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59)
우주천마 3077-158화(159/349)
25. 지존독로 Lonely Road To Supreme (2)
25. 지존독로 Lonely Road To Supreme (2) – 짚신도 짝이 있다더라
무릇, 무공에 있어서 초식(招式)이라 함은 각기 다른 동작들을 엮어 각 상황에 따라 최적의 동작들을 연계할 수 있는 일종의 패턴을 말한다.
먼 과거에는 그러한 패턴들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숙달하여 몸에 익히는 과정을 무공에 대한 입문이라 하여, 적게는 수 년에서 수십 년의 지루한 수련과정을 거쳐가야 했던 적도 있었다. 물론 현대 무림에서는 초식 다운로드 인터페이스(ADI)와 내공통합운용시스템(QIOS)의 발명으로 그런 과정이 사라졌지만.
그렇게 익힌 초식으로 무수한 실전을 치르다 보면, 그러한 패턴과 그 안의 동작 하나하나를 완전히 이해하여 언제 어느 순간에라도 능수능란하게 초식을 전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성취가 극한에 이르면 전투 중에도 상황에 알맞게 초식을 뜯어고치는 것이 가능한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러한 경지를 가리켜 말하길 화경(化境)의 경지라고 한다.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마침내 짧은 몸짓 하나하나에 무(武)의 이치가 담기는 경지에 이르러 동작과 초식의 구분이 사라지고 그것들이 무의미하게 변하니, 그것이 바로 현경(玄境)의 경지.
때문에 현경의 경지에 이른 고수들의 싸움이란, 자연히 초식이 존재할 수 없는 싸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목진과 존의 전투는 바로 그러한 싸움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었다.
폭음과 함께 목진의 신형이 움푹 바닥으로 꺼진다.
하지만 존은 자신의 검은 흑단곤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목진의 빈 왼손이 빠르게 그의 얼굴 옆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걸 막아냈다고.’
마천쌍포곤의 포신에 강환을 응축시켰다 일격에 터트리는 작강진포(炸罡震砲)는 영거리에서 작렬하는 특성 상 알고 있어도 막을 수 없는 공격이다.
그런데 그의 무공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는 목진은 오로지 순간적으로 끌어올린 권강(拳罡)만으로 작강진포의 충격을 상쇄해버린 것.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반응속도와 위력이었다.
존의 백색 상아곤이 회색으로 일렁이는 강환을 품은 채 아래로 내려앉은 목진을 향해 찔러 들어간다.
다시 한 번 굉음과 함께 터지는 작강진포.
그러나 기이한 궤적으로 움직인 검 끝이 그의 상아곤을 밀어내 폭발을 빗겨낸다.
동시에 목진의 소매 속에서 솟구치는 묵빛 우레가 존의 목과 심장을 노리고 쏘아졌다.
존은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검은 번개를 피하지 않았다. 그것을 막는 것은 그가 할 일이 아니었으니까.
“어딜!”
가느다란 목소리와 함께 꽈르릉 하고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빛줄기가 검은 번개를 집어삼켰다.
곧바로 존의 뒤를 쫓아온 뇌신유녀(雷神幼女) 라이디 직스의 성명절기라 할 수 있는 소뢰각인(素雷刻印). 빛나는 금발을 양갈래로 묶은 라이디의 전신에 기괴한 문신이 떠오으며 번개의 기운을 품은 강기들이 줄기줄기 뽑혀나왔다.
“흡!”
라이디가 벌어준 찰나의 시간에 존의 마천쌍포곤이 다시금 목진을 압박하며 연계공격을 쏟아낸다. 연달아 터지는 폭음과 번개소리 속에서 존의 마천쌍포곤과 라이디의 소뢰각인이 팔방을 점하며 폭우처럼 쏟아졌다.
얼핏 보면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듯한 모습. 하지만 정작 공격을 쏟아붓는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초조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었다.
‘아 진짜, 어디서 괴수 같은 게 굴러들어와서!’
숨 쉴 틈도 없이 존이 펼치는 극마강포형의 딜레이 사이로 소뢰각인의 번개를 쏟아붓는 라이디는 죽을 맛이었다.
본래라면 목진을 제외한 최고수인 용적산을 맡는 것이 그녀가 맡을 역할이었다. 키네시스 어검술과 이기어검술을 조합해 수십 자루의 연검들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용적산은 광범위하게 전황에 개입할 수 있는 최우선 타겟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참룡검제 이목진을 마주한 순간, 라이디는 자신이 존과 함께 공투해야만 그를 붙잡아둘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주제일이라 불리는 그 무신 공손혁흔과 쌍벽을 이룰,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더 강한 고수.
여유로울 거라 생각했던 전투는 순식간에 실낱같은 확률에 사활을 걸어야 할 사투로 변했다.
보라.
쏘아내는 쪽도 질릴 정도로 빼곡한 공격들을 오직 검 한 자루만 든 채 모조리 막아내며, 얼어붙을 듯 냉정한 눈으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괴물의 모습을.
단 한 순간의 빈틈이라도 보인다면 이 연계공격도 끝이다. 라이디는 오싹함을 느끼며 전신의 감각을 존과 목진의 싸움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은 그녀뿐만 아니라 용적산도 마찬가지.
그가 끌고 온 전용 컨테이너 속에서 스물네 자루의 손잡이 없는 연검이 화살처럼 솟구쳐 라이디를 향해 쇄도한다.
‘잠깐의 틈만 만들면······!’
단 한 순간 라이디의 주의를 돌릴 수 만 있다면 목진을 압박하는 연계공격을 깨부술 수 있다. 자색의 검사(劍絲)들을 휘감은 연검들이 라이디의 급소들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물론, 십삼마존들도 그러한 광경을 구경만 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그들 중에서도 용적산과 비슷한 무공을 사용하는 어검술의 대가였다.
“그러면 곤란하지, 드래곤 씨!”
사나운 목소리로 일갈하는 만륜자(萬輪者) 카말라 락샤사의 양 팔을 뒤덮고 있는 합금 갑옷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간다.
애초부터 그녀의 합금 갑옷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밖을 지키기 위한 것.
합금 갑옷이 분리된 뒤에 보이느 것은 인간의 뼈와 살이 아니라 무수한 숫자의 차크람이었다. 카말라는 스스로의 팔을 절단하는 대신 그 안을 날카로운 고리형 원반무기인 차크람들로 가득 채워버린 것이다.
카말라의 양 팔에서 수백이 넘는 차크람들이 용적산의 연검들을 향해 쏟아진다.
각각의 힘은 연검에 비해 모자람이 있지만, 모자라는 힘은 압도적인 물량으로 커버하면 된다.
고리던지기 노리처럼 연검에 걸려 방향을 비틀어버리는 카말라의 차크람들 덕에 라이디를 노리는 용적산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쯧. 쉽게 가게 해주질 않는군.”
용적산이 날카로운 눈으로 카말라를 노려봤다. 무공의 경지는 그가 몇 수 위에 있지만, 상성이 그리 좋지 않았다.
“앗하하하! 만화검존의 이름은 많이 들었다구. 한판 붙어보자!”
분명 극마지경을 넘어서 마를 벗어던지는 탈마지경의 경지에 이르렀을 터인데, 투쟁심과 광기로 번들거리는 카말라의 눈을 보니 제 스스로의 마를 제어할 생각조차 없는 모양이다. 용적산이 가볍게 혀를 찼다.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은 상대지만 어쩔 수 없나.”
무공의 상성도 좋지 않은데 성격의 상성도 별로다. 현대 무림에 와서는 거의 컨셉에 가깝게 변하긴 했지만, 화산파는 기본적으로 도가의 문파였으니 말이다.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연검들을 능숙하게 회수한 용적산과 주변에 날카롭게 회전하는 차크람들을 떠올린 카말라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물넷의 연검과 수백의 차크람들이 서로를 향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두 명의 최상위 고수가 펼치는 연격에 잠시 목진의 발이 묶이고, 만륜자가 용적산의 연검을 봉쇄한 상황. 김연화와 아수라 붓다의 상황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서천검후의 위명은 많이 들었습니다. 부디 이 늙은이와 한 수 어울려주시겠습니까?”
“흑의신사(黑衣紳士) 윌리엄 보리스.”
서천검후는 중절모를 벗어 고풍스러운 인사를 건네며 자신의 눈앞을 막아선 노신사를 바라보며 작게 읊조렸다.
검은 정장을 입은 채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노인은 천마신교 십삼마존들 중에서도 가장 마도인답지 않다는 평에 걸맞게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오른손으로 품 속에서 작은 단검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가 꺼낸 단검은 평범한 단검이 아니다. 톱날처럼 뾰족하게 이가 난 단검의 한쪽 면을 본 연화가 미간을 좁혔다.
“백파거인검(百破鋸刃劍)······. 백 자루의 검을 부쉈다는 소드 브레이커로군요.”
“후후. 정확히 말하자면 아흔아홉자루이지요. 마지막 백 번째의 검이 검후의 검이 된다면 이 늙은이에게도 큰 영광이 될 것 같습니다만.”
날카로운 눈을 치뜬 윌리엄이 오른손으로 들고 있던 지팡이를 검처럼 쥐며 말했다. 지팡이를 감싸고 있던 겉껍데기를 벗겨내자, 사각의 송곳과도 같은 장간(杖鐗)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검이 어떤 검인데. 연화는 양 손의 검을 들어올리며 윌리엄을 향해 말했다.
“마음대로 하시지요.”
할 수만 있다면. 쌍검을 든 검의 여왕이 정중함을 뒤집어쓴 찬탈자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리고 그들의 반대편에선, 진지한 대화인지 꽁트인지 모를 논쟁을 이어가는 두 소림의 이단아들이 있었다.
“선배님. 위명은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까 또 감회가 새롭네.”
“어허. 천주소림에서도 도망나온 이단아 주제에 어찌 소승에게 선배라고 하시오? 부정 타니 저리 꺼지시오. 아미타불.”
“에이, 그렇게 나오시기야? 어차피 같은 뿌리에서 나온 신앙의 형제끼리.”
“갈! 사문을 저버리고 마교의 소굴로 걸어들어간 배교자가 신앙을 입에 담다니! 신성 모독이다!”
아수라 붓다의 일갈에 이단적불(異端敵佛) 유다가 능청맞게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사문은 저버렸지만 믿음은 저버리지 않았거든? 천주소림은 너무 몸을 사린단 말이야. 조금 더 과감해지면 좋을 텐데.”
“과감하다는 것이 몽둥이로 사람들 머리통을 깨고 다니는 것이오? 아미타불! 부처님이시여 이 새끼를 구원해 주소서!”
이게 과연 토투가 랠리에서 사람들을 용암 속에 집어 던지던 놈이 할 말인가? 아수라 붓다의 아시타비(我是他非:내로남불) 감성 넘치는 발언에 유다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하. 사람의 죄는 하느님께서 심판해 주시는 거고, 나는 그분의 신실한 종으로서 이 크고 아름다운 철퇴로 사람들을 그분 곁으로 보내드리는 거거든? 이 고통스러운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해방시켜주는 일종의 구원랄까.”
그러니까 이교도인 댁도 구원해줄게. 유다가 아수라 붓다를 향해 철퇴를 겨누며 말했다.
참으로 신성모독적인 광경. 존재 자체가 모독적인 적(敵)붓다와 마주하여 분개하는 아수라 붓다의 머리가 붉게 물들었다.
“갈! 철퇴는 대대로 불가의 무기였다고 대장경에도 나와있거늘, 어찌 천주를 믿는다는 자가 삿되게 미륵의 무기를 드는가! 불가의 전통무기조차 제 것이라 우기다니, 천주의 동방공정이 이리도 무도할 줄은 몰랐구나!”
오호통재라! 소림과 불가의 전통을 수호해야 한다는 사명을 느낀 아수라 붓다의 바이저 위로 뜨거운 눈물 모양의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부처님 오늘도 정의로운 파계승이 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내 오늘 네놈의 골통을 열-반시켜 불가의 정의를 바로 세우리라! 아수라 붓다는 주포신권의 기수식을 취하며 유다를 향해 주먹을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