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66)
우주천마 3077-165화(166/349)
26. 대기시숙 Super Rookie Complete (2)
26. 대기시숙 Super Rookie Complete (2) – 거절하기엔 너무나 많은 돈이었다.
지금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세령과 순자는 저도 모르게 서로를 돌아봤다.
“철수······라고요?”
“안 그래도 큰 규모가 아닌 지부인데, 피해가 너무 크니까. 복구하는 것보다는 아예 철수하고 새 지부를 창설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거지.”
종리택이 담담하게 말했다. 철수 결정 자체는 본단에서 내린 것이지만, 그는 이미 그 결정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정도로 합리적인 결정이기 때문이었다.
32교구가 처음 신설되던 수백 년 전과는 달리, 현재의 프록시마 센타우리 성계는 전략적으로 별 가치가 없는 지역이다. 어차피 지반 침하로 시설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니만큼 철수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듣기론 32교구에 꽤 정성을 쏟으신 걸로 아는데요.”
“어쩌겠어. 무림에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인데.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야.”
종리택이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실제로 이목진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끼어들지만 않았더라면 그의 계획대로 유진을 사로잡은 뒤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회유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획대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인생사가 어째서 그리 험난하겠는가. 그의 말마따나, 그는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리라.
“교구장으로서는 이래저래 씁쓸한 결과지만, 그래도 이호님이 신경을 써 주신 덕에 밑에 애들 몫은 챙겼으니 불만은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대부분의 인명피해가 사망이 아니라 부상이라는 점일까. 32교구 소속의 무인들은 대부분 부상을 치료한 뒤에 타 지부로 배속되게 되리라.
종리택이 유진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너에게도 사과를 해야겠지. 샤르마의 보물고에 대해서 안 뒤 너희 부녀를 억류하라고 했던 건 내 결정이었으니까. 미안하다.”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인 그를 바라보던 유진이 물었다.
“······왜 그랬어요.”
피해자로서 당연한 의문이었다. 그녀의 물음에 종리택이 작게 한숨을 쉰 뒤에 대답했다.
“개인적인 감정 같은 건 없어. 교구장으로서 교구의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뿐이야.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지만.”
“운이 나빴다면서요.”
“운 탓을 하긴 했지만, 그것도 결국 실력 아니겠어? 조직의 장을 맡기에 내 능력이 부족했던 거지.”
내가 욕심은 많긴 하지만 주제파악도 못 하진 않아. 종리택이 힘없이 웃었다.
하필 천마신교에서 태어난 탓에 무공에 재능도 없으면서 교구장의 자리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그의 적성과 썩 잘 맞는 자리는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우두머리보다는 그 옆에서 보좌하는 책사가 더 적성에 맞는달까.
종리택이 유진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네 말대로 나는 천마신교랑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었던 거 같다.”
“······천마신교에서 나올 생각이군요.”
그래. 유진의 말에 종리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본단으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은 이호와 이야기를 끝낸 참이었다.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호가 덧붙였다.
“종리택 교구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천마신교 교단에서 파문되기로 결정되었어요. 내공 드라이브와 무공은 반납해야 하지만, 그간 신교에 대한 헌신을 감안하여 그 이상의 조치는 취하지 않을 예정이고요.”
명목상 파문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자발적으로 사임하는 것에 가깝다.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안고 가는 데 대한 일종의 대가인 셈이었다.
물론 그와는 별개로 지금까지 이뤄 온 모든 것을 잃어버리긴 했지만. 유진은 복잡한 표정으로 종리택을 바라봤다.
분명 눈앞의 사내는 철혈일호, 삼호와 함께 그녀와 가주의 원수였다. 하지만 유진은 어째선지 그의 몰락이 그리 기껍게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그를 바라보던 유진이 입을 열었다.
“파문당한 뒤에는 어쩔 생각이죠?”
“글쎄다. 일단은 밥벌이부터 생각해 봐야겠지.”
종리택은 일부러 가볍게 대답하며 그녀의 눈을 마주봤다. 그녀의 물음이 단순한 호기심에서 나왔을 리 없기 때문이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복수를 하는 건 네 자유다. 하지만 나도 호락호락 당해줄 생각은 없어.”
깊게 침잠한 종리택의 눈동자 속으로 희미한 불씨가 보였다.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것들을 한순간에 잃었음에도 그는 아직 야심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안목으로 섣불리 재단하기에, 눈앞에 있는 어린 소녀의 그릇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예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럴 거면 제 밑에서 일해요.”
“······뭐?”
종리택도, 이호도, 심지어 세령조차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유진을 바라봤다. 유일하게 놀라지 않은 것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사태를 관망하는 순자 뿐이었다.
종리택이 두 눈을 꿈벅였다.
“······내가 제대로 들은 건가? 방금 말도 안돼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가주님을 시해한 직접적인 원흉은 철혈일호와 삼호니까요. 당신은 다소 방법이 거칠긴 했지만 일단은 회유하려는 쪽이었고요.”
진짜 원흉을 두고 애꿎은 쪽에 화풀이를 할 만큼 사리분별을 못하진 않아요. 유진이 덧붙였다.
“최저 시급은 드릴테니, 사죄의 의미로 제 밑에서 일하시면 되겠네요. 안 그래도 이번 사태로 상단이 입은 손해를 수습할 소방수가 필요했는데, 교구장님 능력이면 충분하겠죠.”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문제는 당장 이번 일을 일으킨 방아쇠를 당긴 것이 종리택 교구장이라는 것이었을 뿐.
종리택이 대놓고 어이없다는 기색을 내보였다.
“······제정신이냐? 내가 너 잡으려고 추적대 보낸 건 잊어버렸어?”
하지만 유진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종리택을 스카웃하려 하고 있었다.
“비즈니스 상 적대관계였던 사람을 스카웃 하는 건 상인들에겐 흔한 일이에요. 그 정도도 감당하지 못하면 상단은 어떻게 다시 일으키겠어요?”
“허어······.”
“어차피 무림에 몸담은 사람이니 오래 잡고 있을 생각은 없고, 딱 반 년 동안만 당신을 고용하겠어요.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때요?”
단순히 꼬마 치고는 강단이 있다고 생각했건만, 설마하니 군주의 그릇일 줄이야. 종리택은 저도 모르게 감탄의 목소리를 흘리며 유진을 바라봤다.
잠시 고심하던 종리택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생각하면 까짓 거 못할 건 없지. 그런데 괜찮겠냐? 주변에서 보면 네 아버지의 원수를 고용한 셈이 될 텐데.”
자칫하면 가주의 자리를 위해 그녀가 이번 사태를 꾸몄다고 보일 수도 있다. 종리택의 말에 유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반발은 조금 있겠지만······컨트롤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에요.”
어차피 그녀 외에는 가주의 자리를 승계할 수도 없는 게 현실. 가주의 지위를 정식 승계한 그녀라면 약간의 반발쯤은 충분히 억누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별안간 순자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면 저희가 고용하는 형태로 가면 어떨까요?”
“······응?”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을 던지는 순자의 말에 세령을 포함해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저희가 종리택 교구장을 고용하고, 파견 형태로 천령상단에 보내는 거죠. 저희는 외부 고용인력인 만큼 직접적인 이해관계와 관련이 없으니 상단 내부의 반발은 최대한 줄일 수 있지 않겠어요?”
“그건 그렇긴 한데······.”
도대체 왜? 모두는 똑같은 의문을 떠올렸다.
순자는 그들의 말에 단지 의뭉스런 미소를 흘리며 대답할 뿐이었다.
“미리 침 좀 발라놓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조만간 종리택 교구장의 힘이 필요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요.”
‘······어, 설마.’
유일하게 그녀의 말에 담긴 속뜻을 파악한 세령이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야, 너무 앞서 나가는 거 아니야?”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죠. 정 안될 것 같으면 고용을 파기하면 그만이고.”
“이리저리 팔려가는 당사자인 내 입장에선 좀 찝찝한데.”
종리택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교구장님한테도 나쁜 제안은 아니잖아요? 명분도 있겠다, 직접 고용이었으면 실무자들 텃세를 어떻게 감당하시려고요?”
그리고 어쩌면 교구장님한테도 꽤 괜찮은 기회가 될 수 있고요. 순자가 들릴 듯 말 듯 하게 덧붙였다. 그 말을 들은 종리택의 눈이 반짝 빛났다.
“대략적인 판은 짜진 것 같은데, 천마신교 측도 불만은 없으시겠죠?”
순자의 말에 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파문 이후의 행보에는 신교에서 간섭할 이유가 없죠. 그런 의미에서 샤르마의 가주님에게 드리는 제안이 하나 있습니다만······.”
“제안······이요.”
갑작스럽게 훅 들어온 제안이라는 말에 유진이 눈가를 찌푸렸다. 불현 듯 불길한 예감이 든 것이다.
‘설마, 이 상황에 와서도?’
“샤르마 가문이 보유하고 있는 비술, ‘프레스턴식 투로확률분포예측 시스템’을 반출해주시길 정식으로 요청드려요.”
협상장의 분위기를 단번에 차갑게 냉각시키는 제안. 도대체 무슨 비술이길래 저렇게까지 집요하게 구는 걸까. 세령과 순자조차 질린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이호가 긴장한 표정으로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리하면 저희 천마신교의 이름으로 천령상단에 대규모 지원을 약속드리죠.”
“······천마신교의 부교주님은 포기하지 않으신 모양이네요.”
유진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천마신교의 부교주가 샤르마의 비술을 노리고 있었기에 이번 사태가 확대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여기까지 와서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녀의 말에 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께서는 시조님의 무공을 견식하신 뒤 당신께서 강해지기 위해선 그 비술이 반드시 필요함을 느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 지난날 서로의 만남이 반갑지 않았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니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이 건설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어떻게 보면 가해자의 입장인 주제에 뻔뻔하게도 들릴 수 있는 말. 하지만 유진은 차마 존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본인이 그리도 공경하는 모습을 보이던 시조를 만났음에도, 끝끝내 비술에 대한 집념을 이어나갈 정도다. 만약 지금 이 자리에서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과연 그가 얌전히 포기할까?
분명 머잖은 미래에 이번 사태와 비슷한 일이 또 터지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아마도 그 때는, 천마신교의 시조 이목진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으리라.
샤르마 가문으로서는 사실상 거절이라는 선택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킬 수 없는 보물과 여전히 그것을 노리는 거대한 세력. 샤르마의 가주가 아닌, 천령상단을 이끄는 상인으로서의 두뇌가 팽팽히 돌아갔다.
‘어차피 지키지 못할 비술이라면 지금 천마신교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낫지 않을까.’
“······대규모 지원이라는 건 어떤 것을 말하는 거죠?”
“부수적인 것들은 따로 문서로 드릴 테니 참고하시고, 가장 큰 건 재정적 지원이에요.”
지난날 상단과 문파들을 끌어모아서 연합을 구축할 때 상당히 많은 빚을 진 걸로 알고 있거든요. 이호가 말했다.
“아.”
그걸 잊고 있었지. 유진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당장 상단의 존속과 그녀 자신의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뒷감당을 생각하지 않고 마구 돈을 끌어다 썼었지만, 상단으로 돌아가고 나면 그 막대한 빚더미부터 감당해야 할 판이었던 것이다.
상상도 못할 빚의 규모를 떠올리며 검게 죽어가는 유진.
그녀의 귓가에 이호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이번 일의 피해보상이라는 명목으로 그걸 전부 감당하고 남을 만큼의 재정적 지원을 약속드릴수 있어요.”
그리고 그 제안은 거절하기엔 너무나 달콤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