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85)
우주천마 3077-184화(185/349)
29. 마후합작 Ultimate Group Project (1)
29. 마후합작 Ultimate Group Project (1) – 조별과제 팀원의 상태가······?
“검마······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군요.”
목진과 순자가 곽가장에 돌아온 뒤 암림성에서 겪은 이야기를 하자, 연화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목진은 검마라 불리운 사내를 아는 듯 보이는 연화의 말에 그녀를 돌아봤다.
“아는 자인가?”
“제가 아는 그 검마가 맞다면요. 아직 살아있을 줄은 몰랐네요.”
분명 수십여 년 전에도 언제 그 수명을 다할지 모르던 상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까지 그 삶을 이어오고 있을 줄이야. 연화는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는 검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전뇌공간 상이라 그자의 무공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나, 적어도 검기(劍技)만큼은 내 평생 만난 이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대단하더군.”
“어머. 그 정도였나요? 그동안 더욱 무공이 늘었나 보네요.”
목진의 말에 연화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검마의 검은 분명 뛰어나긴 했으나 목진에게 저런 평가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본 가장 뛰어난 고수인 목진이 평생 봐온 이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고까지 평하다니. 그녀는 그 경지가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조차 가늠을 할 수가 없었다.
“저와 비무했을 적에는 지금의 저보다 두 수 정도 아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성취가 굉장히 빠르군요.”
“호오. 그대도 그 자와 비무해본 적이 있는가?”
“그럼요. 전뇌공간에서 한 번 비무를 해보고, 나중에 직접 만나서 비무를 해보기도 했는걸요.”
오. 직접 싸워봤다는 이야기에 목진이 흥미가 가득한 눈으로 작게 감탄의 목소리를 흘렸다.
전뇌공간에서 만난 검마는 그의 진짜 모습 대신에 검은 사람 형태의 아바타를 뒤집어쓰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사람과 싸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그자가 어떠한 자인지 알려줄 수 있겠나?”
“어머, 그건 곤란한 걸요?”
엥. 연화의 칼같은 거절에 목진이 두 눈을 깜박였다. 그녀가 거절할 것을 조금도 예상치 못했기에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한 표정이었다.
연화가 그런 목진의 표정을 보고 풋하고 웃었다.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죠. 검마는 이 우주무림에서도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진귀한 케이스거든요. 그가 찾아올 거라고 약속했으니 이왕이면 그가 왔을 때 직접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흐음······.”
대관절 어떠한 이이길래 저렇게 말하는 걸까. 약간의 장난기가 담긴 연화의 말에 목진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때, 옆에 앉아서 곰곰이 기억을 더듬고 있던 세령이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검마면 그거 맞죠? 전뇌공간에서 고수들이 보이면 난입해서 싸움 건다던 도시전설.”
“그래. 듣자 하니 그런 소문도 있다더구나.”
“와, 그거 그냥 헛소문 아니었어요? 애초에 비공개 듀얼방에 난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텐데.”
“생체두뇌 신호를 전자두뇌처럼 변조하는 기술이 있긴 해요. 듀얼방 난입용으로 써먹는 건 돈과 자원의 낭비라고 할 수 있겠지만요.”
조금 미심쩍은 기색으로 순자가 세령의 말에 답했다. 비싼 기술로 굳이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있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지만, 설명할 길이 그것뿐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검마의 정체를 알고 있는 연화가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며 재밌다는 듯 웃음을 지었지만 두 사람은 그런 연화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흠?”
단지, 목진만이 입이 근질근질해 보이는 연화를 보며 고개를 갸웃할 뿐.
“그래도 비공개 방이었다며. 그 많은 비공개 방을 어떻게 확인하는데? 거기에 첫 접속인데 아저씨가 접속했다는 걸 칼같이 확인하고 난입한다는 건 말이 되고?”
순자의 말에 세령이 여전히 이해하기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식적으로는 여전히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순자는 이미 전뇌공간의 관리자 권한을 탈환하며 검마의 난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져 있는지 전부 간파한 뒤였다.
“아, 그건 바이러스로 해결했더라고요.”
“바이러스?”
“일종의 스파이웨어(Spyware)랄까요? 듀얼방에서 미리 업데이트 된 목록의 고수를 목격하면 자동으로 해커에게 방의 어드레스를 전송하는 간단한 프로그램이죠.”
쉽게 말하자면, 해인은 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채 해커에게 정보를 전송하는 일종의 좀비 컴퓨터였다는 소리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무림인들 중 프로그램 보안에 대해서 빠삭한 이들은 QIOS를 담당하는 보안전문가나 전자해킹 관련 무공을 쓰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으니까.
그나마 주기적으로 무림맹이나 각 진영에서 내놓는 보안 업데이트나 해주면 다행이고, 심한 경우는 보안인지 뭔지 관심도 없이 대충 기본으로 깔리는 방화벽 프로그램만 믿고 사는 경우가 절반.
어차피 기본 방화벽 프로그램만 있어도 쌈박질을 하는 데 지장을 줄 일이 없으니 컴퓨터 문맹이 대부분인 무림인들도 딱히 신경을 쓸 이유가 없었다.
게중에는 나름 이름 있는 무림인들도 있을 정도로 무림인들이 보안에 소흘한 것이 현실인데, 흑도 밑바닥 평균에 불과한 해인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해인이 전뇌공간에서 목진과 마주한 순간, 이미 그에게 심어져 있던 스파이웨어가 검마에게 초대장을 날렸다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왕언니도 귀찮다고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매주 보안 업데이트 꼭 하시라구요. 보안 업데이트 파일 만드는 제 노력을 봐서라도요. 아시겠어요?”
“······알았어. 알았다구.”
순자의 잔소리에 세령이 졌다는 듯 양 손을 들어올렸다. 마찬가지로 보안 업데이트를 귀찮아하는 편인 연화가 떨떠름한 미소를 지었다.
그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오직, 멀뚱멀뚱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일한 내츄럴 자연인인 목진 뿐이었다.
주제를 환기하기 위해서일까, 문득 연화가 목진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성범이가 나중에 곽가장에 한번 들릴 수도 있다고 했어요. 일 때문에 대접이 미진했던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요.”
“허어. 내 신경쓰지 말라 하였거늘.”
딱히 대접을 바라고 간 것도 아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목진이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날 검마의 전뇌공간 난입 이후 성범과 레오나가 녹림 안전보장위원회 쪽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며 한동안 얼굴을 내비치지 못했었는데, 그게 못내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정작 목진과 순자는 암림채 소속의 호위들을 데리고 맛집 탐방을 하느라 아무런 불만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듣자하니 성범이가 선배님과 검마의 싸움에서 나름 얻은 것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미로서 감사드립니다.”
“무얼. 깨달음을 얻어가는 건 그 아이의 몫이니 내게 감사할 건 없네.”
연화의 감사에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겸양했다.
“내 그 아이를 오래 보아온 것은 아니나, 몇 번의 사귐만으로도 그 아이의 무공에 대한 열의가 올곧음을 알 수 있었네. 자제가 이토록 심성이 깊고 인물이 훤앙하니 부모인 그대가 잘 키워서이지 않겠나.”
“어머.”
목진의 칭찬에 연화가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자식 칭찬만큼 부모에게 잘 먹히는 말이 없긴 했다.
목진은 성범의 누이인 팔척투귀 엘레나에겐 아직도 영 마뜩찮다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반대로 성범에게는 꽤나 호감을 보이고 있었다.
제 나이에 비해 꽤나 성취가 높은 무공에 나름 사내다운 인물상,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도 호걸다움을 숨기지 않는 호방한 성격까지. 거기에 첫 대면에서 펼쳤던 금강야차부법의 인상도 꽤 강하게 남아있는 덕에 목진은 성범을 꽤나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
치. 그 싸가지가 뭐가 좋다고. 성범과 묘하게 성격이 안맞는 세령이 목진의 칭찬을 듣고 보이지 않게 입을 삐죽였다. 물론 성범의 모친인 연화 앞에서 그 말을 입 밖으로 낼 정도로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말이다.
잠시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덕담을 나누던 목진과 연화의 대화가 끝나갈 때 즈음 되자, 연화가 목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접속기 문제도 해결되었겠다, 소녀의 최신 무공 제작툴을 보실 때도 되었군요?”
“그렇지. 듣자하니 이 시대에 무공을 창안하려면 그 제작툴이라는 것을 써야 한다고 들었네.”
그간 남는 시간동안 순자에게 무공제작툴에 대한 속성 과외를 받은 목진이 지난번과는 달리 제법 아는 체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그 제작툴이라는 것을 제대로 잘 사용할 줄 알아야 무공의 질이 좋아진다는 것이 사실인가?”
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공의 수준이 크게 바뀌지는 않지만, 디테일 차이는 제작툴에 대한 노하우에 따라 갈리긴 하죠.”
무공 유출의 위험성 때문에 직접 무공을 창안하는 경우도 적진 않지만, 아예 전문 무공제작툴 전문가를 서포터로 대동하고 무공을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그 바닥이 신뢰도로 먹고사는 장사이기 때문에 가격은 천장 없이 마구 치솟는 것이 현실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선배께서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연화가 한쪽 눈을 찡긋였다.
“지금까지 소녀가 창안한 무공이 적지 않으니, 어지간한 전문가보다는 소녀의 실력이 더 좋을 거랍니다?”
“그렇군. 잘 부탁하겠네.”
······와우. 세령이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목진이야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인 게 전부였지만, 현대 무림인인 그녀는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호사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천검후 김연화가 무공제작 서포팅을 해 준다고? 과장 없이 그 사실만 가지고도 중소규모 문파의 자랑으로 삼아도 될 정도다. 천금을 가져온다 한들 서천검후에게 무공제작 서포팅을 의뢰할 수는 없을 테니까.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느낌으로 장난스레 말한 것이기에 그 무게감이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현실은 절대로 단순한 너스레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이다.
아닌 게 아니라, 당장 그녀의 성명절기인 용호검기부터 시작해 그녀가 펼치는 대부분의 절기들이 그녀가 직접 창안한 무공들이 아니던가.
굳이 다른 분야에 비유하자면, 역사에 이름 한 줄 정도는 충분히 남길 수 있을 정도로 업계 최고봉의 실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작곡가와 협업을 하는 느낌에 가까울까.
‘어, 생각해 보면 아저씨 쪽이 더한 거 아닌가······?’
지금까지 목진이 ‘그깟 누더기같은 무공을 쓸 바에는 차라리 내가 하나 만들어주마.’라고 가볍게 말해서 그렇지, 생각해 보면 무공이라는 분야에서 역사상 최고로 꼽히는 신화 속의 고수가 창안하는 무공의 수준이란 게 평범할 리는 만무했다.
당장 지난날 용적산과의 대결에서 사용한 매룡검, 아니 적매검(赤梅劍)부터가 하룻밤 동안 대충 만든 무공이었다지 않은가.
세령은 그제야 자신이 쓸 무공을 만들어주겠다고 붙은 두 사람의 체급을 실감했다.
이런 무공을 공짜로 받아도 되는건가? 아니, 과연 내가 감당할 수는 있는 무공인가?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는 세령의 눈동자에는 무공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이유 모를 두려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