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42)
우주천마 3077-141화(142/349)
22. 천년지업 Double Millennium Karma (8)
22. 천년지업 Double Millennium Karma (8) – 상사 좆 까!
“그러니까······사천당문을 다시 세우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대신에, 그 울타리 안에서 내가기공을 부흥시키겠다고요?”
세령이 맥주잔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순자에게 들은 설명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보기에 순자의 제안이 가장 현실적이더구나.”
“어쩐지 요즘 들어서 내가기공이 어쩌고 하는 말을 안 하시더니만······.”
하긴 별다른 계기도 없는데 저 양반이 내가기공을 포기할 리가 없지. 세령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머릿속으로 잠시 계산을 하던 세령의 대답은 예상대로 긍정적이었다.
“뭐······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네요. 서로서로 윈윈하는 제안이니까.”
막말로 그녀가 가진 건 사천당가의 직계혈통이라는 정통성밖에 없다. 뭔가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진 무공은 홀로 문파 하나를 세우기엔 조금 애매한 수준인데다 무공의 근본도 없으니까.
만약 목진과 함께한다면 순식간에 무력과 무공의 근본이라는 문제가 해결되는 셈이었다.
“근데 그러면 굳이 나를 바지사장으로 앉힌 사천당가를 고집할 필요가 있어요? 괜히 무림공적 이름 쓴다고 강호한테 불편한 관심이나 받을 텐데. 냉정하게 보면 그냥 아저씨가 혼자 문파를 세우고 내가 들어가는 그림이 더 낫지 않아요?”
물론 정말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목진과 손을 잡을지 말지 좀 더 계산기를 두드려봐야겠다마는, 어쨌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긴 해야 하는 문제다. 냉큼 좋다고 손을 잡았다가 나중에 딴말이 나오면 누가 책임지겠는가.
“나는 문주 노릇 할 성격이 아니다.”
목진은 딱 잘라 대답했다. 애초에 그는 제 몸뚱이 하나 믿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편이지, 문파를 책임지고 이끄는 인간상은 아니었다. 당장 천마신교를 이끌던 때도 수하들이 복잡한 일을 처리해왔지 않은가.
“사천당가에 진 빚을 그런 식으로 넘어갈 생각도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목진이 세령의 눈을 직시했다.
“······너는 고작 그걸로 만족할 수 있겠느냐?”
“······.”
세령이 입을 다물었다. 목진의 말이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꼬집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가문의 부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대세가를 넘어서는 미래.
그녀 스스로도 현실성이 없다며 가슴 깊숙이 묻어둔 야망을 목진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듣자하니 삼극회였나 하던 곳에서도 그렇고, 나와 만나기 전에도 제법 영입 제안을 받기는 한 모양이더구나.”
B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인 주제에 염화나찰이라는 별호까지 붙을 정도로 나름의 실력을 인정받던 세령이다.
아무리 제갈세가의 견제가 심하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게 아니라면 당장의 이득을 좇는 법. 대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소규모의 문파들은 적잖은 수가 그녀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보내오고 있었다.
“헌데 너는 그 제안들을 모두 뿌리치고 지금껏 순자와 둘이서만 다녔지. 그 이유는 무엇이냐?”
“······그거야 삼극회는 대놓고 백사희 그년의 호위로 키우려던 의도가 뻔히 보였었고, 다른 문파들은 어차피 제갈세가 콧바람에도 날아갈 테니까······.”
“그것이 핑계라는 건 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조금도 설득력이 없다는 듯, 목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외롭고 힘들다 하여도 누군가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한사코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
기어코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자들. 대성하면 일가를 이룬 가주나 문주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딘가에 얽매이지 못한 낭인으로서 한평생을 살다 스러져가는 이들이다.
그리고 목진이 보기에 당세령이라는 인간상은 딱 그러한 부류의 인간이었다.
“속내에 품고 있는 야망을 접고 내가 이끄는 문파 아래로 들어오면 너 자신부터가 만족할 수 없을 터. 아니 그러하냐?”
“······하. 뭐 심리상담 받는 기분이네.”
하나하나 정곡을 찌르니 할 말이 없다. 세령은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어보였다.
“그런데 그 말이 맞다고 치고, 아저씨 쪽은 괜찮아요? 막말로 순자 말대로 사천당가를 재건한다고 하면 아저씨가 제 밑으로 들어오는 건데.”
“뭐 형식상으로는 그렇게 되겠지. 허나 나는 애초에 그런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목진이 어디 한번 해 볼 테냐는 듯 짖궂은 미소와 함께 세령을 향해 되물었다.
“왜, 나중에 내게 명령이라도 내리려고?”
“······맞는 말이긴 한데 좀 얄밉네요.”
가벼운 농담에 한결 긴장이 풀린 세령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다. 뭐 목진의 말마따나 실제론 일종의 고문과 비슷한 개념으로 목진을 대하게 되리라.
세령이 목진을 보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어째 목진과 함께하고 있으니 평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던 일들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 꿈을 크게 가지라는 말도 있다지만······이렇게 자꾸 기대감을 주면 나중에는 어떡한다냐.’
여기까지 온 이상 지레 겁먹고 물러서는 쫄보가 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몇 번 심호흡을 한 세령이 목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좋아요. 사천당가의 재건, 한번 같이 해 보죠. 서로를 위해서.”
그럴 줄 알았느니라. 목진이 빙긋 웃으며 세령의 손을 맞잡았다.
“저도 잘 부탁한다구요?”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순자가 자신을 빼먹지 말라는 듯 맞잡은 두 사람의 손 위에 조막만한 손을 얹으며 덧붙였다. 목진과 세령이 피식 웃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사천당문이라는 것도 웃기긴 하네. 사천성계도 그렇고 가전무공도 그렇고, 인류정부가 싹 다 불태워서 압류해갔잖아요. 사천도 아니고 당문도 아닌데 그냥 새로 이름 만들어버릴까?”
잠시 뒤, 목이 타는지 맥주를 한 잔 비운 세령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사천당문의 재건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문파를 세우려면 어디 변방의 작은 행성부터 시작해야 할 테니 굳이 사천당문이라는 이름을 고집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별 생각 없이 툭 내맽은 말. 하지만 목진은 세령의 말에 마침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는 듯 짙은 미소를 지었다.
“하긴. 명색이 당문의 이름을 이으려면 응당 그 근본인 당문의 무공이 있어야겠지. 네가 잘 말해주었구나.”
뮤림교류부와의 협상으로 사천성계를 불하받을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 가능성에 불과했기에 두 사람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당문의 무공은 충분히 얻을 방법이 있었었다.
“엥?”
가볍게 던진 농담일 뿐이었는데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받아주자 당황한 세령이 두 눈을 깜박였다. 눈치 빠른 순자는 목진의 의도를 추측하고 흠칫 몸을 떨었다.
“설마······처음에 천령상단 소단주의 의뢰를 말씀하셨던 게······?”
“뭐? 갑자기 그 소리는 왜······아?”
샤르마의 보물창고, 마하 푸스타칼라야. 그 존재를 떠올린 세령이 아 하는 소리를 내며 목진을 돌아봤다.
흔들리는 두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때마침 사천당가의 재건을 위한 주춧돌이 될 당문의 무공들이 눈앞에 턱 하니 나와있지 뭐냐.”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
그리 말하는 목진의 입가에는 오랜 싸움 끝에 대어를 건진 강태공의 미소가 걸려있었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급하게 북부우주에 마련한 임시 전진기지로 온 종리택은 요즘 따라 유난히 고통스러웠다.
고통의 원인이라 하면 최근 교구의 존망을 걸고 열심히 진행하던 일에 거하게 아사리판을 벌여 준 참룡검제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사실 그는 참룡검제 자체에는 딱히 악감정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그야 길 가다 곰을 만난다고 곰을 원망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냥 제 더러운 운을 탓할 뿐이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그냥 욕이나 한마디 하고 잊어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종리택은 이제 참룡검제에 대한 건 대충 말하고 걸어 다니는 빌어먹을 인간폭풍 정도로 여기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그를 고통받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야 당연히 본사, 아니 본단에서 시찰 겸 프로젝트, 아니 작전 총괄을 위해 내려온 철혈삼호였다.
첫인상이 영 좋지 못했던 것까지는 뭐 빼도 박도 못 할 제 실수라는 건 인정한다.
그치만 그 정도는 사회생활 좀 하다보면 일상다반사처럼 일어나는 일이고, 능력을 잘 발휘해서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 당장 이번 양동작전도 그가 떠올린 아이디어이고 말이다.
문제는 이 양반, 생긴 거랑 다르게 욕심이 많다는 거다.
– 삼호님. 미끼조를 살막에 외주를 맡긴다는 점은 찬성합니다만, 습격조에서 귀살대를 제외하신 것은 어째서입니까?
– 굳이 귀살대가 필요한가? 나와 수하들만으로 충분할 텐데.
– 첩보상으로는 참룡검제를 유인해 빼낸 뒤에 타겟 주위에 남는 무림인은 표소취음과 염화나찰입니다. 귀살대의 전력이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지금 그 말, 나와 수하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들리는군. 무공으로는 교구장 커트라인도 간신히 통과할 정도로 약해빠진 네가 감히 그런 말을 꺼낼 자격이 있다 생각하나?
– 그런 의도에서 말씀드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염화나찰은 절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닙니다.
– 하, 고작 B급도 안 되는 낭인 따위에 겁먹는 건가?
– 지금 염화나찰에 대한 데이터는 한물 간 쓰레기입니다. 내공 드라이브를 업그레이드 한 이후로 무공이 크게 강해졌다는 것이 중론이고, 노보시비르 쪽의 소식통에 의하면 선복취걸과도 호각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만약 A랭크의 용병낭인인 표소취음이 합세하기라도 한다면 더욱 골치 아파지겠지요.
– A급 정도로는 나를 막을 수는 없다.
– 저희의 목적은 최대한 신속하게 타겟을 확보하는 것이 아닙니까? 상대는 그 참룡검제입니다. 살막을 투입해도 얼마나 시간을 벌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으니 최대한 신속하게 타겟을 확보한 뒤 빠지는 것이 상책입니다.
– ······쯧. 마음대로 해라. 단, 걸리적거린다면 귀살대라 해도 베어넘기겠다.
– 존명.
이 정도로 노골적인 정치질도 읽지 못하는 무능한 놈이라면 약소교구인 32교구를 여기까지 이끌어오지도 못했다. 종리택은 철혈삼호의 의도를 간파하고 이를 갈았다.
이 새끼. 프로젝트 성과를 지 혼자 다 해 쳐먹으려는 거구나.
철혈삼호의 행동을 가만히 관찰해 보니 이번 일이 잘 되어도 종리택과 32교구의 지분은 슬쩍 줄이고 제 역할을 부각시킬 미래가 뻔히 보인다.
“······지금까지 뺑이 친 건 우리 애들인데 막판에 들어와서 날름 다 처먹으려고 들어?”
이번 작전에만 해도 뮤즈 행성의 강호 향우회와 행성 행정부에다가도 기름칠을 하느라 들어간 돈과 노력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본단의 돈으로 살막 하나 고용해 놓고 노른자 역할을 홀로 쳐드시겠다고?
내가 절대 그 꼬라지는 못 보지. 종리택은 부득부득 이를 갈았다. 부교주 라인의 직속상사라 차마 들이받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밥그릇은 빼앗기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
다른 건 몰라도 공에 대한 욕심만큼은 자신도 만만치 않았다.
종리택은 통신을 켜서 그 대신 32교구를 관리하고 있는 장로를 호출했다.
“이봐 장로.”
– 네. 교구장님.
“병풍보다는 싸가지 없는 놈이 낫겠지?”
– 저는 언제나 교구장님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좋아. 종리택의 단춧구멍만한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지금부터 내가 보내는 보고서, 부교주님 직통 라인으로 보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