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88)
우주천마 3077-187화(188/349)
29. 마후합작 Ultimate Group Project (4)
29. 마후합작 Ultimate Group Project (4) – 그래, 니들이 그럼 그렇지.
“한번 자유롭게 싸워보세요. 소협의 공수를 가늠하기 위한 테스트니까요.”
“······.”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
그리고 왜 내 앞에는 노인과 여자와 아이의 삼위일체이며 마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슈퍼 마인이 서 있는가.
세령은 한 손에 검을 쥔 채 망연히 선 채 생각했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다. 꿈에서는 칼 한 대 조차 박히지 않을 것 같은 그 전직 천마 아저씨도 사천당가 역사상 최강의 얼티메이트-무림인인 그녀의 발아래 무릎 꿇지 않았던가.
하지만 눈앞에 있는 소녀의 탈을 쓴 괴물은 현실이었다. 그것도 피부가 저릿저릿하게 느껴지는 현실.
그리고 그건 비유 따위가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라이디의 양 손에는 새하얀 번개가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불꽃을 튀기고 있었으니까.
저거 맞으면 주마등을 볼 틈도 없이 죽겠지. 금발을 양갈래로 묶은 작고 귀여운 소녀의 손에 휘감긴 수억 볼트의 번개다발을 보며 세령은 그렇게 생각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걸까.
그녀는 조금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목진이 라이디를 향해 던진 물음은 그럭저럭 허용범위 내의 물음이었다.
조금 미심쩍은 구석이 있긴 해도, 세령과 사천당가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는 모양새였으니 그럭저럭 세이프이지 않을까.
하긴 용적산이나 서천검후처럼 나름의 교류가 있는 이들이라면 모를까, 아무리 머잖아 알게 될 일일지언정 대화는커녕 칼부림이 오가던 사이였던 라이디에게 대뜸 자세한 사정을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긴 했다.
그러나 삼백 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그녀의 안목은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재단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나이가 꼭 사람의 현명함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까지 그런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삼백 년쯤 되면, 그 경험만 가지고도 얼추 부족한 현명함을 채울 정도는 되는 법이었다.
“으응······.”
라이디가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얹은 채 생각에 잠겼다.
처음에는 목진의 질문이 자신의 자격을 묻는 시험이리라고 생각했지만, 연화와 용적산, 세령의 반응을 보니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분위기를 통해 서천검후와 목진 사이에 의견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하.’
무림에서 오래 굴러먹었으면 그만큼의 눈치 정도는 당연히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녀가 목진의 물음이 주어만 두루뭉술하게 뭉갠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파악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면 그 멸문한 문파의 후예라는 게 누군지는 볼 것도 없다. 라이디가 입을 열었다.
“그건 직접 확인해봐야 알 것 같은데요.”
“확인이라?”
“네. 저기 소협이 그 주인공 아닌가요?”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되묻는 라이디의 말에 목진이 입을 다물고, 세령이 흠칫 몸을 떨었다.
“······어찌 알았는가?”
“이 험난한 강호를 살아가려면 그 정도 눈치는 있어야죠.”
“이런.”
내가 그대의 심계를 과소평가했군. 목진이 가볍게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그리 대단한 비밀이랄 것도 없는 이야기이긴 했지만, 이렇게 단번에 간파당할 줄이야.
자신을 시조라 부르며 극진히 받드는 천마신교의 후예이기에 자신도 모르게 물러졌는지도 모른다. 목진이 세령을 돌아보며 미안하다는 뜻을 담은 눈빛을 보냈다.
세령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뭐······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죠. 뭐 이제와서 그게 엄청난 비밀 취급을 받을만한 일도 아니고.”
“고맙구나.”
세령의 너스레에 목진이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
이렇게 된 거 그냥 툭 까 놓고 이야기하자. 수틀리면 아저씨가 책임지고 수습해 주겠지 뭐. 대충 빠져나갈 구석이 생겨 한결 마음이 편해진 세령이 라이디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신대로에요. 정말 감사하게도 여기 두 분이 제가 익힐 무공을 손봐주시기로 했거든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라이디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고수, 그것도 한 차례 넘은 탈마 혹은 현경의 경지에 접어들면 자기수련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깨달음을 위해 이것저것 여러 대외활동들을 시도하기 마련이니까. 개중에서도 낮은 경지에 있는 무림인에게 가르침을 내리거나 제자를 들이거나 하는 일은 썩 메이저한 편에 속했다.
어디 시조님께서 점찍은 아이의 자질을 한번 봐 볼까. 라이디는 세령을 보며 방긋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한번 확인해 보죠.”
“······네?”
“아직 시조님의 물음에 답을 드리지 못했잖아요?”
“어, 음······직접 확인하시겠다는 게 설마······.”
“당연하죠.”
가볍게 대련 한번 해 보면 다 알 수 있어요.
화사하게 웃으며 말하는 라이디의 말에, 세령의 얼굴이 해쓱하게 변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령은 죽지 않았다.
비록 딱 죽기 직전까지 굴려지긴 했지만.
더욱이 끔찍한 사실은, 연화와 용적산을 포함해 믿었던 목진마저 죽자사자 굴러다니는 그녀를 보며 하하호호 훈훈한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었다.
“씨이이······.”
“흠흠.”
목진은 여기저기 그슬린 몸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채, 배신감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세령의 시선을 슬그머니 외면했다.
‘거 그리 억울하면 하루빨리 강해지면 되는 것이 아니더냐.’
물론 천하의 목진이라고 해도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정도의 분별력은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다 그녀를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와 연화는 새 무공을 창안하는 과정을 듬뿍듬뿍 즐기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그녀를 위해서 하는 일이었다.
“그래. 직접 보니 답이 나왔느냐?”
“네.”
목진의 물음에 라이디가 가볍게 손을 털고 대답했다.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는 세령과는 달리 대련을 마친 직후인데도 딴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뽀송뽀송한 모습이었다.
근본은 없지만 꽤나 센스가 좋은 무인이다. 라이디는 세령에게 꽤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련이 끝날 때까지 그녀의 공격을 어떻게든 버텨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공세는 제법 날카롭고, 수세는 부족하나 급소는 제대로 지킨다. 판단은 냉철함을 잃지 않고, 타고난 직감은 대단히 질이 좋다.
유일한 문제는 바로 무공. 허술함과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듯 애매한 검법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무공들 스펙의 수준이 낮은 편이었다.
하긴 이 정도 그릇이 되니 시조님과 서천검후가 무공을 봐줄 만 하지. 라이디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네 생각을 말해보거라.”
“무인에게 맞추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라이디가 내린 결론은 그러했다. 정석적인 마도인의 대답이었다.
강자존을 추구하는 마도에서 굳이 비효율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대련은 단지 확신을 위한 것일 뿐, 라이디는 이미 대련을 시작하기 전부터 대략적인 가닥은 잡아 둔 상태였다.
덤으로 그녀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 시조님에게 점수도 따겠다는 앙증맞은 발상은 덤이었다.
문제는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천마신교의 위대한 시조께서는 현대무림적 사고관이 아니라 고대무림의 사고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어머나.”
연화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녀의 라이디에 대한 호감도가 조금 올라갔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멸문한 문파를 일으키려면 힘의 크기는 대대익선. 힘이 더해져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그리고 소협의 센스가 꽤 좋으니, 굳이 문파의 기풍에 맞는 무공으로 명맥을 잇고 싶거든 문파를 일으킨 뒤에 어레인지 버전으로 개수한 무공을 내놓아도 되지 않을까요?”
“역시 그렇죠!”
역시 고수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연화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들 중 가장 고수인 목진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잠시 사라져 있었다.
“크흠.”
“에······.”
어라, 이거 설마 잘못 짚은 건가. 라이디는 작게 헛기침을 하는 목진과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연화를 보며 두 눈을 데구르르 굴리며 눈치를 보았다.
라이디가 저리 말하니 이번엔 자신의 승리다. 연화가 아자 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동안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용적산이 끼어들기 전까지는 그랬다.
“저는 그래도 문파의 기조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만.”
“아?”
“아예 무공이 소실된 것도 아니고 그 근본이 멀쩡히 남아있는데, 그것을 존중하지 않으면 어찌 문파의 이름을 계승한다 할 수 있겠습니까?”
정석적인 정도의 무인다운 대답이었다. 연화의 입꼬리가 다시 내려갔다.
“그렇지?”
자네 뭘 좀 아는구만. 목진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그러면 이 대 이군요.”
이제 어떻게 하지? 고수들의 눈이 서로를 돌아보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목진이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거 듣기로는 민주주의라는 게 있다던데······.”
“동수이니 민주주의가 의미가 있나요?”
“아니 그거 말고, 강호넷에서 보니까 무림에서는 그런 것과 다른 민주주의를 쓴다고 하더구나.”
“실력대로 투표권 개수를 정한다는 강호식 민주주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건 너무 치사하지 않으신가요 선배님?”
“흠, 크흠······.”
연화의 직설적인 공격에 목진이 멋쩍은 듯 시선을 돌렸다.
“그냥 두 가지 버전을 만들면 되는거 아닐까요?”
“어느 쪽을 우선할지는 정해야 하니 결국 같은 문제에요.”
“부교주를 호출해서 의견을 들어볼까요?”
“아니 꼭 그럴 필요까진······.”
“논검천하 듀얼을 하는 건 어떻습니까?”
“농담할 기분 아니에요. 선배. 한 문파의 운명을 딱지치기로 결정하시게요?”
“땡중에게 물어보는 건 어떻느냐?”
“그분 제정신이 맞긴 한가요? 유다랑 죽이 잘 맞는 거 보면 좀 이상한 분 같던데.”
“······.”
나름 진지한 이야기부터 참신한 개소리까지 별의별 의견들을 내놓으며 의견을 맞대고 있는 네 명의 절대고수.
저기에 끼어들었다간 내 머리까지 이상해질 것 같다. 바닥에서 일어난 세령은 려를 데리고 그들을 피해 한쪽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뒤질 것 같네 진짜.”
“······너 엄청 잘 싸우더라.”
지친 얼굴로 이마의 땀을 닦아내는 세령을 보며 려가 새삼 놀랍다는 듯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뇌신유녀 라이디 직스다. 천마 위소하를 제외하면 부교주 존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천마신교 최강자 라인의 절대고수라는 말이다.
아무리 적당한 수준으로 힘을 조절하고 있었다지만 그것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만약 자신이 세령 대신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버텨낼 수 있었을까. 나름 무공에 자신이 있는 그녀였지만 차마 할 수 있다고 말할 자신은 없었다.
“뭐, 그동안 꽤 여러 가지 일이 있었거든.”
별로 실감이 안 나긴 하지만. 세령이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그녀의 폭발적인 성장과는 별개로, 세령은 아직 스스로의 힘이 어떤지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한 상태였다. 분명히 나름대로 성장하긴 한 것 같은데, 매번 자신보다 강한 상대들과 싸우다 보니 자신의 성장을 실감할 일이 거의 없었던 탓이다.
물론 그것뿐만이 아니라, 목진과 함께하며 만나는 이들이 하나같이 평생 한 번 볼까말까한 절대고수들이라는 점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힘들었겠네.”
잠시 말을 고르던 려가 한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단순히 낭인 꼬맹이였던 그녀가 이렇게 엄청난 성장을 이루게 될 줄이야. 부러움과 질투심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멸문한 문파를 부흥시켜야 한다는 과업을 짊어진 그녀에게 동정심이 들기도 했다.
“몰랐어. 네가 멸문한 문파의 후예였다는 건.”
글쎄. 그 문파가 사천당가라는 걸 알면 더 놀랄걸. 세령이 속으로 중얼거린 뒤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뭐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니잖아. 낭인들 중에서 사연 없는 놈이 어디 있다고.”
비단 낭인뿐 아니라 무림에서 칼밥 먹고 사는 놈들이면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 정도는 가지고 있는 법이다. 물론 개중에서도 세령의 케이스가 꽤 유니크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말이다.
“혹시, 어떤 문파 출신인지 물어봐도 될까?”
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약간의 호기심과 더불어, 천마신교에서 나름 위치가 있는 그녀인 만큼 나름 친분이 있는 지인으로서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세령은 고개를 저었다.
“비밀까지는 아니지만, 딱히 알아서 좋을 게 없는 문파라서.”
어차피 조만간 알게 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세령의 려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후, 쓸데없이 신경쓰기는.”
괜한 이야기로 그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세령의 의도를 알아챈 려가 피식 웃었다.
세령이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를 꺼낸 이상 이 주제로 더 이야기할 건덕지는 없다. 려가 다시 옥신각신하는 네 명의 절대고수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저분들은 언제쯤 결론을 내실까?”
“글쎄다. 내 경험에 의하면 대충 이쯤 되면 결론이 나던데.”
그리고 결론이 뭔지도 대충 알 것 같거든. 세령이 네 사람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 그냥 한 판 붙어서 해결합시다!”
그래. 저 양반들이 하는 생각이 그럼 그렇지.
세령이 해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