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68)
우주천마 3077-167화(168/349)
26. 대기시숙 Super Rookie Complete (4)
26. 대기시숙 Super Rookie Complete (4) – 목표를 포착했다
오대세가(五大世家).
숱하게 많은 무림세가들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가장 큰 성세를 구가하고 있는 다섯 세가.
사천당문 최후의 후예 당세령의 복수행이 목표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의 우두머리였다.
제갈세가(諸葛世家)의 태상가주, 승룡제(昇龍帝) 제갈현.
남궁세가(南宮世家)의 가주 벽검성(碧劍聖) 남궁수련.
황보세가(皇甫世家)의 태상가주 철군자(鐵君子) 황보륭.
하북팽가(河北彭家)의 소가주 복모유호(腹謨幼虎) 팽상원.
십수 년 전 사천당가가 축출되면서 새로이 오대세가에 이름을 올린 모용세가를 제외하고, 당시 현역으로서 각각의 세가를 이끌던 네 명의 직계혈족들.
세령이 그동안 가슴에 품고 있던 네 원흉의 이름을 들은 목진이 팽가의 이름을 듣더니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다만, 팽가의 가주가 아닌 소가주를 네 살생부에 올린 까닭은 무엇이더냐?”
“팽가 가주는 말 그대로 무공 외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이에요. 예전부터 세가의 경영은 소가주 그놈이 맡고 있죠.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당가를 총알받이로 내세우는 일에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진 놈이라고 해요.”
물론 제갈세가를 남궁세가와 함께 오대세가 중 선두를 다툴 정도로 부흥시킨 제갈현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뱃속에 꾀를 품은 젊은 호랑이 라는 별호에 걸맞게 심모원려와는 거리가 있는 팽가 내에서도 유독 계책과 술수에 능한 남자다.
사천당가의 축출 당시 그가 팽가를 이끌었던 것도 고작 이십 대에 불과했던 나이. 이제야 가주의 자리를 물려받을 때가 되었다는 소리가 나오긴 하지만, 강호에서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하북팽가의 실질적인 지도자로 평가되고 있었다.
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다. 하면 그들의 무공은 어떠하냐?”
“가주 소리는 들을 만 하죠. 제갈이랑 남궁은 절대고수까지 올라간 적 있을 정도니까요.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면 남궁가주가 가장 위고, 그 다음이 제갈의 뱀 늙은이일 거에요.”
하지만 제갈세가의 태상가주는 은퇴를 이유로 노심급 내공 드라이브를 제갈세가에 반환한 뒤에 그 기량이 많이 떨어진 상태고, 남궁세가의 가주는 병 때문에 본신의 실력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오만한 장담을 할 수는 없는 상대들이지만, 승산을 점쳐본다면 가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평소에 원수들에 대한 조사를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세령은 남은 두 사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팽가의 소가주는 한창 전성기라서 S+급으로 평가되고 있어요. 어쩌면 머지않아 새로운 절대고수의 반열에 들 가능성도 있다고 하고요. 반면 황보세가의 태상가주는 현역 때보다는 다소 약해졌다고 하죠.”
“어느 쪽이든 지금의 너와 동등하거나 강하구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겠느냐?”
“······좀 빠른 감이 들긴 하지만, 아저씨가 갑자기 복수행 이야기를 꺼낸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녀의 말에는 목진에 대한 충분한 신뢰가 깃들어 있었다. 그건 동료로서의 신뢰이자 자신에게 무공을 지도해주는 선생을 향한 신뢰였다.
그리고 이목진이라는 인물은 충분히 그만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이 맞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목진이 보기에, 세령의 무공은 더 이상 수련이 필요한 단계가 아니었으니까.
다소 무리하는 감은 있을지언정 그녀의 무공실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강자들과의 싸움이 필요했다. 물론 수련으로도 공부를 쌓을 수는 있겠다마는, 복수라는 목적을 두고 느긋하게 무공을 수련하며 세월아 네월아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지금 네게 필요한 것은 너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강한 상대와의 생사투(生死鬪)다. 슬슬 수련의 진전이 느려지는 것이 느껴지지 않더냐?”
“그렇긴 해요.”
세령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네오 아티카에 있을 때와는 달리, 곽가장에서는 수련에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무공의 성취가 빠르게 오르지 않는다는 걸 느끼고 있었으니까.
반면 이번에 뮤즈 행성에서 철혈삼호와 싸웠을 때, 그리고 32교구에서 학살귀도 한나 렉터와 싸웠을 때는 어떠한가. 그녀 자신은 물론 목진조차 놀랄 정도로 무공의 성취가 일취월장하지 않았나.
곰곰이 생각에 잠긴 세령을 향해 목진이 말했다.
“무릇 무공이 가지는 가장 밑바닥의 본질은 싸워 이기기 위한 투법(鬪法)에 있으니, 홀로 하는 수련이란 심신을 단련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싸워 이기기 위한 준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수련으로 무공을 쌓는 것이 더디게 느껴진다면 실전을 겪어야 한다는 뜻이지. 목진의 말에 세령이 가만히 그의 말을 곱씹었다.
유독 한 단어가 그녀의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
‘실, 전······.’
문득, 세령은 숨이 턱 막히는 감각을 느꼈다.
목진에게 복수행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세령은 아직까지 자신이 걸을 길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대세가라는 이름은, 그리고 원수들의 이름은 그녀에게 복수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공포의 대상이었으니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혈혈단신으로 대적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존재들이었기에, 그녀는 오히려 어렵지 않게 그들에게 복수라는 감정을 품었다.
어차피 싸울 수도 없는 상대였다. 그녀에게 있어선 복수를 위한 힘을 기르기는커녕 고수가 되는 일조차도 꿈 같은 이야기였으니.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들은, 그리고 그녀는 지극히 이성적으로 복수를 논하고 있었다.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은 지금까지 잊고 있던 두려움을 그녀에게 선사했다.
최고의 스승과 나름 괜찮은 재능 덕에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곤 하나, 그녀는 여전히 준 노심급 내공 드라이브를 얻은 지 고작 일 년도 안 되었을 뿐인 애송이다.
과연 한때 천하를 논하던 오대세가의 가주들을 상대로 그녀가 이길 수 있을까?
제갈희나 남궁천 따위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진정한 세가의 주인들이었던 그들을?
딱딱거리며 턱이 떨려왔다. 으슬으슬한 오한이 온 몸을 갉아먹었다. 순간적으로 초점이 풀린 눈이 시선을 둘 곳 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때, 그녀의 귓가에 목진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려우냐?”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어?’
신기한 일이었다. 단지 한 마디 물음일 뿐인 저음의 목소리가 그녀의 몸에서 두려움을 몰아냈으니까.
세령은 얼떨떨한 눈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은 다만 담담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령은 저도 모르게 홀린 듯 물었다.
“······아저씨는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목진에게 확신을 구했다.
너는 할 수 있다고. 전설적인 고수인 내가 보증한다고. 그렇게 말해주길 바랬다.
부모를 잃은 뒤 혈혈단신으로 이 우주를 떠도는 동안 그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 없으니까.
그녀는 자신이 아는 가장 대단한 고수인 목진으로부터 확신과 인정을 바랬다.
그러나 목진은 그녀의 기대에 부응해주지 않았다.
“그걸 왜 내게 묻느냐? 결국은 너 자신이 걷는 길이거늘.”
목진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당장이라도 터져나갈 듯 뭉클거리던 세령의 감정이 팍 식었다.
‘그래······. 이런 사람이긴 했지.’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적어도 무공에 있어서는, 빈말로라도 좋은 소리를 해 줄 만큼 섬세한 성격을 가진 양반은 아니지 않은가.
딱히 목진에 대해 실망한 건 아니다. 다만 저 혼자 가당찮은 기대를 품고 저 혼자 식어버린 것이었으니까. 세령은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목진의 말은 아직 끝맺은 게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세령이 네 잠재력을 재단하지 않기로 했다.”
“······네?”
“너는 이미 여럿 내 예상을 깨트리지 않았더냐?”
솔직히 이토록 빠른 기간 동안에 이정도까지 성장할 줄은 목진 자신도 몰랐다.
그가 알던 시대의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성장속도였으니까.
실제로 세령의 폭발적인 성장은 과거는 물론 현대 무림의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무공에 대한 재능과 그라는 선생, 현대 무림의 기술, 그리고 적잖은 사건들을 겪으며 얻은 경험들까지 복합적으로 시너지를 일으켰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목진은 더 이상 자신의 잣대로 세령의 성장을 재단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녀의 성장은 언제나 그의 생각보다 빨랐으니까.
“으······.”
목진의 말에 담긴 진의를 깨달은 세령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것이 기쁨인지, 아니면 분노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세령은 그녀가 바라던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잠시 뒤, 세령은 울컥이는 감정을 추스르고 붉어진 얼굴로 다시 목진의 앞에 앉았다. 목진의 옆에 앉은 순자는 조금 전 녹화한 영상을 보며 빙글빙글 웃고 있었지만 세령은 그녀에게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목진은 조금 전 세령이 보인 부끄러운 모습에는 터럭만큼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담담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물었다.
“그렇다면 어딜 먼저 칠 생각이냐?”
처음부터 가장 강하다는 남궁세가를 칠 것인가, 아니면 가장 약한 황보세가부터 차근차근 치고 올라갈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가장 원한이 깊은 제갈세가를 칠 것인가.
하지만 목진의 물음에 대한 세령의 답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하북팽가요.”
“어째서냐?”
“다른 놈들은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팽가의 소가주는 제가 복수행을 한다고 하면 무슨 수를 써서든 훼방을 놓으려 들 테니까요.”
일선에서 물러난 제갈과 황보의 태상가주들은 괜한 뒷수작을 벌여 세가에 리스크를 지게 만들 인물이 아니고, 남궁가주는 프라이드가 강한 인물이기에 뒷수작을 벌일 가능성이 적었다.
하지만 팽상원의 경우는 다르다. 세간에 알려진 그의 성격대로라면, 다소의 오명쯤은 나중에 얼마든지 그 이상의 공으로 덮을 수 있다는 사고방식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팽가를 먼저 치고, 황보세가, 제갈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궁세가로 갈 거에요.”
과연,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목진은 세령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처럼 압도적인 무공의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면 모를까, 아직 무공의 포텐셜이 만개하지 않은 세령의 수준으로 시작부터 강한 상대에게 들이받는 건 미련한 짓이다.
어디까지나 복수행을 걷는 것은 사천당가의 후예 당세령의 몫.
복수는 복수자의 것이다. 과거의 은원에 매여 조력자를 자처한 목진은 그 길 중간중간에 있는 장애물을 치워주는 역할 이상을 맡아 줄 필요가 없었다.
“좋다. 그러면 팽가를 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 되겠구나.”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느니라. 목진이 세령을 보며 덧붙였다.
“할 일?”
“사천당가의 이름으로 복수행을 할 것이면 최소한 당가의 무공으로 해야 할 것이 아니냐.”
“네? 설마······?”
“언제까지 그 누더기 같은 검법을 사용할 수만은 없으니, 최소한 한 수라도 제대로 된 당가의 무공을 쓰기 전엔 복수를 논할 수 없지.”
마침 시간도 적당히 지났으니 괜찮을 터. 목진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유진. 그 아이에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