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73)
우주천마 3077-172화(173/349)
27. 초감이계 Beyond the Sense (3)
27. 초감이계 Beyond the Sense (3) – 신선하고 파릇파릇한 불량배
“그러고 보니, 요즘 남쪽 우주에서 유독 혈교(血敎) 이야기가 자주 나오더군요.”
“혈교?”
꽤나 호화로운 식사를 마친 뒤,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며 입가심을 하던 목진이 성범의 말에 의아한 듯 물었다.
“네. 혈교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혈교라.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악명을 떨쳤던 사교(邪敎)의 일종이라고 들어본 게 전부다만.”
과거 갓 무림에 몸담았을 적에 몇 번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다.
술법이나 고독을 쓰는 등 간교하고 음험한 뒷수작을 벌이며 무림을 정복하겠다고 발호했다가, 정사연합군에 의해 토벌되었다고 하던가. 천마신교를 이끌고 무림을 정복한 목진의 입장에선 미묘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이들임과 동시에,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이들이었다.
“아무리 이기는 것이 제일이라 하나, 뒤에서 수작질을 부려 무림을 정복하겠다니. 강호의 생리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나 할 법한 어리석은 생각이지.”
무림의 근본은 무공이며, 곧 힘이다.
그가 이끌던 천마신교와 같이 정면승부에서 압도적인 무력을 보인다면 모를까, 모략으로 무림을 정복하려 드니 잠깐 위세를 떨칠 수는 있어도 금세 제압당할 수밖에.
혈교에 대한 목진의 생각은 딱 거기까지였다.
애초에, 이미 토벌당해서 사라진 이들에 대해 더 알아볼 이유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성범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그들의 명맥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고 이 시대까지 질기게 이어져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목진의 말에 성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협께서 활동하시던 과거의 혈교와 같은 곳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무림정복을 목표로 하는 이단 종교로 규정된 단체이긴 합니다.”
“무림이랑 인류정부가 보이는 족족 박멸하는 단체지만 워낙 바퀴벌레 같이 끈질긴 놈들이죠.”
“그러고 보면 대략 십 년쯤 전에 혈교 컬트들로 점령당한 콜로니를 폐기시켰다던 기사를 본 적이 있네요.”
레오나의 말에 순자가 기억났다는 듯 덧붙였다.
처음엔 벽력자들을 투입 시켰지만, 콜로니 오염도가 너무 강해서 내부로 들어가 콜로니 방어막을 해체한 뒤 미사일로 싹 다 날려버렸다던가.
관과 무림이 서로의 영역을 최대한 침범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긴 하지만, 혈교에 대해서만큼은 예외다. 혈교는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민간인들의 삶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이단종교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혈교가 한번 난리를 치면 거기에 희생되는 것은 대부분 죄 없는 민간인들이니 말이다.
“공식적으로는 그게 마지막으로 확인된 활동입니다.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것이 혈교의 활동 패턴이니 슬슬 다시 나타날 때도 되었죠.”
“······그럼 남쪽 우주에서 그 혈교라는 놈들이 나타났다는 게냐?”
성범의 말에 조금 표정을 찌푸린 목진이 물었다. 그로서는 갑자기 웬 사이비 종교 놈들이 남부 은하를 휘젓고 다닌다는 소식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조만간 세령과 함께 복수행의 첫 발을 내딛기 위해 팽가가 자리잡은 하북성계로 가야 하는데, 그 하북성계가 위치한 곳이 바로 남부 은하의 영역이었으니까.
꼭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목진의 말에 성범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우주에 숱하게 떠도는 가십거리일 뿐, 정말로 혈교가 준동했다고 할 수는 없지요. 객관적으로 보면 그냥 흔한 혈교몰이일 뿐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혈교몰이?”
“마음에 안 드는 적대 문파를 혈교의 끄나풀로 호도하는 거죠. 중견문파 쯤 되면 안 통하지만, 중소규모 문파들 사이에선 꽤 흔한 여론전술이에요.”
“허 참.”
레오나의 설명에 목진이 가볍게 혀를 찼다. 어째 무림과 관에 동시에 찍힌 놈들치고는 영 취급이 박한 느낌이었다.
“물론 남쪽 우주에서 혈교에 대한 말이 나오는 빈도가 최근 들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니만큼 대협께서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시는 게 좋겠지요.”
성범이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가볍게 덧붙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간중간 대화에 끼어들기만 하던 레오나는,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대신 조금 다른 견해를 내비쳤다.
“최근 녹림 안전보장위원회에서도 언급된 적 있는 주제이니 실제로 혈교가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은 제법 높은 편이라고 보는 게 좋을 거에요.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정말인가?”
들은 적 없는 소식에 성범이 레오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가 말한 모든 것이 진실은 아니었다.
안전보장위원회의 반영구적 상임이사채인 암림채를 이끄는 레오나는 인류정부가 정식으로 혈교에 대한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녹림의 몇 안 되는 핵심 수뇌부였으니까.
당장 그녀가 성범을 초대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혈교의 준동을 넌지시 경고하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다만 외부인인 목진 일행 앞에서 그와 같은 대외비를 모두 밝힐 수는 없는 법. 그녀는 적당히 말을 얼버무리며 그 이상의 정보를 끊었다.
“자세한 건 밝히기 어렵지만, 일단 뭐가 있긴 한 거 같다는 게 중론이었어.”
“······그렇군.”
“그런데 그런 내용을 저희에게 공개하셔도 괜찮은 건가요?”
아직은 가능성일 뿐이니까요. 순자의 물음에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범 쪽으로 눈짓하며 대답했다.
“김 채주와 인연이 있으신 분이니 이 정도의 느슨한 정보 공유쯤은 어렵지 않은 일이죠. 저희는 참룡검제 대협 일행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으니까요.”
다소 노골적이긴 했지만, 녹림이라는 소속 때문인지 레오나라는 여인의 인상 때문인지 되려 털털하게 느껴지는 대답이다. 목진이 가볍게 입가를 끌어올렸다.
“그래. 내 기억해 두지.”
세령의 복수행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저들의 입장에선 가벼운 호의 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 남부 은하로 다음의 목적지를 잡고 있는 일행의 입장에선 꽤나 쏠쏠한 정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이어진 대화는 무공에 대한 것이라거나, 녹림에 대한 것이라거나 하는 자잘한 것들이었다.
적당히 대화가 마무리되고, 슬슬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목진을 향해 레오나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대협. 이곳에 보름 정도 머무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따로 숙소를 잡으신 곳이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저희 암림채에 머물 곳을 내어드리고 싶습니다만······.”
나름 신경을 써서 내민 제안이었다. 이곳 암림성은 숙소를 잡는 일도 신중히 해야 하는 동네였으니 말이다.
괜히 가격이 싸다고 저렴한 숙소를 잡는다? 그것도 외지인이? 뒤통수 맞기 딱 좋은 구도가 아닌가.
물론 상대가 상대인 만큼 머리통이 깨지는 건 뒤통수를 친 놈들이겠지만, 어쨌건 암시장의 주인인 레오나의 입장에선 목진의 기분이 언짢아지는 일 자체가 생기지 않는 게 베스트였다.
그러나 목진은 그녀의 제안에 가볍게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
“호의는 고맙네만, 이미 의뢰를 넣은 장인에게 숙소를 소개받은 참이네.”
“······실례지만, 그 장인 분은 믿을 만 한 사람인가요?”
“물론이네. 지인에게 소개를 받았지.”
목진이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도 아니고 파비올라의 소개가 아닌가.
“으음······.”
이렇게까지 말하니 달리 할 말이 없다. 지인의 소개를 타고 숙소를 잡았다고 하니 막무가내로 암림채에 머무르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손을 놓고 나몰라라 할 수는 없다. 마른침을 꼴깍 삼킨 레오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대협의 숙소에 저희 암림채가 호위를 붙여도 괜찮을까요? 저와 김 채주도 함께 머무를 생각인데요.”
“······호위라. 그리 하도록 하거라.”
레오나의 속내를 대충 짐작한 목진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말이 호위지 반쯤 감시당하는 기분이라 약간 불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성범의 얼굴을 봐서 참아주지 못할 것일 뿐. 목진의 기억 속에서 성범은 제 누이와는 달리 썩 예의가 바른 편이었다.
목진의 대답에 레오나가 반색했다.
“그러면 준비를 해서 내일 즈음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헌데 혹 쓸 만한 검공(劍工)을 소개시켜줄 수 있겠느냐? 보다시피 새 검을 구하고 있는 참이다만.”
목진이 허리춤에 있는 검을 살짝 뽑아 그녀에게 보여줬다. 군데군데 이가 나간 검을 본 레오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아다만타이트 넣은 삼중합금인 것 같은데······이가 나갔군요.”
‘도대체 뭐랑 싸웠길래······?’
삼중합금의 강도에 대해서는 그녀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제대로 제련하면 군용 레일건을 직격으로 맞아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강한 강도의 검인데 이가 나간다고? 그것도 백룡대를 몰살시킨 절대고수가 사용하는데? 미지의 상대에 대한 오싹함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암림채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검공을 소개시켜드릴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이 이런 삼중합금 검을 다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적당히 튼튼한 검이 필요할 뿐이니 꼭 이 검일 필요는 없느니라.”
삼중합금 검을 깨먹은 사람 입장에서 적당히 튼튼한 검이라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요구사항이 아닐 수 없었다.
“미리 연락을 넣어둘 테니까 내일 오전 중으로 찾아가시면 될 거에요.”
물론 소개하는 입장인 그녀로서는 알 바 아닌 일이었지만 말이다.
다음날,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한 목진과 순자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레오나가 소개해 준 공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느긋하게 걸어가는 목진을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던 순자가 문득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목진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무얼 말이냐?”
“어제 김 채주가 말한 거요.”
“혈교인가 뭔가 하는 놈들 말이냐?”
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흥,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움직이기는 해야겠으나, 과히 신경쓸 것은 없다. 그래 봐야 한낱 사교도일 뿐이 아니냐.”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어젯밤에 혈교에 대해서 좀 자세히 조사해 봤는데, 그냥 이단 종교라고 하기엔 좀 많이 위험해 보이던데요.”
아무리 요즘 무림에서는 혈교몰이 용으로나 언급되는 이들이라지만, 명색이 이천 년이 넘게 무림과 인류정부의 감시로부터 살아남으며 강호에 주기적으로 피바람을 몰고 오는 이들이 아닌가.
“당연히 그렇겠지.”
목진도 순자가 말하는 것의 요지를 모르지는 않았다.
“헌데 지금까지 위험한 상대를 한두 번 본 것은 아니지 않느냐.”
솔직히 말하자면, 목진의 입장에선 그깟 사교도 나부랭이보다는 제갈세가나 천마신교 쪽이 만 배는 더 신경 쓸 가치가 있는 상대들이었다.
천 년이 넘게 끈질기게 살아남은 생명력 하나는 제법 높이 쳐줄 수 있지만, 결국 제가 가진 무력은 형편없는 이들이 아닌가.
“자고로 모략이란 아무리 치밀하다 한들 그보다 강대한 힘 앞에 쓸려나가는 법이다.”
그러니 설령 그들과 마주한다 한들, 그들이 그의 앞길을 막아설 수는 없으니 무엇을 걱정하랴.
“그리고 그 혈교라는 치들은 그깟 무림정복 하나 못해서 천 년이 넘게 빌빌거리고 있는 놈들이 아니냐.”
“뭐······. 목진 님이 그렇게 말하니 뭔가 믿음이 가긴 하네요.”
목진의 말에 순자가 두 눈을 깜박이며 수긍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무림 역사상 유일하게 무림을 통일했던 이가 저리 말하니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미리 대비해서 나쁠 건 없겠지?’
순자는 그리 생각하며 골목 저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슬슬 다 와 가네요. 저 골목 끝에 있는 시설이 공방이에요.”
“그래······? 헌데 묘하구나.”
이미 선객이 와 있는 듯싶은데. 목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전 중에 자신들이 방문할 거라고 레오나가 연락을 했다고 들었는데, 어째 느껴지는 공방의 분위기가 험악해 보였다.
– 언제까지 뻗댈 건데 할망구! 진짜 피 보는 꼴 보고 싶어? 엉?!
– 손님 올 거니까 꺼지라 하지 않았냐! 아구창을 찢어주랴!?
공방에 다가갈수록 들리는 소리에 목진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흠. 보아하니 뭔가 사단이 났나 보군.”
그때, 공방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의 앞을 덩치 크고 험악하게 생긴 둘이 막아섰다.
“이보쇼. 여기 볼일 있으면 내일 다시 오슈. 오늘은 날이 아니니까.”
“대충 무슨 상황인지 보면 아시지? 좋은 말로 할 때 가셔.”
목진과 순자가 두 눈을 꿈벅였다. 그간 겪은 적 없는, 뭔가 대단히 신선한 반응이기 때문이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삼류 건달패 입장에선 그냥 고수도 아니고 절대고수 쯤 되면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 생각이 없는 게 아닌가. 목진과 순자는 두 사람을 마주하고서도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것 참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모범적인 저잣거리 건달패로구나.”
“칼 찬 거 보고도 아무 생각이 없나본데요?”
두 사람은 신기한 것을 보듯 두 건달을 관찰했다.
그리고 감 하나로 먹고사는 흑도의 삼류무인인 두 사람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
‘설마 우리 엿 된 건가······?’
그리고 그 생각은 매우 정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