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60)
우주천마 3077-159화(160/349)
25. 지존독로 Lonely Road To Supreme (3)
25. 지존독로 Lonely Road To Supreme (3) – 속고 속이는게 우리 인생
저건 뭐 별들의 전쟁도 아니고.
우주선으로부터 몸을 빼내던 세령이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직접 맞붙은 것도 아닌데 절로 다리의 힘이 풀릴 정도로 거대한 힘들의 격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림대전이 터졌다고 생각하리라.
아니, 이 정도로 많은 절대고수들이 단체로 맞붙은 사례는 무림대전 속에서도 그리 많지 않았다. 현대의 무림대전은 일반 무림인들이 단체로 싸우는 가운데 일종의 전략폭격과 같은 개념으로 절대고수들이 하나씩 투하되는 느낌이지, 이런 식으로 화끈하게 팀파이트를 걸지는 않았으니까.
하긴, 어찌 보면 소규모의 무림대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게, 애초에 이번 습격작전의 명분부터가 정마대전의 발발을 막기 위한 선제조치였다. 그것을 위해 자신들이 침투조가 된 게 아니던가.
– 6번 게이트로 가세요. 거기가 두 번째로 빠른 루트에요.
세령은 일행들과 함께 위장막을 덮어쓴 채 순자의 안내를 따라 32교구의 침투 루트로 향했다.
본래라면 사방이 탁 트인 항구이기에 고작 위장막 따위를 믿고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겠지만, 절대고수들이 숨 쉬듯 강기를 뿜어내며 천마신교 무인들의 주의를 끌고있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B급 이하의 일반 무인들을 상대로 기척을 숨기고 움직이는 일쯤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 10초 뒤에 6번 게이트의 락이 10초 동안 해제될 거에요. 들어가자마자 보초 두 명이 있으니까 조용히 처리하세요. 바이탈 사인이 전달되니까 죽이지 말고 기절시키시고요.
“확인.”
– 3. 2. 1. 지금.
“응? 뭐야······윽.”
“켁?!”
아무도 없는데 게이트가 열리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던 보초들을 세령과 디마가 재빨리 제압한다.
“점혈 별거 아니네.”
혼혈(昏穴)을 점혈당해 쓰러지는 보초를 적당히 바닥에 눕힌 세령이 어깨를 으쓱였다. ADI로 배울 수 없는 기술이라 뭔가 대단한 줄 알았는데, 정작 목진에게 배운 점혈법은 다른 것들에 비해서 훨씬 간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보초의 턱주가리를 돌려서 기절시킨 디마가 그런 세령을 보며 부러운지 입맛을 다셨다.
– 미리 전송시켜드린 로드맵을 따라 통로를 따라가면 32교구의 8번 구역에 도착할 거에요. 게이트 경계시설은 무력화 시켰지만, 32교구 내부의 경계시설은 외부 접근이 불가능해서 해킹이 안 돼요. 32교구에 도착하는 순간 침입 사실이 알려질 테니까 조심하세요.
“알겠어. 고마워.”
순자에게 감사함을 전한 세령이 통신을 끊었다. 비무림인 안드로이드인 순자의 역할은 여기까지. 병력들이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는 항구를 뚫었으니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준 셈이다.
“귀살대는 항구에서 모습을 확인했지만, 철혈일호와 철혈삼호는 32교구 시설 내부에서 대기하고 있을 거에요. 두 사람은 북검후님께 부탁드릴게요.”
“응.”
세령의 말에 깊은 후드를 뒤집어쓴 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럿이 모이면 절대고수까지도 상대할 수 있다고 알려진 부교주의 직속간부들이라곤 하나 고작 둘이서, 그것도 목진에게 부상까지 당한 상태로 북악검후를 상대할 순 없으리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32교구 내부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계산이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항구에 있었어야 할 귀살대가, 이미 침투조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오랜만에 보네. 거의 팔 년 만인가?”
일호와 삼호를 대동한 채 앞으로 나서며 말을 건네는 한 명의 흑의여인. 그녀의 얼굴을 보녀 세령의 눈이 흔들렸다.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던 여인은, 분명 세령 자신의 기억에 있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세령이 혼란스러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려(黎)?”
“지금은 철혈이호라는 쪽으로 더 많이 불려.”
맙소사. 세령의 입이 벌어졌다. 통신으로 연락하며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에 단순히 천마신교 본단에서 한 가닥 하는 중간관리직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하니 부교주의 직속간부, 그것도 상위까지 올라갔을 줄이야.
“아니 그럼 지금까지······하. 아니다.”
뭐라 말하려던 세령이 고개를 떨궜다. 순간적으로 욱하고 배신감이 올라오긴 했지만, 애초에 딱히 신분을 물어본 적도 없는데 굳이 나 마교 부교주의 직속간부요. 하고 까발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나마 다행힌 건 마교 소속이라고 대놓고 32교구에 대해서 물어본 적은 없으니 이쪽에서 정보가 새나가진 않았다는 것 정도일까.
려, 아니 이호는 복잡한 표정을 짓는 세령을 보며 덧붙였다.
“사족을 잠깐 붙이자면, 너랑 만났을 때는 연수 중이었다?”
“어쩐지 높으신 티가 나더라니. 그런 양반이 나 같은 낭인이랑은 뭐하러 연락하고 다녔는데?”
“너한테 뭐 얻을 게 있어서 연락했겠니. 그냥 재밌는 애구나 하고 연락한 거지.”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지만. 이호의 말에 세령이 여전히 복잡한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시발, 그것도 그렇네. 근데 어떻게 알았어? 쟤들은 또 뭐고.”
“그쪽에도 꽤 솜씨 좋은 해커가 있는 모양이지만, 재래식 감시장치는 해킹이 불가능하거든. 항구의 귀살대는 더미였고.”
“하, 제대로 당했구만.”
이호는 그런 세령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일에는 끼지 않기를 바랬는데. 아무리 내공 드라이브를 갈아끼웠다고 해도, 절대고수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여럿이 싸우는 판에 낄 깡은 도대체 어디서 난 건데?”
“내 인생이 요즘 무지하게 파란만장하거든.”
세령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름의 걱정을 담아 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저런 반응이라니. 다른 건 몰라도 확실히 배짱 하나는 예전에 비해 확 커진 게 분명했다.
어쩔 수 없지. 등 뒤에서 무언으로 재촉하는 일호와 삼호의 시선을 느끼며 이호가 허리에 맨 칼을 빼 들었다. 얇고 긴, 살짝 굽은 모양의 외날도. 카타나라 불리는 형태의 칼이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공사 구분은 확실히 할 거다?”
“이쪽이 할 말이야.”
“······.”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으며 받아치는 세령의 말에 이호의 미간이 좁혀졌다. 듣기론 삼호를 패퇴시켰다던데, 그것 때문에 헛바람이라도 든 걸까. 아니면 그녀의 등 뒤에 있는 일행을 믿고 있는 걸까.
“너랑 선복취걸만으로 이 전력을 상대할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혹시 거기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을 믿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오, 어떻게 알았어? 감 좋은데.”
어쩐지 모르게 놀리는 듯한 세령의 말투. 이호는 불현 듯 불길한 감각에 흠칫 몸을 떨었다. 자신들의 전력이 절대고수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저런 반응을 보인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하나가 더 있었다고?’
비단 그녀뿐 아니라 일호와 삼호도 무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즈음, 다라가 천천히 후드를 벗었다.
“······미친.”
무심한 듯한 표정을 지은 작은 체구의 백발미녀와, 그녀가 메고 있는 거대한 클레이모어를 본 천마신교 무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한껏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세령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북악검후님을 뵙는 건 처음이지? 잘 부탁하신대.”
‘좀처럼 틈을 보이지 않는군.’
과연 용적산보다 높은 경지를 밟은 고수답다. 끝없이 몰아치는 존의 연격과 그를 보조하는 라이디의 전격을 침착하게 받아내며 목진은 생각했다.
목진과 존 사이에는 분명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압도적인 승리를 보장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적어도 싸움(鬪)이라는 범주 안에서 두 사람의 차이는 그리 큰 편은 아니었으니까.
‘정공법은 통하지 않겠어.’
과거였다면 이대로 침착하게 방어를 하며 그 기세가 약해지는 타이밍을 노렸을 것이다.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이만큼 강맹한 연격들을 쏟아붓는 것은 적지 않은 심력을 요구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정공법을 써먹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
노심급 내공 드라이브의 압도적인 출력. 그리고 존에 못지않게 상당한 수준의 고수인 라이디의 전격까지. 정공법으로 이 둘의 합공을 파훼해야 한다면 칠주야를 내리 싸워도 모자를 것이다.
정 방법이 없다면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것도 방법이 되기는 할 터. 하지만 목진은 아직 그렇게까지 위험한 수를 쓸 만큼 절박하진 않았다.
‘저 기괴한 무기에 답이 있을 법 한데.’
목진은 자신을 향해 찔러오는 존의 쌍마강포곤을 강환이 맺힌 검으로 받아내며 유심히 관찰했다.
쌍마강포곤의 중앙에 난 틈새 속에서 물감처럼 일렁이는 회색빛의 강환. 존이 쌍마강포곤의 외부에 전개한 강환도 회색빛이긴 했으나, 저처럼 일렁이는 듯한 느낌은 없었다.
처음 보는 생소한 기운은 아니다. 목진은 기억을 더듬어 그와 같은 기운을 다루던 이를 한 명 떠올렸다.
‘혼원(混元).’
무림을 일통할 적에 혈혈단신으로 그의 앞을 막아서던 무수한 기인이사들 중, 무당(武當)의 은거기인이었던 이름 없는 도사가 펼치던 무공이 분명 이와 같은 기운을 품고 있었다.
물론 천마신교의 부교주라는 자가 무당파의 무공을 익혔을 가능성은 없으니, 실질적으로는 무당의 무공이라기보다는 혼원이라는 개념 자체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한 무공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태극을 무너트려 혼원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서 순간적으로 강대한 힘을 뿜어내는 무공인가. 나름대로 존의 작강진포를 해석한 목진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파훼가 되겠어.’
혼원의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려면 음과 양의 균형이 정확해야 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그것을 파훼하려면, 그 균형을 무너트리면 그만이 아닌가?
왼손에 강환을 전개해 존의 상아곤을 막아낸 목진의 검이, 정확하게 쌍마강포곤의 빈 틈새로 파고들었다.
그의 검 끝에 맺힌 것은 지금까지 펼치던 묵빛 강환이 아니라 검디 검은 칠흑의 구슬. 음(陰)의 기운을 한껏 끌어올린 구슬이 물결치는 회색 구슬과 맞닿자마자 그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쌍마강포곤 속의 구슬은 회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물든다.
더욱 많아진 음이 양을 잡아먹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무슨!’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존이 속으로 기함했다. 그는 목진이 지금 무엇을 한 것인지 똑똑히 이해하고 있었다.
즉석에서 무공을 해석하고 파훼법을 만들어낸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고수간의 싸움에서는 으레 있는 일이니까.
실제로도, 목진이 깨달은 파훼법은 그의 무공에 대한 정확한 카운터였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가능한 수준의 파훼법인가를 묻는다면 글쎄.
한참 아래의 하수도 아니고, 원숙한 탈마의 경지에 이르른 무인이 휘두르는 무기의 틈새를 정확히 찔러 강환을 붕괴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내는 그 불가능에 가까운 파훼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도해서 단번에 성공해냈다.
존의 연격이 멈췄다. 라이디의 전격도 멈췄다.
‘그게······된다고?’
한때 존을 이기기 위해 그의 무공에 대한 파훼법을 연구하던 그녀는 지금 목진이 한 짓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인지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목진이 사납게 웃었다.
“이번엔 내 차례니라.”
그의 몸에는 여전히, 조금의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