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199)
우주천마 3077-199화(199/349)
31. 착호검객 Samurai the Tigerhunter (3)
31. 착호검객 Samurai the Tigerhunter (3) – 못 먹으면 머저리인 판.
“누굴 내놓으라고?”
안드레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들은 목진이 대번에 쌍심지를치켜 올렸다.
“정인이 있는 여인을 희롱하다 망신을 당했으면 얌전히 처박혀서 반성이나 할 것이지, 적반하장으로 문파의 위세를 빌려 보복을 하려고 들어? 이런 천하의 소인배를 보았나!”
거기에 녹호대주라는 작자는 뭐가 그리 자랑스럽다고 그 못난 부하의 보복요청을 받아들였다는 말인가. 적어도 정파라는 이름을 달고서 당당히 할 만한 짓은 아니었다.
“그래, 그리 자신이 있다면 와서 힘으로 데려가라 해 보거라! 내 단칼에 사내 구실 못하는 그 시러배들 목을 잘라줄 터이니!”
차라리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거나, 혼자서 직접 복수하러 왔다면 못난 놈이라고 혀를 끌끌 찰지언정 화를 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로버트보다 한참 높은 무공을 쌓은 주제에 세가의 주력을 끌고 온다? 아직 완전히 희석되지 않은, 고대시대 특유의 마초적 감수성이 남아있는 목진으로서는 화가 나다 못해 어이가 없을 만한 추태가 아닐 수 없었다.
“진정하고 잠깐 자리에 좀 앉아봐요 좀.”
분기탱천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목진의 옷자락을 세령이 잡아끌었다. 낭인 일을 하면서 오만가지 볼꼴 못 볼 꼴을 다 봐온 그녀는 비교적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세령은 통신 패널을 통해 연결된 안드레를 향해 물었다.
“저쪽에선 정말로 로버트 하나만 잡으려고 온 거에요? 다른 생각이 있는 게 아니라?”
– 다른 생각이라 하심은?
“저희 쪽을 노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거죠.”
상대는 다른 이도 아니고 복모유호 팽상원, 뱃속에 계략을 품은 어린 호랑이다. 로버트를 명분으로 삼아서 수작질을 벌일 가능성은 차고도 넘쳤다.
“이상하지 않아요? 고작 이 친구 하나 잡으려고 녹호대주 같은 거물이 직접 움직였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세령은 팽가에서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소리에 창백해진 얼굴로 벌벌 떨고 있는 로버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안드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정보가 샐 만한 곳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소협 일행의 존재에 대해서도 본 문에 알고 있는 이가 열이 되지 않는데 저쪽에서 이렇게 빨리 대응할 수 있을 리는 없죠.
그리고 저들이 소협 일행에 대해서 알고 온 것이라면 겨우 녹호대 하나만 보내진 않았을 겁니다. 안드레가 덧붙여 말했다.
“하긴······.”
설득력이 있는 주장에 세령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의 복수행에 대한 입회인이 누구던가. 다름 아닌 참룡검제 이목진이다.
전투력만 따지면 천하제일을 다툴 수 있는 최상위의 전투력을 지닌 제갈세가의 백룡대를 하루아침에 갈아버린 그가 버티고 있는데 고작 녹호대 하나? 오호대 다섯을 모두 투입해도 승산이 희박한 마당에 녹호대만 투입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 아마 저들은 로버트 소협을 구실로 저희에게 압박을 가하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팽가와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요.
“안드레 씨 말대로 저희의 존재는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어쩌면 안드레 씨가 동행하고 있다는 것도 몰랐을 수도 있고요.”
빠르게 대략적인 상황을 추측해 낸 순자가 안드레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녹호대주가 직접 움직인 것도 설명이 가능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으음. 세령이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좁히고 고민에 잠겼다. 목진이 고민할 게 뭐 있냐는 듯 노기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먼저 시비를 걸어왔으니, 전부 쳐죽이면 될 일이 아니냐.”
“그래도 별 문제는 없긴 한데요, 상대가 상대니까 찝찝해서 그렇죠.”
목진의 말마따나, 이미 명분이 이쪽에 있기 때문에 녹호대를 다 죽인다고 해도 지탄을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상대는 그 팽상원이다. 이 상황을 팽상원이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만약 그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한들 녹호대의 전멸을 이용해 교묘하게 여론을 움직이며 물타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그런 그녀의 우려를 짐작했음일까, 가만히 있던 라이디가 입을 열었다.
“저쪽에서 여론을 호도할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소협. 저와 이호가 이 일에 증인이 되어드릴 테니까요.”
애초에 그럴 목적도 포함해서 일행으로 받아들이게 된 게 아니던가. 라이디의 확언에 세령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러시다면야······.”
– 녹호대를 처리해서 얻는 부담이 걱정이시라면 저희에게 맡겨주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세령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때, 별안간 통신 패널 너머의 안드레가 입을 열었다. 일행의 시선이 다시 통신 패널로 향했다.
“안드레 씨 당신이?”
– 네. 녹호대주 정도는 제게 십 초 지적도 되지 못합니다. 녹호대 전체를 데려온 것도 아니니, 저 정도는 저와 제 부하들로도 충분하죠.
안드레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면충돌은 서로 피하고 있는 거 아니던가? 세령이 물었다.
“팽가와 직접 싸우게 되면 거합문으로서 좋을 게 없지 않아요?”
– 하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 확실한 명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안드레가 살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지금까지 보인 가벼운 모습이 아니라, 사파의 고수에 걸맞은 섬뜩한 살기였다.
평소와는 달리, 지금 안드레와 부하들은 팽가 소가주에게 복수행을 선포한 세령 일행을 호위하고 있는 입장이다.
문파의 손님을 보호해야 하는 명분. 강호인으로서 세령의 복수행을 존중한다는 명분. 그리고 얼토당토 않은 구실을 내세워 어거지로 시비를 건다는 명분까지. 이 모든 명분들이 거합문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이만한 명분이라면 녹호대를 모두 죽인다고 해도 강호인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팽가의 항의에 맞서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고민할 것 없다는 듯, 안드레가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 이미 문주님께 허가는 받았습니다.
이만큼 판이 깔려도 못 먹으면 그건 병신 머저리다. 아무 리스크 없이 팽가의 주력부대 하나를 잡아먹을 수 있다면 어마어마하게 남는 장사니까.
사파의 기본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 그는 이미 거합문에 보고할 적에 자신이 구상한 설계도 언급하여 클린트의 허락을 받은 상태였다.
“······호오, 이제 보니 우리를 명분삼아 앞으로의 판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생각이렷다?”
안드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진이 눈을 빛냈다. 세세한 계략 같은 건 잘 알지도 못하는데다 별 관심을 두지도 않는 목진이지만, 한 세력을 이끌었던 수장답게 무림의 거시적인 판세를 읽는 안목만큼은 여느 문파의 수장들 못지않게 뛰어난 편이었다.
– ······.
대번에 속셈을 지적한 목진의 말에 안드레가 입을 다물었다. 이번 일로 팽가의 무력을 한풀 꺾이게 만드는 것과 더불어 덤으로 세령 일행에게 약간의 빚을 더 지워보려는 시도가 완전히 간파당했기 때문이었다.
괜히 어설픈 변명으로 속여넘기려 했다가는 역으로 노여움을 살 수 있다. 재빨리 판단을 내린 안드레가 냉큼 고개를 숙였다.
– 불쾌하게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일행을 도우려는 저희의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굳이 변명할 것 없다. 다소 발칙한 시도이긴 했다만 양측에 이득이 됨은 사실이니.”
이문 없는 일에 자처해 나선다면 그게 어디 사파이겠느냐. 목진은 의외로 대수롭지 않게 안드레의 수작질을 흘려넘겼다.
“내 한 번 정도는 넘어가 주마.”
–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도 수작질을 부리면 그땐 넘어가지 않겠다는 소리다. 안드레는 식은땀을 흘리며 목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목진이 내심 거합문의 수작을 꽤나 달갑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을.
‘후후······. 이것 참 과화숙식(過火熟食)이로다.’
아직 세령과 순자에게는 밝히지 않고 있었지만, 목진은 과거 인류정부의 일등 집행관 아테나 카푸르와 물밑에서 밀약을 나눴던 적이 있었다.
– 세령의 복수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오대세가의 세력을 약화시킬 정도의 타격을 줄 것.
그리고 팽가의 주력부대 하나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유의미한 타격이라고 할 만한 수준이었다.
비록 그가 직접 나선 것은 아니라지만, 대저 관리들의 일이란 게 뭐가 되었든 결과만 제대로 내면 그만인 일이 아니던가.
자신을 대신해 거합문 쪽이 녹호대를 처리해 주면 그로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득만 챙기는 셈이다.
겉으로는 근엄한 표정을 유지한 채, 목진은 속으로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진심으로 싸우려는 건가? 제정신이 아니군.”
비무선 위, 녹호대의 대원들을 이끌고 자리한 녹호대주는 잔뜩 굳은 얼굴로 도를 움켜쥐었다.
상황이 좋지 않다. 그것도 상당히.
그의 뒤에 녹호대의 대원들이 함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안드레. 하북팽가의 가주와 함께 이 일대 최고수를 논하는 인물이다.
실제로 붙는다면 승산이 희박하기 그지없는 상대. 단순히 거합문의 평문도들을 상대로 위협만 할 생각이었던 녹호대주로서는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바닥 밑에는 지하실이 있듯, 최악 아래에는 더 최악이 있는 법. 그는 아직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파이프를 문 채 그와 마주보고 서 있던 안드레가 피식 웃었다.
“제정신이 아닌 건 그쪽이라 생각하오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지경까지 오시게 되셨소?”
이 자. 진심으로 싸울 생각이군. 녹호대주가 인상을 와락 찡그렸다.
“그대의 강함은 인정하나, 본 세가와 귀 문의 힘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음을 알지 못하시오? 그대의 충동적인 판단으로 거합문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될 것이외다.”
“하하. 그거야 판을 까 봐야 아는 것이지.”
팽가는 거합문과 싸우지 못할 것이다. 그뿐인가, 앞으로 팽가는 저보다 약한 거합문으로부터 일방적인 공세를 받아내야 할 운명이었다.
가볍게 녹호대주의 으름장을 웃어넘긴 안드레가 그를 향해 손직했다.
“긴 말 할 필요 없지. 도를 뽑으시오.”
“정녕 피를 보아야겠소?”
“천하의 녹호대주께서 혓바닥이 길구려. 그러게 제 무공으로 감당하지 못할 도발은 하지 마셨어야지.”
으득. 안드레의 도발에 녹호대주가 도를 뽑아들었다. 10세기 무렵부터 현대까지 팽가에서 오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곧게 뻗은 직선의 수도(手刀)였다.
사냥 직전의 범을 본따 창안했다는, 엽호세(獵虎勢)의 기수식을 취한 녹호대주가 마른침을 삼켰다.
‘첫 출수만 받아내면 승산이 있다.’
무공의 차이는 분명하다.
그러나 무공의 차이가 항상 승패를 판가름하는 건 아니다.
오늘 내가 그 사실을 증명하리라. 녹호대주의 눈이 번뜩였다.
안드레는 고요한 눈으로 호랑이 같은 녹호대주의 눈빛을 받아냈다.
다른 이들에겐 십초지적이라 말하고 다니긴 하였으나, 어차피 이들은 여기서 모두 죽을 목숨. 괜한 힘을 빼느니 빠르게 녹호대주의 목을 베고 다른 녹호대원들을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다.
‘일수(一手)로 끝낸다.’
안드레는 입에 물고 있던 파이프를 하늘 위로 던지며 자세를 잡았다.
오른발은 조금 앞으로, 왼발은 조금 뒤로.
넓게 벌린 양 다리가 바닥을 무겁게 밟았다. 양 다리로 모여든 내공이 바닥에 뿌리를 박았다. 으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발이 비무선 위의 장갑판을 파고들었다.
제 움직임을 포기하는, 일견 어리석어보이는 선택.
그러나 그건 선택이 아니라 필요에 의한 것이니.
단단히 하체를 고정하지 않으면 제가 펼치는 일격조차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신을 뒤덮은 슈트가 목덜미를 타고 올라 그의 얼굴을 모두 뒤덮었다.
왼 손은 칼집에, 오른손은 칼자루에.
내공 드라이브에서 흘러나오는 막대한 내공이 왼팔에 이식된 내공변환장치를 통과하며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전환된 전기 에너지가 향하는 곳은 칼의 두께에 비해 터무니없이 넓은 두께의 칼집 속. 끝도 없이 빨려들어가는 전기 에너지는 육중한 칼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레일에 자리잡았다.
레일을 따라 흐르는 전기로 인해 형성되는 자기장의 강도는 사람의 육체 따위는 가볍게 분해시킬 수 있는 레벨.
그 자기장 레일의 시작점에 자리한 것은 그저 도 한 자루.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보았다.
이윽고 하늘에 던져진 파이프가 바닥에 닿았을 때-.
일섬뇌전도(一閃雷電刀) 안드레의 레일건 발도가 녹호대주의 허리를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