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95)
우주천마 3077-195화(195/349)
30. 선전포고 Declaration of Vengeance (4)
30. 선전포고 Declaration of Vengeance (4) – 클래식한 술집의 양아치
로버트는 재능이 없었다.
무공이든 뭐든, 딱히 무언가에 특출난 재능이랄 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말이다.
한때 어린아이들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꿔봤을 꿈인 무림고수의 꿈을 꿔본 적도 있기는 했다. 운이 좋게도 그가 자란 보육원은 화산파에서 지원하는 시설이었고, 나이가 차면 테스트를 받아 화산파의 예비 문도로 입문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 으음······피지컬은 나쁘지 않은데 내공 드라이브 적합도가 부족하구나.
하지만 그의 소꿉친구 자매가 무공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화산파에 들어간 데 반해, 로버트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에겐 무공에 대한 재능이 별로 없었다.
무림고수의 꿈이 무너졌기에 잠시 방황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로버트는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언제까지나 가망 없는 일에 미련을 두기에 그의 처지가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열넷이 되어 성인 자격을 취득했을 때, 로버트는 군에 지원했다.
주변의 친구들이 말리긴 했지만 당시의 로버트는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남자 청소년 특유의 허세가 육체를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 야야, 그래도 군대는 너무 위험하지 않냐?
– 수련이한테 당당해지고 싶거든.
– 이 새끼 이거 신병훈련소 가자마자 후회할 거 같은데.
– 군대 지원하면 복무기간이 십 년 아니냐? 수련이가 미쳤다고 그때까지 독수공방하겠냐?
– 뒤진다 진짜.
내심 화산파에 들어간 소꿉친구를 짝사랑하던 로버트는 화산파의 정식 문도가 된 그녀에게 당당해지기 위해서 자기도 뭔가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런 기반 없는 고아가 빠르고 보장된 성과를 내기에는, 예나 지금이나 군대만 한 곳이 없었다.
로버트는 소꿉친구에게 달랑 편지 한 장을 남긴 채 입대 지원서에 서명했다.
무공에 재능이 없어서 출세하기 좋은 근접전투병에 지원할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사격 솜씨는 그럭저럭 좋은 축에 속했기 때문에 로버트는 일반전투병이 되었다.
군에서 복무하던 십 년의 세월 동안, 로버트가 겪은 일들은 소설책 열 권으로 엮어도 모자랄 정도로 파란만장했다.
은하계 외곽의 미개척지에서 적대적 외계생물들과 치고받아 보기도 하고, 안드로메다의 개척성계로 가서 우주 서부극을 찍는 개척무림인들과 일해보기도 했다. 나중에 베테랑 경력을 인정받아 특수부대에 들어간 뒤에는 아예 인류정부에 적대적인 외계국가와의 국지전에 투입된 적도 있을 정도였다.
– 로버트 중사, 자네 진짜 말뚝 안 박을 거야? 나 섭섭해.
– 소꿉친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령님.
– 십 년 동안 제대로 연락도 못 했다며. 이미 딴 남자 생긴 거 아냐?
– 뭐요?
– 어허 나 중령이야. 중령. 농담이니까 멱살 풀어주라 좀.
하지만 로버트는 살아남았다. 그것도 십 년간 군에 복무한 것치곤 기적적으로 멀쩡하게.
하늘은 그에게 재능을 내려주지 않았지만, 그 대신에 커다란 행운의 가호를 주었던 것이다.
고향인 화산성계로 돌아온 로버트는 화산파의 무인이 된 소꿉친구와 재회했다. 고작 십 년이 지났을 뿐인데 기억 속의 소꿉친구는 몰라볼 정도로 아름다워져 있었다. 그녀는 멋진 남자가 되어 돌아오겠다는 로버트의 약속을 믿고 십 년의 시간동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히, 두 사람이 연인이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좋아해.
– ······이제야 말하네.
친구들은 그를 향해 전생에 은하계를 구한 놈이라고 했다.
– 이 새끼 이거 소설 주인공 아냐?
– 이 세상에 쥐뿔도 없는 놈을 십 년 동안 기다려 주는 여자가 있다고? 올드-제팬 애니에 뇌가 절여졌냐?
– 여자애들 얘기 들어보니까 보육원 때부터 서로 좋아하고 있었다더라.
– 아니 미친. 자살하고 싶네. 난 왜 이 나이까지 여자 손 한번 못 잡아봤지.
십 년 동안 못 봤던 것이 한이라도 된 건지, 보는 이의 속이 매스꺼울 정도로 알콩달콩 지내던 두 연인이 결혼을 약속하게 된 건 자연스런 결과였다.
하지만 우주 전역의 예비 신랑신부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듯, 그들은 현실의 벽을 마주해야만 했다.
바로 돈.
각자 모은 돈이 조금씩 있긴 했지만, 주변 성계들까지 통틀어 최고 수준의 집값을 자랑하는 화산성에 신혼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애초에 피붙이 하나 없는 천애고아인 두 사람이 이 정도까지 자립하게 된 것도 꽤나 성공한 케이스지 않은가. 그들의 보육원 동기 중에는 연락이 되는 이보다 끊긴 이들이 더 많았다.
화산파 소속인 소꿉친구와 그녀의 여동생 때문에 먼 곳에 자리를 잡기도 애매한 상황. 이제 막 전역한 로버트에게 수입이 있을 리 없으니 기댈 곳은 화산파의 문도 복지정책 뿐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돈은 여전히 부족했다.
그래서 로버트는 무림에 발을 들이기로 결심했다.
– 지금까지 모은 돈이랑 화산파의 지원,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까지 합하면 작은 집까지는 가능할 거 같은데.
– 그래 봐야 두 명 빠듯하게 살기도 힘들어. 지금은 수련이 동생도 같이 살 거고, 나중에 애들 생길 생각도 하면 지금 좀 무리해서라도 사이즈를 키워야 돼.
– 그럼 어쩌게?
– 벌어와야지.
– 어어 임마 이거 또 눈깔 돌아갔는데.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
– 쟤 군대 지원할 때도 저러지 않았냐?
– 존슨이 그러더라. 낭인질이 꽤 짭짤하게 벌 수 있다고.
– 하오문 중앙성계 들어간 걔? 능력은 좋은데 허언증 있잖아. 낭인질이 돈이 잘 벌려도 그렇게 잘 벌리겠냐? 그리고 너가 무슨 낭인이야. 무공도 제대로 안 배웠으면서.
– 군대에서 기본적인 제식무공 정도는 배웠어. 외장형 드라이브 달고 일이 년 빡세게 뛰면 부족한 분은 채울 수 있을 거야.
– ······내가 수련이었으면 니 다리 부러트릴 듯.
– 흠. 이번에 우리가 담당한 화산보이즈 호위로 온 낭인용병들이 보조인력 알아보고 있던데 한번 자리라도 알아봐 줄까? 이름이 나찰즈였던가.
– 그러면 고맙지.
– 나중에 집 가서 이력서 보내 봐. 니가 무공은 딸려도 군 경력이 있으니까 한번 비벼볼 만은 하겠지.
술을 마시던 중에 나온 친구의 제안을 냉큼 받은 로버트. 그게 바로 그가 목진을 만날 때까지 나찰즈의 객원멤버로 활동하게 된 계기였다.
그 다음의 일이야 달리 풀어 설명할 것도 없다.
나찰즈와 함께 열심히 구르며 악착같이 돈을 벌고, 그러던 중 고대의 절대고수 이목진을 발견한 뒤 운 좋게 큰돈을 벌게 되어서 낭인용병 생활을 청산하게 된 것이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때의 로버트는 알지 못했다.
고작 이 년 뒤에, 자신이 정파도 아니고 사파의 문파 소속으로 일하게 될 줄은 말이다.
“······얼마전까진 꽤나 좋았어요. 화산성에 제법 좋은 집도 구하고, 결혼도 하고.”
“허어. 경사로구나. 이제와서 조금 늦은 감은 있다만,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보육원 동기들만 모야서 조촐하게 치른 결혼식이라 선생님이랑 두 분을 초대할 생각은 못했네요.”
목진의 말에 로버트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언뜻 보기에도 예전과 별로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근데 니가 여기서 왜 나오냐? 그것도 거합문(居合門) 소속 완장을 달고.”
거기 사파 아니었나? 세령이 고개를 갸웃했다. 잽싸게 검색을 한 순자가 그녀의 옆에서 덧붙였다.
“성향 자체는 정사지간 성향이긴 한데, 일단 소속은 흑풍련 직계의 중견규모 사파에요. 하북성계 근처에 있는 경도성계에 자리잡고 있어서 하북팽가랑은 사이가 좋지 않고요.”
“너 약혼자······아니 와이프가 화산파 소속 아니었냐? 근데 왜 니가 사파랑 있는데?”
하아. 세령의 말에 로버트가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자신도 지금의 상황 때문에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기색을 온 몸으로 뿜어내며, 로버트가 한 달 전의 사건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저번 달에 수련이가 팽가와의 교류단에 선정되어서 여기에 왔어요. 저는 이것저것 몰 줄 알고 하북성계에도 와본 적 있으니까 교류단이랑 계약해서 가이드 신분으로 따라왔고, 겸사겸사 하북성계 관광도 할 겸 해서 수린이도 따라왔죠.”
처음엔 아무런 문제 없었다.
교류단과 팽가 무인들의 비무 과정에서 별다른 사고가 생기지도 않았고, 교류회의 만족도도 썩 높은 편이었다고 들었으니까.
문제는 교류단이 돌아갈 때 생겼다.
“돌아가는 날 사흘 전부터 허락을 받아서 수련이랑 수린이 둘을 데리고 저희끼리 관광을 했는데, 하필 돌아가기 전날에 팽가의 무인이랑 시비가 걸렸어요.”
“시비?”
“어딜 가나 이쁜 여자 보면 눈 돌아가는 놈들이 있잖아요.”
“아.”
팽가 쪽에서 나름 한 가닥 하는 후기지수가 술집에서 가볍게 한 잔 하는 일행, 특히 수련과 수린에게 노골적으로 치근덕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 지난번 소저의 비무, 대단히 인상깊었소이다.
– ······감사합니다.
– 헌데 이쪽 소저분은?
– 제 여동생인 수린이라고 합니다.
– 오호. 수린 소저. 누가 자매 아니랄까봐 언니분 못지않게 아름다우시구려.
– 감사합니다······.
– 내 마침 소저께 묻고 싶은 것들이 있었지만 미처 묻지 못했는데 이렇게 술집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이것도 나름 인연 아니겠소? 마침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라 이 팽모가 합석하면 딱 균형이 맞겠군. 잠시 실례해도 괜찮겠소?
– 하하, 죄송합니다, 대협. 저희는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요.
– 가족?
– 그쪽에 앉은 사람이 제 남편이에요.
– ······가만 보자, 낯이 익다 했더니 가이드로 오셨던 양반 아니오? 이 양반이랑 혼인을 하셨다고?
– 그래요.
– 허 참, 아깝구만, 아까워. 소저 같은 분이 왜 굳이 이런 사람과······.
– 죄송하지만 가 주셨으면 좋겠네요. 말씀드렸다시피,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서요.
– 이거이거, 실례했구려 용서해 주시오. 그래도 내일 떠나시는데 너무 박하게 굴지 마시구려. 사람의 인연이란 놈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는 것인데, 하루의 사귐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인연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오? 거기 동생 분도 함께라면 더욱 좋은 인연이 될 법한데.
직설적인 거절에도 불구하고 능글맞게 웃으며 수련과 수린에게 추근거림을 멈추지 않는 팽가의 무인.
보다 못한 로버트가 참지 못하고 폭발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 ······취하신 것 같은데, 팽가에 정식으로 항의하기 전에 당장 꺼지쇼.
– 뭐? 꺼지라고? 흐하하하! 소협. 미인분들 앞이라고 허세를 부리면 못 쓰지. 이거 아무래도 내가 소협에게 한 수 가르쳐줘야겠구만. 이리 따라 나오시구려. ······내가 오늘 아주 잊지 못할 가르침을 내려주지.
– 팽 소협. 지금 정식 무인도 아닌 사람에게 무공을 쓰시겠다는 건가요?
– 하하, 서 소저는 마음씨도 곱구려. 아무렴 이 팽모가 내공 드라이브도 없는 내츄럴에게 그리 험하게 대할 성 싶소?
– ······좋아. 어디 한 판 붙자고.
– 잠깐, 로버트?!
– 오빠?!
– 믿어줘. 내가 해결할게.
– 기개만큼은 상남자가 따로 없구만! 아주 좋아. 내공을 쓰지 않을 테니, 마음껏 덤벼보시오. 한 대라도 나를 때릴 수 있으면 내가 진 셈으로 치지.
– 그 말 꼭 지키쇼.
애초부터 내공을 쓰지 않는다는 구실로 두 여인 앞에서 로버트를 무자비하게 구타할 생각인 팽가의 후기지수. 그리고 그 앞에 선 로버트.
본래였다면 아무리 내공을 쓰지 않는다 한들 간단한 군용 제식무공 정도만 배운 로버트가 팽가의 직계에게 유효타를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 변수가 있었다.
– 컥?!
로버트는 과거, 목진에게 간단한 무공 몇 수를 배운 적이 있었다는 것을.
– 흐. 내가 숨겨둔 한 수도 없었는 줄 알아?
간결하고 단순한 무공이었지만, 그것을 알려준 목진이 넌지시 알려준 무공의 무리(武理)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 년 동안 꾸준히 그 무공을 연습한 로버트의 출수에 목진이 알려준 오의가 실낱만큼이나마 들어있음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아주 잘 했다. 아암. 사내라면 제 여자는 스스로 지켜야지. 아주 장해. 잘 배웠어.”
“맞아요. 어딜 감히 연인한테.”
짝짝짝. 목진이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연신 박수를 쳤다. 왠지 모르게 라이디 또한 목진의 옆에서 박수를 쳤다.
“잘 한 거긴 한데, 그래서 너가 왜 거합문에 들어가 있냐니까?”
“아······그 팽가 무인한테 한방 먹인 것까진 좋은데, 그 인간이 진짜로 칼을 뽑아들더라고요.”
“허어, 치졸한지고. 어찌 그런 놈을 사내라 할 수 있겠느냐.”
“아무튼 그래서 수련이도 검을 꺼내려고 했는데,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거합문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주지 뭡니까.”
– 거 팽가 망신 그만 시키고 집 가서 발닦고 잠이나 자지 그러냐?
– 영상 다 떠놨는데 강호넷에 올려서 강호넷 스타 한번 돼 볼래? 썩 꺼져 이새끼야!
– 형씨, 잘 했어! 아주 통쾌하구만! 와하하!
– ······제기랄. 오늘의 치욕은 잊지 않을 것이다.
거합문도들의 개입으로 상황이 불리해진 것을 느낀 팽가의 무인이 자리를 피하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이다.
“설마 그 은혜를 갚는답시고 거합문 소속이 된 거야?”
“기간제 임시 요원 같은 거죠. 수련이와 수린이는 먼저 보내고 저 혼자 남아서 두 달 동안 거합문 사람들 일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여기가 요즘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더라고요.”
솔직히 많이 피곤하고 힘들긴 한데,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만큼은 되돌려 줘야죠. 로버트의 말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게 맞지.”
“선생님이 그러셨잖습니까. 은혜를 입었으면 그만큼 갚는 것이 협의 이치라고. 제가 배운 게 많진 않아도 선생님이 하신 말씀들을 아주 열심히 실천하고 있죠.”
로버트가 목진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경박스럽기만 하던 예전에 비해 꽤나 의젓해진 모습이었다.
“허어. 참으로 괄목상대(刮目相對)가 따로 없구나.”
그저 심심풀이로 가벼운 가르침을 주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성장하다니. 대견하기 그지없는 마음에 목진이 허허 웃었다.
“그나저나 그간 연락이 없으시더니 어째 여기 계신대요? 저 분들은 누구시고요?”
“······너 강호넷 안 봤냐?”
“아,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강호넷 볼 시간이 없었거든요.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음······그냥 일단 켜 봐.”
세령의 선전포고 영상을 본 로버트가 세령을 보며 끄악 하고 비명을 지른 것은, 십여 분 뒤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