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38)
우주천마 3077-137화(138/349)
22. 천년지업 Double Millennium Karma (4)
22. 천년지업 Double Millennium Karma (4) – 이게 빌어먹을 아침드라마냐?
뭔가 낯익은 느낌은 들지만, 인식방해장치를 끼고 있어 누군지 확실히 알 방법은 없다. 적랑대의 부대주는 목진을 보며 경계를 지우지 않은 채 물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으나, 무림에서 타 문파의 사정에 간섭하는 건 큰 결례임을 알아주시면 좋겠군요. 지금이라도 발걸음을 돌리시면 그쪽의 일은 잊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블러핑이었다. 소단주를 추적하며 호위대와 사투를 벌인 까닭에, 적랑대의 전력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으니까. 상대가 누구건 간에 이 이상의 전투속행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리 블러핑을 하면서도 부대주는 목진이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이 정도 말에 네 그렇군요 하고 넘어간다면 모습을 드러냈겠는가.
그리고 그녀의 생각대로, 목진은 손톱만큼도 그녀의 말을 따를 생각이 없었다. 목진은 태연자약한 얼굴로 그를 경계하는 적랑대원들을 보면서 끌끌 혀를 찼다.
“뭐, 이번에도 천마신교의 소속이더냐? 보아하니 멀쩡한 상태도 아닌 듯싶은데 허세는 관두거라. 너희들이 멀쩡해도 내 옷깃 하나 건드리지 못할 터이니.”
“······본 교의 행사임을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으시는 걸 보니 명문대파의 일원이신 것 같은데, 사소한 충돌로 대문파끼리의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서로에게 이롭지 않은 일이지 않을까요.”
명문대파? 예상치 못한 반응에 목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추측인 것 같기도 했다. 하긴 천마신교를 상대로 꼿꼿이 고개를 들려면 명문대파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진이 사로잡히고 그녀의 호위무사들이 몰살당한 상황이었지만, 목진은 딱히 천마신교도들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았다. 그와 인연이 있는 것은 어차피 유진 샤르마 한 사람뿐이었으니까.
굳이 계산을 하자면, 되려 천마신교의 머나먼 후손인 흑의인들이 더욱 인연이 깊다고 보는 쪽이 계산이 맞다. 때문에 목진은 굳이 하수들에게 손을 쓰느니, 조금 번거롭더라도 적당히 타일러서 평화롭게 돌려보내는 쪽을 선택했다.
“내 이전에도 그 아이의 일로 본의 아니게 천마신교 소속의 아이들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어 굳이 너희에게까지 손을 쓰고 싶지는 않다. 따지고 들면 천마신교와의 인연 또한 적지 않은데 구태여 은원을 만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은 아니겠지.”
“그러면 이대로 물러나주시는 쪽이 가장 원만한 해결책인 것 같습니다만.”
“그리한다면 참으로 좋겠으나, 너희가 붙들고 있는 그 아이 또한 인연이기도 하니 그냥 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
“······그럼 도대체 어쩌자는 거죠. 이대로 얌전히 물러나라는 뜻인가요?”
뱅뱅 도는 목진과의 선문답에 부대주가 미간을 좁히며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어쩌면 지원이 올때까지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 여차하면 선공을 가하려는 제스쳐였다.
그것을 본 목진이 가볍게 혀를 찼다.
“아서라. 죽을 것을 알면서도 검을 뽑을 셈이냐?”
“천마신교의 무인은 고작 그 정도의 위협에 굴할 만큼 나약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고수인지는 모르지만, 이제 와서 고수 하나가 더해졌다고 임무를 실패할 수는 없죠.”
“흐음······과연. 생각해 보니 너희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구나.”
결연한 표정의 적랑대원들을 보며 목진이 자신이 실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저들도 상부의 명령을 듣고 움직이는 이들일진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도 없이 임무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목진은 그들에게 납득 가능한 이유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손 위를 시커멓게 뒤덮는 두터운 강기로 말이다.
“그래. 이러면 되겠느냐?”
이런 니미. 적랑대원 중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목진을 바라보는 부대주의 눈이 지진이라도 난 듯 세차게 흔들렸다.
저만한 밀도의 강기를 숨쉬듯 자유자재로 구현하다니. 아무리 낮게 잡아도 최소한 S랭크 상위권의 고수다. 다시 말해서, 지금 남아있는 대원들 모두가 최상의 상태라고 해도 승산이 희박한 상대라는 뜻이었다.
“이만하면 너희 윗놈들이 납득 가능한 이유가 되겠느냐?”
“당신 같은 고수가 어째서······.”
“말했잖느냐. 인연이 닿은 것이라고. 너희도, 저 아이도 내게는 나름의 인연이니 되도록 피는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 내 본심이니라.”
천마신교의 먼 후예이든, 어쩌다 한번 만난 적 있는 어린 소녀이든 생각해 보면 그리 대단한 인연은 아니다.
하지만 목진이 유진의 편을 들게 된 것은,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는 듯 싶던 그녀가 왜 또다시 이렇게 궁지에 몰리게 되었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목진의 사정. 이미 적지 않은 부하들을 잃은 부대주는 그런 목진의 미적지근한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미 피는 많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 부대주, 잠시만!
막 목진의 말에 반발하려던 부대주를 수하 중 한 명이 급히 통신을 걸어 제지했다. 부대주가 그녀를 제지한 수하를 향해 홱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아니, 너 얼굴이······?”
귀신을 마주한 것만 같이 새하얗게 핏기가 가신 얼굴. 일말의 공포마저 담긴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던 수하의 통신이 그녀의 뇌리에 파고들었다.
– 저 시커먼 먹물색 강기······그 자입니다. 참룡검제 이목진······!
참룡검제 이목진. 믿을 수 없는 말에 부대주의 고개가 다시 홱 돌아갔다. 참을 수 없는 오싹함이 그녀의 전신을 관통했다.
– 천령상단 소단주의 일로 천마신교와 갈등을 빚고, 저런 모습의 강기를 구현하는 고수는 그 자뿐입니다!
비명이라도 지르는 것 같은 수하의 통신. 그제야 냉정한 사고를 하게 된 부대주의 얼굴도 창백하게 질렸다.
지난날 내공 한 줌 없이 적랑대주 산전무악을 제압했던 그 사내가 서천검후를 쓰러트렸을 때 얼마나 기겁을 했던가? 그 뒤에 제갈세가의 백룡대를 몰살시켰을 때는?
참룡검제 이목진을 상대로 아무도 죽지 않은 적랑대가 얼마나 운이 좋았던 것인지, 그 32교구 교구장 종리택마저도 연신 다행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사내가 또다시 그들의 눈앞에 와 있었다.
‘설마 다시 만날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운명은 어째서 그들에게 이리도 야속하다는 말인가.
그날 적랑대는, 목표인 유진 샤르마를 사로잡았음에도 임무에 실패했다.
“아니 제발, 왜 또 그 인간이냐고-!”
꽈앙! 천마신교 32교구의 교구장 종리택이 비명같은 괴성을 지르며 책상을 내리쳤다.
“이게 무슨 싸구려 아침드라마인가?! 왜 하필 소단주를 확보하는 뒷골목에 지나가던 절대고수가 있는데?! 어?! 제발 누가 설명 좀 해 주게!”
고대인 이목진이 서천검후를 쓰러트렸을 때, 종리택은 그간 투자한 시간과 자금을 모두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었다. 약소 교구 중 하나인 32교구로서는 상위의 절대고수를 감당할 능력이 없었으니까.
본단과 마신각에 좀 아쉬운 소릴 듣긴 했지만 딱히 질책을 받은 것도 아니니, 그냥 딱 본전만 남긴 셈.
사실 그 뒤에 천마신교 본단의 조사결과에 참룡검제와 천령상단 사이에는 아무 연결고리도 없다고 적혀진 것을 본 뒤에는 속이 좀 쓰리긴 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종리택은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았다. 그는 불확실한 위험에 교구의 명운을 걸 만큼 무책임한 리더가 아니었으니까. 기회는 언제든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참룡검제가 백룡대를 몰살시켜 제갈세가와 대립각을 세운 뒤 잠적하자, 종리택은 그제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일을 진행시켜도 참룡검제가 추가로 개입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이번 2차 천령상단 소단주 확보작전이었다.
마신각에 직접 작전계획을 브리핑하고 결재까지 맡은, 상부에서도 흔쾌히 허가한 작전.
그런데 여기에서 또다시 그 빌어먹을 참룡검제가 튀어나온 것이다. 그것도 하필 가장 환장할 타이밍에.
“진짜 돌아버리겠네······.”
그냥 천마신교 때려 칠까. 순간적으로 그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이 천마신교 32교구라는 곳에 단단히 마가 끼인 게 틀림없었다.
불안한 눈으로 발광하는 그를 바라보던 장로가 종리택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교구장님, 힘드신 건 알지만 지금은 진정을······곧 본단에서 내려오신 마신각의 대리인과 미팅이 있습니다.”
물론 그의 말은 불난 데 가스통을 집어던진 꼴이었지만 말이다. 장로의 말에 또다시 종리택이 발작을 시작했다.
“진정?!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 마신각에다 도대체 뭐라고 보고해야 한다는 말인가. ‘다 잡았는데 갑자기 참룡검제가 툭 튀어나와서 다 파토냈습니다. 이번에도요. 하하, 이거 참 대단한 우연이지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느냐는 말일세!”
“설령 운이 우리의 편이 아닐지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루어야지. 당신에게는 마도인으로서의 자각이 조금 부족한 것 같군.”
집무실의 입구에서 들려오는 싸늘한 목소리. 황급히 입구를 돌아본 종리택의 입이 풀로 붙인 듯 딱 다물렸다. 장로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딸꾹질이 새어나왔다.
“철혈삼호(鐵血三号)······님, 설마 직접 행차하실 줄은······.”
붉은 줄무늬가 새겨진 검은 정장을 입은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 종리택은 그를 알고 있었다. 언제나 본단에 존재감을 어필하려 노력하는 그가 마신각의 실세 중 하나이자 부교주의 최측근을 알아보지 못하겠는가.
종리택의 말에 삼호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부교주님의 명령으로 내가 직접 이번 일을 핸들링하러 내려왔다. 오는 길에 참룡검제가 개입했다는 보고도 들었지. 아무리 절대고수가 나타났다고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태를 보이는 게 맞나?”
“······아닙니다. 못난 꼴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사과따윈 필요없다. 앞으로 나아진 모습을 보이도록. 천마신교의 마도인이면 마도인답게 행동하라는 말이다.”
“예.”
서슬퍼런 삼호의 으름장에 종리택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자존심을 벅벅 긁는 삼호의 말에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어쨌든 추태를 보인 건 그 자신의 잘못이었으니까.
‘제기랄, 첫인상은 망했군. 그런데 이번 일이 철혈삼호가 직접 올 만큼 중요한 건이었나······?’
종리택은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대신 부교주의 최측근 중 하나인 삼호가 직접 왔다는 것에 주목했다.
부교주의 명령으로 삼호가 직접 왔다는 것. 그건 이번 건수가 단순히 부교주의 관심을 끈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성공을 원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일이었다.
종리택의 머리에서 재빨리 계산기가 돌아갔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끝낸다면 삼호라는 줄과 함께 부교주의 신임을 얻어 32교구에 대한 투자를 크게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그런 종리택의 속셈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아예 관심이 없는지 삼호는 냉정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종리택을 향해 물었다.
“그럼 묻지. 절대고수인 참룡검제가 소단주를 비호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서 우리가 취할 적절한 대책은 뭐라고 생각하나?”
별다른 기대 없이 던져진 물음.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점수를 벌어놓아야 아까전의 추태를 만회할 여지가 생긴다. 삼호의 말에 종리택의 머리가 필사적으로 돌아갔다.
상대는 그 백룡대를 단신으로 몰살시킨 괴물 중의 괴물이다. 정면으로 붙는다면 부교주가 직접 행차하지 않는 이상 손톱만큼의 승산도 없었다.
그렇다면 정면승부를 피해야지. 잠시 우물거리던 종리택이 입을 열어 대답했다.
“······성동격서(聲東擊西)입니다.”
“양동작전이라······.”
기대조차 하지 않은 데 비해 제법 괜찮은 답이 나왔다고 생각한 걸까. 삼호가 나쁘지 않다는 듯 중얼거렸다. 종리택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적랑대는 어렵지만 귀살대는 충분히 작전 투입이 가능합니다. 참룡검제와 소단주가 잠시라도 떨어졌을 때를 노려 용병낭인들을 고용해 시간을 끈다면······.”
“고작 낭인들 따위로 참룡검제의 시선을 잡아둘 순 없지.”
삼호가 종리택의 말을 잘랐다. 종리택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현재 저희가 유용할 수 있는 예산으로는 용병낭인들을 다수 고용해 머릿수로 혼란을 주는 쪽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내가 직접 핸들링한다고 했을 텐데. 부교주님께서 이번 일을 특별히 주목하고 계신다. 그깟 돈이 문제겠나?”
“그렇다면 설마······.”
종리택은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살막을 고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