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72)
우주천마 3077-171화(172/349)
27. 초감이계 Beyond the Sense (2)
27. 초감이계 Beyond the Sense (2) – 거 긴장 좀 푸쇼
과거 21세기 무렵에 인터넷의 사용 여부가 문명의 척도를 나타내는 기준이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전뇌공간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략 열다섯 전후쯤 되어 신체에 이식하는 생체단말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전뇌공간. 어지간히 관찰력이 뛰어난 이들도 현실과의 차이를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전뇌공간은 단순히 정보의 공유를 넘어 황량하기 그지없는 우주와는 다른 또 다른 생활권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주 저 멀리 있는 친구와 가볍게 저녁식사를 하면서 게임 한 판 즐길 수 있는 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전뇌공간의 힘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우주에는 특수한 체질이나 사고 등으로 인해 생체단말을 이식할 수 없어 전뇌공간에 접속할 수 없는 이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런 경우는 대개 특수 장비나 신경 조정 등을 통해서 특수한 조치를 해 주면 해결되는 편이지만, 이 드넓은 우주에 예외는 얼마든지 있는 법.
그리고 암림성 기술도시 구획에 위치한 알버트 공방은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한 사업체였다.
“······내가기공 배우신 분인데 몸에 뭘 이식하긴 곤란하시다라. 흐음······이런 경우는 처음인데요.”
공방의 주인 젊은 청년 알버트는 자신을 찾아온 사내와 안드로이드 소녀와 마주 앉은 채 제 턱을 쓰다듬었다.
“내가기공 배우신 양생원 분들은 일반 생체단말에다 신호 변조기 박고 추가 접속단자 꽂으면 되고, 이식 싫어하는 분들은 머리 밀고 영구패치 붙이거나 나노패치 쓰면 되는데, 둘 다 해당이 안되면 아예 설계를 따로 해야겠는데요.”
“어려운가요?”
목진을 돌아보며 조심스레 묻는 순자의 물음에 알버트가 손을 내저었다.
“아~뇨.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이스터 파비올라 소개로 오셨는데, 불가능한 것도 해드려야지. 그게 그 뭐냐. 강호의 도리? 그거 아닙니까.”
어렵다기 보단 비슷한 사례가 없어서 그런 거죠. 알버트가 덧붙였다.
“이론적으론 충분히 가능합니다. 전신 접속기에 회수형 나노패치 달고, 내공 차단기랑 뉴로시그널 하이잭, 거기에 안전장치 좀 달아주면 얼추 되긴 할 것 같네요. 부품 단가들이 만만치 않아서 가격이 꽤 나올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대략 얼마나······.”
“돈은 충분하니 걱정 마시오.”
순자가 본능적으로 협상을 하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목진이 입을 열었다.
다른 경우였다면 그냥 순자에게 맡겼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고전무협 감수성을 공감할 수 있는 영혼의 동지인 파비올라의 소개다. 호의에는 호의로 되돌려주는 것이 미덕인 만큼 씀씀이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 그녀의 체면을 손상시킬 순 없지 않은가.
순자가 조금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지만 목진은 옅은 미소와 함께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여 주고는 알버트를 향해 입을 열었다.
“튼튼하고 좋은 물건으로 부탁하오.”
“물론입니다. 대협. 특별히 신경써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단가보다 퀄리티를 중요시하는 손님은 장인 성향이 강한 알버트에게 더없이 좋은 손님이다. 알버트가 냉큼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의 패널 위에 스타일러스 펜으로 견적서를 작성했다.
“어디보자, 보니까 부품들 재고는 충분히 남아있으니 로켓배송 때리면 이틀 정도면 다 도착하겠네요. 제작공정은 한 사흘 잡고, 데이터 실측이랑 테스트까지 하면 한 보름 잡으면 되겠네요. 시간 여유는 충분하시죠?”
“네. 그동안은 근처에 머물 생각이에요. 혹시 근방에 추천해주실 만한 숙소가 있나요?”
“이 주변은 좀 시끄럽고, 관광구역 쪽에 제 친구가 하는 곳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가격도 꽤 합리적이고 믿을 만 한 곳이죠. 제 이름을 대면 잘 대접해 줄 겁니다.”
“좋네요.”
그럼 계약은 이렇게? 알버트의 말에 계약서를 살펴본 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견적으로 나온 예상비용이 조금 가슴 아프긴 하지만 돈 주인인 목진이 평소랑은 달리 돈을 쓰겠다는 데 어쩌겠는가.
“선금은 얼마를 드리면 되죠?”
“이 동네 사정 상 보통은 칠 할 정도를 받는데, 마이스터 파비올라 소개로 오셨으니 이 할만 주시죠.”
테이블의 단자에 손가락을 대 계약서와 견적서를 전송받은 순자가 목진의 계좌에서 크레딧을 전송했다. 적지 않은 돈이긴 했지만 목진의 계좌에 들어있는 금액에 비교하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목진 님, 아무리 돈이 많으셔도 아낄 수 있을 때는 아껴야 한다는 거 아시죠?”
알버트 공방을 나서며 순자가 목진에게 말했다. 목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그러니 네게 창고 열쇠를 맡긴 게 아니냐. 다만 이번에는 소개를 받아 온 것이니 씀씀이를 크게 했어야 했던 게다.”
현재 나찰즈에서 가장 돈이 많은 건 의외로 순자가 아닌 목진이었다.
애초에 따로 보수를 받지 않는 대신 나찰즈의 일원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는 목진이기에 군것질을 제외하면 딱히 돈이 나가는 일도 없고, 그마저도 순자가 운영하는 나찰즈 방송의 수익분배금으로 커버하고도 남으니 당연히 돈이 쌓일 수밖에.
그간 큼직큼직한 사건들에 관여하며 받은 목돈이 적지 않고, 특히 이번에 천마신교로부터 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전송해 준 금액이 생각 이상으로 컸다.
거기에 부교주인 존이 제 사비를 털어 따로 목진에게 준 돈은 그 이상이었으니, 목진의 돈을 관리하는 순자로서는 요즘 들어 돈 굴리는 재미에 푹 빠진 참이었다.
“앞으로 돈 들어갈 곳이 많아요. 이번에 검도 새로 장만하셔야 하잖아요.”
“워낙 튼튼해서 아직 쓸만은 하다만, 바꿀 수 있을 때 바꾸는 게 좋지.”
순자의 말에 목진이 허리춤의 검을 툭 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목진이 한동안 쏠쏠하게 사용하던, 토투가 랠리 때 염천성으로부터 받은 네임드 삼중합금 검은 부교주 존 로갈과의 전투로 인해 여기저기 상한 상태였다.
물론 원래의 견고함이 견고함인 만큼 이가 몇 군데 나간 정도로는 딱히 불편한 것이 없으나, 그래도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이왕이면 멀쩡한 검을 쓰는 게 좋지 않겠는가.
“일단 숙소부터 잡아 놓고, 내일 공업구역 쪽을 돌면서 무기공방을 한번 돌아봐요. 이번에 왕언니 무기도 새로 장만 좀 해야지.”
“흐음. 그리 하도록 하자꾸나. 이 기회에 세령이에게 검이나 한 대 선물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좋은 생각이에요.”
“욘석.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껴야 한다더니 세령이 이야기만 나오니 입을 싹 닫는구나.”
“······헷.”
목진이 껄껄 웃으며 순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순자가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음침하기 그지없는 지하도시의 광경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훈훈한 광경이었다.
“이 대협.”
“음?”
순자의 손을 잡고 골목을 걸어가던 목진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 목소리였다. 눈앞에 보이는 이를 모고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던 목진의 눈이 조금 커졌다.
“······녹림의 김가가 아니더나.”
“토투가 랠리 이후로 뵌 적이 없었지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순자 양도요.”
거대한 로켓 전투도끼를 등에 거꾸로 맨 성범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이며 목진을 향해 인사했다.
“오랜만이구나.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암림성은 녹림의 영역이니 말입니다. 잠시 일이 있어 들렸는데 마침 대협께서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인사라도 드릴까 하여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혹시 갑작스레 찾아뵈어 방해가 되었습니까?”
“아니다. 마침 볼일을 다 본 참이다. 헌데 그간 성취가 제법 는 모양이구나.”
목진이 성범을 한 차례 훑어보고는 살짝 대견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번에 보았을 때보다 한층 날카로워진 기세. 목진의 말에 성범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제가 한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다 대협의 지도 덕분인데. 당시에 대협께서 깨닫게 해주신 것들이 적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를 잘 소화하는 것도 다 네 몫이니라. 잘 했다 격려하는 것이니 과하게 겸손할 필요는 없다.”
“······감사합니다.”
목진의 말에 성범이 뿌듯함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목진의 시선이 성범의 뒤에서 잔뜩 긴장한 채 서 있는 암녹색 장발의 여인과 몇몇 무인들을 향했다.
“헌데 저쪽은?”
“이런, 소개가 늦었군요. 이쪽은 이곳 암림성을 관리하는 암림채의 채주인 레오나 아나야입니다. 아나야 채주, 이쪽은 아까 말씀드린 참룡검제 이목진 대협이시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곳을 관리하는 레오나 아나야입니다. 대협의 위명은 많이 들었습니다.”
목진에게 어색한 포권지례를 하며 인사하는 레오나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긴장이 배어있었다. 그녀의 뒤를 따라온 무인들이 그녀를 따라 똑같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어쩐지 미리 연습이라도 한 마냥 딱딱 들어맞는 동작이었다.
이미 들어오기 전에 순자의 말을 들은 만큼, 그녀의 속이 대충 어떤 심정인지 짐작하고 있는 목진이 피식 웃었다.
“이목진이다. 잠시 볼 일이 있어 이곳에 들렸느니라. 보름 정도 얌전히 있다 갈 예정이니 그리 긴장할 것 없느니라.”
“아닙니다. 대협께서 지내시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미리 조치하겠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했기에 저리 긴장을 했는고?”
목진이 난처한 표정을 짓는 성범을 돌아봤다. 대답은 그 대신 순자로부터 나왔다.
“보통 무림인이 목진 님을 보면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게 보통이에요. 디마 씨랑 이르비스 씨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목진지 과거를 떠올렸다. 확실히, 그가 백룡대를 몰살시킨 참룡검제라는 걸 안 뒤에는 며칠 동안 경기를 일으키지 않았던가.
그나마 요즘엔 익숙해진 모양이긴 하다마는, 그마저도 디마가 목진의 정체가 과거의 천마임을 알아버린 탓에 또 다시 과거의 반복이 이어지고 있었다.
목진이 가볍게 혀를 찼다.
“에잉. 요즘 것들은 패기가 없어.”
“하하······. 대협의 위명이 워낙 크지 않습니까.”
현실을 모르는 목진의 투정에 성범이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길 위에서 오래 대화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군요. 성범이 레오나를 가리키며 목진을 향해 물었다.
“혹시 저녁 식사는 하셨습니까?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 여기 암림성의 주인인 아나야 채주가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고 싶다 하는데 어떠십니까.”
“······네, 맞습니다. 폐가 되지 않는다면 참룡검제 대협을 대접할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흐음. 목진이 어찌 생각하냐는 듯 순자를 돌아봤다.
“저는 좋아요.”
당연히 공짜로 식사 대접을 받는다는 데 순자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흑도고 녹림도이고를 떠나 이 동네를 관리하는 주인이 아닌가. 기왕 가는 김에 이 암림성에서 괜찮은 공방을 추천받을 수도 있을 거고 말이다.
“좋네.”
“감사합니다.”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성범과 레오나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물론 단순히 목진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눠 볼 생각이었던 성범과는 달리 레오나는 괜한 사고가 일어날 일을 막을 수 있기에 기뻐한 쪽에 가까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