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55)
우주천마 3077-154화(155/349)
24. 마교습격 Diabolist‘s Castle Invasion (6)
24. 마교습격 Diabolist‘s Castle Invasion (6) – 인질과의 협상은 없다.
도대체 어디부터 일이 꼬인 걸까. 삼호는 욱신거리는 오른어깨를 부여잡으며 이를 갈았다.
존의 명령에 따라 작전의 진행을 총괄하러 32교구에 오게 되었을 때만 해도 그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이미 아랫것들 선에서 잘 처리되어 거의 마지막 단계까지 온 일이다. 얼굴만 슬쩍 비춰주고,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간단한 일.
가만히만 있어도 알아서 부교주님 마음속의 인사평점이 올라갈 흔치 않은 행운에, 삼호는 평소의 노력이 이렇게 보답 받는구나 하고 미리 값비싼 샴페인을 사 두었더랬다.
그랬어야 했는데.
분명 그랬어야 했는데.
하필 32교구의 전진기지에 도착하자마자 참룡검제의 난입이라는 대형사고가 터져버릴 게 뭐란 말인가.
사태파악을 하기도 전에 지휘권을 틀어쥐고 없는 정보를 어떻게든 긁어모아서 살막을 끌어와 작전을 수립했더니, 이번에는 만화검존과 흑화괴불이란다. 사문에서도 나간 노친네들이면 그냥 강호유람이나 한 바퀴 돌 것이지 하필이면 또 참룡검제와 친분이 있는지 남의 일에 훼방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그 와중에 언젠가 제껴야 할, 꼴도 보기 싫은 일호 놈이 남의 밥그릇을 탐내고 끼어들지를 않나.
뮤즈 행정부는 천마신교와 살막에 돔 파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막대한 돈을 청구하지 않나.
무림교류부에서는 뜬금없이 튀어나와서 법정 싸움 가지 말고 얌전히 합의나 보라고 은근히 압박하질 않나.
도무지 뭐 하나 계획대로 돌아가는 일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온갖 악재들이 겹친 와중에도 어떻게든 천령상단의 소단주를 확보한 점이랄까. 그마저도 일호가 제일 중요한 과실에 침을 바른 게 속이 쓰렸지만, 어쨌든 직속수하들이 주도했던 일이니만큼 완전히 공을 뺏긴 건 아니었다.
‘그래도 뭔가 찝찝하군.’
삼호는 걸음을 옮기며 생각에 빠졌다.
지난날 처음 보고가 올라왔을 때 천령상단이 가지고 있는 보물고를 확보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존은 그에게 왜 그 보물고를 확보하라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었다.
당시의 삼호는 굳이 거기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는 그저 부교주의 충실한 수족이니 시키는 대로 임무를 완수하면 그만이니까. 그게 중요한 일이라면 어련히 그에게도 언질을 주었을 것이다.
아마도 천마 위소하에 충성하는 충성파들에게 대항할 이쪽의 전력을 증강시키기 위해서가 아닐까. 삼호는 막연히 그리 생각했더랬다.
만화검존과 흑화괴불, 그리고 일호의 대화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번 일에 대해서 유독 신경을 쓰는 부교주님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일개 상인 나부랭이의 보물고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단순한 전력강화가 아니라, 뭐낙 다른 뒷사정이 있다는 얘긴데······.’
문제는 그걸 알고 있는 듯 보이는 게 하필이면 그가 제껴야 할 가장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인 철혈일호라는 것이었다.
내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르는데 그놈은 알고 있는 일. 존의 총애가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황에 자존심이 깊게 상처 입은 삼호의 이가 뿌드득 갈렸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 이성을 잃어버릴 만큼 그릇이 작았다면 애초에 이 위치까지 오지도 못했다.
쓸개를 삼키듯 폐부를 후비는 굴욕감을 억누르고, 언젠가는 그조차 넘어서리라는 독심(毒心)으로 승화시킨다.
끝내 승리할 수만 있다면야 그깟 굴욕이야 얼마든지 참아주마. 다시금 날카로운 눈매를 되찾은 삼호는 눈앞에 나타난 일호의 집무실 문을 열었다.
유독 심각한 얼굴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일호를 보며 삼호가 입을 열었다.
“일호.”
“삼호인가.”
동료이자 라이벌인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친다.
평소라면 인사치례 대신 독설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신경전이 일어났어야 할 상황. 하지만 그들은 이내 불대를 감고 있는 서로의 오른쪽 어깨로 향한 뒤, 씁쓸한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나를 찾아오다니, 별일이군. 무슨 용건이지?”
“돌려 말하는 건 피차 좋아하지 않으니 바로 말하지. 천령상단의 소단주, 부교주님께서 그 애새끼에게 무엇을 원하고 계시는 거지? 샤르마 가문이라는 곳과 관계된 건가?”
“······.”
일호의 미간에 깊게 주름이 패였다. 눈치 빠른 삼호라면 감을 잡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다짜고짜 물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쓸데없는 고집을 부려 숨기기만 해 봐야 분열만 일으킬 뿐.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어느 정도의 정보는 풀어주는 게 좋겠지. 잠시 말을 고르던 일호가 입을 열어 삼호의 물음에 대답했다.
“샤르마 가문은 원시무림부터 이어져 온 고대 가문이다. 세간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들의 보물고에는 여러 고대 무공이나 비술들이 잠들어 있지.”
“그건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주군이 신교의 전력 강화를 염두에 두고 계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목적도 있지만 그건 부수적인 목적이다. 진정한 목적은 그들의 보물고 안에 있는 특정한 비술이지. 주군께선 그것을 원하고 계신다.”
주군께서 고작 비술 따위를? 삼호의 한쪽 눈썹이 약간 치켜 올라갔다.
부교주 존 로갈이 익힌 무공은 천마신공을 제외한 신교의 무공들 중 최강의 무공을 꼽을 때 무조건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절세신공인 극마강포형(極魔罡砲形)이다.
천마신공을 제외하면 천하에 비교할 무공이 없을 정도의 신공을 익힌 그가 뭐가 아쉬워서 고대의 비술 따위를 탐한다는 말인가.
그의 의문을 읽었음일까. 일호가 삼호를 향해 조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의문이 생길 수는 있다만, 비술의 쓰임은 주군의 허락이 없으면 말해줄 수 없으니 양해해주길 바란다.”
다시 한 번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는 이야기였지만, 삼호는 애써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하, 그런 걸로 징징댈 생각은 없다. 중요한 건 주군께서 원하시는 거니까. 그러면 결국 그 애송이를 구워삶는 게 관건이겠군.”
지금 천령상단 소단주, 유진 샤르마를 회유하는 일은 32교구장인 종리택이 맡고 있다. 종리택이 그 스스로 그녀를 회유하겠다며 협상을 자처했기 때문이었다.
– 회유?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부녀 양쪽을 다 확보하고 있으니 적당히 단주 쪽을 인질로 잡으면 그만일 텐데. 어차피 보물고에 대한 접속권한은 딸 쪽에 이전된 상태고.
– 정확히는 소단주 쪽이 아직 권한 이전을 수락하지 않아 붕 떠있는 상태입니다. 부친 쪽을 인질로 삼아 협박하면 오히려 부친의 목숨을 보장받기 위해 권한을 이전받지 않고 버틸 겁니다. 그러면 결국 단주를 죽여야 하는데, 온건한 방법으로 소단주의 협력을 얻을 가능성이 사라지는 거지요.
– 흐음······.
– 현재 천령상단이 규합한 연합을 습격한 일로 본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뮤즈 행성에서의 사태가 새어나가 수군거리는 이들이 나오는 상황인데, 여기에 여론전까지 당하면 본교의 얼굴에 흠집이 나겠지요. 이왕이면 좋게좋게 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 ······얼마의 시간을 원하나.
– 일주일. 이 종리택에게 일주일만 주십시오. 반드시 그 애송이를 회유해 보이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성과를 더 올려보겠다는 생각이 훤히 보이기에 마음에 들지 않지만, 종리택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무공은 보잘것없지만 심계가 깊고 사람 다루는 데 능수능란한 자인만큼 그녀를 회유하는 데에는 가장 적격인 인사. 삼호 자신은 온건한 회유보다는 강경한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기에 그의 건의를 수락하여 기회를 준 상태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귀살대 앞에서 보인 추태에 대한 입단속을 하라는 사소한 거래가 이루어진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삼호의 생각과는 달리, 일호의 입에서는 조금 의외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래. 하지만 온건한 방식으로 그녀를 회유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딱딱하게 굳은 일호의 표정. 그것을 본 삼호는 무언가 급박한 일이 터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무슨 일이지?”
“네가 들어오기 조금 전에 들어온 소식이다. 아마 네게도 보고가 올라갔겠지. 한번 확인해 봐라.”
삼호는 재빨리 휴대용 단말을 켰다. 일호의 말처럼 보고 알림이 반짝이고 있었다. 보고를 읽는 삼호의 얼굴이 점점 심각하게 변해갔다.
샤르마의 맹약을 언급하며 화산파와 소림사가 주도하는 반 천마신교 연합. 참룡검제와 만화검존, 흑화괴불의 32교구 습격 가능성. 그리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부교주와 십삼마존 중 4인의 준동.
하나같이 골이 아파오는 일들이다. 그는 그제야 일호의 표정이 왜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참룡검제가 온다. 라고.”
“그래. 아마도 주군께서 직접 그를 상대하시려는 것 같다.”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삼호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감히 그들의 주군이 패배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세간에 알려진 참룡검제의 무위는 절대로 과장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와 잠시나마 직접 마주해 본 그들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만일 존이 참룡검제를 쓰러트린다 하여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을 터. 그렇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폐관수련을 깨고 나올 천마 위소하와의 일전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존에게 참룡검제와 싸우지 말라 간언할 수도 없는 상황. 주군에 대한 무례는 둘째 치고, 당장 십삼마존들 중에서도 참룡검제를 감당할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복잡한 표정을 짓는 삼호를 향해 일호가 입을 열었다.
“주군의 일은 주군께서 알아서 하실 거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확실히 하면 돼.”
“······그래. 그분의 일에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
삼호가 힘없이 고개를 숙이며 수긍했다. 역사에도 그리 많지 않을, 까마득한 절대고수들의 격돌이 예정된 가운데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단 우리는 이곳의 방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만약 전투가 벌어질 경우 혼란한 틈을 타 소단주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침입해올 수도 있으니.”
“······.”
삼호는 자신의 얼굴에 세로로 긴 흉터를 낸 여자, 염화나찰 세령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어쩐지 모르게, 그는 그녀가 이번에 32교구를 습격해올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보안 강화는 내가 담당하지. 수성에는 자신이 있으니.”
“그럼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군.”
사태가 급변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천령상단의 소단주로부터 주군이 원하는 보물고의 비술을 얻어내야 한다.
다소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삼호의 입 꼬리에 오싹한 미소가 걸렸다.
일호의 집무실에서 나온 삼호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가 향하는 곳은 자신의 집무실과 반대 방향.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라지 샤르마와 유진 샤르마가 억류되어 있는 곳이었다.
아침에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지금쯤이면 32교구장이 두 사람을 데리고 설득을 시도하고 있을 터.
마침 잘 되었군. 삼호는 한창 종리택이 설득을 이어가고 있을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니까······응? 삼호 님?”
반항적인 표정의 유진 샤르마와 라지 샤르마를 앞에 앉혀두고 무언가를 말하던 종리택의 고개가 삼호를 보고 의아한 듯 기울어졌다.
분명 자신에게 이들의 회유를 맡긴 것으로 아는데. 굳이 그가 여기에 올 이유가 있던가?
하지만 그의 의문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삼호의 행동이 먼저였다.
성큼성큼 다가가 라지 샤르마의 이마를 덥썩 덮은 삼호의 손.
너무나 급작스러운 난입에 유진도, 종리택도 삼호의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표정으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삼호의 손바닥에서 길쭉한 강기가 솟아나왔다.
그의 손바닥이 감싸고 있는, 라지 샤르마의 미간을 정확히 꿰뚫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