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63)
우주천마 3077-162화(163/349)
25. 지존독로 Lonely Road To Supreme (6)
25. 지존독로 Lonely Road To Supreme (6) – 조상님!
가주는 곧 가문이며, 가문은 곧 가주다.
샤르마 가문과 가주의 관계를 나타내는 데 이보다 정확한 문구는 없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오직 샤르마의 가주만이 초공간 데이터베이스 마하 푸스타칼라야를 온전히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샤르마의 정당한 가주만이 루트 관리자로서 초공간 데이터베이스 마하 푸스타칼라야의 모든 정보를 열람할 권한을 가지며, 고대의 율법이 승인하는 한도 내에서 대도서관의 보물과 비술들을 반출할 수 있고, 그 모든 것을 자동으로 보조하는 관리자 프로그램 미트라(Mithra)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샤르마의 새 주인 유진은 가주 지위를 승계받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이 열람할 수 있던 정보는 지극히 제한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요한 상황에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인 미트라가 없다면 관리조차 할 수 없을, 기원전부터 이어져 온 방대하기 그지없는 기록과 지식.
그리고 그렇기에, 어쩌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샤르마의 대도서관에 잊혀진 천마신교의 오랜 시조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었던 것은.
“묵뢰천라신공(墨雷天羅神功).”
유진이 디마에게 업힌 채 전투가 끝나가던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참룡검제 이목진이 자신이 익힌 무공의 이름을 밝혔을 때였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수천년 전 고대인의 무공을 그녀가 알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어도, 샤르마는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 묵뢰천라신공: 천마신교 제 6대 천마의 천마신공. 이후 발견된 바 없음. ]별안간 그녀의 시야 위로 덧씌워지는 정보. 관리자 프로그램인 미트라가 외부의 정보에 대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검색해서 그녀의 시야에 비추는 것이다.
처음으로 발동한 미트라의 기능에 당황하기도 전에, 눈앞에 떠오른 정보에 경악한 유진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묵뢰······천라신공······? 여섯 번째 천마의 천마신공······!”
방금 전 목진이 말했다. 그가 익힌 내가기공의 이름이 묵뢰천라신공이라고.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천마신공이라는 정보가 튀어나오는 거지?
불현 듯 불길한 직감이 유진의 등골을 훑고 지나갔다.
이것은 마치, 참룡검제 이목진이 천마신공을 익혔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유진은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해 보라는 듯 반짝이고 있는, 제 6대 천마라는 단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앞에 또다른 문구가 떠올랐다.
[ 대도서관, 마하 푸스타칼라야에 링크하시겠습니까? ]유진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시야 위로 떠오르는 문구가 사라지고 그녀의 머릿속으로 직접 지식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지금까지 단순히 고대의 대단한 절대고수로만 알고 있던 사내의 진정한 정체를.
[ 천마신교(天魔神敎) 제육대(第六代) 천마(天魔). 이목진(李木眞). ] [ 무림사 유일무이(唯一無二)의 무림일통(武林一統)을 이룩한 마도지존(魔道至尊). ]경악과 불신과 공포.
그 모든 감정이 혼재된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며, 밀교 최후의 후예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마도천하(魔道天下)의 천마, 이목진······.”
10세기 무렵. 당시 강호의 계보 중 남아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컴퓨터가 발명되기 이전 고대 강호의 계보는 수천 년 역사를 지켜온 고대의 명문대파라고 해도 일부를 제외하면 그 기록이 정확하지 않으며, 그마저도 대전쟁 이후 대다수가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은 천마신교 또한 마찬가지. 21세기 무렵 혈교와의 치열한 사투 속에서 고대의 계보를 대부분 소실한 것은 천마신교 내부 역사가들의 뼈아픈 과거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대 계보가 소실되었음에도 천마신교의 모두가, 심지어는 정파의 교양 있는 무인들조차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강호무림을 일통한 고금제일(古今第一)의 고수.
마도천하(魔道天下)의 천마(天魔).
단지 구전(口傳)으로 내려오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이기에 그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몇 대의 천마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용모가 어떠한지, 그리고 무슨 무공을 사용하였는지.
하지만 무림을 일통했다 전해지는 그의 존재는 분명한 진실이었다.
아주 단편적인 사료만이 남아있는 명문대파의 기록 속에 분명 마도천하를 이끈 천마의 존재가 남아있었으니까.
대략적인 활동 시대 상 초대에 근접한 대의 천마이며, 천하를 다투는 고수들 여럿을 홀로 물리칠 수 있을 만큼 강했다는 것만이 사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보의 전부.
하지만 천마신교는 정체조차 불분명한 그를 천 년이 넘도록 시조로 모시며 정신적 지주로서 숭배했다.
수천 년 무림의 역사 속, 정사마(正邪魔)를 통틀어 천하를 제패한 단 한 명의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이자 마도인들의 평생숙원인 마도천하가 불가능이 아님을 증명한 이였으니까.
때문에 우주시대가 열리며 폭발적으로 세력을 성장시킨 대문파들이 현실적인 한계와 효율이라는 이유로 속가제자나 방계들을 산하문파로 독립시켜 각자의 세력권을 형성했음에도, 오직 천마신교만은 그들이 걷는 길을 따르지 않고 지금과 같이 일도일문(一道一門)을 고집했다.
마도천하의 천마께서 이끄셨던, 천마신교만이 천하를 통일하였던 마도(魔道)의 이름을 사용할 자격이 있었으니까.
비록 우주무림 시대에 돌입하며 한 세력이 무림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지만, 천마신교는 여전히 한때 마도천하를 이룩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진의 입에서 눈앞의 사내가 마도천하의 천마라는 사실이 흘러나왔을 때.
그 자리에서 동요하지 않을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부교주를 비롯한 십삼마존도, 목진과 함께 온 습격조의 절대고수들도.
그들은 다만 찢어질 듯 눈을 부릅뜬 채 목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순히 천마였던 게 아니라 마도천하의 천마셨다고······?’
그들 중 목진의 정체를 가장 정확히 알고 있던 서천검후 김연화마저 경악을 금치 못했으니 다른 이들이야 오죽할까.
존 로갈은 그가 평생을 동경했던 전설 속 인물일지도 모르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존 로갈은 자신의 눈앞에 선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유진의 말에 어떠한 부정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저 난처한 얼굴로 네가 그것을 왜 알고 있냐는 듯 유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비명을 지르는 육신의 고통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존은 확인해야만 했다.
눈앞의 사내가, 평생 그가 동경해 온 전설 속의 천마인지.
그가 물었다.
“······당신이 여섯 번째의 천마라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래. 사내가 대답했다.
그가 재차 물었다.
“당신이 강호무림을 일통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래. 사내가 다시 대답했다.
그 이상의 증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아······.”
살짝 벌어진 존의 입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마구 뒤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가슴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북받친 목소리였다.
무어라 말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아니 무엇을 하고싶은지 알고 있었다.
천마신교의 부교주 존 로갈은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백여 년 전, 처음으로 전대 천마에게 패배했을 때도 차라리 서서 패배했을지언정 일평생 단 한 번도 굽혀진 적 없던 무릎이었다.
그러나 마도천하를 이룩한 위대한 시조의 앞에서조차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때문에, 존은 그가 담을 수 있는 최대한의 공경과 예우를 담아 기쁘게 무릎을 꿇었다.
“······천마신교의 위대한 시조님을 뵙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십삼마존을 위시한 마도인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으며 복창했다.
– 천마신교의 위대한 시조님을 뵙습니다!
‘······천마? 저 양반이?’
세령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가 봉인에서 깨어난 뒤 줄곧 함께 행동했음에도 그녀는 목진이 천마, 아니 마도인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당연히 목진이 정파, 못해도 정사지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야 사천당가 사람이랑 친구를 먹은것도 모자라 그 친구가 목숨걸고 구하려 했던 이였으니 말이다. 당연히 그런 상대가 사파인이나 마도인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냥 마교도도 아니고 자그마치 천마라는데, 사천당가의 재건을 돕는다니. 말이 안 돼도 너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녀는 의문을 품었을지언정 남들과 같이 경악하지는 않았다.
서천검후를 패퇴시키고, 용암 속에서 튀어나오고, 만화검존을 꺾고, 백룡대를 홀로 몰살시키고.
내츄럴의 한계는커녕 되려 같은 무림인이라는 것조차 믿기 힘들 정도로 신화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이가 아닌가.
그만한 신위를 보이려면 최소한 천마 정도는 되어야겠지. 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던 그녀로서는 목진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 자체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하필이면 마도인이어서 그렇지.
딱히 마도인이라고 거부감이 드는 건 아니다. 당장 이호만 하더라도 마교 본단의 간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썩 괜찮은 친분관계를 이어오지 않았던가.
애초에 흑도 틈바구니에서 자란 그녀에게는 마도이니 흑도이니 사파이니 하는 이들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목진이 그녀의 복수와 당가의 재건을 돕고 있었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그러면 이제 아저씨랑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거지?’
목진의 말마따나 과거의 인연 때문에 그녀를 돕는다고 치자.
하지만 과연 자기네들 시조님이라 할 수 있는 목진의 존재를 인식한 마교에서 가만히 있을까?
마도천하의 천마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시조님 중에서도 꽤 인지도가 있는 천마 같은데, 어떻게든 천마신교로 데려가서 받들어모시려 하지 않을까?
그리고 과연 목진은 그들이 간절히 부탁하면 거절할 수 있을까?
세령은 기분이 나빠졌다.
분명 그녀는 목진에게 적지 않은, 아니 터무니없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무공의 수련부터 시작해서 몇몇 인맥, 거기에 직접적인 무력까지. 하나같이 쥐뿔도 없는 그녀에게는 과분하기 그지없는 것들이다.
그에 반해서 그녀가 줄 수 있는 것은 고작 내가기공에 대한 지원 뿐. 그것도 사천당가의 재건 이후에나 논할 수 있는 게 아니던가.
목진의 도움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과분한 도움인 것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당장 목진 본인이 불만을 가지지 않고 있었기에 부담스러움을 느끼면서도 그의 도움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지금은 내줄 게 아무것도 없지만, 언젠가는 받은 만큼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다짐하며 말이다.
하지만 천마신교라는 새 선택지가 생긴다면? 그리고 목진이 거기에 혹한다면?
세령은 그녀가 목진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붙잡아서도 안 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목진이 주는 도움을 떠나서, 목진이라는 존재 자체를 천마신교에 빼앗기는 것이 싫었다.
세령은 복잡한 눈으로 수많은 마교인들의 경외를 받으며 난감한 얼굴로 서 있는 목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