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50)
우주천마 3077-149화(150/349)
24. 마교습격 Diablist‘s Castle Invasion (1)
24. 마교습격 Diablist‘s Castle Invasion (1) – 버스터콜
한쪽 골목에서 걸어나오는 거구의 사내와 마교인들. 맨 앞의 덩치 큰 사내의 얼굴을 본 용적산이 미간을 좁혔다.
“철혈일호 자네까지······? 존이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궁금하군.”
자신의 주군인 부교주의 이름을 대놓고 부르는 용적산의 말에 일호의 눈가가 살짝 꿈틀했다. 하지만 그는 그 이상으로 나서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천마신교의 교주로서 군림하던 존 로갈과 화산파의 장문인이었던 용적산은 각각 마교와 정파의 살아 있는 전설로서 백 년이 넘게 군림해 온 까마득한 배분의 명숙들로, 서로 간에 약간의 사적인 친분도 있는 사이. 고작 수족에 불과한 그가 나서는 것은 주제를 넘어서는 짓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의미 없는 과잉충성을 증명하는 대신 용적산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갖췄다.
“거의 십 년 만에 뵙는군요. 일호가 용 노사님을 뵙습니다.”
물론 부교주의 직속으로 활동한 세월이 적지 않은 만큼 그는 아수라 붓다와도 안면이 있긴 했다. 그러나 아수라 붓다의 정체는 모르는 척 하는 것이 무림의 불문율. 그렇기에 그는 아수라 붓다에게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참룡검제가 오고 있으니 시간이 촉박하다. 일호는 가타부타 않고 인사를 한 뒤에 바로 본론부터 꺼내들었다.
“용 노사께서는 거기 염화쾌검 소협에 대한 친분으로 나서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는 없으신 것이겠지요.”
“······그렇네.”
용적산이 석연찮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호가 무언가 다른 것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들이 댈 수 있는 명분은 그것이 전부이기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용적산의 대답에 일호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습니다. 하면 저희는 더 이상 염화쾌검 소협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지요. 그러니 더 이상 본교의 행사에는 간섭하지 않으시는 것으로 알고 저희는 얌전히 물러가겠습니다.”
“흠······.”
방금 전까지 죽자고 달려들었으면서 갑자기 태세를 바꾸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용적산의 눈이 가늘어졌다.
자신과 아수라 붓다의 개입으로 일이 틀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빠질 만큼 가벼운 사안이었다면 애초에 철혈일호와 철혈삼호가 오지도 않았을 터. 그렇다면 세령을 습격한 것은 부수적인 일일 뿐이고 이미 다른 목적을 달성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용 대협, 저 사람 뒤쪽이요. 세령이 용적산의 등 뒤에서 작게 속삭였다. 용적산의 시선이 일호의 뒤, 의식을 잃은 채 축 늘어진 유진 샤르마에게 향했다.
얼핏 보기에도 무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모습. 용적산은 직감적으로 천마신교의 본 목적이 그녀라는 것을 깨닫고 일호를 향해 물었다.
“······이해했네. 헌데 그 뒤에 보이는 소저는 누구신가?”
“본교의 행사와 관련된 이입니다. 아무리 용 노사이시라도 이 이상 묻는 것은 결례가 아니신지요.”
“틀린 말은 아니네만, 거기 있는 그 소저는 아무리 보아도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으로 보이는군. 소속을 떠나 강호의 일원으로서 일반인이 말려드는 것을 막는 시민불계(市民不係)의 의무를 저버릴 수는 없는 법이지.”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 휘말리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은 강호에 몸담은 이의 기본적인 덕목. 용적산의 지적에 일호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용 노사님의 말씀대로 분명 그녀는 무공을 익히진 않았습니다. 허나 그녀가 몸담은 상단이 여러 문파들과 관계하고 있는 이상, 무림과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은 준 무림인이라고 봐야겠지요.”
“으음.”
“또한 그녀는 과거 일반인으로서 대우해 준 본교의 무인에게 해를 입히고 도주한 적이 있는 죄인입니다. 이제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모두 진실이었다. 천령상단은 일단 준 무림단체로 분류되고 있으며, 유진은 과거 32교구에 구속되었을 때 그녀를 감시하던 32교구의 무인에게 기습을 가한 뒤 도주했었으니까.
물론 그녀가 그렇게 행동한 배경에는 32교구가 트집을 잡아 그녀와 천령상단주를 구속했다는 이유가 있긴 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밝히며 따져야 할 당사자인 유진은 의식을 잃은 상황이었다.
“······.”
논리적으로 파고들 틈이 없는 일호의 말에 용적산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은 확실한데, 더 파고들 수가 없으니 답답하구나.’
장문인 직을 내려놓고 화산파를 나온 용적산이지만, 화산의 용이라는 상징성과 화산파와의 깊은 관계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이상 파고들게 된다면 용적산 개인이 아닌 화산파의 의지로서 개입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컸다.
하지만 그 때, 그의 옆에서 가만히 일호 쪽을 바라보고 있던 아수라 붓다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용 선배.”
“왜 그러는가?”
“저 시주, 샤르마의 전인인 것 같소이다.”
“샤르마······?”
어디서 들어봤던 것 같은데. 어딘가 익숙한 이름에 용적산이 미간을 좁혔다. 아수라 붓다가 덧붙였다.
“도서관지기들 말이오.”
“······아!”
용적산이 그제야 알았다는 듯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전대 장문인에게 인수인계 받은 화산파 장문인 매뉴얼 안에서 분명 그런 내용도 있었더랬다.
무림의 오랜 도서관지기, 샤르마 가문.
역사 깊은 대문파들의 암묵적인 허용 하에 존속되고 있는 그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전대 장문인은 그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만약 개방의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찾을 수 없는 역사나 무공 등이 있다면 한 번쯤 문을 두드려보되, 그만한 대가를 준비할 것.
둘째, 어느 문파든 그들을 손에 넣으려 한다면 반드시 오랜 맹약을 기억하는 다른 대문파들과 연합하여 징치할 것.
실제로 용적산이 그들을 만나본 적은 없었지만, 전대 장문인의 당부 자체는 잊지 않고 있었다.
“확실한가?”
“내 십여 년 전에 샤르마의 가주를 본 적이 있소. 어디서 본 것 같다 싶더니, 아마 가주 슬하의 자식이 아닌가 싶소만.”
“샤르마 가문 맞아요. 쟤 이름이 유진 샤르마거든요. 대도서관인가 하는 것도 있고요.”
세령의 말에 용적산과 아수라 붓다가 동시에 그녀를 돌아봤다. 대문파의 장문인들 사이에서도 비밀리에 내려오는 기밀을 그녀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기 때문이었다.
전에 쟤한테 직접 들었어요. 두 사람의 시선에 두 눈을 깜박이던 세령이 해명했다.
“그렇단 말이지.”
용적산의 얼굴이 진지하게게 변했다. 이제 이 일이 단순히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곧 죽어도 소림 방장이었다 이건가.’
반면 그들의 대화를 들은 일호의 표정도 심각하게 굳어졌다. 설마 이 타이밍에 구파일방의 원로들에게 샤르마의 존재를 들키게 되다니.
존의 최측근으로서 이번 일의 진정한 목적과 그 중대함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일호이기에 그는 샤르마 가문에 대한 맹약의 존재도 알고 있었다.
그 천마신교의 교주였던 존 로갈마저도 직접 찾아보기 전까지 샤르마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던 오래된 맹약이거늘, 확실히 원시무림부터 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구파일방의 저력은 가볍게 볼 만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빠져나가야 한다.’
어차피 부교주 존의 목적은 샤르마 가문 전체가 아니라 그들의 보물고에 있는 비술을 사용해 그의 무공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용적산과 아수라 붓다가 각자 화산파와 소림사에 연락을 넣는다 해도, 맹약에 따라 연합을 구성하여 천마신교를 압박하기까지는 최소 보름 이상의 시간이 걸릴 터. 그리고 그 정도라면 원하는 것을 얻고 샤르마를 풀어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의 상황만 모면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목적은 이룰 수 있을 텐데, 정작 눈앞의 두 절대고수가 웬만해서는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 참룡검제가 곧 도착할 것이라는 살막주의 전언입니다! 지금 당장 철수해야 합니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돔 밖에서는 그 참룡검제가 코앞까지 도달한 상황이다. 이미 그들에게 허용된 시간은 지나간 지 오래였다.
“일호 자네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소저가 샤르마의 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이대로 얌전히 보내줄 수는 없네.”
“본 승도 마찬가지외다.”
그야말로 이도저도 못할 진퇴양난의 형세. 점차 날카롭게 변하는 두 절대고수의 기세를 느낀 일호가 주먹을 꽉 쥐었다.
‘어떻게든 빠져나갈 길이 없나······?’
여차하면 남아있는 병력을 모두 고기방패로 소모하는 한이 있더라도 샤르마의 소단주만은 빼내야 한다.
막 일호가 수하들을 향해 명령을 내리려던 순간이었다.
– 애애애앵-!
별안간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지는 거대한 사이렌 소리. 공습경보 때나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돔 위에 붙어있던 비상용 붉은 조명들이 깜박이고 있었다.
– 전 도시 시민에게 알립니다. 현재 도시의 돔 외벽이 손상되어 유독성 대기물질이 침입한 상황입니다. 시민들은 지금 즉시 방독면을 착용한 뒤 가장 가까운 대피소로 대피하십시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현재 도시의 돔 외벽이 손상되어-.
“······뭐지?”
‘······설마.’
바깥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세령 일행이 의아한 기색을 보이는 동안, 모든 상황을 보고받고 있는 일호와 삼호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항구도시의 돔을 손상시킬만한 가장 유력한 존재. 그들은 그것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사이로 후욱 건조한 바람이 지나갔다. 일호와 삼호, 한나의 목덜미에 오싹한 한기가 내려앉았다.
– 감히 본존에게 살수들을 보낸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를 준비는 되었느냐.
좌중의 귓가에 낮고 차분한, 그러나 어쩐지 음산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전후좌우상하 여섯 방향에서 동시에 울리는, 육합전성(六合傳聲)의 경지에 달한 전음이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아볼 것도 없다.
천마신교 쪽 사람들의 낯빛이 시커멓게 죽고, 반대로 세령 일행의 얼굴에 안도가 깃든다.
“참룡검제······!”
저도 모르게 내뱉은 누군가의 공포서린 목소리와 함께, 붉게 물든 도시의 하늘로부터 하나의 그림자가 떨어져 내린다.
작은 안드로이드 소녀를 안아든 채, 긴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바닥에 내려앉은 중절모의 사내.
순자를 바닥에 내려준 목진의 시선이 좌중을 훑었다. 붉은 빛이 비추어진 그의 얼굴 사이로 서슬퍼런 살기가 맺힌 눈이 번뜩였다.
그와 시선을 마주친 일호가 천마신교 진영을 대표해 입을 열었다.
“천마신교의 일호가 인사드립니다. 대협의 위명은······.”
그만. 단호한 목소리가 일호의 입을 다물게 했다. 목진의 입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순서를 지켜라.”
“순······서?”
아무리 단순한 시간벌이라 하더라도 살수는 살수. 과거의 인연을 들어 가벼이 넘어가기에 천마신교가 저지른 짓은 그 정도가 과하다.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지.”
천마신교의 무인들이기에 목숨까지는 거두지 않을 것이나, 그 책임은 분명히 물을 것. 목진은 이미 이곳에 오는 동안 마음을 굳힌 뒤였다.
“너희에게 대화가 허락되는 것은 그 다음이니라.”
목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양 소매에서 검은 빛줄기들이 섬광처럼 뻗어나갔다.
“아-?!”
일순(一瞬)이었다.
하늘에 치는 번개와 같이, 번개다발처럼 갈라진 검은 빛줄기들이 모든 천마신교 무인들의 오른 어깨를 꿰뚫은 것은.
예외는 없다. 귀살대주인 한나 렉터도, 심지어는 철혈삼호와 철혈일호조차도 묵뢰천라신공의 묵빛 강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징벌의 전조일 뿐. 골수를 파고드는 듯한 고통에 그들의 얼굴이 일그러지기도 전에, 어깨를 꿰뚫은 검은 번개가 그들의 어깨를 휘감았다.
무인 하나의 팔을 잘라내는 데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끄-악!”
검은 번개가 잔상을 남기며 사라지고, 뒤늦게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온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천마신교의 무인들을 보면서도, 목진의 무정한 얼굴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목숨 대신 팔 하나만 거둔 것도 그로서는 충분한 자비를 베푼 것이기 때문이었다.
용적산도, 아수라 붓다도 잔혹하기 그지없는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을 분 달리 목진을 말리지 않았다. 살수를 보낸 대가로는 충분히 관대한 처사이기 때문이었다.
고통스러운 얼굴로 팔을 지혈하는 일호를 보며 목진이 입을 열었다.
“이제 너희는 대화가 허락되었느니라.”
“크윽······.”
일호가 이를 악물었다. 단순히 고통 때문이 아닌, 눈앞의 사내로부터 감히 가늠하기조차 힘든 무공의 격차를 실감했기 때문이었다.
나름 무공에 자신이 있다 자부하는 그조차도 목진의 일초에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그의 일생에 이만큼 거대한 격차를 느꼈던 인물은 오직 그의 주군뿐이었다.
‘주군······.’
이대로 끝인가. 일호의 눈에 절망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그로서는 눈앞의 괴물로부터 소단주를 빼낼 방법을 떠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아니, 좌중을 압도하고 있는 목진을 포함한 그 자리의 모두가 알지 못했다.
지금 이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제삼자의 존재를 말이다.
순간, 번쩍 하고 강한 빛이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비추었다. 모두의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그들의 시선에 공중을 날고 있는 무인 헬기의 모습이 보였다.
– 뮤즈 행성의 행성경비군이 관무조약에 의거하여 권고합니다. 모든 무림인들은 지금 즉시 모든 전투행위를 중단하고 무장을 해제해 주십시오!
“어······?”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모두의 사고가 정지한 가운데, 오직 순자만이 고개를 떨구며 양 손에 얼굴을 묻었다.
이어 무인헬기의 스피커를 통해, 아마도 행성경비군의 책임자인 듯한 이가 말을 이었다.
– 현재 데스메탈 시티와 항구도시에 대한 심대한 테러행위가 발생하였습니다! 전 무림인 여러분은 분쟁을 멈추고 해당 테러행위의 용의자 색출에 반드시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직후, 모든 이들의 시선이 목진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