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70)
우주천마 3077-169화(170/349)
26. 대기시숙 Super Rookie Complete (6)
26. 대기시숙 Super Rookie Complete (6) – 무슨 원시인이세요?
천마신교 32교구에서의 일이 마무리된 이후 목진 일행은 곽가장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화산파와 소림사로부터 순자가 예상한 것과 같은 지침이 전달되어 용적산과 아수라 붓다가 멋쩍어하며 사과를 해오기도 했고, 간만에 고수들과 어울릴 기회라며 잠시 곽가장에 머물기로 한 연화와 다라 덕에 그녀들의 팬인 곽가장 부부가 행복의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곽가장에 돌아온 목진이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면······.
세령에게 가르칠 만한 사천당가의 무공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비은용독술(秘隱用毒術), 아니고. 피독호신기(避毒護身氣), 필요 없고. 고독수(蠱毒手), 금나술 부분만 빼야겠군. 주사피갑(朱砂皮鉀), 약하고. 청독비수(靑毒匕首), 애매해. 흑갈쌍수(黑蝎雙手), 괜찮군. 팔섬투법(八閃投法)······이건 쓸만하겠어.”
소파에 기대앉은 채 시력보호 안경을 끼고 휴대용 단말 패널 위로 떠오르는 사천당가의 고대 무공들을 골라내는 목진.
얼핏 어렵고 복잡한 작업처럼 보일수도 있는 광경이지만, 무공의 이름이나 중간 부분만 슬쩍 봐도 대략 어떤 무공인지 감을 잡을 수 있는 목진의 입장에선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힘들기보다는 남의 문파 무공들을 신나게 구경할 수 있으니 나름 재미있는 취미활동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목진이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에는 명색이 사천당가의 후예라는 세령이 한자를 읽을 줄 모르는 무림까막눈이라는 점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아······또 생겼어요?”
열심히 번역기를 돌려가며 무공들을 읽다가 잠깐 샤워를 하고 온 세령이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목진이 미리 익혀두어야 한다며 건넨 무공만 해도 벌써 세 개째였다.
‘팔자에도 없는 무공 연구라니······.’
처음에는 그냥 만만하게 생각했었다. 몇십 페이지 되지도 않는 비급을 읽고 외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할 수 있는 착각에 불과했다.
고대 무공을 현대화시키는 일은 전문 연구기관에 무공학 박사학위를 딴 고수들도 수도 없이 갈려 나가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한자조차 제대로 모르는 세령이 도대체 어떻게 비급만 가지고 무공을 익힐 수 있겠는가.
하지만 세령은 차마 할 수 없다 말할 수 없었다.
심정적으로는 자신의 무공을 위해 백이 넘는 사천당가의 고대무공들을 솎아내주는 목진의 정성 때문이었고.
감정적으로는 당가의 복수인데 당가 무공으로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는 생각 때문이었으며.
현실적으로는 조금 막힌다 싶으면 옆에서 툭툭 힌트를 던져주는 목진의 조언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게 왜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이냐? 에잉.”
과연 달랑 종이쪼가리 비급 한 권만 가지고 무공을 익히던 시대의 사람이라는 걸까.
분명 오늘 처음 보는 무공이 분명한데, 목진은 그냥 한번 슥 보더니 그녀가 막히는 부분도 곧바로 이해하고 풀어서 설명까지 해 준다.
‘원시 무림시대는 도대체······?’
그 모습을 눈앞에서 몇 번이고 목격한 세령이, 스스로의 지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몰랐다.
목진은 제 머리를 연신 쥐어뜯으며 비급이랑 씨름하고 있는 세령의 개고생을 지켜보며 미간을 좁혔다.
‘이래서는 남은 무공들을 배워봐야 허송세월이겠구나.’
사천당가의 후예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세령은 평생 검법 위주의 무공을 익혔다.
그나마 급한대로 써먹을 만한 암기술 정도는 배웠지만 딱 임기응변의 수준. 결국 세령의 장기는 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천당가의 고대 무공 중에서 써먹을 만한 검법은 없다. 독공과 암기술로 이천 년을 버텨온 세가인데 상승의 검법이 있을 리가.
‘제게 맞지 않는 무공을 익혀봐야 낭비다.’
하지만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버젓이 사천당가의 무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가의 복수에 남의 무공을 쓸 수는 없는 노릇.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로군.’
가만히 세령을 바라보던 목진이 그녀를 불렀다.
“세령아.”
“네······.”
“내 이 무공들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어도 되겠느냐?”
“······네?”
세령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돌려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은 세령이 들고 있는 단말 패널을 가리키며 말했다.
“언제까지 그러고 끙끙대기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내 생각해둔 것이 있는데, 일단 이 무공들의 주인은 너이니 물어보는 것이다.”
원래라면 사문의 무공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당장 목진이 살던 시대에는 구파일방조차 사문의 무공을 보았다는 이유로 척살령을 내리는 일도 적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체면치레를 따질 만한 상황이 아니다. 당장 사천당문이 멸문하고 무공들이 죄다 소실된 마당에 그런 사소한 일 따위가 중요하겠는가.
그리고 애초에, 그 무공들의 주인인 세령부터가 그런 무림 특유의 감수성과는 거리가 먼 타입이기도 했고 말이다.
“······누구한데 보여주려고요?”
세령이 물었다. 물론 목진이 아무한테나 무공을 공개하거나 할 리는 없겠다마는, 사천당가의 무공을 보여주어야 한다면 열에 여덟아홉은 세령 자신이 사천당가의 후손임을 알게 될 터. 자신의 성이 당씨라는 게 엄청나게 중요한 비밀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누구한테 보여주는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게 아닌가.
“글쎄, 아마 용가나 서검후가 될 것 같구나.”
“음······그분들이면 괜찮겠죠. 용 노사님은 제 성이 당씨인 것도 알고 계시고.”
무공 관련해서도 걱정할 만한 이들은 아니다.
일단 두 사람 모두 정파 성향이기도 하고, 남의 문파 무공 가지고 장난질을 할 정도로 막돼먹은 성격도 아니었으니까. 반쯤 막돼먹은 아수라 붓다라면 모를까 적어도 두 사람은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신용이 있었다.
세령의 허락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러면 한동안 자리를 비울 수도 있으니 그동안 그 무공들을 익히고 있거라. 직접 펼치기보다는 그 구결 안에 적힌 오의를 이해해야 할 것이야.”
“네······.”
세령이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어하는 모습이 조금 안쓰럽긴 하다마는, 이것도 다 저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목진은 무공이 들어있는 단말기를 챙긴 채 울상이 된 세령을 내버려 두고 별채를 나섰다.
그리고 그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어머. 선배께서 먼저 찾아오시는 일도 있네요.”
서천검후 김연화가 묵고 있는 곽가장의 다른 별채였다.
연화는 하늘색 줄무늬의 앞치마를 두른 채 한 손에는 위생장갑을 낀 채 의외라는 표정으로 목진을 맞이했다.
“······음. 이른 점심식사 중이셨는가.”
“점심이라기보단 브런치지만요.”
“······브런치?”
“아침식사 겸 점심식사랍니다.”
소녀가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서요. 연화가 멋쩍은 듯 미소를 머금었다. 목진은 그녀의 손에 낀 위생장갑을 보고 의외라는 듯 두 눈을 깜박였다.
“직접 요리를 하는군 그래.”
“이래 뵈도 오랜 취미랍니다.”
연화가 생긋 웃었다. 수련광이라서 식사도 대충 할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은근히 가정적인 취미였다.
“그런데 선배께서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그리 급한 일은 아닐세. 무공에 관해 도움을 받고자 하여 찾아왔는데, 때를 잘못 잡았군. 밖에서 느긋하게 경치 구경이나 하고 점심 즈음에 다시 올 터이니 식사 맛있게 들게.”
‘미리 연락을 하고 올 걸 그랬구나.’
만약 연화가 없었으면 용적산에게 갈 생각을 하고 설렁설렁 온 목진은 연화를 향해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몸을 돌렸다.
“굳이 그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이어진 연화의 말이 그의 발을 붙잡았다.
“손이 큰 편이라 두 사람 먹을 양은 충분한데, 이왕 오신 김에 소녀와 함께 식사라도 한 끼 하심이 어떠신지요?”
그리고 목진은 차마 코끝을 간질이는 맛있는 냄새를 뿌리칠 수 없었다.
“으음. 정말 맛있었네. 내 이만큼 좋은 식사를 한 것은 오랜만이야.”
식후 입가심으로 내온 차를 마시며, 목진은 연화의 요리에 대해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맛도 맛이지만 특히 목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정갈하게 내온 가정식 특유의 풍미.
산해진미와 취금찬옥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식사는 적잖이 경험해 본 목진이었지만, 어린 나이부터 사부와 함께 살아온 탓에 가정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목진에게 있어 연화의 가정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선배님께서 만족하셨다니 제 마음도 뿌듯하네요.”
목진의 칭찬에 연화가 살풋 미소를 머금었다. 나름 요리에 자신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기에 목진의 반응이 기분 좋게 들렸다.
배도 부르고, 따뜻한 차도 한 잔 마셨으니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할 차례.
보통 남녀라면 좀 더 사교적인 대화로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무공 하면 사족을 못 쓰는 두 사람이기 때문에 이어지는 대화는 자연스럽게 무공 이야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무공에 대해 소녀가 도울 점이 있다 말씀하셨었지요.”
“그렇네.”
목진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내 이번에 무공을 하나 창안하려 하는데, 그대가 나를 좀 도와주었으면 하네.”
현재 세령의 전투 스타일은 검법을 주로, 암기를 포함한 자잘한 도구들을 보조로 쓰는 스타일이다.
그러면 굳이 익숙한 전투 스타일을 강제로 사천당가의 고대 무공에 맞추기보다는, 그 고대 무공들에 담긴 오의들을 담아 새로이 그녀의 전투 스타일에 맞는 무공을 창안하면 되는 게 아닐까?
그야말로, 하룻밤만에 화산의 오의를 담아 나름의 검법을 창안한 목진만이 할 수 있는 발상이었다.
“무공······이요?”
목진의 말에 연화가 두 눈을 깜박이며 되물었다. 꽤나 의외의 발언이기 때문이었다.
그야 무공을 창안하는 건 절대고수쯤 되면 한 번쯤 하게 되는 일이긴 하다. 당장 그녀의 독문무공인 칠섬십예부터가 그녀가 직접 창안한 무공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녀가 의문을 가지는 점은 다른 부분이었다.
“선배께서 무공을 창안하시려는 것은 잘 알겠어요. 그런데 굳이 소녀가 도와드려야 할 부분이 있는지······?”
당장 마음 가는대로 검을 휘두르고 이름을 붙이기만 하면 무공이 될 정도로 동작 하나하나에 수많은 오의가 담기는 경지에 있는 것이 바로 목진이다.
그녀가 아무리 화경의 말미와 현경의 초입에 걸쳐있는 경지라고는 해도 목진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데 왜 굳이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목진이 그녀를 찾아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나는 그 내공통합운영시스템(QIOS)이고 초식다운로드인터페이스(ADI)고 아는 게 없지 않은가. 헌데 내가 만든 무공이 그걸 가진 무인에게 잘 맞겠는가?”
“아.”
그러고 보니 이 선배는 고대인에 내츄럴이었지.
그동안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린 연화가 제 머리를 콩 때렸다. 워낙 보이는 무위가 초월적이었기에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이네만. 목진이 말을 이었다.
“내가 창안하려는 무공은 좌수(左手)에 암기를, 우수(右手)에 검을 드는 무공일세. 칠단섬결과 천두비룡섬을 익힌 그대만큼 그런 무공에 적합한 조언자는 없지 않겠는가.”
그건 그렇긴 하지요. 목진의 말에 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소녀 김연화가 선배님의 무공 창안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연화는 시원하게 목진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이 정도의 부탁 정도는 돕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완전 재밌겠다.’
목진과 함께 무공을 창안하는 일이 정말 재밌을 것 같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목진의 말을 듣고 의욕이 솟구친 연화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럴 게 아니라 소녀가 가지고 있는 최신 무공 제작툴부터 한번 둘러보신 다음에 생각하시죠, 선배님! 가상공간 접속기는 가지고 계시지요?”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도 망각하고 말았다.
그녀의 눈앞에 있는 이는 고대인에 내츄럴이라는 것을.
“······나는 그거 접속 못 하네만.”
엑. 신나게 접속기를 가지러 가던 연화가 그 자리에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