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89)
우주천마 3077-188화(189/349)
29. 마후합작 Ultimate Group Project (5)
29. 마후합작 Ultimate Group Project (5) – 대의를 위하여!
실전경험은 무림인들에게 매우 귀하다.
일반인이 보기엔 허구헌날 칼 들고 쌈박질이나 일삼는 무림인들을 보면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싸우는 건 실전경험이 아니라 실전 그 자체이지 않은가.
혹자는 실전경험이 필요하면 낭인용병 짓을 하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당장 집근처 낭인용병조합에 방문해서 십 분 만에 가입한 뒤 아무 의뢰나 받으면 된다고 말이다. 물론, 그들은 그런 충동적인 결정을 하는 용감한 무림인들 대부분의 수명이 일 년도 못 간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림인들에게 귀한 것은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되는’ 실전경험, 즉 비무(比武)다.
무림인이라면 누구든지 안다. 실전에 근접한 비무가 단순한 전투력은 물론 무공실력의 상승에도 크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특히나 어디가서 고수 소리를 들을 정도 수준이 되면 일반적인 무공 수련보다는 비무 한 방이 더 효과가 좋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비무를 경험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리스크가 크기 때문.
– 저 새끼를 뭘 믿고?
말이 비무지 대놓고 살초(殺招)만 쓰지 않을 뿐, 얼마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음은 물론 팔다리 정도는 슥삭 날아가는 일도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 그런 위험천만한 대련을 상대의 뭘 믿고 진행한다는 말인가?
특히 고수는 적이 많다. 생전 처음 보는, 비무를 할 상대의 크레딧 입금기록에 자신을 증오하는 적의 이름이 떡하니 적혀있을 가능성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어지간히 평판이 박살난 고수가 아니라면 거기까지 갈 일은 비교적 드문 편이긴 하다. 하지만 설령 상대에게 자신을 죽일 의도가 없다고 해도, 실력이 엇비슷하면 얼마든지 사고가 터질 수 있었다.
그것이 우발적인 사고든, 아니면 실수로 인한 사고든 말이다.
막말로 눈앞의 비무상대가 졸렬한 전법을 쓰면 머리에 꼭지가 돌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을까. 정파 무인도 검 한 자루 들고 원거리에서 암기를 깔짝대며 나는 갈 생각 없으니 니가 오시라고 약올리는 상대와 비무를 하면 피를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샘솟으리라.
대충 거지같이 비무하는 놈 배때지에 칼침 한번 놔준 다음에 손이 미끄러졌다고 하면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강호의 생리다. 그런 비정한 강호에서 아무리 무공실력 상승에 특효라 한들 누굴 믿고 맘 편히 비무를 하겠는가.
괜히 전문 비무꾼들과 비무 일정을 잡을 때 무림신용점수 제출은 기본이요, 병적일 정도로 꼼꼼하게 신상정보를 조사함은 물론 정신과 감정서까지 떼가야 하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환경의 차이가 바로 일개 낭인이 아니라 문파 소속의 무인들이 강한 이유이기도 했다. 고수가 감독하는 안전한 비무환경은 둘째치고, 같은 문파의 문도라면 최소한 목숨을 잃을 걱정은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는 비무영상을 보거나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고 비무 직관을 하는 것 정도다.
비무영상은 비싼 가격에 비해 리턴이 시원찮은 게 문제다. 광고에 비해 그 퀄리티가 형편없는 비무영상도 넘쳐나는 게 현실이었으니까.
물론 명성이 높은 유명 고수나 자유무공운동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무료로 공개하는 비무 영상은 어느 정도 그 퀄리티가 보장되긴 한다. 다만 그 공급이 턱없이 부족할 뿐.
가장 좋은 방법은 비싼 티켓을 끊고 고수들의 비무를 직관하는 것이다. 각자의 절초는 나오지 않을지언정 그 바닥에서 오래 장사하려면 비싼 티켓 값에 부합하는 퀄리티는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유명 고수들의 비무에 직접 참관할 수 있는 티켓 값은 그 고수들의 수준에 따라 한없이 올라갈 수밖에. S급 정도 되는 고수들의 비무 직관 티켓 가격은 고급 우주선 두세 대 값 정도는 가뿐히 상회하는 경우도 흔했다.
나름 한 끗발 한다는 고수들의 비무가 그 정도 가치를 지닐진대, 그 이상은 어떻겠는가. 절대고수 쯤 되는 이들의 비무에 대한 직관 티켓이라면 경매에 붙여도 될 정도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 비무의 티켓 값은 도대체 얼마일 것인가?
이르비스와 함께 곽가장의 대형 연무장에 다시 방문한 디마는 현실감이 없는 표정으로 세령을 돌아보며 물었다.
“······있지 언니야, 이거 직관할 수 있는 티켓을 백 장만 팔아도 중형 문파 하나는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어······아뇨. 열 장만 있어도 충분할걸요.”
세령이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
넷과 둘로 갈라져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평균 경지 현경이라는 막나가는 수준의 절대고수 여섯 명. 보기만 해도 절로 정신이 아찔해지는 광경이다.
그동안 동네 건달들 드잡이질 하는 걸 보듯이 절대고수끼리의 비무를 구경하며 현실감각이 많이 사라진 그들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 대 이 빅매치 앞에서까지 태연할 수는 없었다.
지난날 32교구에서도 오 대 사로 무림 역사에 길이 남을 접전이 벌어졌다곤 하지만, 그때는 서로의 목적을 얻기 위한 싸움이었고 지금은 대련 성격의 비무가 아닌가. 전자의 상황이야 과거 무림대전 때도 간혹 나올 때가 있었지만 후자는 아니었다.
“근데 원래 이 대 이 아니었소?”
“······하아.”
언제 참가했는지 모를 아수라 붓다와 북악검후 다라를 보며 이르비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령은 대답 대신 한숨만 내쉬었다.
쌈박질 소리가 들리면 부처께 올리는 공양이라며 광대부터 승천하는 땡중은 잠시 제쳐두고, 어찌저찌 간신히 싸움에 낄 정도의 급은 되는 다라가 끼어든 이유는 지극히 심플했다. 그녀에게 있어 까마득히 높은 고수들과의 비무 만큼 무공에 성취를 이루기 좋은 길은 없기 때문이었다.
아직 무공 초심자나 다름없는 화린이 어째 불안한 듯 목진과 용적산 쪽을 바라봤다.
“짝이 안맞는데 괜찮을까요? 사부님들 쪽은 두 명밖에 없는데.”
“여기서 아무도 저쪽이 불리하다는 생각은 안 할걸요.”
밸런스 맞추려면 용 노사님이 저쪽으로 붙어야 할 것 같은데. 세령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나마 친선비무니까 나름 붙어 볼 만한 거지, 실전이었으면 싸우기도 전에 결판이 났을 매칭이었다.
“어차피 저 양반들도 이거 핑계로 한판 붙고 싶었던 거지 뭐.”
그리고 세령의 말마따나, 실제로도 연무장 위에 자리한 여섯 명의 분위기는 앞으로 벌어질 치열한 싸움에 비해 썩 화기애애한 편이었다.
“이번에도 잘 부탁드릴게요, 선배님.”
라이디가 목진을 향해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천마라는 진짜 신분을 공표할 수 없기에 그녀가 목진을 부르는 호칭은 무난한 선배님으로 바뀌어 있었다. 연화와 다라도 마찬가지고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목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예에 답했다.
“저번에는 때가 때인지라 자네의 무공을 제대로 견식할 수 없었지. 마침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으니 잘 되었군 그래.”
목진이 연화 쪽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잘 부탁함세. 비록 서로 생각함이 달라 잠시 의가 상했으나, 시원하게 검을 부딪히며 털어낼 수 있으면 좋겠군.”
“동감입니다.”
용적산이 맞장구를 쳤다. 연화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옳고 그름이 없이 무공에 대한 견해가 다른 것이었으니 굳이 기분이 상할 것도 없었다.
목진이 이번에는 한쪽에 위풍당당하게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아수라 붓다를 바라봤다. 아수라 붓다의 바이저에 윙크를 하는 깜직한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당연히 목진은 그런 그를 외면했다.
“아니, 시주! 어이하여 소승을 외면하시오이까?”
“시끄럽다. 네놈이야 어차피 아무 생각 없이 온 게 아니냐.”
“허어! 어찌 그런 무정한 소리를. 소승에게도 다 생각과 목적이 있소이다!”
아수라 붓다가 억울하다는 듯 제 가슴을 쿵쿵 때렸다.
“목적? 그 목적이란 게 뭔지 어디 말이나 해 보거라.”
“소승이 듣자 하니 시주께서는 불혹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들었소.”
겨우 마흔 살 좀 넘었다고? 목진의 나이대를 알지 못하던 라이디와 용적산, 다라가 두 눈을 깜박였다. 이미 고손자까지 있는 라이디나 용인인 용적산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고, 이 여섯 명 중 최연소인 다라에 근접한 비슷한 연배가 아닌가.
목진이 뜬금없이 그건 왜 묻나 하는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타임슬립 기간은 나이로 치지 않는다 하니, 그렇긴 하다만.”
헌데 그건 왜 묻느냐? 목진의 말에 아수라 붓다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소승은 이 자리에, 장유유서의 법도를 바로 세우려 왔소이다!”
그의 바이저에 엄격. 근엄. 진지라는 글자들이 순서대로 지나갔다. 절로 한숨이 나오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네놈이 그러면 그렇지.”
별 쓰잘데기 없는 헛소리를.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용적산에겐 그리 쓰잘데기 없는 헛소리가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선배, 반로환동하여 외모가 어려졌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 후배는 선배가 못해도 환갑은 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거 적산이 자네까지 그러긴가? 나이가 무엇이 그리 중하다고······.”
“그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선배는 내츄럴이 아닙니까? 헌데 그 내공의 수위는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 용적산의 말에 모두가 한 대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그들 중 목진이 가진 내공의 끝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그들은 지금까지, 목진이 내공의 불리함을 압도적인 무공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해오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츄럴이 노심급, 혹은 준 노심급에 달하는 내공 드라이브를 넘어선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였으니까.
물론 그들도 목진의 내공이 상당히 심후한 편이라고는 짐작하고 있었다. 비록 내공 드라이브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그간 목진이 펼치는 무공들을 보면 목진이 품고 있는 내공의 최저치 정도는 역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고작 사십대의 나이에 내가기공으로 그만한 성취가 가능하다고?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그들이라고 목진의 신위를 보고 내가기공에 대해 알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록상으로 남은 내공 드라이브 이전의 데이터들과 양생원으로부터 얻은 데이터. 그 둘을 종합해 봤을 때 온갖 영약과 기연이 이어진다 쳐도 최소 육십대 전후는 되어야 목진이 가진 내공에 근접할 수 있다.
아니, 심지어 당시에는 기운포집장치도 없었다 하니 실질적으로 준 노심급 내공 드라이브에 버금가려면 그 배의 세월이 걸려도 이상할 게 없으리라.
하지만 목진은 고작 사십대의 나이로 그 정도의 내공,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내공을 쌓았다고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답은 둘 중 하나였다.
지금껏 무림이 알고 있던 내가기공에 대한 지식이 송두리째 잘못되어 있던가.
아니면 눈앞에 있는 사내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영역에 도달해 있던가.
용적산이 물었다.
그간 가벼이 물을 것이 아니라 생각해 일부러 묻지 않던 물음이었다.
“······선배. 선배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고 인류 역사상 아무도 오른 적 없던,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영역에 서 있는 무인이 답했다.
“삶과 죽음을 논하는 곳(生死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