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81)
우주천마 3077-180화(181/349)
28. 검귀난입 Uninvited Challenger (3)
28. 검귀난입 Uninvited Challenger (3) – 도시전설
전뇌공간에서의 비무를 즐기는 전뇌듀얼 파이터들 사이에서는 여러 도시전설들이 떠돈다.
– 고액 대전료를 거는 대신 터질 듯한 근육 남성 아바타에 형광색 핑크 삼각팬티를 입고 패자의 얼굴에 더러운 궁둥이를 들이대는 굴욕적인 세레머니를 해대는 비모괴자(飛母怪子)라는 놈이 있다더라.
– 월급계정(月給計定)이라는 닉네임으로 달에 한 번씩 고액 대전료가 걸린 듀얼방에 출현해 대전료를 타가는 대검(大劍)의 고수가 있다더라.
– 화산적룡(華山赤龍) 계정의 주인이 사실은 화산파 장문인이라 카더라.
실존하는 사실들에 기반한 전설들부터 시작해서.
– 말 한 마디 없이 자유대련 듀얼방에 들어가 전투만 하고 나오는 연환철권(連環鐵拳)의 고수가 있는데, 비무가 끝난 뒤에 전적을 검색해 보니 등록되지 않은 계정이라고 뜨더라.
– 전뇌듀얼 반응속도를 다섯 배 이상 올려주는 전자마약이 있다더라.
– 재작년에 사고로 죽은 지인의 계정이 갑자기 대화를 걸더니 기괴한 음성파일을 보내더라.
– 안드로메다 은하 쪽은 아직 전뇌공간 연결이 안 되어 있는데, 전적을 보다보니 호스트가 안드로메다 은하로 찍힌 유저가 있더라.
사실인지 아닌지 그 진위가 불분명한 괴담 급의 전설들까지.
흥미본위 위주의 헛소문이 대부분인 도시전설들이지만, 그중 진실로 판명된 것들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그리고 그런 도시전설들 중에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것들이 있었으니.
그 중 하나가 바로 검마(劍魔)의 도시전설이었다.
– 가끔 절대고수나 S급의 고수들이 심심풀이로 전뇌듀얼에 접속할 때가 있는데, 그런 고수들의 비공개 듀얼에 난입해서 양쪽 다 쓰러트리는 대단한 검객이 있다더라.
처음 그 도시전설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이기 때문이었다.
호스트끼리 직통으로 연결된 비공개 듀얼방에 난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은 물론이고, 애초에 그런 비공개 듀얼방을 찾을 수조차 없을 테니까.
물론 생체두뇌가 아니라 전자두뇌를 가지고 있는 안드로이드라면 전뇌공간 속 듀얼방에 난입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공을 사용할 수 없는 안드로이드가 고수들과 호각을 이룰 정도로 뛰어난 무공을 펼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냥 고수도 아니고 최소 S급 이상의 고수라지 않은가.
그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듀얼방에 난입해서 고수들과 싸우는 검마의 도시전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강호넷의 중론이었다.
‘말도 안돼.’
그 짧은 순간 해인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게 전부였다. 검마의 도시전설이 헛소문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데에는 그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헛소문이 사실임을 믿어야 했다.
왜냐하면, 해인 자신이 그 헛소문의 당사자가 되었으니까.
“음?”
지척이나 마찬가지였던 자신과 해인 사이의 거리가 쭈욱 늘어나며 서로 간의 거리가 벌어지자 목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상한 사술이군.’
이때까지만 해도 목진은 해인이 무언가 다른 수를 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무언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곧이어 전뇌공간 안을 울리는 순자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 때문이었다.
“외부로부터의 해킹이에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관전자로 있던 레오나가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 소리쳤다.
“김 채주, 저놈 방금 쓴 무공 봤지?! 저거 분명히 그거잖아!”
“진정해라 아나야 채주! 외부의 해킹에 대한 대응이 먼저다! 순자 양, 상황은 어떻습니까!”
“전뇌공간의 관리자 권한이 저쪽으로 넘어갔어요! 로그아웃 기능에 락이 걸렸고요!”
순식간에 시끄러워지는 전뇌공간.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는 목진은 그들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대신 가만히 미간을 좁힌 채 자신과 해인의 사이를 바라봤다
별안간 자신과 해인 사이에 만들어진 공간. 그곳에서 무언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직감은 정확했다.
“······해괴한 기사로고.”
공간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각나며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깨진 그래픽과 같이 기괴한 단색으로 떨어져내리는 조각들 사이로 아무것도 없는 검은 공간이 보인다.
그리고 그 검은 공간의 크기가 사람 하나의 크기만큼 늘어났을 때, 검은 공간의 한가운데에서 모래알 같은 작은 입자들이 모여들며 사람의 형상이 모습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검은 유광의 질감을 지닌, 성인 남성의 형태를 한 마네킹의 형태. 옷도 머리카락도 없이 단순히 신체의 윤곽만 간신히 갖춘, 단순하기 그지없는 모습의 아바타였다.
“허어. 이건 또 무슨 요괴인지.”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드는 기이한 모습에 목진이 중얼거렸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는 있으나 전신이 새까만 모습이라니. 저게 요괴가 아니면 뭘까. 이곳이 허구의 공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목진은 눈앞의 존재를 요괴 이외에 달리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목진의 목소리를 들었음인가. 어느새 제 형태를 다 갖춘 요괴의 눈동자가 위치한 곳에 검붉은 점이 떠올랐다. 어두운 극광이 흘러내리는 붉은 안광이 목진을 향했다.
그리고 요괴가 목진을 향해 말을 걸었다.
“참룡검제(斬龍劍帝), 이목진 대협이 맞소?”
기계음처럼 거칠고 투박했으며, 마치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녹슬어 있는 기괴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사람의 말이었으니. 목진은 요괴의 검붉은 눈을 마주보며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느니라.”
참룡검제?! 요괴 건너편에서 비명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목진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지금 그의 흥미를 잡아끄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사람 말을 하는 요괴 쪽이었으니까.
‘나를 찾아왔는가.’
겉모습은 영락없는 요괴인데 어찌 자신을 알고 전뇌공간까지 찾아온 것인지. 목진의 얼굴에는 어느새 흥미롭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목진이 검은 요괴를 향해 물었다.
“너는 누구냐?”
“이름은 없소.”
검은 요괴가 고개를 저어 그의 물음을 부정했다.
목진은 그의 답에 질문을 바꾸었다.
“하면 세상은 너를 무엇이라 부르느냐?”
“······검마(劍魔)라고 부르더군.”
낯익은 별호였다. 적어도 목진에게는.
그것 참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로고. 무림 최후의 일전에서 저를 에워싸고 있던 일곱의 고수 중 하나의 얼굴을 떠올린 목진이 가볍게 웃었다.
혹 눈앞의 요괴도 자신과 천하제일을 논하기 위해 온 것일까. 목진이 요괴, 검마를 향해 다시 물었다.
“너는 무얼 하는 놈이기에 갑자기 나를 찾아왔느냐?”
그러자 검마가 답했다.
“나는 검 쓰는 법을 찾아 떠도는 과객(過客)이오.”
그렇구나. 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마디의 자기소개로도 그는 눈앞의 요괴가 어떠한 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싸우기 위해 무공을 익히는 자가 아닌, 길을 찾기 위해 무공을 선택한 자.
구도자(求道者)다.
과거 무림을 주유할 적에도 몇 번이고 만나본 적이 있는 인종들.
하면 다음에 그가 꺼낼 말도 무엇인지 예상이 간다.
목진이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리며 말했다.
“하면 너도 내게 검을 물으러 온 것이렷다.”
더 나은 경지로 나아가기 위해, 검을 완성시키기 위해, 자신으 검을 시험하기 위해.
비슷하나 다른, 저마다의 길을 품고 그에게 찾아온 이들이 요구한 것은 언제나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검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은 아니오. 그의 눈은 고요히 가라앉아 있었다.
검마는 목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그대의 검을 시험하러 왔소.”
목진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시험?”
시험. 시험이라······. 목진은 감정이라곤 한 조각도 보이지 않는 얼굴로 가만히 중얼거렸다.
조금 전과 같이 담담한 목소리였다. 음색도, 어조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아주 많이.
“너는 네가 스스로의 말에 담긴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 생각하느냐.”
피를 흠뻑 머금은 칼들이 자라난 숲속과 같은 스산함이 목진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러나 검마는 목진의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목진은 말없이 눈앞에 선 검마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지울 수 없는 확신 뿐. 어두운 극광을 흘리며 검붉게 타오르는 눈동자에서는 그것 외의 다른 감정은 한 줌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저와 같은 확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잠시 생각하던 목진이 검마에게 되물었다.
“혹 내공을 쓸 수 없는 전뇌공간이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게냐?”
“내공의 유무로 승패를 논할 수준이라면 내가 당신을 찾아올 일도 없었겠지.”
“전뇌공간 속이라 제 목숨이 안전하다 생각해 객기를 부리고 있다면 어리석은 생각이다마는.”
“직접 마주한다 한들 손바닥 뒤집듯 태도가 바뀔 일은 없을 것이오.”
“······그것 참 기이하구나.”
말 하나하나에 막힘이 없으니 단순히 허세를 떠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검마의 대답에 목진이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보는 눈이 없는 봉사인지, 아니면 제 주제를 알지 못하는 머저리인지 모르겠어.”
“나는 어느 쪽도 아니오.”
단칼에 목진의 말을 부정한 검마의 손에 검 한 자루가 생겨났다.
“직접 확인해 보시어도 좋소만.”
“허허.”
목진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도발을 넘어 저리도 당당한 태도를 보고 있자니 성을 내는 것이 도리어 우스운 꼴이다.
좋다. 한 번쯤은 네놈의 장단에 놀아나 주마. 목진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미소에는 더 없이 섬뜩하기 그지없는, 진득한 분노와 살기가 맺혀있었다.
전뇌공간 속이기에 기는 존재하지 않지만, 목진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공기가 일변한다.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던 공기는 순식간에 살기를 머금은 칼날로 변해 검은 요괴를 겨누고 있었다.
“허나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니.”
지난날 서천검후의 딸 엘레나를 상대할 때 보였던, 무자비한 패자의 얼굴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해인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쾌속한 일격이 사내의 목을 잘라냈다.
아니, 잘라내려 했다.
그러나 그의 검은 사내의 목에 닿지 못했다.
사내가 쥔 검은 검이 당연하다는 듯 목진의 검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걸 막았다. 라.’
살짝 찌푸려지는 목진의 눈을 마주보며, 검마의 입이 열렸다.
“이제 조금은 진지하게 임할 생각이 드시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