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41)
우주천마 3077-140화(141/349)
22. 천년지업 Double Millennium Karma (7)
22. 천년지업 Double Millennium Karma (7) – 칭찬하지 말라고
“······미쳤어요?”
어처구니가 없는 얼굴로 세령이 되물었다.
신뢰할 수 있는 동료이자 고마운 스승인 목진을 상대로 한 말이라기엔 지나치게 과격한 발언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말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목진이 꺼낸 말은 그녀의 정신을 저세상까지 날려버리는 말이었으니까.
“음악 축제 즐기러 간 양반이 갑자기 중요한 말이 있다며 부르길래 기껏 달려왔더니, 누구 일에 훼방을 놓자고요? 마교 본산?”
간신히 일말의 자제심을 붙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순간적으로 욕설부터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소리다.
마교 본산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산하 교도들만 억 단위가 넘어가는 우주 최대의 문파 얼굴에 찬물을 끼얹자고?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목진이 백룡대도 혼자 때려잡을 정도로 규격 외의 절대강자라는 건 안다. 하지만 일신의 강함과 초대형 문파를 들쑤시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지 않나.
“이름이 유진 샤르마였나? 하여튼 걔가 처한 상황은 엄청 딱하고 가슴 아픈 일이긴 한데요, 그걸 바꿔 말하면 걔 인생은 그냥 엿 됐다는 뜻이에요. 왜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 손을 붙잡고 같이 떨어지려고 하세요? 네? 아저씨 원래 그렇게 인정 넘치는 성격 아니었잖아요.”
“이번엔 왕언니 말이 맞아요. 32교구가 독단적으로 움직였던 지난번과는 경우가 다르다고요. 이 일은 저희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에요.”
세령과 순자가 동시에 난색을 표한다. 다른 곳도 아니고 그 마교이지 않은가.
평소 사방팔방에 싸움질부터 걸고 다니는 사고뭉치 불량배와 같은 이미지랑은 달리, 정말 작정하고 칼을 잡는다면 제갈세가 따위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위험한 문파가 바로 마도인들이다.
그나마 정황 상 직접 마교 본단과 마주칠 확률은 낮아 보인다는 게 유일한 위안점일까. 실제로 목진도 그녀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가장 가까운 천마신교의 교구라도 이곳까지 오기는 닷새 이상 걸린다고 들었다. 그들이 오기 전에 정식으로 의뢰계약을 해서 가까운 대문파까지 호위해주면 그만이 아니냐. 네 낭인 자격이면 천마신교로부터 보복을 받을 걱정도 없고.”
전 우주무림의 낭인들은 기본적으로 낭인조합의 보호 아래 있으며, 정식 의뢰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낭인에게는 의뢰가 끝난 뒤에 사적인 복수를 금하는 것이 무림의 관례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천마신교라고 해도 고작 낭인 한두 명 때문에 우주무림의 낭인 전체를 적으로 돌릴 생각은 하지 않을 터. 하지만 세령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딱 보니까 곰탱이 그놈이 말해줬겠구만.’
사실 목진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다.
자신과 순자가 마교의 보복을 핑계로 들긴 했지만, 실제로 고작 이런 사소한 일 하나 받았다고 서로 칼 뽑고 원수지간이 되기야 하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일을 냉큼 받아먹을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이 실질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까.
“그게요······대놓고 린치를 하지 않겠다는 거지, 이렇게 노골적으로 일을 방해하면 은근히 압박을 주기는 하거든요? 걔들 블랙리스트 공유하는 건 유명해요. 우리도 이것저것 살 때마다 오대세가 쪽 연줄 있는 조합 소속의 상점은 안 들어가잖아요.”
“천마신교는 규모가 큰 만큼 영향을 끼치는 곳도 알음알음 많은 편이에요. 물론 무림의 관례가 있으니 블랙리스트에 오른다고 위험하고 그런 건 아닌데, 은근히 짜증나거든요.”
특정 진영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말은 즉, 그 진영에서 대놓고 벗겨먹으라고 공인해주는 것이다.
– 아, 이 양반들은 털어먹어도 뒤탈 없다는 소리지?
할인이나 혜택 같은 걸 빼는 건 예사요, 물량 없다고 드러누워서 가격을 올리고, 시세를 모르면 바가지부터 씌우려 궁리하는 상인들을 상대하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지는 안 당해본 이들은 모른다.
게다가 상점은 단순한 예시일 뿐, 상점뿐만 아니라 무림 내의 산업체나 서비스업체들은 직간접적으로 각 진영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운 나쁘게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순간 반영구적으로 우주무림의 활동에 제약이 걸리는 셈이다.
“오대세가만 해도 귀찮게 신경 쓰는 게 한두 개가 아닌데 받고 마교? 이건 아니죠. 마음 같아선 그딴 의뢰를 제시한 걔를 꽁꽁 묶어다가 마교 애들한테 특급배송으로 던져주고 싶은 심정이거든요?”
물론 나찰즈가 처음 목진을 만났을 때도 마교와 시비가 붙기는 했다. 하지만 당시에 뒤탈이 없었던 건 먼저 시비를 건 것이 마교 쪽이었던데다, 이후에도 의도치 않게 말려든 일종의 피해자의 입장이었기에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대략적인 전후사정을 아는 상태에서 본단의 일에 훼방을 놓는다면 빼도 박도 못하고 무조건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 세령은 눈앞의 돈 몇 푼 가지고 냉큼 의뢰를 받을 정도로 생각이 없지 않았다.
막말로 지난번과는 달리 내공 드라이브도 새로 갈아치운 지금 돈에 목숨 걸 만큼 마땅한 이유도 없다. 물론 돈이 싫다는 건 아니지만, 보상에 비해 리스크가 너무나 크다는 말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구나. 요는 져야 할 부담에 비해 얻는 것이 적다는 소리로구나.”
“······일단은 그렇죠?”
완강하게 의뢰를 거부하는 세령과 순자의 반응에 목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괜히 유진으로부터 받아낼 보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겠는가. 목진이 세령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그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이번엔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사실은 이쪽이 본론이었다마는.”
“네? 아니 갑자기 무슨······.”
“사천당문의 재건을 마음에 품고 있지 않느냐.”
목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령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재빨리 주변을 돌아보며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바의 안에는 그들 셋 외엔 아무도 없었다.
“그거 누구한테 들었······아니, 물어볼 것도 없구나.”
세령의 눈이 순자에게 향했다. 순자가 그녀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세령은 딱히 순자를 탓할 생각은 없었다. 목진이 아예 전후사정을 모르는 이도 아니고, 자신의 사정을 다 알고 있는 순자가 생각 없이 그런 이야기를 꺼냈을 리는 없을 테니까. 그녀는 다만 작게 한숨을 내쉬며 순자를 향해 물어봤다.
“······언제 말했냐?”
“토투가 랠리가 끝난 직후에요.”
“아니 그럼 거의 반 년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속였던 거에요?”
이 정도면 배신감 느껴야 하는 거 아니냐? 세령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목진을 흘겨봤다. 목진은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
“그거야 네가 가문을 새로 일으킬 그릇이 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 아니냐.”
“허 참, 말은 잘 하시네. 그러면 지금은 그 그릇이라는 놈이 된다고 생각하셔서 이렇게 말하는 거고요?”
“그래.”
“······.”
반쯤 농담처럼 대꾸하던 세령의 입이 딱 다물렸다. 이렇게 담백하게 그녀의 가치를 인정받으니 할 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평생 살면서 누군가에게 인정이라곤 받아 본 적이 없는 삶이었다. 목진은 만나기 전까진 그 흔한 내공 드라이브 하나도 못 구해서 절절거리는 밑바닥 하급낭인 인생이 아니던가.
그런데 다른 이도 아니고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 자체인 목진에게 인정을 받다니. 기습적으로 한 대 얻어맞기라도 한 듯 가슴이 먹먹한 느낌에 세령이 큼큼. 하고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거, 거 참 사람 당황스럽게 하는 데 재주가 있는 양반이네.”
아저씨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 세령은 어지간히도 무안한지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며 히죽거리는 입꼬리를 애써 억눌렀다.
그 와중에 옆에 있던 순자는 그런 세령을 뜨듯미지근한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감상하고 있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왕언니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해서 컬렉션에 저장하는 것은 덤이었다.
세령이 부끄러워하거나 말거나, 목진은 덤덤히 말을 이었다.
“언행이 조금 경박하긴 하나 의(義)를 잃지 않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고, 아랫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평소의 성격을 보면 걱정할 일은 없어 보이더구나. 또한 대국(大局)을 보는 안목이 부족하지 않으며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할 줄 알고, 험난함이 닥쳐도 평정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일가를 이끌 가주의 그릇으로서 핵심적인 것들은 잘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느니라.”
“아······알았어요! 듣는 사람 부끄러우니까 그만 좀!”
저렇게 낯부끄러운 소리를 어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지. 이제 숫제 삶은 게처럼 시뻘개진 얼굴로 세령이 비명처럼 소리 지르며 탁자 위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목진이 가볍게 혀를 찼다.
“쯧쯧. 한 집단의 주인이 되려면 누가 제 얼굴에 금칠을 해도 뻔뻔히 고개를 끄덕일 줄은 알아야 하거늘. 숫기가 없는 게 흠이로구나.”
“왕언니가 평소에 누군가한테 칭찬받아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러니까 목진 님이 이해해 주세요.”
순자가 히죽히죽 웃으며 세령을 대신해 대답했다. 생각지도 않게 유니크한 영상을 건진 그녀가 목진에게 슬그머니 엄지를 치켜 올렸다.
목진은 팔 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 김을 내뿜고 있는 세령을 보며 다시금 혀를 찬 뒤에 말을 이었다.
“당시에 내가 가장 크게 걱정하던 부분은 네가 일가를 이루기에 충분할 만큼 무공을 쌓을 수 있는지였다. 헌데 요 근래 너를 가르치다 보니 그 자질이 제법 출중하여 몇 년 지나지 않아 내가 생각하던 수준에 닿을 수 있으리라 보이더구나.”
세가가 어느 정도 성세를 구가하고 있다면 무공이 좀 부족해도 다른 능력으로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새로 가문을 일으키려면 가주가 되는 이의 무공은 반드시 새로운 가문을 세움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강력해야 한다는 것이 목진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세령은 그 기준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었고 말이다.
“하여 이제는 진지하게 사천당문의 재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되었다 생각했다. 네 자격이 충분함을 알았으니만큼, 우리가 본격적으로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아야겠지.”
목진의 말에 세령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아직 불그스름한 기가 남은 그녀는 무언가 잘못 들었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슬쩍 비틀었다.
“······‘우리’요?”
그래. 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가락을 가리켜 세령과 순자와 자신을 순서대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 순자,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복수행을 도와주는 것도 때때로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 아무리 구명지은이니 뭐니 해도 이건 좀 너무 과한 거 아닌가. 도와주는 건 당연히 감사한 일이지만, 이만치 스케일이 커지면 감사함 이전에 상대의 진의가 의심스러운 건 당연했다.
목진이 알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대 기준으로도 이 정도는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과한 호의였으니까.
하지만 그만한 대가를 받아가는 윈-윈의 도움이라면 어떨까. 목진이 세령의 옆에 앉아있는 순자를 향해 턱짓했다.
“이 부분은 내가 말하는 것보다 순자에게 듣는 것이 빠를 거다.”
목진의 말에 순자가 빙긋 웃었다.
그의 말이 곧, 과거에 그녀가 했던 제안에 대한 답이라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