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17)
우주천마 3077-218화(218/349)
34. 무영귀탑 Phantomic Shadowless Colony (1)
34. 무영귀탑 Phantomic Shadowless Colony (1) – 무영탑의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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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파벳이랑 한자 말고는 읽을 줄 모른다마는.”
당최 알아볼 수 없는 기묘한 메일의 내용에 해석을 포기한 목진이 해석해달라는 듯 세령을 돌아봤다.
대충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세령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잘 보면 알파벳 맞아요. 한 오십년쯤 전에나 잠깐 유행했던 구닥다리 광고방식을 써서 그렇지.”
“······암만 봐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구나.”
“대충 무영탑이란 곳에서 대단한 고수들에게 무공을 배울 수 있다는 내용이에요.”
낭인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도시전설이죠. 세령이 덧붙였다.
무영탑(無影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은거고수들이 모인 전설 속의 은둔단체.
우주를 주름잡는 절대고수조차 한 수 아래로 여긴다는 그들은 뛰어난 고수가 나타나면 그 고수에게 초대장을 보낸다고 한다.
“뭐, 지금까지 그 무영탑이라는 곳을 실제로 가봤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낭인밥 먹고 사는 무림인들 중에서 무영탑 얘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죠.”
“······그런 소문이 왜 낭인들 사이에서 돈다는 말이냐? 어차피 제들과는 연이 없는 이야기거늘.”
“아, 운 좋게 초대장 없이 무영탑을 찾은 사람에게는 그곳의 고수들이 상승무공과 함께 돈 주고도 못 배우는 가르침을 준다는 이야기가 있거든요.”
“뭐어, 흔한 기연(奇緣) 이야기로구나.”
그러고 보니 나 때도 저거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목진이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분명 그때 이름이······무영회(無影會)였던가.’
고수를 찾아온다던 주제에 무림을 정복한 자신에게는 찾아오지 않아서 그냥 강호에 유행하는 헛소문 취급했던 기억이 났다.
이천 년이 지났는데도 거기서 거기인 이름을 보면, 그때 그 소문이 아직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천무지체 같은 헛소문이 아직도 횡행하는 걸 보면 다른 소문이라고 이어지지 않았을까.’
기왕 소문이 날 거면 하다못해 이름이라도 좀 참신하게 바꿀 것이지. 속으로 끌끌 혀를 차던 목진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두 눈을 깜박였다.
“잠깐, 생각해 보니 이상한 이야기로구나. 헛소문인데 어찌 나한테 메일을 보낸다는 말이냐?”
혹 그것이 스팸메일이라는 놈이 아니냐? 전에 어디선가 주워들은 현대 지식을 떠올린 목진이 물었다. 현대인의 기준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현대 문물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는 목진이었기에 저리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지, 일반적인 현대인이라 생각을 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메일을 삭제하고 수신거부 리스트에 올렸으리라.
하지만 정작 그 현대인인 세령은 슬쩍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그건 아닐 것 같은데요. 아저씨 개인 메일 어드레스를 아는 사람이 없는데 누가 스팸메일을 보내겠어요.”
강호넷을 하며 부주의하게 개인정보를 흘리고 다니는 성격이면 모를까, 자기 메일주소가 뭔지도 외우지 않고 있는 목진이 그럴 확률은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일단 아저씨는 대단한 고수가 맞기도 하고요.”
사실 저 촌스럽기 그지없는 광고메일을 보면 누구나 스팸메일 쪽을 의심하겠지만, 하필이면 그 메일을 받은 게 목진인 게 문제다.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메일주소인데 메일이 온 시점도 메일 어카운트를 만든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번 속는셈 치고 이 무영탑이라는 곳이나 찾아볼까요?”
“지금 말이냐?”
목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복수행을 하며 생사결을 앞두고 있는데 웬 놈의 전설 따위에 신경을 쓴다는 말인가.
목진의 말에 세령이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상처를 치료하려면 최소 일주일은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잖아요. 마냥 시간만 죽일 순 없으니까 뭐라도 하는 게 낫겠죠. 딱히 위험한 일도 아니고.”
혹시 알아요? 어쩌면 그 소문이 진짜라 정말로 대단한 기연을 얻을지. 세령의 말에 목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초조함인가.’
적어도 겉으로는 아무런 티도 내지 않고 있지만, 그간 세령과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해 온 목진이기에 느낄 수 있었다.
팽상원과의 생사결 이후, 세령이 적지 않은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그것을 직접 몸으로 겪는 것과는 다른 법. 팽상원의 무공을 직접 마주하고 나니 그와 동급이거나 더 강하다고 평가되는 원수들과의 싸움에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리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목진이 속으로 가볍게 혀를 찼다.
이 길이 결코 쉽지 않은, 지난하기 그지없는 길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던가.
그녀의 복수행이 이 우주무림에서 지지를 얻고 있는 건 그 명분이 정당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목숨을 걸어야 실낱 같은 가능성을 점칠 수 있을 정도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이제 막 첫걸음을 떼었으니 이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당장 세령이 거의 화경에 근접한 고수와 생사결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않던가.
정작 목진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그깟 기연이 뭐라고.’
사실 세령의 목진의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자신이 떡하니 있는데도 고작 기연 따위에 의지하려는 세령의 태도였다.
막말로 기연이라 하면 자신보다 더 확실한 기연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목진은 그 무영탑이라는 놈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곳의 고수라는 자들이 자신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더 뛰어나니 기연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는 법. 때문에 목진은 탐탁잖음을 속으로 삼키며 세령의 태도를 나무랐다.
“쯧쯧. 그깟 헛소문 따위에 의지하려 하다니, 그런 나약한 마음가짐으로 어찌 대업을 이루겠다는 말이냐.”
문제는 그 나무란다는 것이,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너무나 전형적인 꼰대질로만 보였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목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세령의 속마음을 짐작하는 만큼, 그녀 또한 목진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뭐라고요?”
자신의 태도를 비꼬는 목진의 말에 세령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확신을 갖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혼낸다는 말의 요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세령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말하는 것과는 달리 목진이 다른 무언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의 감정에 그리 민감한 성격은 아니지만, 정말로 자신을 염려해서 하는 말과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이유를 핑계 삼는 것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
특히나 지난 이 년간 매일같이 붙어지내던 목진이 상대라면 더더욱.
안 그래도 내심 초조함을 느끼고 있던 세령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날이 섰다.
“아니, 그냥 말 한마디 꺼낸 거 가지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요. 괜히 트집 잡지 말고.”
그동안 목진의 쓴소리들을 아무런 불만 없이 받아들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목진의 쓴소리들이 모두 충고의 일환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심통이 나서 트집을 잡는 것은 다르다. 안 그래도 앞으로의 싸움에 대한 부담감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는 현재의 세령에게는 더더욱.
세령의 뾰족한 반응에 목진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한 마당에 세령의 말이 정곡을 찌른 탓이었다.
“뭐라?”
“내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잖아요.”
“······.”
목진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세령을 노려봤다. 나름 한 성깔 하는 세령 또한 지지 않고 목진을 노려봤다.
사이좋게 잘만 이야기하다가 별안간 싸우는 분위기로 변하자 순자와 라이디가 데구르르 눈을 굴렸다.
‘괜히 껴들여봐야 독박만 쓰겠지?’
당최 두 사람이 화난 포인트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감정이 격양되어 있는 지금은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게 답이다. 현명한 순자와 라이디는 서로 시선을 교환한 뒤 슬금슬금 두 사람으로부터 멀어졌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서로를 노려보던 두 사람의 신경전이 끝난 건 잠시 뒤, 목진이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였다.
“하! 그 무영탑인지 뭔지에 대해서 파 보려거든 네 맘대로 하거라! 나는 그딴 헛소문 따위에 낭비할 시간이 없느니라!”
“아 맘대로 해요! 누가 도와달라고 하기나 했나? 남이사 내가 뭘 알아보든 말든 아저씨가 뭔 상관이래!”
성을 내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목진의 등을 향해 세령이 지지 않겠다는 듯 빽 소리쳤다.
딱 봐도 별거 아닌 일 가지고 고집을 피우다가 싸움으로 이어지는 흔한 패턴. 순자와 라이디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한껏 화가 나 있는 목진과 세령과는 달리 그들을 지켜보는 두 작은 소녀들은 지극히 객관적인 눈으로 그들의 다툼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 소녀 같은 외견과는 달리 삼백 살에 근접한 라이디는 고작 저런 미숙한 감정싸움에 동요하기엔 너무 경험이 많았고, 순자는 정신연령이 너무 높았다.
라이디가 몰래 근접통신을 걸어 순자에게 물었다.
–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어?
–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는 저런 식으로 싸운 적이 없긴 하네요.
곰곰이 과거의 일을 떠올리던 순자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 사이에 신경전이 오갔던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저렇게 감정 싸움으로 번진 건 처음이다.
보통 동료로 합류한 초기에나 일어날 법한 싸움이 이제야 일어난 것은 퍽 의외이긴 하지만, 순자는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 이전까지는 왕언니가 목진 님한테 묘하게 눌려 있었거든요.
– 무공 때문에?
– 아마도요. 물론 그동안 목진 님한테 받은 도움에 대한 부채감도 좀 있었겠지만요.
– 무공이 좀 강해졌다고 겁을 상실한 건 아닐테고······. 아, 오히려 반댄가?
라이디의 말에 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왕언니 본인도 자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이제는 무의식적으로도 목진 님을 확실한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겠죠.
무력하고는 별개로 이목진이라는 사람 자체를 대등한 동료로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의미. 라이디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차원이 다른 듯한 목진의 무력을 몇 번이고 보다 보면 무의식 속에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뿌리내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까지는 감정이 상할 일들이 있었어도 세령 쪽에서 한 발짝 물러서 왔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세령에게 있어 목진은 확실히 선 안으로 들어온 존재, 대등한 동료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목진 또한 마찬가지.
힘의 차이를 떠나서 동료로서 서로을 대하고 있기에 솔직하게 감정을 내보이고, 처음으로 솔직한 감정을 부딪히다 보니 저리 감정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으리라.
– 뭐, 그러면 괜찮겠네.
– 그렇죠 뭐, 두 사람 다 성격이 모난 건 아니니까 며칠 내버려 두면 적당히 화해할 거에요.
매우 현명한 결정이었다. 그녀들은 두 사람이 다툰 것을 두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당사자인 세령은 목진이 자기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씨근거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씨, 무영탑 얘기 한 번 꺼냈다고 신경질을 내고 난리야.”
진짜인지 아닌지도 모를 도시전설을 확인해 보자는 게 그렇게까지 성질낼 일이야? 계속해서 혼자 꿍얼거리는 세령의 옆으로 라이디가 다가갔다.
“세령 소협.”
“······네?”
라이디의 목소리를 들은 세령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어쩐지 모르게 다 이해한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표정을 본 세령의 눈가가 저도 모르게 찌푸려지려던 찰나-.
그녀가 대뜸 폭탄을 투하했다.
“실제로 있어요.”
“네?”
“무영탑이요. 실제로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