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16)
우주천마 3077-217화(217/349)
33. 대적준동 Omen of Blood Cult (5)
33. 대적준동 Omen of Blood Cult (5) – 옛날 사람 그 자체
– ······자료 확인했어요. 지금 바로 하북팽가로 가죠.
순자로부터 받은 자료들을 확인한 아테나의 목소리가 한층 진지해졌다. 하북팽가의 일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방증이었다.
– 거기에 계속 머물거에요?
“아뇨. 저희는 따로 일정이 있어서 바로 이동할 예정이에요. 저희가 아는 정보는 지금 보내드린 게 전부니까 추가적인 정보는 하북팽가 쪽에서 얻으셔야 할 거에요.”
내심 자신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뉘앙스를 품은 아테나의 말에 순자가 재빨리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서로 껄끄럽기만 한 하북팽가에 이 이상으로 있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굳이 무림교류부의 수사협조를 위해 주변에 머물 이유도 없다. 세령 일행이 하북팽가 주변에 뭉개고 있어봐야 좋을 게 뭐 있겠는가.
– 뭐······그러면 어쩔 수 없죠. 수사를 한 다음에 연락할게요.
순자의 말에 아테나가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 어쨌든 고마워요. 순자 양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꽤 도움이 됐거든요. 혈교에 관한 제보는 언제나 환영이니까 뭔가 더 알게 되면 고민하지 말고 연락하세요.
“아······네.”
‘혈교 쪽 조사하는 일이라도 맡았나?’
처음의 불퉁한 반응과는 달리 꽤나 살가워진 아테나의 목소리에 순자가 두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혈교 일이면 어차피 인류정부로서도 남 일은 아니었기에 교류도 할 겸 해서 겸사겸사 연락했더니, 묘하게 반응이 좋다. 통신을 종료한 순자의 머리가 재빨리 돌아갔다.
‘일등 집행관이나 되는 사람이 혈교 수사를 한다······. 그러면 인류정부에서도 혈교의 활동을 주목하고 있다는 말인데, 진짜 위험한 거 아닌가?’
어쩌면 하북팽가의 일이 정말로 혈교의 준동을 예고하는 경고였던 게 아닐까. 앞으로 혈교에 대한 정보도 조사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순자가 살풋 미간을 찡그렸다.
“······관부가 저리도 학을 뗄 정도라니. 사교도들의 해악이 참으로 심대하긴 한 모양이구나.”
그런 그녀를 보며 옆에서 팔자 좋게 솜사탕이나 먹고 있던 목진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라이디의 설명을 듣고서도 여전히 실감이 들지 않던 그였지만, 인류정부의 반응을 보니 혈교라는 종자들의 위험성이 보다 피부로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무릇 관리라는 치들은 역모에 준하는 사건이 아니고서야 세월아 네월아 하며 빈둥거리는 것이 보통 아니던가. 아직 옛 고대인으로서의 인식이 남아있는 목진으로서는 게으름의 상징과도 같은 관리가 빠르게 대응하는 것을 보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
나름 열심히 혈교의 폐해에 대해서 설명한 라이디로서는 어쩌면 맥이 빠질 수도 있는 반응. 하지만 정작 라이디는 목진이 아니라 순자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테나 일등 집행관을 알고 있었나요?”
“네. 전에 잠시 무림교류부 일에 엮였던 적이 있어서요.”
“······보통은 잠깐 엮인 정도로 일등 집행관씩이나 되는 거물이랑 직통 연락을 할 수는 없죠.”
평범한 말단이라 할 수 있는 부집행관이나 삼등 집행관 정도야 어찌저찌 친분이 있을 수는 있다. 이 은하 전체에서 활양하는 집행관들의 숫자는 그 숫자가 수천에 달할 정도니까 사건에 엮이면 나름의 끈 정도는 생길 수 있지.
하지만 일등 집행관은 아니었다.
은하계 전체를 세력권으로 삼고 있는 인류정부에서도 오직 열세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움직이는 사법기관.
살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범죄에 대한 면책특권을 가지고 있으며, 무림의 사건에 대한 재판 권한은 물론 명목에 불과하긴 하다지만 즉결 처형권까지 가지고 있는 존재가 바로 그들이었다.
애초에 부서를 이끌지 않고 홀로 활동하는 현장 실무자임에도 불구하고 무림교류부의 중추라 할 수 있는 관무집행위원회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그 권한이 일반적인 집행관의 영역을 초월해 있는 이들이지 않은가.
일등 집행관쯤 되는 거물이면 수십 개 성계를 관리하는 성계군 총독보다도 급이 높다. 그런데 그런 존재들과 나찰즈 같은 무소속 무림인들 사이에 끈이 있다고?
농담으로라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특히나 사천당가의 후예인 당세령이 몸담고 있는 나찰즈이기에 더더욱.
‘당장 사천당가의 멸문을 집행한 게 현직 일등 집행관인 제우스일 텐데······?’
아니, 그렇게 멀리까지 갈 것도 없다.
당장 순자가 연락을 한 상대인 아테나 일등 집행관부터가 재작년에 폭주한 사파의 마두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궤도폭격을 실시했던 장본인이 아니던가.
당시 자세한 일들은 기밀처리가 된 데다가 뭔가 사건에 얽혀있던 사혈곡을 제외하면 무림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건이 아니었기에 조용히 묻히긴 했다.
하지만 천마신교의 고위층에 있던 라이디는 당시 화산파 장문인이었던 만화검존 용적산이 장문인 직을 내려놓고 화산파를 나오게 된 것이 그 사건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궤도폭격을 집행한 경력이 있는 일등 집행관.
사천당가의 후예라면 아테나를 보자마자 트라우마가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건만, 당사자인 그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행인 순자가 아테나와 교류를 한다는 건 도통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니, 잠깐······.’
순간 라이디의 머릿속에 퍼뜩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러고 보면 그들의 시조인 천마 이목진이 이 시대에 깨어난 것이 아테나 일등 집행관의 궤도폭격 사건 즈음.
그리고 그녀가 알기로, 분명 만화검존 용적산은 목진과 친분이 있었다.
“설마 그 일이라는 게······?”
순자는 대답 대신 살포시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라이디에겐 그것이 대답이나 마찬가지였다.
역시 우리 시조님. 목진을 돌아본 라이디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어떤 사고과정이 거쳐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당시의 사건에 목진이 꽤나 큰 활약을 했다고 여기는 듯한 반응이었다.
사실 그녀의 추측이 그리 틀린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음?”
별로 관심이 없는 라이디와 순자의 대화에 신경을 끊은 채 솜사탕을 우물거리며 강호넷을 뒤지던 목진이 뒤늦게 라이디의 반짝거리는 시선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뭐야, 무슨 일 있었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뒤늦게 함교에 들어온 세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미심장한 웃음을 머금은 순자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별거 아니에요.”
엄밀히 따지면 아테나와 본격적으로 엮인 일은 철시귀옹 사태 때가 아니라 벽력자 사태 때이긴 했지만, 그녀는 딱히 라이디의 오해를 바로잡을 생각이 없었다. 설명하기도 번거롭거니와 이왕이면 좀 더 스케일 큰 사건으로 엮인 게 태가 살지 않겠는가.
“아테나 일등 집행관님한테 하북팽가에서의 일을 말씀드렸어요.”
“윽. 그 양반?”
아테나라는 말에 세령이 움찔 몸을 떨었다. 청령문에 있을 적에 나름 적응을 하긴 했지만, 궤도폭격을 집행하던 일등 집행관인 시점부터 그녀에겐 껄끄럽기 그지없는 상대이기 때문이었다.
운이 좋았어요. 순자가 빙긋 웃으며 덧붙였다.
“마침 혈교 관련된 일을 맡으셨는지 엄청 의욕적이시던데요. 원래는 이미지가 좀 나빠지는 걸 감수하더라도 하북팽가 쪽에다 빚을 지워둘 생각으로 연락드렸던 건데, 의외로 집행관님한테도 점수를 딴 것 같아요.”
“······흠? 팽가에 빚을 지우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오대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귀를 열어두고 있던 목진이 순자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하북팽가를 관아에 고발했으니까 빚을 지웠다기보다는 그냥 엿을 먹인 게 아닌가? 적어도 목진의 상식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순자는 웃음을 머금은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세가 내부에 혈교가 숨어들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는 무림교류부가 최대한 빨리 개입하는 편이 좋아요. 우주에서 가장 혈교에 대한 지식이 많은 곳이거든요.”
창설 때부터 무림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유일한 부처인 무림교류부만큼 혈교에 대한 데이터가 많은 곳은 없다. 허구헌날 치고받기 바쁜 보통의 무림문파들은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혈교를 대비해서 비효율적으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할 여유가 거의 없는 데 반해, 엄연한 정부부처인 무림교류부는 민간인 피해도 상당한 혈교의 대비에 따로 예산을 배정할 만큼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북팽가 쪽에서 무림맹에 도움을 요청하긴 했지만, 무림맹 내부 심사를 거쳐서 무림교류부까지 올라가고, 거기에서 또 수사관을 파견하기까지는 못해도 보름이 넘게 걸리죠. 내부에 적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 하북팽가로서는 꽤나 답답할 테고요.”
“······그래서 관리인 아테나 집행관한테 직접 연통을 넣었다는 말이로구나.”
“네. 거기에 그냥 수사관도 아니고 일등 집행관인 아테나 님이 직접 오는 거잖아요. 사건이 일어나서 신고를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바로 옆에 높으신 분이 계셔서 직접 사건을 봐 주는 셈이죠.”
하북팽가 입장에서는 큰절을 해도 부족할 만한 호사다. 그리고 당연히 순자는 이 일을 맨입으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순자가 꽃이 피어나는 것 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팽가의 수석장로한테 우리가 일등 집행관님을 호출했다는 언질을 넣어주면 하북팽가에 빚을 왕창 씌워줄 수 있어요.”
투자 없는 이득이라는 건 정말 멋지지 않아요? 이득에 흠뻑 취한 순자는 진심으로 행복을 느끼는지 몽롱한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황홀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 돈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목진이 조금 질린 눈으로 순자를 바라봤다. 그간 간혹 본 표정이긴 했지만 여전히 영 적응하기 힘든 표정이었다. 괜히 무림인도 아니면서 금귀나찰이라는 별호가 붙은 게 아닌 모양이었다.
“······난 별로 맘에 안 드는데. 팽가 놈들 좋은 일 해주느니 그냥 빚 따위 없어도 돼.”
세령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원수나 다름없는 하북팽가에 이득이 되는 일을 해준다는 게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령의 말에 목진이 끌끌 혀를 찼다.
“에잉, 네가 아직 생각이 짧구나. 보려면 조금 더 멀리 보아야지.”
“······그게 무슨 말인데요?”
“왕언니, 장사 한철 하고 끝낼 거에요? 복수행이 다 끝난 뒤를 생각해야죠.”
순자가 목진을 따라 쯧쯧. 하고 보란 듯이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복수 한다고 무림생활 끝나는 거 아니잖아요. 팽가의 봉문이 끝난 다음에는 어떡하려고요?”
“아.”
사천당가의 재건이라는 목표를 떠올린 세령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와 팽가의 은원은 완전히 끝이 났느니라. 네가 금분세수를 하고 은거를 할 것이 아니라면 그 뒤에 새로운 관계를 쌓아나갈 생각도 해야지.”
과거 무림을 일통할 적에 적잖은 문파들을 잿더미로 만든 장본인인 목진이 세령에게 가르침을 내리듯 말했다.
가장 좋은 것은 아예 은원의 싹이 자라지 않도록 하북팽가 전체를 불태우고 멸문시키는 것.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 승자로서 관대히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장차 새로운 문파를 이끌 문주로서 가장 이상적인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정파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과하지 않은 복수. 뒤끝 없이 깔끔한 은원의 종결. 그리고 관대한 용서.
트집을 잡고 싶어도 잡을수가 없는, 참으로 정파다운 그림이다.
순자가 목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 님 말이 맞아요. 아예 관계를 개선할 구실이 없다면 모를까, 하북팽가랑은 완전히 나쁜 관계인 것만은 아니잖아요?”
엄밀히 말하면 세령보다는 목진의 활약 덕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현재 하북팽가가 일행에게 가지는 감정은 대단히 복잡했다.
세가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가주와 소가주를 모두 죽인데다가 수많은 정예부대들을 몰살시킨 원수.
그러나 사악한 세력에게 조종당하는 가주에게 안식을 가져다주고 그의 유훈이 세상에 공개되도록 도왔으며, 그로 인해 세가 내부의 위협을 경고해 준 은인.
전자의 일들이 모두 정당한 명분 하에 행해진 일들이기에 감정적인 거부감만 남아있다면, 후자의 일들은 의도하진 않았을지 몰라도 명백한 도움이 된 일이다.
이만한 여건이라고 한다면 미래를 보고 투자하기에 충분한 상황이 아닌가.
“물론 당장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삭일 시간이 필요하긴 하죠.”
구체적으로는······한 십 년 정도? 순자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딱 하북팽가가 봉문을 선언한 기한이었다.
“허어······여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게로구나?”
요 맹랑한 녀석 같으니.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목진이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순자가 짖궂은 미소와 함께 혀를 낼름 내밀었다. 목진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보던 세령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아직 내키지 않기는 한데, 맞는 말이긴 하네요. 순자 네가 알아서 하렴.”
“후후, 맡겨만 주세요.”
자신만만한 순자의 표정이 어째 얄밉다. 세령은 약간의 감정을 담아서 그녀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 주었다. 되려 순자는 그것도 좋다는 듯 빙글빙글 웃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 맞다. 슬슬 본래의 목적보다는 단순한 재미로 순자의 머리를 마구 헝클던 세령이 문득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들어 목진을 바라봤다.
“그러고보니 아저씨 메일 확인 안 하죠?”
목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메일?”
“아 저번에 알려줬잖아요.”
“아아, 그거 말이냐.”
안 한다만. 무진장 당당한 표정으로 말하는 목진의 말에 세령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쩐지 거합문에서 치료할 때 아저씨한테 상황 어떻게 되고 있냐고 메일을 보냈는데도 답장이 없더라. 알림 설정도 안 해놨어요?”
“그 띠롱띠롱하는 소리가 거슬려서 껐느니라. 사학자(史學者)들이 뭐 그리 부탁이 많은지.”
목진이 슬쩍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의 비즈니스 메일이 나찰즈의 공식 프로필에 공개되자, 온갖 메일들이 그의 메일함에 폭격처럼 쏟아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비즈니스 메일 알림만 끄면 되잖아요.”
“됐다. 정신 사납고 복잡하기만 해. 정 급하면 통신을 걸던가 하겠지.”
“아오 진짜.”
마치 최신기술이 복잡하다며 거부하는 노인네 같은 목진의 태도에 세령이 답답한지 제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당장 삼백 살 가까이 먹은 라이디만 해도 할거 다 하고 사는데 고작 사십대 언저리라는 목진은 왜 저리 옛날 사람마냥 꽉 막혔다는 말인가.
‘아, 옛날 사람이 맞긴 하구나.’
사실 목진이 고대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썩 어울리는 반응이긴 하다. 그 답답함을 마주하고 있는게 자신이라서 문제지.
“단말기 줘봐요. 내가 설정해 줄테니까.”
“옛다.”
말은 그리 하면서도 남이 해준다니까 또 싫지는 않은지, 목진은 순순히 세령에게 단말기를 넘겼다. 세령이 목진을 째릿 째려봤다.
목진은 슬쩍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부렸다.
세령은 목진의 단말기를 켜서 메일 창을 열었다. 그녀의 예상대로, 목진의 개인 메일함에 담긴 메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해봐야 스무 개 정도? 대부분 용적산과 김연화, 아수라 붓다가 보낸 메일이었다.
‘이 양반들은 자기가 보낸 메일이 상큼하게 씹히고 있다는 걸 알라나 몰라.’
불쌍한 절대고수들을 떠올린 세령이 쯧하고 가볍게 혀를 찼다.
그런데 그때, 하나의 메일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 ▶▷ 초대장 ◁◀
어쩐지 모르게 촌스러운 특수문자가 들어간 제목.
하지만 그녀의 눈길을 끈 것은 제목이 아니라 메일을 보낸 발신인 쪽이었다.
메일의 발신인 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발신인: 무영탑(無影塔).
그것은 분명, 그녀가 들어본 적 있는 도시전설에 나오는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