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52)
우주천마 3077-151화(152/349)
24. 마교습격 Diabolist‘s Castle Invasion (3)
24. 마교습격 Diabolist‘s Castle Invasion (3) – 빚은 잊지 마쇼
– 비밀리에 테러를 저지르려던 반사회적 테러범을 우연찮게 마주친 절대고수가 진압했는데, 그 과정에서 돔에 손상을 입혔다. 라······. 좀 대충인 감이 있는 시나리오지만 깔끔하게 처리했어요. 앞으로 이 건으로 문제생길 일은 없을 거에요.
“감사합니다. 일등 집행관님. 갑작스런 부탁인데도 흔쾌히 도와주셔서.”
패널 너머로 비치는 아테나 카푸르 일등 집행관의 말에 순자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녀를 보며 아테나가 나른한 목소리로 손을 휘적거렸다.
– 별 거 아니에요. 서류작업에 한 시간도 안 걸렸으니까 뭐. 노보시비르에서 졌던 빚은 이걸로 퉁치는 걸로 하죠.
지난날 네오 아티카에서 벽력자 사태를 수습할 적에 순자가 이런저런 편의를 봐 준 것을 두고 말한 것이었다. 일에 치여서 정신없던 와중에 도와준 게 고마워서 명함을 준 적이 있었는데, 설마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이렇게 연락을 해 올 줄 줄이야.
‘뭐, 굳이 그 일이 아니더라도 도와주긴 했겠지만.’
순자는 아직 모르는 눈치였지만, 목진과 물밑으로 거래를 한 무림교류부로서는 그가 이런 뜬금없는 일로 전과자가 되면 입장이 난처해진다. 아테나로서는 겸사겸사 순자에 대한 빚도 청산할 수 있으니 썩 남는 장사였다.
그런데 오대세가를 상대하는 것으로도 벅찰 양반이 왜 갑자기 마교, 그것도 본단이랑 치고받은 걸까. 호기심이 생긴 아테나가 순자를 향해 물었다.
– 그런데 어쩌다가 마교랑 싸우게 된 거에요? 조용히 지내는 중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자세한 건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갑작스럽게 호위의뢰를 받게 됐거든요.”
호위의뢰? 아테나가 들고 있던 서류를 두어 장 넘겼다.
– 마교 측에서 압송해 간 인물이 하나 있다고 나오는데, 이 사람인가 봐요?
“네.”
– 흐음······. 이렇게 되면 의뢰실패 아닌가? 앞으로는 어쩌시게요? 마교랑 한판 뜰 작정인 건 아닐 테고.
“······.”
순자는 복잡한 얼굴로 아테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대답이 없자 그녀를 돌아본 아테나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 ······농담이죠? 꼴랑 셋, 아니 그쪽 빼고 둘이서 마교를 치겠다고?
이 인간들이 진짜로 미쳤나? 아테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오대세가랑 척을 진 마당에, 미쳤다고 들이받을 데가 없어서 마교에 들이받는다는 말인가.
순자가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그녀 또한 아테나와 같은 반응을 보였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럴듯하게 들린다는 게 문제다.
순자가 이젠 나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절대고수 다섯 명이 들어가면 뭐······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아테나는 제 귀를 의심했다.
정말로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마교를 치겠다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낸 것은 목진이 아닌 온화한 성품의 용적산이었다.
“샤르마의 아이를 빼내야 합니다.”
용적산이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꺼냈다.
“곧바로 화산에 전갈을 보내긴 했으나, 마교에 진위를 확인하고 연합을 구성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때까지 가면 너무 늦을 것입니다.”
“용 선배의 말씀에 동감하오. 우리야 두 눈으로 확인을 했으니 사안의 급박함을 알고 있으나, 정식으로 절차를 밟으면 너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워낙에 케케묵은 맹약이니 다른 문파들로부터 얼마나 협조를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말이오.”
이 양반들이 왜 이러지. 진지하기 그지없는 두 무림원로의 대화에 세령은 입을 다물고 가만히 눈동자를 굴렸다. 샤르마 가문의 존재에 대해 막연하게 오래 묵은 가문이라고만 알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급작스럽게 돌아가는 이야기의 전개가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그······실례지만 지금 마교로 쳐들어가시겠다는 말이세요?”
“그렇습니다.”
세령의 물음에 용적산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령의 입이 벌어졌다.
“아니, 그게 가능한 거에요?”
그야 그녀들도 의뢰에 실패한 것이 많이 분하긴 하다마는, 마교 본단이 직접 나서서 그녀를 채간 시점에서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이미 의뢰가 실패했다고 여기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를 구하러 마교로 쳐들어가자니. 아무리 두 사람이 절대고수라 하더라도 턱없이 현실성이 부족한 이야기가 아닌가.
세령의 말에 용적산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마교 전체와 대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하지만 샤르마의 아이가 본성으로 압송되기 전에, 32교구를 급습하여 그 아이를 빼내는 일이라면 그 가능성을 점쳐볼만 합니다.”
“32교구?”
“개방의 힘을 빌렸습니다.”
당연히 본단으로 향할 줄 알았던 세령이 고개를 갸웃하자 용적산이 답했다.
백 년이 넘게 화산파를 이끌어 온 장문인답게, 대략적인 판도를 읽은 그는 이미 화산파에 사태를 알림과 동시에, 빠르게 개방에 연락을 넣어 마교도들의 동선을 추적하도록 부탁해 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주 전역에 눈과 귀를 가진 개방은 놀랄 정도로 빠르게 정보를 파악해 용적산에게 전달하고, 천마신교에 대한 정보들을 보내오고 있었다.
“지금 마교의 본성 쪽도 꽤나 시끄러운 분위기라고 합니다. 아마 마교 본성에서는 부교주와 대립하는 이들이 더러 있는 만큼, 어느 정도 본성 내부를 정리할 때까지는 32교구에 머물게 둘 생각이었겠지요.”
그간 교류가 짧지 않은 만큼, 용적산은 존 로갈이라는 사내의 야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천마가 나타나 마교지존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이상, 그가 아는 존 로갈 부교주라면는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스스로의 입지를 넓히는 것을 주저치 않을 사내였다.
“저들은 분명 연합이 만들어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방심하고 있을 터. 이런 때 저희 둘이 32교구로 침입할 수 있다면 제법 승산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왜 저희 앞에서 하시는 건데요.”
둘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면 그냥 둘이 쳐들어가서 지지고 볶고 하면 되는 게 아닌가. 그런데도 자신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같이 하자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고 말이다. 용적산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명분 때문입니다. 개인의 분쟁을 넘어 집단의 분쟁이 된 이상,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지요.”
“명분?”
“샤르마의 전인을 납치한 이상 구파일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저와 아수라 붓다 후배님이 개입할 여지는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합이 구성되기 전에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하지만 소협과 이 선배님께서는 곧바로 마교의 일에 개입할 확실한 명분이 있지 않습니까? 용적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유진 샤르마와 직접 호위계약을 맺은 세령 일행은 샤르마 가문에 대한 맹약과는 관계없이 그녀를 구출한다는 명목으로 32교구에 쳐들어가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짚은 것이다.
세령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니, 그럼 우리보고 마교랑 대립각을 세우라는 거에요?”
계약을 이행하는 것에 불과하니 명목상으로는 괜찮다지만, 지금 상황이 어디 보통 상황이던가.
용적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단히 부담스러운 부탁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샤르마의 대도서관을 마교가 손에 넣으려 한다는 것은 강호의 평화에 있어 중차대한 위협. 강호의 정의를 논하기 이전에, 자칫 또 다른 무림대전이 일어나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림대전(武林大戰). 고작해야 오대세가 놈들 엿먹일 생각만 하던 세령에게는 지나치게 큰 스케일의 이야기였다.
“만약 여협이 용기를 내 주신다면 나 용적산은 물론 구파일방, 그리고 강호무림 전체가 여협의 의기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용기를 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세령 여협.”
“부탁드리오. 시주.”
용적산과 아수라 붓다가 세령을 향해 포권하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까마득한 웃어른이자 강호의 선배인 절대고수들이 자신 같은 일개 낭인에게 고개를 숙일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세령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단지 유진을 호위해 주는 대가로 당가의 고대무공 몇 개를 받으려 했을 뿐인데, 어쩌다가 이런 일에 말려들게 된 걸까.
갑자기 어깨에 엄청나게 무거운 짐이 얹어진 기분이다. 어쩔 줄을 몰라 하던 세령의 시선이 잠자코 팔짱을 낀 채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목진에게로 향했다.
“아, 아저씨······.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목진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직접 결정하거라.”
목진은 이미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의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그의 속내를 내비치지 않았다. 이런 중대한 일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천당문을 재건해야 할 세령이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그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결정을 미루어야 할 만큼 작은 그릇이라면 애초에 머리가 될 자격이 없다. 목진은 그녀에게 선택권을 위임한 채 알아서 하라는 듯 눈을 감았다.
“으······.”
그런 목진의 행동의 의미를 그녀라고 모를 리가 없다. 세령은 한참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잠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제 머리를 부여잡은 채 끙끙거리던 세령이 고개를 들어 용적산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까 말씀하셨죠. 구파일방이 나한테 빚을 지는 거라고.”
“그렇습니다. 구파일방은 반드시 정파의 이름을 걸고 여협의 의기에 보답할 겁니다.”
“그 말, 절대로 잊지 마요.”
독기마저 느껴지는 목소리로. 세령이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했다.
“나중에 이 빚을 꼭 받아낼 테니까.”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한 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는 오로지 목진 혼자뿐이었다.
그녀의 말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용적산과 아수라 붓다가 다시 한 번 세령을 향해 포권지례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물론입니다. 여협의 결정에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리오, 시주.”
하지만 그들은 세령의 허락을 얻었다고 마음을 놓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아직, 한 사람 더 설득해야 할 사람이 있었으니까.
두 사람의 시선이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목진에게 향했다.
“나는 강호의 평화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목진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무감정한 눈빛이 용적산과 아수라 붓다를 향했다. 두 사람이 마른침을 삼겼다.
“천마신교가 마도대전을 일으키건 말건 내 알 바는 아니지. 미리 분명히 해두건대, 내게 너희 정파의 의기를 기대하지 말아라.”
“으음.”
목진의 말에 용적산이 신음을 삼켰다. 무공을 떠나서 목진의 성격 자체가 정파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저희 정파’라며 딱 잘라 선을 긋는 모습을 보니 복잡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목진이 말했다.
“그와는 별개로, 이번 일에 있어서는 나는 이 아이의 결정을 따를 것이다. 마침 그들에게 받아낼 것도 남았으니.”
이어진 목진의 말에 용적산과 아수라 붓다의 얼굴이 밝아졌다. 두 사람은 이내 목진에게 포권하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드립니다. 선배님.”
“감사드리오.”
쯧. 목진이 진심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다.
새 시대를 접하고 천마신교에 다시 몸을 담지 않으리라 생각했건만, 설마 반대로 정파의 입장에서 천마신교와 싸우게 될 줄이야. 참으로 사람의 미래라는 것은 알 수가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러나 그런 복잡한 감정과는 별개로, 그를 움직인 동기는 단순한 것이었다.
‘감히 살수를 보내다니.’
그들에게 살의가 없다는 것은 중요치 않았다. 목진의 분노는 살수라는 존재 자체가 주는 불쾌감으로 인해 기인한 것이었으니까.
차라리 그 자리에서 일을 주도한 우두머리를 벌했다면 분노가 가라앉았을 것을, 하필이면 중간에 난입한 행성경비군 때문에 그는 한껏 짜증이 나 있는 상태였다.
천마신교고 나발이고 일단 그 놈들은 잡아다 족쳐야겠다. 목진이 조용히 이를 갈았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꽤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 강호의 정의를 좋아하는 이를 하나 알고 있군.”
목진은 의아한 듯 그를 돌아보는 용적산과 아수라 붓다를 보며, 사나운 미소를 머금었다.
“어떤가. 검후를 부르면 일이 참 재미있게 돌아가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