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79)
우주천마 3077-178화(179/349)
28. 검귀난입 Uninvited Challenger (1)
28. 검귀난입 Uninvited Challenger (1) – 불법복제의 최후
작업용 탁자에 걸터앉아 차트를 보며 이것저것 조작하던 순자는 목진이 접속을 해제하자 폴짝 내려와 목진의 옆으로 다가왔다.
잠에서 깨어나듯 천천히 눈을 뜨는 목진. 그의 눈과 순자의 눈이 마주쳤다.
“재밌으셨어요?”
“······아암. 재밌다마다.”
순자의 물음에 목진의 입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전뇌공간이라는 게 이리 즐거운 것인 줄 알았다면 진즉에 알아볼 것을 그랬구나.”
“어머. 완전 푹 빠지셨네.”
접속기에서 나온 목진의 얼굴에 묘한 흥분이 감돈 것을 본 순자가 의외라는 듯 눈을 깜박였다.
그간 여러 가지 발전한 과학기술들을 접하면서도 잠깐 놀라기만 하는 게 전부였던 목진이 이런 반응을 보인 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당장 그가 좋아하는 논검천하 보드게임이나 솜사탕만 해도 처음에는 무슨 체통을 지킨답시고 애써 관심없는 척을 하지 않았던가. 물론 순자나 세령이 보기엔 다 티가 났지만 어쨌든 목진 나름으로는 체통을 우선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접속기에서 나오자마자 두 눈을 반짝이며 솔직하게 감상을 말하는 목진의 모습은 꽤나 의외의 모습이었다.
“특히 마지막의 역할극이 참으로 재미있었다. 사내의 웅심을 자극하는 상황에 내가 직접 참여할 수 있다니. 필시 사람들이 이 전뇌공간이라는 것에 빠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던 것이었어.”
“뭐······그런 느낌이죠.”
목진이 플레이한 고전무협 역할극은 마이너 중의 마이너라 인기랑은 거리가 멀지만, 순자는 들뜬 목진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 대충 맞장구를 쳤다.
그러던 두 사람에게 한쪽 구석에서 컴퓨터를 두들기고 있던 알버트가 다가오며 말했다.
“세부조정들은 다 끝냈습니다. 다행히 수정할 게 별로 나오지 않았거든요.”
“아주 만족스러웠소. 고맙구려.”
목진이 빙긋 웃으며 답했다. 어지간히도 전뇌공간의 체험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장인으로서 자기 작품이 칭찬받아 기분이 나쁠 리가 없다. 알버트도 목진의 말에 가벼운 웃음을 돌려줬다.
“별 말씀을. 다만 내공 관련 옵션들은 보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으니 완성까진 조금 더 기다리셔야 합니다.”
“하면 내공만 쓰지 않으면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오?”
“······뭐, 그런 셈이죠.”
목진의 물음에 알버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사용하실 거면 그냥 미리 연락 주신 다음에 와서 쓰시면 됩니다. 실측 데이터가 넉넉해서 나쁠 건 없거든요.”
“최근 내기를 하나 했소. 전뇌공간에서 가벼운 대련을 할 예정이오만.”
물론 당사자인 해인 입장에서는 가벼운 대련이 아니라 인생 최대의 도박이겠지만 말이다.
알버트가 다시 물었다.
“내공은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시고요?”
“그렇소.”
“흠······그런 문제면 상관 없을 겁니다. 보통은 얻기 힘든 데이터도 실측할 수 있으니 오히려 권장드리고 싶네요.”
그러면 네트워크 접속 셋팅을 먼저 해 둬야하나. 알아듣기 힘든 말을 중얼거리는 알버트를 뒤로하고 목진이 순자를 불렀다.
“순자야, 그 자에게 연통을 넣거라. 조만간 내기의 날짜를 잡자고.”
“네.”
목진의 입장에선 전뇌공간에 들어가 처음으로 상대할 자가 무공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잔챙이일 뿐인 것은 조금 아쉽긴 했다.
하지만 어차피 전뇌공간의 목적은 유희, 그리고 새로운 무공을 창안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오히려 해인을 상대하는 것이 괜찮을 수도 있다. 곰곰이 생각하던 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번 기회에 세령이에게 줄 무공을 한번 시험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
이전부터 남는 시간에 틈틈이 구상해 온 새로운 무공. 아직 채 반도 완성하지 못한 무공이긴 하지만 해인 같은 문외한을 상대로는 충분하고도 남는 무공이었다.
목진의 말뜻을 파악한 손자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건달 상대로는 좀 과분한 무공 아니에요?”
“그래 봐야 뼈대만 잡은 미완성의 무공이 아니냐.”
이 정도면 그 치도 불만은 없겠지. 목진은 해인이 들었다면 기겁하며 고개를 휙휙 내저을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대장, 정말로 할 거야?”
부하들 중 하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난날 목진이 아지트를 습격했을 때 마지막까지 해인의 곁에 남아있던 부하였다.
상대는 고수. 그것도 까마득할 정도로 높은 경지의 고수다. 해인의 말대로라면 어디 중견문파의 문주나 최고수 자리 정도는 가뿐히 꿰어차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라지 않은가.
사실 처음에는, 옷깃만 스쳐도 내기에서 이긴다는 조건이 일견 희망적으로 보이긴 했다.
어차피 내공 제한이 걸린 전뇌공간 내의 대련. 약간의 운만 따라준다면 까짓거 옷깃 하나 스치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그건 그들의 착각에 불과했다.
– 미쳤냐? 강호에서 왜 그런 조건의 대련이 성립하는지 몰라서 그래?
조언을 구한 무림인 지인이 한 말이었다.
문외한의 입장에선 간단해보일지 모르지만, 강호에서 칼밥 좀 먹은 이들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그런 대련을 제안한다는 것 자체가 압도적인 실력차를 보여주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뒤늦게 무림인 지인에게 현실을 일깨워진 패거리의 분위기는 거의 초상집마냥 가라앉은 상태였다.
“아니면? 다른 선택지가 없는데 뭐 어떻게 하라고?”
해인이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내기에 이길 가망이 거의 없다는 건 그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당장 주먹질 하나조차 간신히 보는 게 전부인 마당에 그 괴물같은 고수를 상대로 뭘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그만한 고수가 대놓고 제 앞길을 막으려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나마 마지막 기회라도 얻은 게 다행이었다. 그것이 그의 처지를 보고 동정심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완전히 마음을 꺾기 위해서인지는 해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해인이 깍지를 낀 손에 얼굴을 묻으며 웅얼거리듯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내기에서 이겨야 돼. 무림인이 될 수만 있다면 나머지는 다 잘 풀릴 거야.”
내기에서 이길 확률은 한없이 희박하지만, 그 대신 이겼을 때 얻는 대가는 지금의 자신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귀중한 것들이다. 강제적이긴 해도 완전히 밑지는 도박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그만한 고수가 쓸만하다고 말할 정도야. 할망구한테 돈을 빌릴 수 있다 쳐도 그런 건 못 구한다고.”
무공과 내공 드라이브는 무림인이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핵심요소임과 동시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요소들이다. 그리고 특히 무공은, 둘 중에서도 더욱 중요한 것이고 말이다.
차라리 정직하게 돈을 붓는 만큼 효율이 올라가는 내공 드라이브 쪽은 조금 사정이 낫지, 무공 쪽은 구하는 것부터가 문제였으니까.
암시장에 올라오는 무공들은 하나같이 하급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어딘가 심각한 하자가 있거나 사용에 제약이 따르는 것들 뿐.
멀쩡한 무공이 별로 없는데다 중급 무공 쯤 되면 바로 경매가 붙을 정도로 가격이 치솟으니, 흑도하고 하기에도 애매한 암시장의 얼치기 건달패로서는 언감생심 노려볼 엄두도 나지 않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내기에서 이겨 상급, 아니 중급의 무공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만한 무공을 익히고 있다면 어딜 가든 나름의 대우는 받을 수 있고, 그만큼 벌어들이는 돈도 자릿수가 달라질 테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잘만 하면 계획이 확 단축될 수도 있으니까.”
원래의 계획은 무선에게 돈을 빌려 외장 드라이브를 사고 하급 무공을 구독하여 돈을 모으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차근차근 규모를 키워서 문파를 세우겠다는 것. 하지만 곧바로 좋은 무공을 익히면 그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이기면 되는 것 아닌가. 이기면. 주먹을 꾹 쥔 해인이 부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리고 나도 숨겨진 한 수 정도는 있어.”
“정말? 뭔데?”
“멍청한 놈아, 그걸 알려주면 숨겨진 한 수겠냐? 좋은 무공이라고만 알아 둬.”
“그럼 진짜 이길 수 있는 거야?”
“하, 이놈들 수가 있다니까 바로 태도 바꾸는 거 봐라.”
방금까지만 해도 이길 수 없을 거라며 징징대고 있었으면서 곧바로 태세를 전환하는 부하들을 보며 해인이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뭐 어쨌건 패배주의에 찌들어 있는 것보다야 낫지. 해인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원래 무림고수라는 건 실력의 삼 할은 숨겨야 하는 거야. 그래서 지금까지 안 쓰고 있던 거지.”
“그럼 지난번에 그 고수한테 우리들이 전부 다 얻어맞을 땐 그 좋은 무공을 왜 안 썼는데?”
“······쓰면 뒷감당이 힘들거든.”
해인이 부하들의 의구심 섞인 시선을 슬쩍 피하면서 대답했다.
분명 대단한 무공이긴 했다. 아지트에 쳐들어온 그 정체 모를 고수의 허를 찌를 수 있을 정도로.
문제는 그 무공이 떳떳하지 않은 무공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쓰는 무공을 자신의 관안으로 불법복제하여 흉내낸 무공이었으니까.
라이센스 없이 불법복제한 무공을 쓰는 건 미친 짓이다. 특히 무공을 사용하는 순간 이 행성에 있는 무림인 셋 중 하나는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무공이라면 더더욱.
무공의 원주인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모든 일을 다 제쳐두고 곧바로 척살령을 내릴테니까.
무림에서 라이센스 없는 불법복제 무공을 쓴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뒷감당이 힘든 정도가 아니라 그냥 인생이 끝장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가 굳이 목진에게 전뇌공간이라는 조건을 단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전뇌공간 안이라면 다른 사람한테 들킬 이유가 없으니까.”
반응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육체의 재능은 부수적인 이유일 뿐. 해인은 처음부터 오직 그 무공을 꺼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까마득한 고수를 상대로 그런 조건을 내밀었다.
이미 그 고수가 여기에 처음 온 외지인인 것은 조사해둔 상태. 웬만하면 그가 자신이 펼칠 무공을 알아볼 리는 없으리라.
‘한 번. 단 한 번이면 된다.’
고수의 옷깃 한 번만 스치면 인생이 바뀐다.
해인의 눈동자에 희망과 욕망, 의지가 뒤섞인 불꽃이 이글거렸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그들의 내기에는 또다른 손님들이 초대되었다는 것을.
“이번 내기의 입회인으로 두 사람을 초대했다. 내기의 증인이 되어 줄 이들이지.”
암림채주, 그리고 흑표채주이니라.
“······.”
해인, 그리고 그를 보조하기 위해 전뇌공간에 접속한 부하 하나는 할 말을 잃고 눈앞의 남녀를 바라보았다.
입회자를 데려온 건 충분히 납득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 입회자의 신분이 그들의 상상을 가볍게 초월했을 뿐.
녹림채 중 하나의 수장을 맡고 있는 흑표채주 김성범도 김성범이지만, 레오나 아나야는 아예 이 행성을 지배하는 암림채의 채주가 아닌가.
상상도 못한 거물의 강림에 부하는 그만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
그리고 그것은 해인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의 인물들을 마주한 순간 사고 자체가 멈춰버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레오나가 거물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해인이 딱딱하게 굳은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그가 겁도 없이 복제한 무공.
바로 그 무공이 바로 암림채주 레오나 아나야의 독문무공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