시지요. 선배께서 허락만 해주시면 제가 잘 다듬어서 화산파에 기증하고 싶으니.”
“자네 이제 화산파에서 떠난 몸 아니었나?”
“어허, 다 아시는 분이 그러시깁니까? 후배 좀 그만 놀리시지요.”
“흠, 이름이라······아!”
“어디 좋은 이름이라도 떠오르셨습니까?”
“매화꽃을 피우는 무공이고, 자네가 다듬을 무공이니······매룡검(梅龍劍)이 어떤가?”
“갈(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