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40)
우주천마 3077-139화(140/349)
22. 천년지업 Double Millennium Karma (6)
22. 천년지업 Double Millennium Karma (6) – 손님, 맞을래요?
목진은 순간적으로 제 눈을 의심했다.
만천화우라니? 사천당문의 성명절기가 왜 뜬금없이 샤르마 가문의 보물고에 잠들어 있다는 말인가?
“만천화우가 왜 여기에 있느냐?”
조마조마한 얼굴로 목진이 카탈로그를 읽는 걸 지켜보던 유진은 목진이 묻기도 전에 이미 만천화우에 대한 데이터 로그를 확인하고 있었다.
“만천화우······입수 기록을 보니 사천당문이 멸문할 때 무림교류부와의 거래로 얻어온 물건이네요. 실전 무공이 아니라 유물에 가까운 책 형태의 고대 무공이라서 별다른 제재 없이 입수할 수 있었을 거에요.”
“허어.”
목진이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화산파의 신공절학인 자하신공 때도 느끼긴 했지만, 이 시대에서 비급과 같은 형태의 무공은 고대 무공이라며 실전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모로 충격적이기 때문이었다.
“혹 당가의 무공이 더 있느냐?”
“당문이요?”
목진의 말에 유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알기로 목진은 깨어난지 일 년도 되지 않은 고대인이다. 그런 그가 십몇 년도 전에 멸문한 사천당가와 무슨 인연이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일단은 목진의 흥미를 끌었다는 게 중요하다. 그녀는 군말 없이 쿼리를 검색하여 사천당가에 관련된 무공을 검색했다.
“꽤 남아있긴 하네요. 대부분 유물 형태의 고대무공이고, 실전무공은 기초무공으로 분류된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유물에 가까운 취급을 하는 고대무공의 반출에는 비교적 관대하지만, 기초적인 무공 외의 실전무공은 철저하게 제한한다. 사건이 사건인 만큼 인류정부에서 사천당문의 무공이 명맥을 잇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방증이었다.
당장 유진만 해도 당장 써먹지도 못할 책 쪼가리 고대 무공에 왜 그리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는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저런 고대무공은 전문 무공연구소에 가서 오랜 기간 연구를 해야 현대 무공으로 정리해 변환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무공에 깃든 심득(心得)이 훼손될 위험도 크고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목진에게만큼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야말로 그 비급을 통해 무공을 익히던, 이 시대의 마지막 클래식 무인이었으니까.
유진이 내놓은 수십 개의 리스트를 보는 목진의 눈이 반짝였다.
문파의 근본이란 곧 무공에서 나오는 법이다.
역모에 연루되었기에 단순히 당가의 이름만 이을 수 있더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발로 굴러오는 호박을 걷어찰 이유는 없지 않은가.
목진은 카탈로그에서 눈을 떼고 잠시 유진을 바라봤다. 유진은 일말의 기대를 담아 간절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거절할 생각으로 심드렁하게 카탈로그를 읽어 내려가고 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진지하게 그녀를 돕는 걸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목진은 시선을 다시 카탈로그로 내리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천마신교와 정면대결을 하게 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겠지.’
이미 천마신교 소속의 전투대를 한번 물리쳤으니, 저들이 당장 다시 습격을 걸어오기는 어려울 터. 유진의 말을 통해 추측하자면 그 틈에 그녀를 근방의 대문파에 인계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물론 그 전에 일행의 동의부터 받는 게 먼저겠지만. 목진은 아직 무공 수련에 매진하고 있을 세령을 떠올렸다.
‘슬슬 당가의 재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되었나.’
다른 문파도 아니고 그 천마신교, 그것도 본단과 대립하게 되는 일이다.
세상 무서울 게 없는 목진이기에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이지 세령이 들으면 기함하며 미친 거 아니냐고 버럭 소리부터 내지를 게 자명한 상황.
그런 그녀를 설득하려면 샤르마 가문이 보유한 사천당문의 무공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자연히 당가 재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게 될 수밖에 없었다.
목진은 원래 세령의 복수행이 끝날 때쯤 당가의 재건에 대한 제안을 꺼낼 생각이었다. 사력을 다해 실력을 길러도 모자랄 판에 괜한 헛바람이 들어 복수심이 꺾이기라도 한다면 오대세가에 대한 복수는 영영 물 건너갈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목진이 본 세령은 그가 보아왔던 일반적인 복수자의 인간상과는 조금 많이 달랐다.
– 복수······. 중요하긴 하죠. 괜히 그 놈들한테 한 대 먹여주려고 지금까지 악착같이 버텨온 게 아닌데. 내가 좀 유사 사천당가이긴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무림인인데 할 건 해야지. 그래도 거 뭐냐, 사람이란 건 좀 꿈이라거나 그런 미래지향적인 뭔가가 있어야 하는 일도 더 잘 되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복수심에 대한 열망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적인 가능성을 계산하는 냉철함이 있었고, 세령은 언제나 복수가 아닌 그 너머에 있는 미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멸문의 원인이 사천당가 그들 자신에게 있어서일까, 아니면 홀로 상대하기에 원수들의 세력이 너무나 강대한 탓일까. 세령이 말하는 복수는 목진이 아는 복수와는 달리 가장 핵심이 되는 이들만 타겟으로 잡았고, 그렇기에 합리적이었다.
‘허나 그렇기에 가문을 재건할 그릇이라 할 수 있는가.’
전통 무림인 이목진이 보기에는 어떨까 싶지만 내가기공의 부흥을 꾀하는 이 시대의 이목진에게는 세령의 자세도 용인이 된다.
설령 제 몫도 제대로 하지 못할 반푼이가 저런 소리를 한다면 코웃음만 나올 일이겠으나, 그녀의 무공에 대한 재능은 어줍잖은 변명 이상으로 설득력이 있지 않은가.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하며 그동안 못 배운 한을 풀겠다는 듯 지도하는 목진이 당황할 정도로 빠르게 공부를 쌓는 모습. 이대로라면 정말로 그녀의 말마따나 삼 년이 지나기 전에 복수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모든 일이 잘 풀려 사천당문의 무공을 되찾고, 사천성계를 불하받을 수만 있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사천당가의 재건을 이룩할 수 있으리라.
‘이보게 천우. 이만하면면 내세에 자네를 만나더라도 내 당당히 빚을 갚았노라 말할 수 있겠지, 아니 그러한가?’
과거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주었던 친우를 떠올리며 카탈로그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가던 목진의 눈이 또다시 멈칫했다.
“천망심결(天網心訣)······?”
아니, 이건 진짜 왜 여기 있지? 목진은 만천화우를 본 것 이상으로 강한 충격에 휩싸였다.
혹시나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천망심결이다. 목진이 익힌 무공인 묵뢰천라신공의 뿌리가 된 세 신공절학 중 하나인 그 천망심결 말이다.
이건 또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목진의 중얼거림에 유진이 재빨리 카탈로그를 검색했다.
“천망심결······이천년 정도 된 고대 무공이에요. 워낙 오래 전에 입수한 무공이라 도가 계열 무공이라는 것 외에는 딱히 기입 된 정보가 없네요. 아, Lost 태그가 붙어있는 걸 보면 현대 무림에서는 실전된 무공이고요.”
“허어. 내 분명 마지막 남아있던 비급을 금강승(金剛乘)의 교주에게 건네주었거늘······아니, 잠깐.”
목진의 고개가 퍼뜩 들렸다. 그가 유진을 향해 물었다.
“설마 너희 가문의 뿌리가 밀교(密敎)와 관계가 있느냐?”
예상치 못한 목진의 물음에 그녀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밀교. 금강승. 혹은 탄트라(Tantra).
샤르마 가문이 고대에 탄트라의 수호자로서 대대로 활동했다는 것은 탄트리즘 종파에서도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목진이 그 오래된 이름을 입에 담다니.
그러고 보면 때마침 비급의 입수기록도 이천여 년 전. 우연치고는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들어가는 아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어린아이조차 알 수 있을 것이다.
“서, 설마, 샤르마 가문의 시조님에게 그 무공을 전해주신 것이······?”
유진 샤르마는 그제야 자신의 눈앞에 있는 젊은 청년이 살아있는 화석이자 고대역사 그 자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예? 누굴 상대하신다고요?”
살막(殺幕)의 막주 듀크 고르고는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멍청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자나깨나 부동심(不動心)의 자세를 잃지 않는 숙련된 암살자인 그를 이렇게나 동요시킬 수 있다니, 과연 사악한 마교의 종자. 듀크는 저도 스크린 너머의 상대를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스크린 너머의 냉막한 인상의 사내, 철혈삼호는 듀크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말했다.
“참룡검제 이목진. 그자를 상대해 주셔야겠소.”
“손님, 맞을······아니, 미치셨어요?”
듀크가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나마 중간에 말을 바꾼 건 손님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삼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 강대한 천마신교를 상대로 건방지기 그지없는 태도였지만, 듀크 또한 우주무림 삼대 암살집단의 수장. 마도무림의 정점 중 하나인 부교주도 아니고 그 아랫급의 간부 정도는 충분히 맞먹으려 들 만한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삐딱한 태도가 용납될 만큼 삼호의 제안이 얼토당토않기도 했고 말이다.
“손님, 참룡검제가 좆으로 보여요? 아니 분명 우리가 절대고수도 암살할 수 있다! 가 캐치프레이즈이긴 한데, 그렇다고 진짜 절대고수를 들이미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그리고 절대고수도 급이 있지. 백룡대를 홀로 갈아버린 인간병기를 무슨 수로 암살하라는 거에요? 논리적으로 좀 생각을 해 봐요.”
듀크가 삼호를 향해 두다다다 쏘아붙였다. 중간에 끼어들 틈도 주지 않는 엄청난 말발이었다.
“아니면 그건가 어떤 십새가 우리 살막을 암살하라고 사주를 넣은 거에요? 엉? 혈사인(血蛇忍) 그 뱀새끼들이신가? 아니면 몽마객잔(夢魔客棧)의 이상성욕자 놈들? 절대고수 쯤 되면 자존심도 존나게 세서 자기 죽이러 왔다고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은 양반들이잖아요!”
“내 말을 들으시오.”
듀크의 끝없는 언어폭력 때문일까, 한층 더 차가워진 목소리로 삼호가 말했다.
듀크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고객에게 친절한 살막주였다.
“당신이 아는 걸 우리가 모를까. 대 천마신교가 설마 당신네들에게 가능성이 없는 일을 의뢰하겠소?”
“와아. 그거 맞는 말이네요. 매우 쳐 맞는 말.”
개미 똥만큼의 영혼도 들어가지 않은 목소리로 듀크가 맞장구를 쳤다. 어디 믿을 놈이 없어서 마교놈들 말을 믿겠느냔 말인가.
하지만 그가 원래 그런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삼호는 그의 말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참룡검제를 죽이라는 의뢰가 아니요. 단순히 상대만 하라는 말이지.”
“······아하, 시간 벌이를 하라?”
삼호의 말에 담긴 진의를 파악한 듀크의 목소리가 조금 진지하게 변했다. 아무리 그 언행이 헤퍼 보여도 우주 삼대 살수집단 중 하나인 살막의 주인. 한두 마디의 단서만 있어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추론하는 것은 간단했다.
“보아하니 참룡검제의 주의를 돌리고 뭔가 구리구리한 짓을 벌이는 동안, 우리 살막이 고기방패가 되어서 시간을 벌어달라는 말 같은데······제가 손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거 맞죠?”
“정확하오.”
하. 삼호의 솔직한 수긍에 듀크가 헛웃음을 지었다. 과연, 그런 목적으로 살막을 이용하겠다는 건가.
듀크의 눈빛이 방금과는 달리 날카롭게 바뀌었다.
살수(殺手)의 눈.
고작 눈빛 하나 바뀌었는데도 사람 자체가 바뀐 것마냥 그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는 베일 듯 예리한 눈으로 스크린 너머에 있는 삼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단가 비싼 거 아시죠? 사랑합니다. 고갱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