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92)
우주천마 3077-191화(192/349)
29. 마후합작 Ultimate Group Project (8)
29. 마후합작 Ultimate Group Project (8) – 아.
“그래, 이 맛에 비무를 하는게지.”
가볍게 술 한 잔 걸치며 다른 고수들과 비무에 대해 복기한 뒤, 목진은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며 별채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세령의 물음이었다.
“그래서 무공은요?”
“아.”
그러고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다. 목진의 몸이 덜컥 멈췄다.
아는 무슨 아야. 세령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은 채 가늘게 뜬 눈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분명 아무 대가 없이 상승의 무공을 받는 것이기에 그녀는 그저 감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긴 하다. 하지만 기껏 무공을 핑계로 크게 판을 벌린 마당에 정작 그 무공에 대해서는 까맣게 있고 있었다는 건 별개의 문제이지 않은가.
찔리는 게 많은 목진의 눈이 데구르르 굴렀다. 목진은 조금 전 고수들과의 비무 복기에서 세령에게 줄 무공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없었다.
당장 목진의 의견과 대립하던 대표주자인 연화부터가 가장 열정적으로 비무 복기에 참여하던 판이 아닌가. 가장 먼저 새 무공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 두 사람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으음, 그것이······.”
비무 때는 보이지도 않던 식은땀까지 흘리며 머리를 굴리던 목진의 뇌리에 비무 전 했던 이야기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이 비무는 나와 용가가 이긴 셈이니 무공의 정식 구성은 내가 제시한 안을 따르는 게 맞지 않겠느냐.”
어째 목진의 반응을 보니 조금 못 미더운 기분도 들긴 했지만, 예상했던 대로의 결과다. 세령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되물었다.
“사천당가 쪽 느낌을 살리는 걸로요?”
“그렇지. 당가의 이름을 잇고자 한다면 무릇 그에 걸맞은 뿌리가 튼튼해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과거의 후광이 있어도 뿌리가 얕으면 금세 말라죽기 마련인 법이니.”
“그건 그렇죠.”
세령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을 만나기 이전에도 이것저것 알아보며 주워들은 게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대 무림에 문파를 세우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냥 무림맹에 주소지와 이름, 주력무공을 등록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다만 문파를 세우는 것과는 별개로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전혀 쉽지 않은 일이긴 했다. 당장 하루에 등록되는 문파들에 못지않게 재정 부실이나 타 문파와의 분쟁, 무공 라이센스 문제 등으로 한순간에 날아가는 문파들이 몇이나 되던가.
문파가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확실한 색깔이다. 다른 문파들과는 다른 차별점이나 굳건한 정통성 말이다.
‘사천당가의 무공이라······.’
세령은 내심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간 사천당가의 후예랍시고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왔는데도, 막상 사천당가의 무공을 얻을 기회가 생기니 새삼스레 자신의 성이 당씨라는 것이 실감이 났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만. 세령은 곧바로 감상에서 빠져나와 목진을 향해 미리 준비한 이야기를 꺼냈다.
“정식 구성이 그렇게 되는 건 괜찮은데요, 저는 저한테 맞는 쪽의 무공을 쓰려고요.”
“흠······어째서냐?”
세령의 말에 목진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그야 선택은 세령의 몫이긴 하다마는, 그래도 내심 세령이 사천당가의 후예로서 자신의 뜻에 동조해주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령은 목진의 물음에 조금 냉정한 목소리로 답했다.
“수단을 따질 만큼 만만한 상대들이 아니라서요.”
네 명의 원수들 중 최우선 타겟인 제갈현의 실력도 만만치 않지만, 특히 벽검성 남궁수련의 실력은 유일하게 절대고수의 반열에 든 인물이다.
비록 병으로 인해 제 기량을 다 낼 수는 없지만, 지금의 세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검수. 그런 고수를 상대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건 동정조차 받을 수 없는 만용이나 마찬가지였다.
“음······.”
세령의 말에 목진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은 아쉽긴 했다. 기왕 사천당가의 무공을 쓰는 것인데 조금 더 그 이름에 걸맞은 무공을 쓰면 좋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건 목진의 개인적인 바램일 뿐이었다. 그걸 위해 목숨을 걸고 복수행을 시작할 세령에게 불리함을 안고 싸우라 하는 것은 과한 요구이고 말이다.
목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하거라. 지금까지 그들에 대해 조사해온 게 있으니, 네 판단이 옳겠지.”
“너무 서운해 하진 마요. 그렇다고 정식 무공을 배우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니까.”
내심 목진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들긴 했는지, 세령이 살짝 덧붙였다.
고대인인 목진의 입장에선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인 듯 하지만, 적재적소에 맞게 무공을 스위칭해가며 싸우는 것은 현대 무림인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뿌리가 같은 무공의 옵션을 바꾸는 것. 낭인들 중에는 전투 중에도 정사마흑의 무공들을 절묘하게 섞어 쓰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무공에 대한 재능으로는 어디 가서도 꿀리지 않을 세령이 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세령은 목진의 팔을 툭 치며 씨익 웃었다.
“아무튼 잘 부탁해요. 아저씨 실력은 확실하게 믿고 있으니까.”
“사월섬뢰(倳月閃雷)!”
독을 품은 뱀처럼 사나운 검이 기이한 궤도를 그리며 목진의 요혈(要穴)을 노리고 쏘아진다.
살기를 담지 않았음에도 없는 살기를 느낄 정도로 매서운 찌르기. 가볍게 좌하(左下)로 몸을 숙여 피한 목진의 왼손이 연화의 턱 바로 아래를 노리고 솟구쳤다.
“교리승천(蛟螭昇天).”
“향미환수(響尾還手).”
연화가 찌른 자세 그대로 검을 끌어당겼다. 방울뱀 같은 소리를 내며 스파크를 일으키는 검 손잡이 끝이 올라오는 목진의 손을 쳐냈다.
살짝 붉어진 손을 가볍게 털어내며, 목진이 쾌속한 보법으로 거리를 벌렸다. 거리를 벌린 목진에게 연화가 다섯 자루의 비도를 흩뿌렸다.
“비은전격(飛隱電擊).”
중앙을 점한 하나를 중심으로 네 방위를 점하며 날아가는 비도. 매섭게 날아오는 비도들을 보며 목진의 양팔이 번갈아 위아래와 양옆의 공간을 제압하며 휘둘러졌다.
두 가지 형태의 좌우 훅과 어퍼컷, 위에서 내려찍는 다운훅의 궤도를 따라 목진의 손이 비도들을 쳐낸다.
이제 남은 것은 중앙을 노리고 날아오는, 뇌기(雷氣)가 남긴 비도.
그것을 막아낸 것은 무시무시한 빠르기로 솟구친 목진의 발이었다. 목진의 발끝이 튕겨내듯 꺾이며 비도를 위로 쳐냈다.
“사간팔식(四間八式), 전교퇴(前嚙腿).”
이번에는 목진의 차례일까. 연화의 비도를 막아낸 목진이 이번에는 연화의 앞으로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독리속박(毒彲束縛). 설살수(齧殺手).”
이무기가 먹잇감을 죄듯 연화의 팔 하나를 엮는 고도의 금나술(擒拿術). 연화의 한쪽 팔을 봉한 목진이 반대쪽 팔을 움직여 연화의 명치를 뜯어버릴 기세로 파고들었다.
아니, 파고들려 했다.
별안간 목진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다섯 개의 비도. 처음 연화가 던졌던 비도는 다섯 개가 아니라 열 개였던 것이다. 연화의 키네시스 어검술을 통해 조종되는 다섯 개의 비도가 목진의 무방비한 후방을 점했다.
목진이 연화의 급소를 노리던 손을 회수하며 급히 몸을 비틀었다. 동시에 연화의 몸이 기이하게 움직이며 목진의 손을 풀어내고 발의 위치를 바꿨다.
코앞까지 다가온 다섯 개의 비도를 본 목진의 양팔이 번뜩였다. 공기를 베어가르는 그의 팔꿈치는 날아오는 비도들을 모두 쳐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독아주참(毒牙肘斬).”
그리고 목진의 등 뒤에서, 그의 목에 연화의 검 끝이 닿았다.
그녀의 입이 열리며 마지막 초식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진퇴사문(進退死門).”
두 사람의 무공 시연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와······.”
세령은 멍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련을 바라봤다.
‘저게······내가 익힐 무공이라고?’
생각 이상으로, 수준이 너무 높다. 과연 자신이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초식 하나하나에 담긴 오의는 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신묘하기 그지없고,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며 되려 약점을 보완하는 세 가지의 주력 무공들은 예술처럼 뒤섞여 하나의 무공으로 변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과한 레벨이다. 그것도 무지하게.
저걸 흉내라도 내려면 적어도 십 년은 필요하지 않을까. 세령의 등이 축축이 젖어왔다.
그때 그녀의 옆에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상당하군요.”
“생각보다 잘 뽑혔네.”
“부처님의 가호 덕분이오. 다들 기도합시다. 나무아미타불.”
“······대단해.”
강호무림을 살아가며 어지간한 상승절기들은 여럿 겪어보았을 네 명의 절대고수들조차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무공. 그들이 보기에도 목진과 연화가 펼친 무공들은 단순히 무공만 가지고도 잘 나가는 신진문파 하나는 세울 수 있을 만큼 뛰어났다.
연화와 함께 연무장에서 내려온 목진이 만족스러운 듯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대들이 손을 보태준 덕에 더욱 쓸만한 무공이 나온 것이지. 무얼 하느냐 세령아. 감사의 인사는 해야지.”
“아, 가······감사합니다. 선배님들께서 내주신 이 은혜를 소녀가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목진의 말에 세령이 당황하며 네 사람을 향해 넙죽 고개를 숙였다.
그녀도 몰랐다. 설마 자신의 무공을 창안하는 데 절대고수가 여섯 명이나 들러붙게 될 줄은.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반쯤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익힐 수 있는지는 둘째치고, 저 정도면 오대세가의 성명절기와 비교해도 절대로 꿀리지 않는 수준이 아닌가. 싸구려 삼류무공과 반쪽짜리 이류무공, 쓰레기같은 내공 드라이브 따위를 쓰며 낭인생활을 전전하던 게 고작 몇 년 전의 일인데, 어느새 준 노심급의 내공 드라이브와 최상위의 상승절기를 얻게 된 것이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는 세령을 보며 용적산이 빙긋 웃었다.
“은혜랄 것도 없습니다. 이미 이 선배와 김 후배님이 팔 할 넘게 완성해가던 무공에 훈수 몇 개 던진 수준에 불과할 뿐이니.”
문제는 그 훈수의 수준이라는 게 다른 무공에 접목했다면 단번에 한두 단계 윗 등급으로 만들 정도라는 것이었지만.
물론 세령은 그 사실은 알지 못했다.
아니, 사실 알아도 별 상관은 없었으리라. 이미 목진이 잡아둔 뼈대의 레벨부터가 그들의 조언보다 한참은 상위에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소협의 무공을 만들 때 사문의 무공보다는 저희의 무공을 기반으로 보조했으니 천마신교나 구파일방 쪽에서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거에요.”
유일한 문제는 각각 소속된 문파 쪽과의 정치적인 문제였지만, 라이디의 말로 인해 그 걱정을 할 이유도 사라졌다. 세령이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번엔 목진과 연화에게 고개를 돌렸다. 세령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게 과분한 무공을 주셔서. 이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후훗, 저도 이 선배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굉장히 즐거웠는걸요. 부디 이 무공으로 여협의 비원을 이룰 수 있길 바랄게요.”
세령의 말에 연화가 작게 웃으며 덕담을 건넸다.
반면 목진은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앞으로 네가 가야 할 길이 멂을 알 것이라 믿는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무공을 수련하여 네 비원을 이룬다면 그것으로 이 무공에 대한 값은 족할 것이다. 그러니 정진하거라.”
네. 세령이 공손히 대답했다.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용적산이 목진과 연화를 돌아보며 물었다.
“헌데 그 무공들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비도술의 이름은 진연십삼투(震鳶十三投), 박투술의 이름은 독리생사박(毒彲生死博), 그리고 검법의 이름은······.”
창안자가 직접 답하라는 듯 연화가 목진을 돌아봤다.
목진은 사람들을 돌아보며, 자신 있게 제가 창안한 검법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섬뢰사독검식(閃雷蛇獨劍式)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