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7)
우주천마 3077-16화(17/349)
3. 녹림추격전 Wormhole Chase (5)
3. 녹림추격전 Wormhole Chase (5) – 녹림의 법도로 비무대에 깃발을 꽂다
“이해하기 어렵구나.”
목진이 사뭇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콕핏 너머로 다가오는 우주선들을 보는 그의 심기는 꽤나 불편한 상태였다.
“아무리 우주선이 무력화되었다고는 하나, 어찌 싸워보지도 않고 순순히 잡혀준다는 말이냐.”
무림인이라면 응당 무공을 겨루어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는 것이 강호의 도리인데, 우주선이 EMP 포획탄에 의해 무력화되자마자 잽싸게 두 손을 들고 항복을 하니 목진으로서는 세령의 행태에 실망스러움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목진은 저 우주에 한가득 모인 녹림도란 것들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내공 드라이브를 박아넣었든 어떻든 그래봐야 근본이 도적놈. 그 수가 아무리 많아 봐야 그의 몸에 손끝 하나 댈 수 없으리라.
하지만 세령은 목진의 말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뭣 씹은 듯 구겨진 얼굴이었지만, 그 눈은 체념한 자의 눈이 아니었다. 세령은 침착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별 위에서라면 죽기 살기로 싸웠겠지만, 우주전 중에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우주선 터지면 정말 다 죽는다니까요. 그래서 녹림 애들이 저렇게 설치고 다니는 거기도 하고요.”
“우주선 안에서 싸우면 아니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는 것은 들었다. 하지만 언제 네 목숨을 내놓으라 할지 모르는 치들을 상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당하고만 있을 테냐?”
기다려 봐요.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목진의 말에 세령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눈과 마주한 목진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뭔가 노리는 것이 있나보구나?”
“불문율이 있다고 무공을 안 쓰면 무림인이겠어요? 결국 우리 무림인들은 무공으로 결판을 내게 되어 있는데.”
다른 건 몰라도, 지금의 세령의 말은 마음에 들었다. 목진의 굳어진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곧 영감님 실력 발휘할 때가 올 테니까 나중에 자신없다고 하지나 마세요. 세령의 말에 목진은 말없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대단합니다. 감탄스럽군요. 덕분에 우리 흑표채의 손해가 막심해요. B+급 무인 홀로 이만큼이나 해낸 점, 존경합니다.”
짝. 짝. 짝. 김성범의 느릿한 박수 소리가 우주선 안을 울렸다. 그의 입에는 웃음이 걸려있었지만, 그 말은 명백한 비아냥이었다.
달리 이유가 있을까. 고작 어린애 하나 잡는 간단한 일에 성채 가용전력의 5%가 날아간 상황이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런 그의 심경을 읽은 세령이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마치 칭찬을 받은 듯 당당한 모양새였다.
“이래뵈도 우리 별호가 나찰이거든? 맨입으로 잡혀줄 순 없잖아?”
“이 망할 여자가······.”
도발의 효과는 훌륭했다. 발끈한 김성범이 성큼 앞으로 나서자,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던 장신의 여자, 엘레나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처음부터 쉬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잖아. 나를 부른 게 그것 때문 아니었어? 괜한 화풀이 하지 마.”
“하지만 누님······.”
“꼴사나운 짓 하지 마.”
더 이상의 불평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약간 표정을 굳히며 말하는 엘레나의 말에 김성범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이 자리에서의 상하 관계를 확실히 하는 대화였다.
목진은 자신보다도 키가 큰 엘레나라는 여자를 신기한 것을 보는 눈으로 바라봤다.
팔척투귀라는 이름에 걸맞게 190cm에 가까운 키와 근육이 도드라지는 단단한 신체를 지닌 여성은 옛 무림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극한까지 단련된 육체가 이리 아름다운 모습일 줄이야. 외공을 수련하는 무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인고의 단련으로 담금질 된 듯한 그녀의 신체를 본 목진은 속으로 연신 감탄했다.
다만 고대인인 목진의 시점에서 레오타드형 수트와 항공점퍼만 입은 모습이 남사스럽게 여겨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간 여행으로 탱크탑을 입는 세령의 옷차림에 적응되지 않았다면 몸의 윤곽을 따라 딱 달라붙는 수트와 허벅지와 장골이 훤히 드러낸 엘레나의 복장을 보며 기겁을 했으리라.
하지만 목진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래의 옷차림은 다들 이렇다 하는데 목진이 뭘 더 말할 수 있겠는가.
호전적인 성정을 반영하듯 사자의 갈기처럼 비죽비죽 솟은 금빛의 머리카락과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매를 가진 그녀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포식자와 같은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이 애가 그렇게 못된 애는 아닌데, 경험이 부족해서 큰 조직을 이끌기엔 아직 미진한 점이 좀 있어. 내가 대신 사과하지.”
“다른 데에 비하면 저 정도면 점잖은 편이니까 과한 예는 거둬주시죠. 엘레나 선배님.”
“염화나찰······아니 염화쾌검이라 부르던가? 무림에 퍼진 위명은 많이 들었어. 그렇게 검 솜씨가 좋다길래 기회가 되면 한 번쯤 무공을 견식 해 보고 싶었는데, 이런 자리에서 만나게 된 것이 아쉽네.”
“서쪽 우주를 뒤덮는 선배님의 위명에 비하면 저 같은 현상금헌터 나부랭이는 별 것 아니죠. 언젠가 또 만나서 선배님께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있을거에요.”
목진은 세령의 점잖은 반응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상대가 누구든 거리의 흑도 같은 껄렁껄렁한 태도를 고수하던 그녀가 이렇게도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꼬박꼬박 선배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으로 보건대, 겉보기엔 이제 서른 전후의 외모를 지닌 엘레나라는 서역인은 그의 생각보다도 무림에서의 배분이 높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세령의 일행을 보며 자신을 소개했다.
“만나서 반가워. 서천검후(西天劍后)님의 딸이자 무림동도들에게 팔척투귀로 불리는 엘레나 김이다. 녹림도는 아니다만, 이쪽의 흑표채주 김성범과는 남매 사이라 이번 일에 엮이게 됐지. 비록 적으로 만나긴 했지만, 이쪽의 요구에 순순히 따라 준다면 마찬가지로 신사적으로 대해줄 거라고 내 이름에 걸고 약속해 주겠어.”
“순자에요. 다른 분도 아니고 엘레나 님께서 그리 보증해 주신다면 감사하죠. 저희도 예상치 않은 이유로 쫓기게 된 거라 가능하면 일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길 바래요.”
“그, 로버트입니다. 엘레나 대선배님의 명성은 많이 들었습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목진이다.”
순자와 로버트에 이어, 목진이 자신을 소개했다. 엘레나는 잠시 목진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는가 싶더니 착각인가? 라고 중얼거리며 김성범과 세령이 대화를 할 수 있게 옆으로 약간 비켜섰다.
소개가 끝났으니 이제는 일 이야기를 할 때다. 그 사이에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아니면 눈앞에 누나가 있기 때문인지 김성범은 한결 냉정해진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후······. 화가 나긴 하지만 일은 일이니까. 어때, 순수하게 아이를 내어주겠습니까? 아니면 녹림의 법도를 따르시겠습니까?”
잠깐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던 세령이 물었다.
“협상에 앞서 하나 물어보겠는데, 우리도 그 소단주라는 애가 우리 우주선에 밀항했다는 걸 몰랐다면 믿겠어?”
김성범이 가만히 눈살을 찌푸렸다. 무공을 배우지도 않은 소단주가 밀항한 것을 세령 정도의 고수가 눈치채지 못했다니.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세령의 얼굴을 보면 딱히 그를 속이거나 조롱할 의도는 보이지 않았다. 김성범은 무림의 격언인 ‘무림에는 언제나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라는 말을 떠올리는 쪽을 선택했다.
“······솔직히 믿기지는 않지만, 그런 상황이라도 좋게만 해결하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저는 부하를 잃었거든요. 목숨을 내놓으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그만한 대가를 치르고 나가셔야 할 겁니다.”
핏값은 내고 가라. 그것은 흑표채 입장에선 정당한 요구였다. 이 부분에서는 엘레나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듯 관망하는 시선을 보내올 뿐이었다.
김성범이 말하는 대가라면 당연히 돈일 것이다. 돈이 부족하다면 팔자에도 없는 녹림채 소속 용병이 되어 그만큼 일을 해야 할 테고.
보통 때라면 근본이 도적인 녹림을 신용하기 어려울 테지만, 팔척투귀 엘레나가 보증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물론, 마교랑 엮인 일이니만큼 잠시 행동을 구금당하는 것 정도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겠지만 말이다.
고민할 것도 없다. 세령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선택지가 없네. 녹림의 법도를 따르겠어.”
그녀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비무대?”
목진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 아무것도 없는 우주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웬 비무대가 튀어 나온다는 말인가.
목진으로서는 의아함의 연속이었다. 녹림의 법도이니 뭐니 하더니 다시 세령의 우주선으로 순순히 보내주고, 이젠 또 비무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란다. 추격전이랍시고 그 난리를 피웠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슨 비무라는 말인가.
“녹림의 법도를 따르겠다고 했으니까요. 아까 말했죠? 실력 발휘할 때가 올 거라고. 이걸 노리고 있었죠.”
녹림의 법도.
힘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무림의 일원답게 녹림과의 일전을 뜻한다.
녹림도가 작정하고 달려들면, 그들의 추격을 벗어날 수 있는 무림인은 그리 많지 않다. 설령 녹림보다 월등히 강한 절대고수라 해도 그들을 뛰어넘을 만큼 능숙한 우주선 조종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때문에 녹림은 녹림의 법도를 세웠다. 우주선의 파괴를 빌미로 협박하여 약탈하는 것은 무인답지 않다는 이유로 무림의 공분을 살뿐더러, 불가침적 공생관계에 있는 인류정부의 개입을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 녹림을 이길 수 있을 만큼 무공이 고강한 자들이라면 순순히 가게 두어라.
무림인이 녹림에게 잡히면 녹림도와 무공을 겨루고, 이기면 순순히 가던 길을 가게 두는 대신 졌을 때는 절반의 재산을 빼앗는다.
이 시대의 녹림이 개개인의 무력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은하를 주유하는 거대 문파이기 때문에 가능한 자신감. 무공이라 부를 것도 없이 일개 산적 떼에 불과했던 목진의 시대의 녹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목진의 반응은 심플했다.
“허어······. 산도적 놈들이 출세했구나.”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아있었다. 목진이 다시 세령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 망망대해 같은 우주에서 어떻게 무공을 겨룬다는 말이냐? 비무대를 가져온다고 했는데, 그건 또 무슨 말이고?”
비무대라는 것이 본디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종류의 것이던가? 적어도 그가 알기로, 비무대라는 것은 일종의 건축물일 터였다.
세령이 그런 목진을 보며 픽 웃었다. 세령이 콕핏 밖을 가리켰다.
“저 쪽을 봐요.”
“허?”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목진의 시선이 콕핏 밖으로 향하더니, 그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저것이······무엇이냐?”
그것은 거대한 반쪽짜리 원반이었다.
이상한 비유였지만, 적어도 목진이 알기로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선 그보다 적절한 어휘가 없었다.
이것은 과연 마차인가? 아니면 건축물인가.
마치 나비가 날개를 접은 것처럼, 그 길이가 백여 장에 이를 만큼 거대한 회색 원반을 반으로 접은 것 같은 모습의 우주선. 그간 봐온 소규모 우주선들과는 달리 고대인의 가치관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만한 스케일의 우주선에 목진은 할 말을 잃었다.
나비가 그 날개를 펴듯, 현실감이 없을 만큼 육중한 우주선의 원반이 조용히 좌우로 펼쳐진다. 그리고 완전히 펼쳐져 하나의 거대한 원반이 만들어졌을 때, 목진은 그제야 그것이 비무대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고작해야 십여 장에 불과했던 목진의 시대의 비무대는 이에 비하면 어린아이의 장난감이나 마찬가지였다.
“녹림도라면 웬만해선 저런 거 몇 개씩은 가지고 다녀. 저 위에서 무공을 겨뤄 결판을 내는거지.”
감시역으로 잠시 동행한 엘레나가 덧붙였다. 투귀(鬪鬼)라는 별호가 붙을 만큼 무공광적인 면모가 있는지, 그녀는 다른 사람의 무공을 견식할 수 있는 기회에 조금 들떠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앞으로 이십 분 정도면 비무대 셋팅이 완료될 거야. 그러니까.”
일단 감히 던지기를 한 그 빌어먹을 밀항자 애새끼부터 찾자고.
착 가라앉은 목소리와 함께 세령의 살기어린 눈이 번뜩였다.
이곳이니라. 우주선의 창고에 들어선 목진이 말했다.
하지만 세령은 물론, 엘레나마저도 의아한 표정으로 창고 안을 둘러봤다. 이 정도 크기의 창고 안이라면 어떻게 숨어있든 간에 그녀들의 눈을 벗어날 순 없다. 하지만 그만한 고수들의 기감에도 걸리지 않는 은잠술(隱潛術)이라는 건 듣도보도 못했다.
“정말 이곳이 맞아요?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음······. 나도 잘 모르겠는걸.”
“여기가 맞다. 내 직접 보여주랴?”
“부탁 좀 할게요.”
무인으로서 최고의 경지라 칭하는 생사경에 이른 목진 자신도 사람이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희미한 기감이다. 아직 절정의 문턱에 도달하지 못한 오버 B급 무인인 세령이나 절정을 뛰어넘어 초절정 고수의 경지라 할 수 있는 S급 무인인 엘레나가 간파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목진은 가만히 창고의 한 켠을 노려봤다. 마치 정말로 무언가를 따라가는 것처럼, 창고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는 목진의 시선. 가만히 정체 모를 무언가를 따라가던 목진이 입을 열었다.
“네가 감히 본존의 눈을 속이고 숨을 수 있을까 싶더냐? 험한 꼴을 당하기 전에 어서 그 모습을 드러내거라.”
조용히 울려퍼지는 목소리의 밑바닥에 깔린 진득한 살기. 그 살기에 민감하게 반응한 엘레나가 움찔 몸을 떨었다. 목진 나름대로 잘 갈무리했다고 생각한 살기를 감지한 것이다.
제대로 살기를 느끼지 못한 그녀조차도 이런 반응인데, 직접 살기를 맞닥뜨린 당사자는 어떨까. 하물며 그것이 제대로 무공을 배우지도 않은 일반인이라면 말이다.
“흑, 흐윽······.”
별안간 허공에서 나타나는 사람의 형상. 처음에는 그 형태나 간신히 알아볼 법한 반투명한 모습이더니, 점점 그 모습이 드러나며 사람의 형상을 갖춘다.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은, 열다섯 정도 되어보이는 중성적인 느낌의 단발 소녀. 목진의 살기에 질렸는지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천령상단 소단주의 바지 아래는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이래저래 여성으로서 보이기 민망한 모습인 소단주를 본 세령이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너였구나. 우리한테 엿을 먹인 게.”
뻐억! 꽉 쥔 세령의 주먹이 인정사정없이 소단주의 복부에 꽂혔다.
정보)
김성범의 나이는 29세, 엘레나 김의 나이는 35세다. 어머니의 유전자는 같고 아버지의 유전자가 다른 이부남매라 인종부터가 조금씩 다르다. 그들 외에도 여럿의 이부남매들이 있다.
김성범은 A랭크, 엘레나는 S랭크의 무인으로 분류된다. 엘레나 정도의 고수는 거대문파들에도 그리 많지 않다.
남매이긴 하나 엘레나는 녹림 소속이 아니다. 심지어 두 사람의 어머니인 서천검후도 녹림과는 관계가 없다. 현대 무림에는 이와 같이 가족간에도 소속이 다른 경우가 왕왕 존재한다.
엘레나는 별호에 걸맞게 비무를 좋아한다. 자신보다 약한 무인이더라도 그에 맞춰 비무를 하면서 다양한 무공을 견식하기를 즐기는 편이다.
강한 무공과 더불어 호쾌한 성격 덕분인지, 세령을 더불어 많은 여성 무인들에게 엘레나는 동경의 대상으로서 인기가 많다.
엘레나와 김성범의 어머니인 서천검후는 전 우주를 통틀어 스무 명 안에 들 정도로 그 경지가 높은 원로 무림인이다. 서천검후는 자신이 인정할 만큼 무공이 고강한 무인들과 자신의 유전자를 섞어서 인공 자궁으로 출산한 뒤 자식으로 삼는데, 이렇게 얻은 자식이 아홉이나 된다. 의외로 이런 가정환경임에도 자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자식들과의 사이는 좋은 편이다.
서천검후가 자식을 낳고자 하는 무인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데, 예를 들어 엘레나의 경우는 아버지 역할의 무인이 여성이라 아버지가 없고 둘째 어머니라고 부른다.
서천검후가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하지 않은 것에 비해 엘레나의 경우는 남편만 네 명이 있다. 원래 우주의 결혼가치관이 좀 많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의외로 김성범은 인기에 비해 아직 미혼이다.
녹림의 법도 때문에 녹림의 영업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현 무림인들에게 녹림이 ‘랜덤 인카운트처럼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눈이 마주치면 싸움을 거는 놈들’같은 이미지로 굳어진 데에는 갑자기 EMP 포획탄으로 무력화시킨다음 녹림의 법도 운운하면서 싸움을 거는 영업방식의 원인이 크다.
처음 추격전 때는 웬만한 무림인이라면 그냥 힘 빼지 않고 잡힌다. 실력에 자신이 있는 무림인이라면 녹림과 싸우고, 자신이 없으면 그냥 항복하고 미친개한테 물린 셈 치고 재산의 절반을 내놓는다.
녹림의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우주선에 비무대를 단 성간이동 비무선이다. 소형은 수십여 미터에 불과하지만 중형은 수백여 미터, 일부 대규모 성채들이 가진 대형 비무선은 킬로미터 단위에 이른다. 흑표채의 비무선은 중형으로, 최대 30여 명까지의 단체전이 가능한 사양이다.
녹림은 보통 녹림의 법도를 통한 비무를 강호넷에 생중계해서 수익을 올린다. 일반인들이야 운 나쁘게 녹림한테 잡아걸린 불쌍한 무림인의 사정 따위는 알 바 아니고 싸움판 구경을 즐기기 때문에 녹림의 법도 채널은 인기가 많은 채널이다. 이때, 의외로 기업윤리적인 면을 보여 수익의 일부는 함께 출현한 해당 무림인의 몫으로 떼어주며 비무에서 이긴 경우는 그 몫을 전부 가져가지만 비무에서 졌을 때는 절반을 다시 녹림에게 뺏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