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6)
우주천마 3077-15화(16/349)
3. 녹림추격전 Wormhole Chase (4)
3. 녹림추격전 Wormhole Chase (4) – 웜홀 개미굴은 처음이지?
쯧. 귀찮게. 순간 가속으로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세령의 우주선을 본 김성범이 가볍게 혀를 찼다.
“이럴 줄 알았지.”
염화나찰 세령의 반골 기질이야 유명하니 일이 이렇게 될 거란 것은 이미 예상 한 상태였다. 오히려 순순히 그녀가 협조했다면 그것대로 의심스러웠으리라.
김성범은 침착함을 잃지 않은 채 흑표채 내 통신을 켰다.
“나다. 이번 영업에 참가한 전 흑표채 녹림도는 들어라. 몰이사냥 시간이다. 가서 잡아오도록.”
– 라져.
– 알겠습니다 두목~.
– 사냥이다! 가자 자식들아!
“안에 물건 망가지지 않게 조심해라. 육탄전은 하지 말고 포획탄만 써.”
마지막에 덧붙인 그의 말을 듣긴 했는지, 통신 채널을 가득 매우는 환호와 함께 도주하는 우주선 하나에 수십의 녹림도 우주선이 붙는다. 그 모든 추격을 뿌리치고 먹잇감이 도주할 확률은 일 할 미만. 녹림도, 특히 흑표채에게 있어 가끔씩 있는 이런 대규모 몰이사냥은 일종의 축제나 놀이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채주님, 여긴 의혈곡입니다. 주변에 불안정 웜홀이 너무 많아요.”
“알아. 그래도 간만에 애들 풀어주는 건데 초 칠 수는 없잖아.”
부채주가 옆에서 우려의 말을 건넸지만 김성범은 어깨를 으쓱였다. 운 나쁘게 웜홀에 빨려들어서 인생 종 치는 놈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뭐 어쩌겠는가.
여긴 녹림이다.
“목숨 아까운 놈들은 지들이 알아서 잘 사리겠지. 근데 그런 놈이 녹림에 있긴 한가?”
그럴 리가 없지. 부채주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변한 녹림이지만, 저돌성 만큼은 그대로였다.
“웜홀로 들어가는 경우에도 추격합니까?”
“의혈곡 내의 다른 웜홀이랑 연결되는 내부 웜홀이면 추격하도록 지시해. 아, 그리고 의혈곡 웜홀 데이터 맵 좀 가져오고.”
단순하게 애들 풀어서 잡는 게 작전의 전부라면 이 자리에 앉아있을 이유가 없다. 김성범은 다음 작전을 생각하며 느긋하게 먹잇감과 녹림의 추격전을 감상했다.
한때 곤륜의 태운(太雲) 늙은이가 운룡대팔식을 펼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공중에서 몇 번이고 몸을 뒤집으며 허공을 노니는 모습은 과연 구름 위의 용처럼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더랬다.
훗날 술잔을 마주하고 앉아 그 때의 이야기를 나누는데, 태운 늙은이는 운룡대팔식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 보기엔 아름다우나 쓰기엔 어지러운 무공.
그리고 목진은, 어째서 태운 늙은이가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허어어억!”
급격히 아래로 꺾는 회피기동과 함께 강한 중력이 목진을 짓누른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괴이쩍은 감각에 목진은 체통도 잊은 채 비명을 질렀다. 흡성대법에 당하면 이러할까. 마치 온 몸의 피를 다 쥐어짜내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아크로바틱하게 움직이는 우주선의 기동 때문에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중력. 내공을 끌어올려 몸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진즉 올라오는 토기를 참지 못하고 속을 게워냈으리라. 목진은 안전벨트의 중요성과 함께 허공에서 움직이는 행위가 얼마나 어지러운 일인지를 실감했다.
콕핏 밖 풍경은 눈 돌릴 틈도 없이 휙휙 움직이고, 사방에서 EMP 포획탄이 터지는 폭음과 함께 삑삑거리는 경고음이 울려댄다. 추격전이라곤 말을 타는 추격전이나 경공으로 하는 추격전밖에 모르던 목진에게는 별세계나 다름없는 광경이었다.
“갸악! 누니이이임!”
“썅! 상대가 너무 많아!”
우주선 안을 날아다니는 물건에 머리를 맞은 로버트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세령에게 목진이나 로버트의 사정을 봐줄 여유는 없었다. 당장 등 뒤에서 녹림도 수십이 쫓아오며 포획탄을 날려대고, 눈앞에선 지뢰와 같은 불안정 웜홀과 과거 의혈곡에서 파괴된 수많은 우주선의 잔해들이 앞을 막아선다. 세령이 아무리 우주선 조종의 베테랑이라지만, 이런 극한상황에서 아무런 피해 없이 우주선을 몰고 있는 건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콰직. 스페이스 데브리 하나가 우주선의 표면을 긁고 지나가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울렸다. 세령은 그 소리에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대로는 못 버틴다.’
세령은 기회를 봐서 조종간을 확 돌렸다. 미처 앞을 보지 않고 그녀의 뒤를 쫓던 녹림도 우주선 하나가 작은 운석에 맞아 폭발했다. 그 모습을 본 녹림도들의 기세가 잠시 주춤했다. 그리고 세령이 원하던 것은 바로 그 잠시동안의 여유였다.
“로버트! 호흡기랑 매스 건 들고 뒷칸으로 가! 화물칸 열 테니까 가서 날아오는 포획탄을 요격해!”
“예, 뭐라구요?!”
“두 번 안 말한다! 한 번만 더 얼 타면 내가 널 직접 우주선 밖으로 던져 버릴 거야!”
“네, 네!”
세령의 서슬퍼런 협박에 기겁한 로버트가 요동치는 우주선 안에서 비틀거리며 뒷칸으로 갔다.
“내가 같이 가 보마.”
그동안 쌓은 공부가 헛 것은 아닌지, 어느새인가 난폭한 우주선 기동에 적응한 목진이 로버트의 뒤를 쫓았다. 세령의 옆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뿐더러, 아무리 봐도 로버트라는 놈이 영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흐으, 이게 대체 무슨 고생이야. 대협, 이거 받아요. 호흡기는 아까 쓰는 방법 알려드렸었죠?”
하지만 의외로 로버트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제 할 일은 다 하고 있었다. 비틀거리면서도 매스 건을 꺼내든 로버트가 목진을 향해 호흡기를 건넸다.
과연 징징거려도 한 사람 몫은 할 줄 안다는 건가. 목진은 새삼스런 눈으로 로버트를 바라봤다. 적잖은 세월을 산 그가 보기에도 참 독특한 인간군상이었다.
두 사람이 화물칸에 몸을 고정하자 눈앞의 해치가 열렸다. 거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저 멀리서 개미떼처럼 몰려오는 녹림도 우주선들과 그들이 쏘아대는 포획탄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대협은 이 탄창들을 하나씩 주시면 됩니다.”
로버트는 능숙한 자세로 매스 건을 어깨에 견착한 뒤, 날아오는 포획탄들을 요격했다. 퉁퉁거리며 총알이 날아가고, 서너 발 중 하나는 포획탄에 명중한다. 포획탄이 날아오는 속도를 감안하면 꽤나 적중율이 높은 편이었다.
신기한 표정으로 로버트가 쏘는 매스 건을 유심히 바라보던 목진이 로버트를 향해 물었다.
“로밧아. 보아하니 그건 이 작은 쇳덩이를 빠르게 쏘아내는 기관 같구나. 그리고 그 쇳덩이로 저기 꽁무니에 불을 뿜으며 날아오는 막대기들을 맞추는 것이고. 내 말이 맞느냐?”
“네? 네. 그런 셈이죠. 그보다 탄창 하나 주실래요?”
흐음. 목진은 로버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유심히 탄창을 쳐다봤다. 포획탄이 날아오는 마당에 태평하기 그지없는 그 모습을 본 로버트가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별안간 우지끈 하는 소리가 나며 목진이 탄창을 부러뜨렸다.
“대협?!”
갑작스런 목진의 돌발행동에 로버트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목진은 그런 로버트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탄창 속에서 매스건의 총알로 사용되는 손가락 마디만 한 금빛 쇠막대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펑 하는 소리와 함게 우주선으로 날아오던 포획탄이 터져나갔다.
“어?”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로버트가 당황한 목소리를 냄과 동시에, 수많은 포획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로버트는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목진과 목진의 손을 돌아봤다. 소리도 기척도 없이 손에서 사라지는 매스 건의 총알들.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 것인지는 생각할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협, 암기술을 익히고 있으셨었어요?”
“그냥 빠르게 던질 뿐인, 암기술이라 할 것도 없는 잡기술이니라.”
그게 어딜 봐서 잡기술입니까. 태연한 기색으로 말하며 총알을 암기로 삼아 던져대는 목진을 보며 로버트는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꿀꺽 삼켰다. 매스 건보다 빠르게 총알을 날려대는 암기술이란 건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였다.
날아오는 포획탄들을 모두 요격한 목진의 시선이 이번에는 자신들을 따라오는 녹림도 우주선들을 향했다. 다시 한 번 목진의 손에서 총알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경우가 달랐다. 이상한 너울거림과 함게 총알 쪽이 바스라진 것이다. 목진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상하구나. 저 우주선이라는 것도 호신강기를 쓸 줄 안다더냐?”
“그건 호신강기가 아니라 배리어라는 기술인데, 음······네, 뭐 호신강기 같은 거죠.”
애초에 우주선 요격까지 가능할 거라곤 기대하지도 않았다. 매스 건 총알의 작은 질량으로는 우주선의 배리어를 뚫기 어려웠으니까.
그러나 목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래, 그러면 기를 실어서 날려보면 되겠구나.”
파앙! 이번엔 조금 전과 달리 희미한 파공성이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잠시 후.
“어, 어라?”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추격에서 떨어져나가는 우주선이 하나. 로버트의 고개가 삐걱이며 옆으로 돌아갔다.
“설마, 방금 그건 대협이······?”
“미간을 맞췄으니 살기는 글렀겠지.”
로버트를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군용 사양이 아니라 한들, 수 킬로미터 밖의 우주선을 고작 매스 건 총알 하나로 요격하다니, 두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가 힘든 광경이지 않은가.
암기술의 극의에 이르른 절대고수라면 불가능하진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알기론, 목진은 암기술이 아니라 검법이나 권법을 익혔다고 들었다.
대단한 무공의 고수라고는 하지만, 보통 고수라는 이들이 다른 영역에서도 이렇게까지 고강한 무공을 보이던가? 로버트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당장은 닥친 일부터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때다. 막 로버트가 목진에게 다른 우주선들도 요격해 달라고 말하려던 순간.
기이잉-.
“어, 왜 갑자기 해치가······?”
갑작스럽게 닫히는 해치. 곧이어 스피커에서 세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두 사람 다 자리에 몸을 고정해. 이제부턴 웜홀로 들어간다.
“왕언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에요?”
눈을 뜨니 이 위험천만한 의혈곡 안에서 EMP 포획탄과 함께 추격전을 찍고 있는 우주선의 모습이 보인다. 순자는 자신이 데이터 분석작업을 하는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야기하자면 길어. 설명은 나중에 해 줄테니 일단 의혈곡 안쪽을 잇는 내부 웜홀 전부 띄워 줘.”
몇 년간 호흡을 맞춰온 순자는 군말 없이 세령의 말대로 자료를 띄웠다.
의혈곡 내부에 거미줄처럼 얽힌 수많은 공간의 구멍들. 이 지역을 의혈곡이라 부르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이 내부 웜홀들이었다.
“이제 술래잡기를 해 볼까?”
참가비는 니네들 목숨이다. 화면에 빼곡한 웜홀들의 지도를 본 세령이 씨익 웃었다.
세령이 조종간을 꺾자 우주선이 방향을 돌려 무수한 웜홀 중 하나로 향해 들어가고, 당연히 녹림도 우주선들도 줄줄이 그녀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그건 함정이었다. 세령이 웜홀을 타고 나온 곳은 바로 우주선 잔해나 소행성 들이 뭉쳐있는 위험지대였으니까.
“데브리 지역에 온 걸 환영한다. 새끼들아.”
세령의 말과 함께 막 웜홀을 빠져나온 우주선 뒤에 연막탄이 펼쳐진다. 재주껏 잔해와 소행성들을 빠져나온 우주선의 뒤로 번쩍이는 섬광이 몇 번 치솟았다. 소리 없는 우주 속, 녹림도 몇의 영혼이 우주 너머로 사라지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동료들을 잃은 녹림도들이 한층 열을 올리며 우주선의 뒤로 바짝 따라붙자, 이번엔 세령의 우주선이 다른 웜홀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번의 웜홀은 다른 웜홀과 달리 한 눈에 봐도 위험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불안정 웜홀이었다.
– 우주선을 돌려 머저리들아!
감이 좋은 일부 녹림도는 빠르게 방향을 꺾으며 웜홀을 비켜갔지만, 몇몇 반응이 늦은 이들은 그대로 웜홀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통신채널 안에서 더 이상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 디코이야! 속았다고!
누군가의 말처럼 세령의 우주선은 전혀 다른 곳에서 튀어나왔다. 은폐장 기능을 켬과 동시에 미끼를 뿌림으로서 그들을 어디로 연결됐는지 모를 웜홀 속으로 유인한 것이다.
– 저 년은 밥 먹고 우주선만 탔냐!?
그 이후로도 세령의 온갖 기만작전들을 겪은 녹림도들의 수는 어느새 절반 가까이 줄어있었다. 독기가 바싹 올라 쫓아오는 그들을 본 세령이 중지를 치켜올렸다.
“괜히 우리가 나찰즈인 줄 알아? 우릴 잡으려고 했으면 처음부터 이 정도는 감수했어야지.”
“왕언니, 슬슬 시간이에요.”
“좋아. 떨궈낼 애들 대충 다 떨궈냈으니까, 이젠 헤어질 시간이지.”
순자의 말에 세령이 우주선의 방향을 틀었다. 그 목표는 바깥으로 통하는 외부 웜홀. 곧 사라질 것을 암시하는 것인지, 웜홀의 크기는 육안으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 염화나찰이 도망간다!
– 잡아! 저거 못 잡으면 끝이야!
세령이 외부 웜홀을 향한다는 것을 알아챈 녹림도들이 온 힘을 다해 추격하며 남은 포획탄들을 있는 대로 쏟아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거리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세령은 마지막 힘을 모두 쏟아내듯 신들린 듯한 조종으로 포획탄들을 모두 피해냈다.
“웜홀 소멸까지 앞으로 30초.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25, 24, 23······.”
“딱 맞겠네! 가자! 이 지긋지긋한 도적들이랑도 이젠 안녕이야!”
세령은 우주선의 속도를 최대로 올렸다. 막 사라질 것처럼 작아지고 있는 웜홀이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다가왔다. 세령은 기분 좋게 저 너머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김성범을 향해 중지를 치켜올렸다.
“7, 6, 5······진입!”
타이밍이 딱 맞은 덕분일까. 세령의 우주선은 웜홀의 소멸 직전 환상적인 타이밍으로 진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제 뒤를 쫓던 녹림도들은 분명, 사라진 웜홀 앞에서 닭 쫓던 개가 된 시점으로 허탈함에 젖어있으리라.
“휴. 한 시름 놨네요.”
“흑표채 애들 타격도 꽤 크니까 당분간은 잠잠할 거야. 아, 두 사람도 잘 해 줬어, 중간에 포획탄들을 못 막았으면 큰일날 뻔 했거든.”
“에이, 제가 한 게 뭐 있나요. 중간에 대협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그거 다 못 막았을 겁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느니라. 세령아, 고생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추격전도 이제는 끝이다. 겨우 긴장이 풀린 세령 일행은 웜홀을 통과하는 동안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제 저 앞에 보이는 출구를 통해 웜홀을 벗어나기만 하면 아무도 없는 조용한 우주가 그들을 반길 것이다.
분명, 그래야 했을 것이다.
“어······?”
세령은 문득, 기대한 것보다 밖이 더 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빛을 내는 항성이 있던가? 잠깐 그런 생각이 든 세령이었지만, 이내 그 얼굴에 경악의 감정이 덧씌워졌다.
“······말도 안 돼······.”
그것은 별이 아니었다.
마치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세령 일행을 포위하고 있는, 우주를 가득 메운 우주선들의 불빛.
아연한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는 세령 일행의 앞쪽 패널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 대단하네. 그 애의 부탁도 들어줄 겸 나들이나 할까 하고 나온거긴 하지만, 설마 정말로 그 애를 따돌리고 도망쳤을 줄이야.
사자의 갈기같은 금발을 휘날리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웬만한 사내보다 더 큰 체구를 지닌 벽안의 여걸(女傑). 그녀의 얼굴을 본 세령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세령의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팔척투귀(八尺鬪鬼) 엘레나······.”
그와 동시에, 사방을 점하고 무수한 EMP 포획탄들이 우주선을 강타했다.
정보)
녹림도가 몰이사냥 중에 죽어나가는 일은 꽤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흑표채는 전력의 5푼이 날아갔다.
곤륜의 태운진인은 수련 중에 멀미를 너무 많이 햇다고 운룡대팔식이 매우 엿같은 무공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작중 등장하는 G95 호흡기는 간이 우주복에 상당하는 인체 보호 기능을 추가로 제공한다.
매스 건은 작은 쇠막대를 전자기유도를 통해 사출하는 총기로, 맞출 수만 있다면 일류 무인에게도 통하는 무기다. 단 일류는커녕 일부 이류 무인도 대충 총구 방향 정도는 보고 피할 수 있다.
저래뵈도 로버트는 나름 군 특등사수 출신이라 사격 솜씨가 좋다. 고속기동을 하는 우주선에서 미사일을 맞추는 건 무공을 배웠다 해도 보통 솜씨로는 어렵다.
목진은 매스 건을 쓰느니 그냥 던지는 게 더 세다.
불안정 웜홀로 빨려들어간 녹림도들은 외계종 구역으로 날려가 표류하던 중 외계종 정부에 구출된 뒤 우주 난민인도조약에 따라 인류정부에 신병을 양도되었다. 그들이 흑표채에 돌아온 건 1년 4개월만이었다.
세령 일행을 놓친 녹림도들은 채주에게 매우 갈굼을 받았다.
채주 김성범은 처음부터 세령 일행이 곧 소멸하는 외부 웜홀을 통해 도망갈 거라고 예측했다.
팔척투귀 엘레나 김은 김성범의 누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