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51)
우주천마 3077-150화(151/349)
24. 마교습격 Diabolist‘s Castle Invasion (2)
24. 마교습격 Diabolist‘s Castle Invasion (2) – 무림변호사가 필요한 이유
목진은 팔짱을 낀 채 영 마뜩찮다는 듯 혀를 찼다. 총을 든 채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보초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쯧······.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 급한 대로 길을 뚫었을 뿐이거늘,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는구나.”
어째 테러사건의 용의자와 행성경비군의 모습이라기엔 영 분위기기가 역전된 듯한 구도였지만, 으레 고수라 불리는 무림인들을 상대로는 저것이 일반적인 반응이긴 했다.
“쉬잇.”
무림변호사 자격으로 목진의 옆에 동석한 순자가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언제나 냉철한 이성으로 무장한 순자였지만, 이번만큼은 그 순자조차도 기겁했을 만큼 아슬아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해괴한 소리로 방해하지 말라며 경비군의 권고를 무시하려던 목진을 용적산과 아수라 붓다까지 동원해 간신히 뜯어말렸기에 망정이지, 여차하면 정말로 뮤즈 행성경비군과 전쟁이 났을 뻔한 일촉즉발의 상황.
까딱 잘못하면 무림공적과 우주 테러리스트, 최고액 현상금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수도 있었다. 순자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목진 님······. 이건 진짜 저희가 잘못한 게 맞아요.”
“물론 옳은 일은 아니다만, 한시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그깟 성벽 좀 넘었다고 사람을 무슨 대역죄인 보듯 한다는 말이냐.”
아, 이 양반 우리가 저지른 짓의 의미를 모르고 있구나. 순자는 미간을 꾹꾹 눌렀다. 하긴 본인이 한 행동의 의미를 알았다면 경비군보고 무림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며 역으로 성을 내지도 않았으리라.
아무리 안전장치들이 있다고 한들, 운이 나쁘면 도시 전체가 전멸할 수도 있는 사건이다. 돔에 주먹만한 구멍 하나만 뚫려도 도시 전역에 비상이 울리고 시민들이 대피하는 마당에 아예 직경 2미터짜리 구멍이 뚫어버렸는데 곧바로 행성 경비군이 출동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순자가 침울한 목소리로 목진에게 현실을 주지시켰다.
“넘은 게 아니라 아예 부수셨잖아요. 그리고 대역죄인 비슷한 수준은 맞아요. 굳이 비유하자면 성벽이 아니라 제방을 무너트려서 인구 백만 명의 도시 하나를 수몰시킬 뻔한 일이란 말이에요.”
“······겨우 그 벽 하나 부쉈다고?”
“명백한 도시 붕괴를 목적으로 돔에 테러행위를 가할 경우 최대 즉결처형까지 가능해요. 목진 님이 무림인이고, 또 유명한 고수라서 이 정도로 끝난 거라고요.”
“······으음. 그 정도냐?”
순자의 핵심을 꿰뚫는 비유에 목진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다. 과거와 같이 단순히 성벽을 훌쩍 뛰어넘던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용적산과 아수라 붓다의 반응도 그렇고 영 분위기가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은 다른 말씀 하지 마시고 저한테 맡겨주세요.”
아마 역대 무림인 관련 사고사례 중에서 개인 단위로는 상위권을 노릴 정도로 초대형 사고가 아닐까. 순자는 당시 세령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눈이 돌아가 목진을 말리지 못한 스스로를 책망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기, 고수님?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는 거지만 무력행위는 안 하실 거죠?”
하지만 그러한 입장과는 별개로,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은 수사관은 그녀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잔뜩 겁을 집어먹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어지간한 고수를 상대로도 뻣뻣한 반응을 유지하는 무림인 전담 수사관답지 않은 반응이었다.
아니, 오히려 무림의 일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더욱 저렇게 기겁하는 게 아닐까. 손 한번 까닥이는 것으로 그 천마신교 무인들의 팔을 죄 절단내버린 고수가 상대이니 되려 수사관의 반응이 이해가 가긴 했다.
행성경비군 정도의 무력이 통하는 것도 A급 언저리의 무인 정도지, 지상군 레벨에선 씨알도 안 먹히는 인간병기를 눈앞에 두고도 태연할 수 있는 강심장이라면 애초에 무림교류부에서 스카웃을 해갔을 테니까.
그러나 수사를 해야 할 수사관을 겁먹게 해 봐야 좋을 건 없다. 순자는 목진이 괜한 말을 꺼내 분위기를 파토내기 전에 재빨리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수사관님. ‘마교 때문에’ 워낙 급박하게 움직이던 중이라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인 수단을 쓰긴 했지만, 목진 님께서는 충분히 신사적이고 상식적인 분이세요. 준법정신도 충분하시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상식적인’이라는 대목에서는 조금 마음이 찔리긴 했다. 하지만 순자는 열심히 목진이 수틀리면 눈깔 돌아가는 마두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며 이번 일이 마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진 불행한 사고라는 점을 강조했다.
“근데 조사자료를 보면 제갈세가 무인들을 백 명이 넘게 살해하셨다고······.”
“그건 그쪽에서 먼저 목진 님을 습격해서 정당방위로 인정이 된 부분이에요. 무림맹에서도 확인한 일이고요.”
제갈세가 얘기를 꺼낼 건 이미 예상범위 안이다. 순자가 재빨리 목진을 변호했다.
“목진 님께서 깨어난 지 일 년도 안 된 고대인인 건 이미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제출한 행성간 이동기록 보시면 패러테라포밍 된 행성은 이번이 처음이고요. 그런 분이 돔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게 이상한 거죠. 충분히 참작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보이는데요.”
“하지만 상식적으로 돔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당연히······.”
“상식이 없으신 분이니까요.”
“크흠. 크흠.”
아까는 상식적이라 하지 않았더냐. 불편한 듯 헛기침을 하는 목진의 발을 순자가 지긋이 밟았다. 수사관은 괜히 목진의 심기가 불편해질까 싶어 순자의 말을 냉큼 받아 적었다.
“그, 그러면 이번 사건은 테러 목적이 아니라 급박한 상황에서 일어난 사고일 뿐이다. 그렇게 주장하고 계시는 거죠?”
“물론이죠. 이 행성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테러를 저지를 이유가 없잖아요.”
“······그건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처벌은 어쩔 수 없습니다. 관무조약 13항에 따르면 행성시설에 대한 손괴 행위도 보상하셔야 하고요.”
처벌이라는 말에 순자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무슨 수를 써서든 처벌까지 가는 것은 피해야만 했다.
무림인은 칼부림이 일상인 특성 상 전과기록을 잘 남기지 않지만, 이번 일과 같은 대형사고까지 얼렁뚱땅 넘어갈 수는 없는 법. 그리고 그러한 전과기록이 남으면 나중의 사천당문 재건의 발목을 잡게 될 수밖에 없었다.
순자가 수사관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런 의미에서, 혹시 행정관님과 직접 면담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천마신교 쪽 무림변호사도 포함하고, 당사자인 무림인 분들은 제외하고요.”
“그걸 저한테 말씀하시면······저는 일개 수사관일 뿐인데요.”
순자의 말에 수사관이 난처한 기색을 내비쳤다. 뮤즈 행성이 소규모 행성이긴 하지만, 행정관은 그 행성 전체를 총괄하는 지도자. 아무리 무림인이라 할지라도 마음대로 만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순자는 이미 행성 행정부가 이번 사건을 주시하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수사관님도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천마신교와 절대고수가 셋이나 엮인 일인데 행정부에서 뭔가 지침이 내려왔을 거 아니에요. 그냥 윗선에 이쪽의 의사만 전해주세요.”
압박감을 줄 수 있는 무림인을 대동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딜을 걸어볼 수 있다. 확신에 찬 순자의 말에 수사관이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 으음······일단 보고는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순자의 예상은 적확했다. 수사관이 상부에 보고를 올린 뒤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아, 이틀 뒤에 면담 일정이 잡힌 것이다.
‘정말 일이 꼬이지 않는 이상 무림공적으로 몰리지는 않아.’
유능한 무림변호사인 순자는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지금의 상황을 분석했다.
일단 데스메탈 시티의 건물들과 돔을 파괴한 건 충분히 살막에게 모조리 뒤집어씌울 수 있는 일이다. 목진과 순자는 살기 위해 도주를 감행한, 엄연한 피해자의 입장이었으니까.
애초에 도시의 시민들을 모두 소개할 정도로 대대적인 공세를 강행한 시점에서 해당 도시의 배상 책임은 살막이 모두 떠안는 게 당연했다. 정부조직이란 것이 살수집단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건 덤이었다.
반면 항구도시의 돔을 파괴한 건 문제의 소지가 제법 큰 편이었다.
그냥 냅다 돔을 뚫고 들어갔으면 모를까, 하필 도시의 게이트를 지키던 경비와의 대화가 내부 카메라에 그대로 녹화된 탓이었다.
– 문을 열어라. 내 급한 일이 있어 지나가야겠느니.
– 그럴 수 없습니다. 일단 신원을 확인하고, 오염물질에 노출되었는지 확인한 다음에······.
– 문지기의 임무에 충실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나, 지금은 한시가 촉박하다. 문을 열어라.
– 아니 그러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 어쩔 수 없군. 미안하구나. 미리 사과하마.
– 예? 예?
– 들어간다.
– 으아아악?!
매우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강변하더라도, 경비의 경고를 분명히 인지했음에도 뚫고 들어간 이상 책임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순자에겐 다 방법이 있었다.
‘그래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이번 일에 엮여든 것은 그냥 평범한 사파나 흑도문파 따위가 아니라 마도무림 그 자체인 천마신교다.
거기에 목진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흥 절대고수이며, 용적산과 아수라 붓다는 각각 구파일방의 전대 장문인이기도 하다.
아예 작정하고 무림인을 배척하는 강경한 성향의 행성정부가 아닌 이상, 어느 쪽이든 적으로 돌려서 좋을 게 없는 상대들이었다.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소규모 행성인 뮤즈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뮤즈의 행정관은 충분히 융통성이 있는 성격이라는 것은 이미 조사한 뒤. 면담 일정이 잡히자마자 곧바로 천마신교에서 급파한 무림변호사와 면담을 요청한 순자는 상대를 보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묻죠. 이거.”
“으음.”
순자의 제안에 천마신교의 무림변호사가 예상했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업계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그도 마침 순자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참이기 때문이었다.
천마신교에서도 이번 사태가 커지는 것이 달가운 입장은 아니다. 도시가 무너질 뻔한 테러사건에 한 다리를 걸쳤다? 그들과 적대하는 세력들이 신나게 물어뜯을 가십거리가 아닌가.
세령 일행에게 있어서는 뼈아픈 일이지만, 이미 천마신교는 신교 소속의 무인을 해한 죄인이라는 명목으로 유진을 미리 압송하며 가장 핵심적인 목표를 챙긴 상태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목적하던 것을 얻은 천마신교가 굳이 세령 일행과 법적 분쟁을 일으키며 구설수에 올라봐야 좋을 게 없다는 이유로 협력을 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일이 커지는 것은 세령 일행, 천마신교, 뮤즈 행정부 그 어느 쪽도 원하지 않는 상황.
다행스럽게도 일반인의 인명피해가 없는 상황이니만큼, 재산 피해만 잘 정산한다면 충분히 묻을 수 있는 사건이라는 것을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보세요, 일이 커져서 본단 법무팀으로 넘어가 봐야 프로님이 얻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어차피 본단 법무팀이 올 때까지 잠시 땜빵을 위해 불려나온 처지이니, 차라리 이번 일을 잘 수습해서 커리어로 삼는 게 어떠냐. 순자가 달콤하기 그지없는 제안을 속삭였다.
딱히 신교를 배신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이 커지길 원치 않는 신교의 뜻에 반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 일. 천마신교의 무림변호사로서도 리스크가 없는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배상금 쪽은······.”
이제 가장 중요한 건만이 남았다.
바로 뮤즈 행정부가 청구할 배상금에 대한 협의. 무림변호사들 간의 진검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라고 하기엔, 승부조차 성립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천마신교의 자산규모라면 배상금 비율 자체는 신경도 쓰지 않을 텐데요. 반면 저희는 개인 입장이라 작은 비율에도 목숨을 걸어야 하죠. 이쪽에서 작정하고 물고 늘어지면 이미지 관리 때문에 곤란해지는 건 천마신교 쪽이니 그냥 깔끔하게 배상금을 전액 부담하시고, 대신 이번 사건에서 천마신교 이름을 완전히 빼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게 가능합니까?”
“되게 만들어야죠. 행정관님은 제가 설득할게요.”
천마신교의 무림변호사는 순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독곡주의 호화 변호인단을 단신으로 격파한, 업계에서도 유명한 금귀나찰 순자라는 이름은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면담 당일.
뮤즈의 행정관과 마주한 순자는 예상했던 대로 압도적인 언변을 발휘해 서로가 만족할 만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행정관을 구워삶았다.
“확실히 좋은 조건이군요. 괜한 소란이 커지는 건 저희로서도 원하지 않으니까요.”
행정관은 순자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다. 행정관이 날카로운 눈으로 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변호사님, 저희가 이번 일을 잘 덮는다 해도, 무림교류부에 제출하는 보고는 사실 그대로 적어야 합니다. 양 측이야 별 상관은 없겠지만, 제게는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서요. 혹시 다른 방법은 없으십니까?”
마음에는 들지만, 자신이 져야 할 리스크가 있으니 그럴 수 없다는 완곡한 거절이었다.
그리고 순자는 치트키를 썼다.
“아는 일등 집행관님께서 도와주시기로 말을 맞춰 뒀는데, 그 정도면 괜찮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