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74)
우주천마 3077-173화(174/349)
27. 초감이계 Beyond the Sense (4)
27. 초감이계 Beyond the Sense (4) – 흑도 밑바닥 평균
입구에서 망을 보던 건달 둘을 그대로 날려버리고, 소란에 밖으로 나오는 패거리 네댓을 연달아 때려눕히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일 분 남짓.
“끄으으으······.”
“쯧. 귀찮게 굴기는.”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는 패거리들을 보며 목진이 가볍게 손을 털어냈다.
딱 봐도 자기들보다 고수인 것 같으면 냉큼 줄행랑이나 칠 것이지, 겁도 없이 달려드는 건 도대체 무슨 배짱이라는 말인가.
웬만해서는 자신에게 적의를 가지는 이를 몸 성히 보내지는 않는 목진이지만, 그것도 최소한 무림인 취급은 해줄 만한 수준은 되어야 성립되는 이야기. 무림인보다는 동네 건달패에 가까운 이들을 진지하게 상대해 봐야 기운만 빠질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어떻게, 감히 내 소중한 부하들을······!”
“이것 참.”
목진은 자신을 보며 분노에 부들부들 떠는 건달패 두목을 보며 탄식인지 무엇인지 모를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여기까지 와서도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저 덜떨어진 판단능력을 보라. 정녕 저게 생존본능 하나는 알아준다는 흑도가 맞긴 한가? 목진은 슬슬 헷갈리기 시작했다.
“뭐, 저게 보통 흑도 밑바닥 평균이긴 하죠.”
순자가 담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요 근래 유독 레벨이 높은 이들만 마주쳐서 그렇지, 보통 암시장 등에 돌아다니는 흑도 나부랭이의 현실은 이랬으니까.
그동안 일행이 만난 상대들 중 가장 약한 축에 드는 이들을 꼽는다 해도 적랑대와 청령문, 적웅문 정도.
워낙 거물들과 붙어서 그렇지, 객관적으로 보면 저들도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이들은 아니다. 당장 청령문과 적웅문은 각각 빙백련 직계 산하문파에 들 정도의 중견문파와 그런 중견문파에 도전할 정도 힘을 갖춘 신흥문파고, 적랑대는 아예 귀살대의 뒤를 잇는 천마신교 32교구의 주력 전투대가 아니던가.
동네 중소문파 쯤은 간단히 짓눌러버릴 수 있는 무력을 지닌 그들과 눈앞의 떨거지들을 비교하는 건 그들에게 미안한 일이었다.
상황파악을 할 의지 자체가 없어 보이는 동네 건달과 그런 건달을 보고 당황하는 절대고수. 평생 보기 힘들 기묘한 대치에 순자는 팝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발칙한 생각을 떠올리며 조금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촌극을 관람했다.
“으랴아아! 받아라! 여래신장!”
분노가 임계점에 달했는지 목진을 향해 달려들며 주먹을 휘두르는 건달패 두목. 목진으로서는 정신줄을 놓아버릴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동네가 떠나가라 초식명을 외치는 건 둘째치고, 주먹질을 하는데 대관절 왜 초식명이 여래신장이라는 말이냐.’
에라 모르겠다. 목진은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의욕 없는 표정으로 달려드는 두목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커헉!?”
“보스!”
새우처럼 등이 굽어지며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두목을 보며 끙끙거리던 부하들이 부리나케 기어왔다. 쓰러진 두목을 보고 눈물콧물을 터트리는 부하들을 보며 순자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차피 죽지도 않았는데 왜 저러는지.”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니 희극도 이런 희극이 없다.
그런데, 정작 그 광경을 만들어 낸 당사자의 반응은 조금 전과는 사뭇 달랐다.
“······.”
미세하게 미간을 좁히며 자신의 주먹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목진. 그는 조금 전 건달패 두목을 때리는 순간을 되새기고 있었다.
분명,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려 하며 수축하는 근육의 감촉이 느껴졌었다.
‘이 놈, 설마······반응한 건가.’
아무리 아무 생각 없이 대충 때렸다고는 하지만, 무의식적인 손짓 하나에도 심오한 무의 이치가 담기는 그의 주먹질은 A급의 무인도 인식하기 어렵다. 나름 한 무공 한다고 자부하는 무인들도 반응하기가 쉽지 않을진대, 하물며 일반인과 별 차이도 없는 건달패는 오죽하랴.
워낙 아무 생각 없이 내지른 주먹이라 정말로 반응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우연의 일치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목진은 주먹 한 방에 기절해버린 건달패 두목을 흘깃 바라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목진 님?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단순한 우연이겠지. 순자의 의아함을 담은 목소리에 목진이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냈다. 아무리 그래도 저런 동네 건달이 그의 수법에 반응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이······이······두고보자!”
“파이팅.”
제 두목과 쓰러진 이들을 데리고 사라지는 패거리를 보며 순자가 영혼 없는 목소리로 응원했다. 모르긴 몰라도, 저 두고 보자는 말이 실제로 이루어지려면 백 번 쯤은 죽었다 다시 태어나야 하리라.
흑도 패거리들이 물러나자 공방 안에서 한 여성 안드로이드가 걸어 나왔다. 전문 정비용으로 개조된 기계렌즈 의안을 번뜩이는 그녀는 목진과 순자를 보고는 툭 내뱉었다.
“그쪽이 채주가 말한 그 귀인이신가?”
젊은 여성의 외형과는 달리 칼칼한 노인의 목소리가 이색적이다. 그녀의 물음에 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나 암림채주를 말하는 거면 아마 맞을 걸요.”
“······고맙다는 말은 않겠다오. 조금 멍청하긴 해도, 저건 일단 내 손주거든.”
여성 안드로이드가 패거리가 사라진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심함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복잡한 얼굴이었다. 잠시 그쪽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시선을 돌려 목진과 순자를 향했다.
“칼 만드는 쇠질쟁이인 무선이올시다. 칼을 수리하러 왔다고? 어디 한번 봅시다.”
“여기 있소.”
목진이 허리춤에 매고 있던 검을 내밀었다. 무선은 검을 받아들어 뽑아보더니, 대번에 인상을 와락 구겼다.
“울트라마이트-아다만타이트 삼중합금? 보나마나 기공방의 노른 늙은이가 만든 물건이구만. 이 튼튼한 칼로 도대체 뭔 짓을 했길래 이 꼴이 된 게요? 탱크라도 수십 대 썰어 제꼈나?”
이건 나도 못 고치오. 무선은 조금의 고민도 않고 곧바로 검을 집어넣어 목진에게 내밀었다. 목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쉽군.”
“삼중합금을 다루는 건 문제가 아닌데, 시설이 문제라 그러우. 기공방이 아니면 고칠 길이 없으니 노른 늙은이를 찾아가 보시구랴.”
“대용으로 쓸 튼튼한 검이 있소?”
“그놈에 비견될 수준은 없지만, 보강 좀 하면 언저리에 비벼볼 만한 놈은 있지.”
무선의 손짓을 따라 천장 위의 레일을 따라 컨테이너 하나가 다가왔다. 그녀는 바닥에 내려앉은 컨테이너를 열어 그 안의 검을 꺼내 목진에게 내밀었다.
“이 놈이요. 그쪽 무사님 체형에는 조금 짧은가?”
“검의 장단(長短)에 구애될 때는 지난 지 오래외다.”
썩 괜찮군. 가볍게 검을 종횡으로 휘둘러 본 목진이 말했다.
“저쪽에서 잠시 휘둘러 봐도 괜찮소?”
“물론. 무사가 칼을 휘둘러 보지도 않고 고를 수는 없는 법이지.”
공방 한쪽에 마련된 공터로 목진을 보낸 무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순자에게 손목 위로 떠오른 홀로그램 패널을 들이댔다.
“아가씨가 돈 관리하지? 딱 봐도 알겠구만. 검 가격은 이 정도요. 보강 비용은 이만큼이고.”
“윽.”
가격을 본 순자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래도 좋은 검을 사려고 나름대로 넉넉하게 예산을 잡았건만, 보강 비용까지 더하니 그 예산의 몇 배를 가볍게 뛰어넘는 어마무시한 가격이었다.
순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검이라는 물건이 원래 이 정도로 비싼 물건이었나요?”
“네임드 삼중합금 검에 비빌 만한 물건이니 이 정도면 합리적인 가격이지. 설마 채주 소개를 받고 왔는데 털어먹으려 할까.”
“아······.”
설득력이 넘치는 무선의 말에 순자가 나직이 탄식을 내뱉었다.
제대로 된 검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더니. 새삼 그 검을 사과라는 명목으로 냅다 목진에게 선물로 바친 흑적 염천성의 배포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금액이었다.
순자가 목진을 흘긋 바라봤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 목진과 오래 함께 지낸 그녀가 보기에는 제법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돈이······. 돈이······.’
이걸 냉큼 사버리면 기껏 끌어모은 목진의 재산이 반토막이 난다. 목진의 재산을 꼼꼼히 관리해야 하는 입장인 순자가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돈의 주인인 목진이야 천상 무인인 만큼 좋은 검에 그깟 재물쯤은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재무를 관리하는 순자로서는, 정말로 웬만하면 효율을 따지고 싶었다. 애초에 목진이 순자에게 자산 관리를 맡긴 것도 그런 순자의 능력을 존중하기 때문이 아니던가.
그러나 순자는 차마 검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목진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치열한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순자를 가만히 바라보던 무선이 다시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가격이 만만치 않아 고민이 되나 본데, 이건 어떠신가.”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면 삼 할 가격으로 퉁쳐 드리지. 무선이 손가락 세 개를 펴며 말했다. 순자의 눈에서 번개 같은 안광이 번뜩였다.
지금 가격의 삼 할이면 목진의 재산에서 십오 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 그리고 그 정도면 조금 속이 쓰리긴 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삼 할, 확실하죠? 저 정도면 묶인 지분이 상당할 텐데, 감당 가능해요?”
“내가 쇠질쟁이 하면서 모은 재산이 제법 되는데, 그 정도는 사비로 커버할 수 있다오.”
하긴 암림채주 소개로 왔는데 이런 데서 딴 소리를 할 리는 없지. 순자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문제는 부탁 쪽이다. 터무니없을 정도의 금액을 까 주는 일이니만큼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리란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
순자는 꼴깍 침을 삼킨 뒤에 무선에게 물었다.
“부탁이 뭔데요?”
“어렵다면 어려운 일이고, 쉽다면 쉬운 일이지.”
아까 내 손주 놈 봤나? 무선이 말했다. 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만고만한 놈들 모아 패거리를 만들어서 불량배 짓이나 하는 한심한 녀석이지. 아까도 나한테 돈 뜯어내려고 저러고 있던 거고. 근데 그 애가 저리 개짓거리를 하는 이유가 뭔지 아오?”
“글쎄요.”
“무림고수가 되고 싶다더라고.”
“무림고수······요?”
순간적으로 표정 관리를 못 한 순자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무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죽은 애비 애미가 무림인이었다오. 그래서 그런지 저 나이에 무림고수 같은 헛꿈을 꾸는 게지.”
“하지만······.”
“알지. 딱 봐도 보이지 않수. 그 애는 재능이 없어. 재능이 있었으면 진작 중소방파에서라도 주워갔겠지.”
그리고 재능 없는 무인의 끝은 뒤지는 것밖에 없지. 무선이 냉정하게 평가를 내렸다. 다소 시니컬하긴 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무림인한테 칼 팔아먹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저 멍청한 손주 놈만큼은 무림이라는 늪으로 들어가게 둘 수 없지 않은가.”
그녀는 아련한 눈으로 패거리가 사라진 골목 저머의 어딘가를 바라보며 희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무림은 이미 내 하나뿐인 자식놈 내외를 잡아먹었어. 근데 내가 손주 놈까지 그 괴물한테 먹이로 던져줘야 하나?”
순자는 이제 그녀가 무엇을 부탁하고자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 불구로 만들지만 않으면 몇 대 쥐어박아도 상관없수.”
그러니까. 늙은 장인이 말했다.
저 못난 손주 놈을 설득시켜 주시구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