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34)
우주천마 3077-133화(134/349)
21. 화산본검 Blossom Sword The Origin (5)
21. 화산본검 Blossom Sword The Origin (5) – 욕해도 내가 욕한다
천마신교 총본산, 행성 W-100K. 메갈로폴리스 십만대산(十萬大山).
– 부교주님. 삼호(三号)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집무실 문 밖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책상에 앉아 서류를 읽던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깔끔하게 머리를 넘겨 정리한 초로의 노인은 콧잔등에 얹은 안경을 고쳐 쓰며 대답했다.
“들어와라.”
동작 하나, 목소리 하나에서부터 절제와 금욕이 느껴지는 그의 이름은 존 로갈. 천마신교의 부교주이자, 전 우주무림에서 가장 거대한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천마신교의 또 다른 정점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내를 향해 존이 물었다.
“무슨 일이지.”
“지난주, 무림맹에서 비공식적인 협조 요청이 들어와서 속하가 잠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본 것이 속하의 권한으로는 가벼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부교주님께 보고를 드리려 합니다.”
무림맹의 비공식 협조 요청이라. 존의 고개가 미세하게 기울어졌다. 최근 들어 무림맹과 엮일 일은 보고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지간한 일은 마신각(魔神閣)이나 수하들의 선에서 처리되는 게 보통인 만큼 그에게 따로 보고가 올라오지 않은 일은 그가 신경쓸 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구태여 직접 찾아와 보고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한 일이라는 뜻이리라.
삼호는 수하들 중 유독 제게 잘 보이려 애쓰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실없는 보고로 제 평가를 깎아먹을 정도로 어리석은 이는 아니다. 존이 천천히 안경을 벗어 탁자 위에 둔 뒤에 말했다.
“보고해라.”
“예. 보고를 드리기에 앞서, 부교주님께서는 참룡검제 이목진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그래.”
존이 고개를 한번 까딱였다. 32지부에서의 사업을 가로막고 서천검후를 쓰러트렸으며, 최근에는 제갈세가의 삼천하 중 하나인 백룡대를 몰살시킨 절대고수가 아닌가. 공사가 다망한 부교주였지만 그 정도로 유명한 사건이라면 그에게도 당연히 보고가 올라오기 마련이었다.
“그렇다면 사전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혹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질문해 주십시오.”
삼호가 그를 향해 가볍게 목례하고 재차 입을 열었다.
“무림맹에서 본 교의 협조를 요청한 이유는, 지난 참룡검제 이목진과 백룡대의 전투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였습니다.”
“왜지?”
보고 첫 마디부터 존의 물음이 던져졌다. 그의 미간에 조금 주름이 잡혔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참룡검제와 백룡대의 결투에 천마신교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특히나 백룡대의 전투 데이터라고 한다면 제갈세가 내에서도 기밀중의 기밀일 터. 물론 저들 딴에는 나름대로 검열을 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경쟁 세력인 천마신교에게 공개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자존심 문제도 있다. 세가 내의 최정예 부대가 한 명에게 몰살당한 초유의 사태인데, 그 수치스러운 기록을 다른 곳도 아니고 천마신교 측에 공개한다니. 저 자존심 높은 정파의 수뇌들의 판단이라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참룡검제 이목진이 백룡대를 상대로 보인 무공을 두고 마공이라는 의혹 때문입니다.”
“그 정도는 무림맹 내에서 충분히 판독이 가능하지 않나.”
무림맹 내에도 마공에 대한 전문 분석팀이 있다. 물론 정식으로 마공을 연구하고 실전에 사용하는 천마신교의 분석팀에 비해서는 손색이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무공이 마공인지 아닌지도 판별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하지는 않는 수준.
그런데 그들이 고작 한 사람의 무공을 판독하지 못해서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천마신교의 협조를 요구한다? 존은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은 얼굴로 삼호를 향해 의문 섞인 시선을 보냈다.
“속하도 그리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무림맹에서 공개한 데이터에 나오는 기의 패턴을 보았을 때 마공과 유사하긴 했지만 마공 판정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했고 말입니다.”
하지만 블랙박스 영상은 데이터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삼호가 존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블랙박스 영상에서 백룡대가 보인 반응은 상당히 강한 마기를 마주한 것과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또한 천선군주 제갈무준이 참룡검제를 보며······천마의 이름을 입에 담은 것도 확인했습니다.”
“······천마.”
존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천마신교의 일원으로서 감히 그 경외스러운 이름에 반응하지 않을 이가 있을까. 특히나 그로서는 더더욱 민감한 단어이기도 했다.
어지간한 애송이가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면 불쾌함은 느꼈겠지만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천마신교의 앞에서 대놓고 천마를 모욕한 것도 아닌데 세인들의 말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천선군주 제갈무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 이름을 가벼이 입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천선군주가 경박한 인물은 아닐 텐데.”
백룡대의 수장이라는 점을 떠나, 천선군주 제갈무준은 존에게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무인이다. 그런 자임에도 그 입에 천마의 이름을 담았다면, 결코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존이 삼호를 향해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확신할 수는 없으나, 속하는 그가 고대 마공을 익히고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대 마공.”
무공을 연마하면 연마할수록, 점차 무인의 정신에 파고들어 마성(魔性)에 젖게 만드는 마공.
현대에는 대부분 사멸하여 존재조차 확인하기 힘든 마공이지만, 이천년 전으로부터 타임슬립한 고대인이라면 또 모를 일이다.
백룡대를 홀로 몰살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절대고수의 무공이라. 처음과는 달리 참룡검제의 무공에 대해 관심이 생긴 존이 눈을 빛냈다.
그리고 그가 익힌 것이 정말로 마공이라 한다면, 그것을 입수해서 현대에 맞게 개량할 수 있는 건 오직 천마신교 뿐이다. 그들은 마공의 연구에 있어서는 명실상부 우주 제일이었으니까.
“그 자료를 볼 수 있나.”
“송구합니다. 무림맹 측에서 데이터 반출은 엄격히 막고 있었습니다.”
존의 눈가가 약간 일그러졌다. 마음 같아선 직접 확인해보고 싶지만, 그렇다고 천마신교의 부교주인 그가 무림맹에 대뜸 찾아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어쨌든 무림맹이 천마신교에 협조를 요청한 이유는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그 천선군주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가벼이 넘어갈 순 없었으리라.
그리고 어쩌면, 제갈세가 측에서 참룡검제의 견제를 위해 그를 마인으로 몰고 가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존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던 존이 눈을 떴다. 부동자세로 선 채 그의 답을 기다리고 있던 삼호를 향해, 그가 입을 열었다.
“마뇌전(魔腦殿)에 협조를 구해 마기와 마공의 분석에 특화된 수석 분석관을 파견해라. 고대 마공을 연구하는 분석관도 동행시켜 고대 마공인지 여부도 확인해야겠지.”
“존명.”
삼호는 존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뒤 집무실을 나서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때, 존의 말이 그를 불러 세웠다.
“그러고 보니 32교구의 일도 네가 담당이었군. 그 일은 어떻게 되고 있지?”
보고를 들으니 생각났다는 듯, 존이 삼호를 향해 물었다. 지난날 천마신교 32교구가 진행했다 예상치 못한 절대고수의 개입으로 틀어진 일. 그 사건에 개입한 절대고수가 바로 참룡검제 이목진이었으니까.
그리고 공교롭게도 눈앞의 삼호는 이번 일과 더불어 그 일 또한 맡아 담당하고 있었다.
언제든 이와 같은 물음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던 걸까. 존의 물음에 다시 몸을 돌린 삼호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지난날 개입했던 절대고수인 참룡검제 이목진과 서천검후 김연화는 더 이상 타겟과 접촉이 없습니다. 속하의 판단으로는 당시 보고드렸던 것과 같이 단순히 우연에서 비롯된 개입이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여 타겟에 대한 추적을 재개하기로 결정된 상태입니다.”
“타겟이면······천령상단의 소단주인가.”
“예. 유진 샤르마입니다.”
샤르마 가문. 존이 그 이름을 잠시 곱씹었다.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지 오래이지만, 과거의 기록을 통해 우연히 그 이름을 접한 적이 있던 그에게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서천검후의 도움을 받아 북부 우주로 도망가 나름의 세력을 규합하는 중이긴 하지만, 그래봐야 과거에 인연이 있던 상단들과 용병낭인들 수준입니다. 본 교의 행사에 방해가 될 요소는 없으니 조만간 잡아올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이미 천령상단의 단주를 확보한 것으로 아는데, 굳이 소단주를 확보할 필요가 있나.”
“32지부에서 그의 신병을 확보했을 때, 단주는 이미 샤르마 가문의 보물고에 대한 접속권한을 소단주에게 승계중인 상태였습니다. 지금의 그는 인질 외의 효용가치가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존의 눈가가 조금 일그러졌다. 그런 그의 반응을 본 삼호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만약의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금 전에 보고 드린 무림맹 파견 건을 처리한 뒤에 속하가 직접 일을 감독하도록 하겠습니다.”
“소단주가 죽으면 접속권한은 어떻게 되지.”
“천령상단주의 말에 의하면 수십 년 동안 접속되지 않으면 샤르마 가문의 유전코드를 가진 이에게 새 접속코드를 부여한다고 합니다. 현재 다른 샤르마 일족은 발견된 바 없으니, 소단주의 신병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실수로라도 소단주가 죽기라도 한다면 향후 수십 년 동안 샤르마 가문의 보물고에 접속할 방법이 없게 된다는 소리다. 그리고 존은 그 긴 세월을 더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네가 직접 가서 일을 처리하도록. 무림맹 파견은 내가 직접 마뇌전에 명령을 내리겠다.”
“······존명.”
단호한 존의 말에 삼호가 고개를 숙였다.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부교주가 32지부의 일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삼호의 눈이 빛났다. 그는 이번 일을 반드시 성공시켜 존의 인정을 받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존이 이번에는 다른 물음을 던졌다. 별다른 걸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 조금 전과는 달리 비교적 가벼운 목소리였다.
“천마비동(天魔秘洞)의 동태는 어떻나.”
“그 애송이 말입니까?”
현 천마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삼호의 대답. 그리고 그 순간, 존의 기세가 더없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흡?!”
마치 목젖에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듯, 베일 듯 예리하게 절제된 살기. 단순히 살기만으로 철저하게 단련된 고수인 삼호를 얼어붙게 만든 존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천마의 이름에 경의를 표해라. 자격이 부족하다 하여 함부로 입을 놀릴 만큼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흐······용서해, 주십시오······.”
식은땀마저 흘리며 덜덜 떠는 삼호를 잠시 노려보던 존이 살기를 거두었다. 삼호는 무릎에 힘이 풀리려는 것을 간신히 버티며 고개를 숙였다.
“감, 감사합니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다시 묻지, 천마비동에서 올라온 보고가 있나.”
“······없습니다. 여전히 조용하다고 합니다.
“그런가.”
창백한 얼굴을 한 삼호의 보고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존이 대답했다.
현 교주인 천마 위소하가 천마신공의 완성을 위해 폐관에 들어간 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그것이 존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삼 년······아니, 적게 잡아 이 년.’
역대 천마 중에서도 유래가 없는 그녀의 무지막지한 재능을 생각해보았을 때, 빠르면 이삼 년 안에는 천마신공을 완성할 것이다. 그러니 그 전에 샤르마 가문의 소단주를 확보해 보물고의 문을 열어야 했다.
그의 무공, 극마강포형(極魔罡砲形)의 완성을 위해.
백 년이 넘도록 마도지존의 자리를 탐내는 노괴(老怪)의 야망이 최후의 불꽃 속에서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