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19)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20화(220/349)
34. 무영귀탑 Phantomic Shadowless Colony (3)
34. 무영귀탑 Phantomic Shadowless Colony (3) – 카타콤
이튿날 일행이 도착한 곳은 남부 은하와 동부 은하의 경계 즈음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성계였다.
그리 크지 않은 항성 하나에 행성 두 개가 공전하고 있는 소규모 행성계인 샌프란시스코 성계는 구 지구에서도 날씨 좋고 살기 좋기로 유명한 대도시의 이름을 따온 만큼, 두 개의 행성 모두 인간이 살기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축복받은 행성계였다.
“그럼 먼저 가 있을게요.”
“그래. 잘 놀고 있어.”
자기 가슴께까지 올 정도로 큼지막한 여행 가방을 챙긴 순자의 말에 세령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시조님. 샌프란시스코 본성은 휴양하기에 유명한 곳이니 편히 쉬고 계세요.”
“그리하마.”
반대편에서는 라이디가 목진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목진 또한 가벼운 배낭을 짊어진 채였다.
세령과 라이디가 무영탑에 머무를 시간은 사흘. 황보세가와 협의해서 정한 생사결까지 열흘 정도의 시간이 남은 것을 생각하면 썩 넉넉하게 여유를 둔 셈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순자와 목진은 샌프란시스코 본성에 먼저 내려가 관광을 하고 있을 예정. 목진이 무영탑에 갈 생각이 없기에 부득이하게 일행을 나눈 것이다.
아직 세령과 목진은 화해를 하지 않고 냉전 중인 상황. 그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서로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항구에 내리기 전, 문득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흥.”
“······칫.”
말도 섞기 싫다는 듯 동시에 시선을 돌리는 두 사람. 옆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순자와 라이디가 서로를 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 왕언니 잘 부탁드릴게요.
– 걱정 마. 그냥 구경 가는건데 뭐. 가서 시조님이랑 편하게 쉬고 있어.
어째 어른처럼 생긴 사람들은 애 같고 어린아이처럼 생긴 사람들은 어른 같은 묘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샌프란시스코 본성을 떠나 성계 외곽까지 우주선을 몰고 온 세령이 옆에 앉은 라이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무영탑이 알아서 찾아온다는 거죠?”
“네. 초대장의 링크로 호출신호를 보낸 게 어제였으니까 곧 나타날 거에요.”
“으음······.”
세령은 조종석 앞 패널에 턱을 괸 채 멍하니 콕핏 밖으로 보이는 우주공간을 바라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그 무영탑이라는 게 어떤 존재인지 감이 오지 않긴 한다. 낭인들 사이에 도는 도시전설 속 무영탑은 어느 외진 행성 속 깊숙이 숨겨져 있는 유적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뭐 대충 근처에 와서 소형 우주선이라도 보내려나.’
하지만 잠시 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녀의 상상을 초월하는 광경이었다.
“응?”
문득 세령은 우주선 안이 어두워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우주선 위쪽에 무언가가 나타났다는 뜻. 그녀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위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 거대한 스페이스 콜로니, 무영탑의 모습을.
마치 공간 위에 덧씌워지는 듯,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는 콜로니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세령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도대체 언제?”
저만한 물체가 접근했다면 적어도 한참 전에 관측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계기판은 여전히 그녀의 위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직경 수백 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질량의 물체가 머리 위에 나타났는데도, 우주선의 관측장비들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했잖아요. 유령 콜로니라고.”
당황한 기색으로 관측장비의 상태를 점검하는 세령을 보며, 이미 무영탑에 들어가본 적이 있는 라이디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비에 이상은 없는데······.”
“괜히 인류정부에서 무영탑에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죠.”
“뭔가 신기하네요.”
“그렇죠? 무림이라 그래요.”
무림인인 세령과 라이디의 감상은 그게 전부였다. 아마 엔지니어인 순자가 봤다면 그들 이상으로 격렬한 반응을 보였으리라.
신기하게 생겼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무영탑을 보며 세령이 중얼거렸다.
직경 오백여 미터의 소행성 내부를 파내 만든 콜로니인 무영탑은 얼핏 보기에는 그저 우주를 떠도는 보통의 소행성과 다르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그 소행성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이질적인 부분은 분명히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인공 구조물. 라이디가 그중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 붉은 빛이 나오는 부분 보이죠? 저기가 도킹 스테이션이니 그쪽으로 가시면 돼요.”
“아, 네. 그런데 교신도 없이 그냥 가도 돼요?”
우주선에 도킹하려면 일단 교신을 하면서 도킹 허가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라이디는 세령의 물음에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 어차피 무영탑을 볼 수 있는 건 저희 뿐이거든요.”
“······알면 알수록 신기해지네.”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을 짓는 세령을 보며 라이디가 쿡쿡 웃음을 흘렸다.
세령은 라이디의 말을 따라 도킹 스테이션으로 우주선을 움직여 접근했다. 우주선이 접근하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도킹 스테이션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도킹 스테이션 내부에 들어간 세령이 주변을 돌아보며 두 눈을 깜박였다.
“음······우리밖에 없네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스테이션이긴 하지만 자신들 우주선이라곤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라이디가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왔을 때도 비슷했어요. 여기가 손님이 자주 방문하는 곳은 아니잖아요?”
“얘기를 들어보니까 이해는 되긴 하네요······좀 그렇긴 하지만.”
스테이션의 내부는 밝고 깔끔한 모습이다. 하지만 세령은 그러한 스테이션 안에서 왠지 모를 을씨년스러움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우주선 도킹작업이 끝난 뒤, 세령와 라이디는 메인 독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이미 한 사내가 나와서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라이디를 보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라이디 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사내의 말에 라이디가 미간을 좁혔다.
“오랜만이라······미안하지만 기억에 없네. 전에 왔을 때도 그쪽이 관리자였어?”
“백 년쯤 전에 스쳐 지나간 얼굴이니 기억이 나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죠.”
관리자는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젊은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던 라이디가 툭 내뱉었다.
“······백 살도 넘은 것치고는 별로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라이디 님께 그런 말을 들으니 부끄러워지는군요.”
“나는 무공을 익혔잖아.”
그는 무림인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라이디의 말에 관리자가 자신의 입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신비로운 무영탑의 비밀이랍니다.”
“······그거 앞으로는 내 앞에선 하지 마. 징그러우니까.”
라이디가 와락 얼굴을 찌푸리자 관리자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우주에서도 손꼽히는 고수인 라이디를 상대하고 있음에도 대단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의 고개가 이번에는 세령을 향했다.
“그런데 이쪽 분께서는?”
“지인. 무영탑을 견학시켜주러 왔어.”
라이디의 말에 관리자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 라이디 님······저희 무영탑이 무슨 동네 박물관도 아니고······.”
“박물관이 맞긴 하잖아? 노땅들 박물관.”
“······입주자 분들이 들으면 화내실 겁니다.”
“안 가면 그만인걸.”
관리자가 이번엔 보란 듯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백 년 만에 라이디 님이 호출을 하시길래 이번에야말로 입주하시려는 줄 알았는데 말이죠.”
“뭐야, 나 아직 죽을 때 안 됐어.”
“입주자 분들이 실망하시겠네요.”
라이디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예비 삼백 살의 애교 아닌 애교에 관리자가 지친 표정을 지었다.
“별 수 없군요. 드물긴 해도 전례가 몇 번 있던 일이니······.”
말하는 것을 보면 이미 이전에도 누군가가 견학을 한 적이 종종 있긴 한 모양이었다.
관리자용 콘솔을 켜서 이것저것 조작하던 관리자가 라이디와 세령을 돌아보며 물었다.
“라이디 님이 아무나 데려오실 분은 아닌 걸로 아는데, 그러면 저분도 저희 무영탑의 입주자 후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아마도? 한 이십 년만 지나도 자격은 충분할 걸?”
호오. 관리자의 눈이 번뜩였다. 그가 세령을 보며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대강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이곳 무영탑을 관리하고 있는 관리자입니다. 박 노야라고 불러주시죠.”
“당세령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라이디 님을 따라 무영탑을 견식하러 오게 됐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당······?”
세령의 말에 박 노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씨라는 성이 자신이 아는 그 당씨 성인지 헷갈려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라이디가 말했다.
“소식이 느리네. 그 사천당가의 마지막 직계 후손이야.”
“직계 후손······!”
박 노야의 눈에 처음으로 놀라움의 감정이 담겼다. 세령은 자신을 보는 그의 시선이 조금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거 참, 암왕 어르신과 독후 어르신이 보시면 좋아하시겠네요.”
“······예?”
‘어째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인데.’
세령이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말거나, 박 노야의 눈이 재밌는 것을 발견하기라도 한 양 가늘게 휘었다.
“그런데 재미있군요. 사천당가의 후손이 천마신교 소속이신 라이디 님과 함께 움직이다니.”
뭔가 얼토당토 않은 망상의 나래를 펼치는 듯한 박 노야의 말에 라이디가 피식 웃었다.
“뭘 생각하는지 몰라도 그건 아닐 걸. 네가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거든.”
“그렇습니까? 그동안 밀린 무림 소식들이나 챙겨봐야겠네요.”
“글쎄? 알려지지 않은 게 워낙 많아서 그걸로는 부족할 텐데.”
“흐음······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비밀이야.”
라이디가 입술에 검지를 갖다대며 말했다. 박 노야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까는 저보고 하지 말라면서요.”
“너랑 내가 같은 줄 아니?”
“······.”
박 노야가 참으로 할 말이 많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말고 빨리 안내나 해 줘.”
“그렇게 말씀하셔도 무영탑에 견학할만한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차피 응접실로 바로 갈 텐데.”
이미 갈 곳은 정해져 있다는 듯 박 노야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라이디는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 없어? 하나 있잖아. 구경시켜줄만 한 데.”
라이디의 말에 박 노야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요? 아무 설명도 없이요? 너무 악취미 아닌가요?”
“그거만큼 이곳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곳도 없지 않아?”
“그렇긴 합니다만······. 하아, 분부대로 하죠. 이러나저러나 라이디 님이 데려오신 분이시니.”
라이디의 말에 박 노야가 체념한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쩐지 불길한 느낌에 세령이 데구루룩 눈을 굴렸다.
따라오시죠. 박 노야가 이동용 소형 트램에 올라타며 손짓했다. 라이디와 세령이 그의 뒤를 따라 트램에 올랐다.
어딘가로 향하는 트램 안에서 세령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요, 지금 저희 어디로 가는 건가요?”
“음······뭐라고 해야 할까, 저희 무영탑 기술력의 정수가 모인 곳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뭐지. 연구실 같은 건가. 세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뭘 연구하는 곳이길래 악취미 소리까지 듣는다는 말인가.
세령이 열심히 없는 정보들을 긁어모아 추리를 하는 동안, 트램은 어느덧 목적지에 도달했다.
꽤 커다란 문 앞에 선 박 노야가 세령을 돌아봤다. 그의 목소리는 어쩐지 골려먹어서 미안하다는 듯 장난기와 미안함을 담고 있었다.
“이게 비주얼적으로 조금 그런 면이 없잖아 있는 곳이라서요. 처음 보시면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으니까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해 두시길.”
“어······네.”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저런대. 세령이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말해서 낭인 짓 하면서 온갖 험한 꼴은 다 봐 왔기에 그리 걱정이 되거나 하진 않았다. 당장 목진과 처음 만났을 때 즈음 해서 철시귀옹의 마수에 빠진 화린이 생강시로 개조되었던 것도 본 적이 있고, 예전에 순자를 만났던 곳은 아예 폭주한 안드로이드 실험실이지 않았던가.
충격적인 장면에는 나름 내성이 있다. 세령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박 노야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박 노야의 손짓에 따라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세령은 깨달았다.
이 넓고 넓은 우주에는, 자신의 경험으로 감히 재단할 수 없는 미친놈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이건 뭐······.”
세령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각종 전극에 연결된 채 특수한 용액 안에 담긴 사람의 뇌와 척수.
그리고 그 아래의 소켓에 장착된 채 구동되고 있는 내공 드라이브.
한때는 인간이었던 것의 흔적들 위에는 작은 동판에 그가 생전에 가지고 있었을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어느 무인의 유해였다.
그리고 그들이 들어선 방에는 그러한 유해들이 끝도 없이 늘어져있었다.
그 광경을 마주한 세령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무영탑의 정체.
그것은 고수들의 의식을 업로드한 전뇌공간의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