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62)
우주천마 3077-161화(162/349)
25. 지존독로 Lonely Road To Supreme (5)
25. 지존독로 Lonely Road To Supreme (5) – 지금 뭐라고 했냐
“······폭탄이라도 터트렸나.”
쿠구궁. 시설 전체를 타고 전해지는 진동을 느끼며 세령이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별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항구로부터 이곳까지의 거리가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시설 전체를 울릴 정도로 강한 충격파라니. 도대체 얼마나 살벌한 전투가 벌어지기에 이 난리가 난다는 말인가.
최소한 애 찾아서 올라갈 때까지는 적당히 다 마무리되어져 있기를. 세령은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제압된 귀살대원들의 수혈(睡穴)을 짚어 잠재웠다.
살수를 펼치는 것을 각오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굳이 피를 보지 않고 제압할 수 있다면 제압하는 쪽이 현명한 선택이다. 아무리 그래도 마교가 피의 복수 운운하며 달려들 빌미는 내주어서 좋을 건 없을 테니까.
“출세했네. 점혈법도 다 익히고.”
허벅지에 제법 깊은 상처를 입은데다 마혈(痲穴)까지 짚여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이호가 복잡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천둥벌거숭이 같던 꼬맹이가 어쩌다 저렇게 성장했는지. 지인으로서 잘 됐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작 두들겨 맞고 제압당한 입장이 되니 한편으로는 묘하게 서러운 감정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세 명의 침투조가 철혈일호, 이호, 삼호를 포함해 귀살대원들까지 전부 제압당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십여 분.
아무리 북악검후 다라가 화경의 고수라고는 하지만, 평균 S랭크의 무위를 자랑하며 여럿이 모일 경우 절대고수조차 감당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일방적인 결과였다.
물론 그런 결과가 나온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긴 했다.
목진의 공격을 받아낸 탓에 일호와 삼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음이 첫 번째 이유요, 화경의 초입이라 알고 있던 다라의 무공이 그보다 조금 더 강했음이 두 번째 이유이며, 그녀의 무공인 패왕검형(霸王劍形)이 하수에 대해 압도적인 상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세 번째 이유다.
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제압당한 데 있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이는 다름 아닌 세령이었다.
디마가 귀살대원들을 상대로 분전하는 사이, 세령이 고작 수십여 합 만에 귀살대주 한나 렉터를 제압하고 다라를 원호해 온 것이다.
그건 분명한 이변이었다. 적어도 며칠 전, 그러니까 뮤즈 행성 습격 때를 기준으로 그녀의 무공 수위는 한나와 동급이었으니까.
아무리 오른팔에 부상을 입었다고는 하나, 고작 며칠 사이에 그 학살귀도 한나 렉터를 가볍게 제압할 만큼 빠른 성장을 예상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안 그래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상 밖의 변수까지 끼어든 상황. 아무리 천마신교 본단의 간부진이라 할지라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제압 당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설마 그 정도로 무공이 강해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끝내주는 과외선생님이 한 명 생겼거든.”
“······후우. 기본적으로 재능이 받쳐주니까 되는거겠지. 아깝네. 신교로 스카웃 했으면 좋은 동료가 됐을 텐데.”
아쉽다는 듯 말하는 이호의 말에 세령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전에 말했듯이 내가 일단은 정파 쪽 출신이라서.”
명색이 정파 출신인데 마교는 좀 아니지. 이단적불 유다가 들었다면 멋쩍게 머리를 긁적일 말을 중얼거리며 세령이 남은 귀살대원들의 수혈을 마저 짚었다.
“뭐, 미안하게 됐다. 너희 부교주님 엄청 깐깐해 보이시던데. 일이 이렇게 돼서.”
서로의 입장이 정반대인 까닭에 서로 검을 겨눌 수밖에 없긴 했지만, 사적인 감정은 그와 별개다. 서로 초면이라면야 조롱으로 들리겠지만, 적어도 세령에게 있어선 나름의 위로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호는 위로를 건네는 세령의 말에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할 뿐이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중과부족이었던 거니까. 주군께선 그 정도도 헤아려주시지 않을 분은 아니셔.”
“그럼 다행이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세령이 조금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기분은, 유진을 수색하기 위해 먼저 자리를 비웠던 디마가 돌아왔을 때 다시 심각하게 변했다.
“언니야! 애 찾아왔다요.”
저 멀리 입구에서 유진을 들쳐 업은 채 돌아온 디마. 마교인들을 제압한 뒤 마저 수색에 들어가려던 세령은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날 것 같자 반색하며 가볍게 박수를 쳤다.
“오, 엄청 빠르네요. 잘 하셨어요.”
“근데, 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인다요.”
“예?”
떨떠름한 얼굴로 말하며 다가오는 디마의 말에 세령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시선에 유진의 얼굴이 들어오자, 그녀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의식 없이 동공이 풀린 채 수척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유진의 얼굴. 딱 봐도 정상이 아닌 듯한 유진의 상태를 본 세령이 이호를 돌아봤다.
“······야, 너네 얘한테 뭔 짓 했냐?”
역시 이게 문제가 되나. 암담한 표정으로 이를 악문 이호 대신, 가슴에 깊은 중상을 입은 채 제압당해 있던 일호가 대신 입을 열었다.
“시간이 촉박하다 여겨 그녀의 협조를 얻기 위해 다소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혹시 고문했냐?”
“그렇다.”
이 미친새끼들이. 세령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흑도 놈들도 아니고 명색이 천마신교라는 놈들이 고문을 해? 그것도 비무림인을? 니네들 제정신이냐?”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것은 안다. 쿨럭. 나와 삼호가 독단으로 저지른 일이니 이후의 처분을 기다릴 뿐이다.”
일호가 울컥 검은 피를 내뱉으며 말했다. 자신들이 저지른 짓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음에도 그 책임조차 감수하겠다는 의미였다.
도대체 그놈의 비술이란 게 뭔지. 질린 얼굴로 일호를 노려보던 세령이 유진을 살펴보고 있는 다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검후님, 그 애 상태는 어때요?”
“······몸은 멀쩡해. 아마 정신 쪽 고문 같아.”
일단 응급조치 정도는 되겠지. 다라는 유진의 등에 손을 대고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확실히 절대고수 쯤 되는 사람이 기운을 불어넣어 주니 효과가 있는 것일까. 잠시 뒤 희미한 신음과 함께 유진의 의식이 돌아왔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이를 본 유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 령?”
“그래, 나다. 너 구출하러 왔으니까 정신 좀 차려 봐.”
꿈인지 아닌지 분간이 되지 않는 듯 미간을 좁힌 유진을 본 세령이 그녀의 앞에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 긴가민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던 유진의 눈에 희미한 희망과 함께 의아함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안 올 줄 알았는데······.”
그녀는 세령 일행이 굳이 천마신교 본단과 적대관계를 지면서까지 그녀를 구출하려 오리라고는 조금도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전력도 전력일뿐더러, 애초에 그들은 계약으로 묶인 관계에 불과했으니까.
“설명하긴 좀 기니까 나중에 얘기해 줄게. 들으면 기절할지도 모르니까.”
“······헤. 벌써부터 무서워지네요. 다시 정신을 놓아도 될까요?”
“나 참. 그 꼬라지가 되고서도 농담이 나오냐?”
고문 후유증은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세령이 기가 차다는 듯 가볍게 혀를 찼다. 배짱이 남다른 걸 보니 목진이 말했던 것처럼 재목이 남다른 아이이긴 한 모양이었다.
불안한 듯 마교인들 쪽을 흘긋거리던 디마가 세령의 재킷을 슬쩍 당겼다.
“언니야. 애도 확보했으니까 빠르게 철수하자요.”
“······그래요. 저쪽도 마무리가 돼 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 전에 잠깐. 무기를 갈무리하며 32교구를 떠나려던 일행을 잠시 제지하며 세령이 마교인들, 정확히는 간부진들 쪽을 향해 다가갔다. 일호의 앞에 선 세령이 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러니까, 너랑 삼호 저 양반이 독단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했었지?”
“그래.”
다행이네. 아무래도 지인한테 손 쓰기는 조금 그랬거든. 세령이 빙긋 웃었다.
그녀의 웃음을 본 이호가 다급히 그녀를 불러세웠다.
“설마 죽일 셈이야?”
세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굳이 마교랑 원수져서 뭐하게?”
그래도 우리 의뢰주 씨의 복수는 좀 해줘야 하지 않겠어? 그녀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교를 직접 습격하며 충분히 만회하긴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세령 일행은 유진과의 계약을 지키지 못했다고 보는 게 맞다.
앞으로 유진에게 받아낼 게 적지 않은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점수를 더 따 두어야 하는 입장. 세령은 마혈을 짚여 옴짝달싹할 수 없는 일호와 삼호를 향해 다가가며 손가락을 풀었다.
“내가 우리 아저씨한테 꽤-나 쓸만한 기술을 배웠거든.”
너희도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을 거야. 세령이 그들의 귓가에 음산하게 속삭였다.
분근착골(分筋錯骨)이라고.
그것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검은 폭풍이었다.
‘저런 수를 숨기고 있었다고······!’
같은 절대고수조차 그 잔상만을 간신히 쫓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으로, 이전의 배는 넘는 위력의 일격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존의 모습을 본 라이디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그간 끊임없는 수련을 통해 부교주 존의 성취에 어느 정도 근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완전한 착각이었던 것이다.
물론 딱 봐도 뒤를 생각하지 않는, 모든 힘을 한순간에 폭발시키는 진원비공(眞元秘功)의 종류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쓸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을 모두 동원한다 해도, 그녀는 도저히 눈앞에 보이는 존의 무위를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에게 공포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존이 아니었다.
진원비공을 끌어올린 존의 폭풍과도 같은 맹공을 모두 받아내고 있는, 아니 되려 압도하고 있는 사내.
‘······도대체 제갈세가 이 미친놈들은 뭐를 적으로 돌린 거지?’
처음의 공격들을 받아낼 적에는 공격 하나하나를 간신히 받아내나 싶더니, 별안간 전신에 묵빛 번개를 두르며 호각을 이룬다.
점점 진원비공의 유통기한이 다가와 기세를 잃어가는 존과 달리, 그 끝이 없다는 듯 계속해서 기세를 올려 가는 목진의 맹공.
어느새인가, 그녀뿐 아니라 다른 고수까지 제 무기를 내린 채 멍하니 두 사내가 펼치는 광란의 결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검과 곤이 부딪힐 때마다 대기를 찢어발길 듯 울려대던 충격파가 사라지고, 예비의 쌍마강포곤마저 제 형상을 잃어버렸을 때.
한 사내의 가슴에는 새로이 깊은 검상이 새겨져 있었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격통을 느끼며 사내, 존 로갈이 입을 열었다.
“······어쩐지, 기분이 좋군.”
“나도 즐거웠느니라.”
목진이 천천히 검을 거두며 존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치열하기 그지없던 전투를 반증하듯, 과거 염천성에서 분쟁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그에게 선물했던 네임드 삼중합금 검은 군데군데 이가 나가 있었다.
혼원(混元)을 끌어올려도 압도할 수 없다니. 존은 반동으로 인해 전신을 내달리는 격통 속에서 가쁘게 숨을 내쉬며 목진을 향해 물었다.
“······그 무공의 이름은 무엇이오?”
목진이 대답했다.
“묵뢰천라신공(墨雷天羅神功).”
과연 멋진 이름이구나. 천천히 눈을 감은 존은 작은 호기심을 해결하였음에 만족하며 간신히 붙잡고 있는 의식을 놓아주었다.
아니, 놓아주려 했다.
그 순간 누군가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묵뢰······천라신공······?”
그 목소리는 작고 가늘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분명하게, 그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여섯 번째 천마의 천마신공(天魔神功)······!”
그 이름은.
한평생 천마의 이름을 갈망하던 사내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