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80)
우주천마 3077-179화(180/349)
28. 검귀난입 Uninvited Challenger (2)
28. 검귀난입 Uninvited Challenger (2) – HERE COMES A NEW CHALLENGER!
처음 성범에게 이 대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레오나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관전만 해도 기연이라 할 수 있는 절대고수끼리의 싸움도 아니고, 거의 일반인이나 마찬가지인 얼치기 흑도 나부랭이에게 훈계하는 일이 아닌가. 솔직히 말하자면 대련이라는 말조차도 과하기 그지없었다.
그냥 참룡검제 대협의 심심풀이 시간 때우기 정도겠지.
합리적인 추론에 따라 레오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 딱히 틀린 판단도 아니었다.
애초에 이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건 검의 가격을 할인받을 생각 만만인 순자와 갑자기 날벼락을 맞게 된 당사자인 해인밖에 없었으니까. 심지어는 같은 당사자인 목진조차 이 대련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을 정도였다.
때문에 그녀는 목진이 대련을 하든 말든, 그래도 사고가 터질 일은 없겠구나 하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더랬다.
그녀에게 그 소식을 전해준 성범의 생각은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지? 이 대협께서 재능이 있다고 말할 정도면 꽤 괜찮은 인재라고 생각하는데.”
평소와는 달리 은근히 의욕이 넘치는 듯한 기색의 성범의 말에도 불구하고, 레오나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글쎄······? 무선 옹 손자라면 나도 전에 본 적은 있는데, 딱히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지는 않던데.”
그녀는 과거에 무선의 부탁으로 해인에 대해서 알아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성범의 말에도 불구하고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단지 무림인으로서 가망이 있는지 확인만 해달라는 가벼운 부탁이었기에 직접 확인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마침 해인이 암림채의 녹림도 선발채용에 지원한 적이 있었기에 평가를 위한 데이터 자체는 충분했다.
반사신경은 최상위 클래스지만 피지컬과 내공 드라이브 적합도가 하위 그룹인 극단적인 스텟 분포.
냉정하게 말하자면, 무림인으로서는 미래가 밝다고 할 수는 없는 수치였다.
물론 피지컬과 내공 드라이브 적합도는 돈이 충분하다는 전제 하에 기공 바이오테크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보완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겠는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만한 메리트가 없는데.
해인을 케어할 수 있는 자금이면 다섯 명의 엘리트 녹림도의 장비를 동급 최신식으로 맞춰줄 수 있는 규모의 자금이었다. 고작 일반 녹림도 한 명을 위해 그만한 자금을 투자하는 건 낭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과연 걔 재능에 그만한 자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아무리 참룡검제가 인정한 재능이라고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목진조차도 대수롭지 않게 말한 것 같은데. 레오나는 성범이 답지 않게 설레발을 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를 설득하는 성범에게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인데 확인해서 손해볼 건 없지. 이 대협께 말씀드려서 참관 허락을 받았으니 같이 가보지 않겠나?”
목진에게 무공에 대한 가르침을 받아보기도 했고, 어머니인 서천검후 김연화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었기 때문에 그는 알고 있었다. 무공의 영역에서 목진의 평가기준은 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그런 목진이 ‘제법 뛰어나다’라고 말할 정도의 재능이다. 덮어놓고 투자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한 번쯤 알아볼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으응. 김 채주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곰곰이 생각하던 레오나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해인에 대한 기대보다는 성범과 함께한다는 사심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그녀는, 그 결정의 여파에 대해서는 조금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시진을 주마. 무슨 수를 써서든 내 옷깃을 스칠 수 있다면 네 승리다.”
고전 무협 풍의 복식을 한 채 검을 늘어트린 목진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에는 한 톨의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대련상대가 아니라 연습용 AI봇을 대하는 듯한 눈빛.
자존심이 상하지만 해인에겐 불평할 권리조차 없었다.
그는 명실공히 약자였으니까.
‘저 얼굴에 한 방 먹일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저 눈빛을 바꿔주마. 해인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런 결심과는 달리, 현실은 냉혹했다.
“으······.”
대련이 시작했는데도 해인은 섣불리 목진을 향해 달려들 수가 없었다.
검도 뽑지 않은 채 그저 자연체(自然體)로 서 있는 것에 불과한데도 도저히 맞설 용기가 나지 않는다.
무공을 배우지 않은 해인이라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서 있는 청년에겐 어떤 공격이라도 통하지 않을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한 시진동안 서 있을 테냐?”
주먹을 쥔 채 완전히 굳어 있는 해인을 보며 목진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실망감은 들지 않았다. 그는 애초에 해인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온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물러나거라. 강호는 그런 마음으로 발을 들여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니.”
기개야 제법이다마는, 의지만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정도로 도산검림(刀山劍林)의 무림이 허술한 곳이겠으랴. 단지 이러한 기회를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기개에 대한 치하로는 넘치도록 충분한 것이었다.
‘시발.’
아무런 기대조차 없었다는 듯한 말에 해인이 주먹을 꽉 쥐었다.
목진의 말이 맞았다. 이대로 겁먹은 채 시간만 축낼 수는 없었다.
그는 무림고수가 될 사람이었으니까.
“으······으아아!”
아무리 봐도 틈이 보이지 않는다면, 일단 부딪혀보는 수밖에. 해인은 무작정 목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여래-신장-!”
목진을 향해 정면으로 휘둘러지는 주먹. 이미 한 번 본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일관성도 느껴지지 않는 주먹질에 목진이 어없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해인이 본 것의 전부였다.
‘······어.’
갑자기 푹 꺼지는 시야. 아래에서 위로 휘릭 올라가는 시야에 목이 잘린 그의 몸뚱이가 보였다.
뒤늦게 목덜미에서 화끈한 감각이 느껴졌다.
‘이번 건······못 봤는데······?’
그리고 그의 시야가 암전했다.
“쯧쯧쯧. 그러니까 주먹질에 왜 장(掌)이라는 이름을 붙이냐는 말이지.”
“으······?”
귓가에 목진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해인은 다시 처음의 자리에 서 있었다.
해인은 제 목을 매만졌다. 단 일수에 깔끔하게 잘린 목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이곳은 전뇌공간이니까.
빈틈이 보이지 않는답시고 무턱대고 돌진하는 건 목숨이 하나뿐인 현실에서는 미련하기 그지없는 판단이지만 이곳에선 아니었다.
그런 그를 향해 목진이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확실히 신기하긴 하구나. 죽여도 죽지 않는 곳이라니. 허상이기에 가능한 것인가.”
괜히 신경 써서 살수를 피할 필요가 없으니 상대해주는 입장에선 썩 편한 시스템이다. 목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공을 쓰지 못하니 실전적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했지만, 초식을 가르치는 데에는 이만큼 좋은 방법이 없으리라.
목진은 눈앞에 있는 해인에게는 조금의 관심도 두지 않고 전뇌공간 속 대련의 효용성에 대해서만 고민할 뿐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해인은 그런 목진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번 공격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잠깐 움직이는 것만 보았을 뿐인데, 어느새 그의 목이 하늘을 날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이전에 목진이 보여주었던 주먹질은 전력이 아니었다는 것을 실감한 해인의 안색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
물론,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못 막는건 매한가지이니 별 차이는 없었지만.
어차피 정공법으로 갈 생각 따위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그가 노리고 있던 건 단지 목진의 방심으로부터 나올 한 번의 기회뿐. 해인을 오직 그 기회를 위해 남은 한 시간 오십육 분의 시간을 모조리 쏟아부을 작정이었다.
‘문제는 저쪽인데······.’
해인이 저 멀리 떨어진 채 대련을 관전하고 있는 레오나를 바라봤다.
아무런 기대 없이 권태로운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녹색 장발의 여인. 만약 해인이 그녀의 무공을 쓰게 된다면 그녀가 직접 그를 찾아와 머리를 으깨버리리라.
하지만 무공을 쓰지 않는다면 목진과의 내기를 이길 가능성은 없다. 해인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해인이 다시 목진을 돌아봤다.
지나가듯 스쳐 본 것이긴 하지만, 해인은 분명히 보았다. 암림채주와 흑표채주가 목진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광경을.
그리고 그것은 바꿔 말하면, 목진의 신분이 두 사람보다 위에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지간한 고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녹림의 채주조차 아래로 두는 사람일 줄이야. 아무리 봐도 저보다 몇 살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도통 목진의 신분이 짐작이 가질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눈앞의 청년이 그의 목숨을 구명해 줄 유일한 목숨줄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채주급 인물들이 두 명이나 입회인으로 들어온 이상, 이 내기에서 지면 무림출도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해인은 이 내기에 스스로의 목숨까지 걸기로 마음을 먹었다.
‘에라 시발. 한 번 죽지 두 번 죽겠냐.’
마음을 굳힌 해인이 으스러질 듯이 주먹을 꽉 쥐었다.
결정이 났으니 이제 그가 할 일은 하나.
죽는 것이다.
앞으로 한 시간 오십 분 동안.
‘방심할 수밖에 없을 때까지 무작정 달려든다.’
전뇌공간에서의 죽음은 섬뜩한 감각이긴 하지만, 조금도 두렵지 않다.
어차피 점수제도 아니도 옷깃 한 번 닿는 것이 승리의 조건이 아닌가.
그렇다면 어차피 목숨은 내다버리는 것이다.
“으랴아아-!”
해인은 다시 한 번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목진에게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는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백스물다섯 번 죽음을 맞이했다.
“······확실히 그 의지는 칭찬할 만 하구나.”
목진이 질린 듯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겉으로 내보이진 않았지만, 그는 내심 해인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실낱같은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고, 압도적인 실력 차이 앞에 모든 시도가 무위로 돌아갔는데도 여전히 해인은 그를 향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이만큼 무력하게 죽음을 경험하면 포기하고 그만둘 때도 되었거늘, 그리고 무림인이 되고 싶던가. 마음 같아서는 그 의지의 갸륵함을 보아 잘 해 보라고 내공 드라이브를 선물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해인의 의지보단 순자의 입장에 훨씬 중요했으니 그런 선택을 할 이유는 없지만 말이다.
“하아압!”
“허나 여기가 한계이니라.”
목진은 또다시 해인의 몸을 세로로 쪼개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엔 나름대로 여러 작전들을 시도했지만, 이제는 준비해 온 작전들도 떨어졌는지 무턱대고 달려들기만 할 뿐이다.
이미 시간은 약속했던 두 시간이 다 되어가는 중. 이 처절하고 지루한 내기에도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안 돼! 포기 못해!”
되살아난 해인이 악을 쓰며 목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시간이 다 되어가는 것을 인지했는지 한층 조급해진 몸짓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안 그래도 상대가 되지 않는 목진의 앞에서 조급함이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제법 버티긴 했다만. 이걸로 끝이군.’
목진은 천천히 검을 들어 달려오는 해인의 미간을 겨누었다. 마지막이니만큼 이대로 그의 미간을 꿰뚫을 작정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
‘음?!’
별안간 반전하는 해인의 움직임. 목진의 눈이 한층 크게 벌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멀리서 그 움직임을 본 레오나가 벌떡 일어났다.
‘아직까지도 한 수를 숨기고 있었다고······?’
지금까지 보인 것과는 다른, 제대로 된 권법의 움직임. 어설프긴 하지만 그 뼈대는 분명 꽤나 상승의 무공이었다.
그리고 그 무공을 펼치는 해인의 손은, 오직 목진의 옷자락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재미있구나.’
이래야 재미가 있지. 목진의 입가가 미세하게 휘어졌다. 아무래도 해인이 가지고 있던 것은 의지 외에도 하나가 더 있던 모양이었다.
적당히 해인의 수준에 맞춰 제한을 건 기량으로는 옷자락을 빼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게 들어온 공격.
제대로 힘을 쓰면 해인을 제압하고 옷자락을 빼내기는 간단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그리하지 않았다.
‘어디 한 번 결착을 지어보자꾸나.’
목진의 몸이 기묘한 흔들림을 보이며 옷자락이 요동친다. 해인의 손이 집요하게 그 옷자락을 따라갔다.
그리고 옷자락과 손끝의 거리가 손가락 한 마디 거리까지 가까워진 바로 그 순간-.
세상이 멈추며 두 사람의 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 HERE COMES A NEW CHALLE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