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27)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28화(228/349)
35. 야수강호 Wolfy&Foxy&Sharky (3)
35. 야수강호 Wolfy&Foxy&Sharky (3) – 뒤끝 없이 관행대로 가자
이 드넓은 우주강호에서 나름 한 가락 하는 무림인이랍시고 팬클럽 하나 없는 무림인은 드물다.
특히 절대고수쯤 되면 그 팬덤의 숫자만 억 단위를 가볍게 넘어갈 정도.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서천검후 김연화와 뇌신유녀 라이디 직스, 만화검존 용적산의 경우였다.
강한 무력과 빼어난 외모, 왕성한 활동으로 서쪽 은하 전체에서 명성을 떨치는 서천검후 김연화의 팬클럽 웨스턴 로얄가드.
삼백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활동하며 10대 조상님부터 대를 이어서 팬질을 이어오는 로얄 블러드 팬까지 존재하는 뇌신유녀 라이디 직스의 팬클럽 라이트닝 워리어즈.
화산파의 전 장문인으로서 야인이 된 지금까지도 화산파 팬덤 전체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화검존 용적산의 팬클럽 유그드라실.
이들의 팬클럽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기에 아예 비영리 기업 등록을 하고 활동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꼭 그들처럼 유명한 고수들만이 팬클럽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무림에 로망을 느끼는 일반인들인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고, 고수에게 동경을 느끼는 무림인 또한 그에 못지않게 많았으니까.
팬덤이 형성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인지도다.
그 말은 곧, 꼭 무공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개성이 뚜렷하기만 하다면 얼마든지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리고 거기에 가장 유리한 것은 다름 아닌 낭인용병이나 현상금 사냥꾼들이었다.
실력은 별볼일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사건들에 엮이는 그들의 활동에는 다른 무림인들에게선 찾기 어려운 리얼리티와 액션, 드라마가 있다.
캐릭터 확실하고, 매번 의뢰라는 명목으로 흥미진진한 일들에 엮이는데 인기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
목진을 만나기 전부터 염화쾌검이라는 별호로 활동하던 세령이 하찮기 그지없는 실력에도 불구하고 코어한 팬덤을 구축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는 염화쾌검 세령 이상으로 유명한 이들 또한 적지 않았으니.
그들 중 하나가 바로 눈앞에 있는 세 명의 수인 자매, 낭호교(狼狐鮫) 삼자매였다.
늑대의 유전형질을 발현한 장녀, 적랑(赤狼) 한여름.
여우의 유전형질을 발현한 차녀, 금호(金狐) 한가을.
상어의 유전형질을 발현한 삼녀, 청교(靑鮫) 한겨울.
각각 A랭크, B+랭크, B-랭크에 달하는 실력자들로 구성된 그녀들은 피가 이어진 친자매이자 야수곡의 방계 문파인 육해공파(陸海空派) 출신의 현상금 사냥꾼들이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워낙에 강렬하기 그지없는 캐릭터성 덕분에 활동범위가 그리 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
빨갛고 노랗고 파란 색 배치를 보고 단번에 그들의 정체를 파악한 순자가 살풋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선이요.”
“엑.”
순자의 말에 세 사람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인식방해장치까지 착용한 채 현상금이 걸린 현마와 같이 있기에 당연히 한패라고 생각했건만, 설마 업계 경쟁자였을 줄이야.
어쩌지? 장녀인 여름이 당황한 얼굴로 자매들을 돌아봤다.
사실 선을 잡은 현상금 사냥꾼이 있다면 일단 물러나서 먼저 승부를 낼 때까지 대기하다가 선객이 패배하면 이어서 싸우고, 현상범을 잡으면 개평을 받는 것이 현상금 사냥꾼 노동조합에서 권장하는 가이드라인이긴 하다.
물론, 업계에서 그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우리 기다려야 돼?”
“아뇨. 절대 안 돼죠.”
여름의 물음에 차녀이자 실질적인 리더나 다름없는 가을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상대의 역량을 고려하면서 잠깐이라도 고민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물러설 곳이 없었다.
“개평으로는 이번에 받은 대출 이자도 못 값는다는 걸 잊은 건 아니죠, 언니?”
애초에 이곳 폐기물 재처리 시설에 그녀들이 가장 먼저 도착한 이유가 무엇이던가.
이미 그녀들은 정보단체인 하오문에서 요구한 막대한 급행 정보료와 입막음비를 지불하기 위해 급하게 대출까지 받은 상태. 무슨 수를 써서든 현마를 잡아 삼십만 크레딧의 현상금을 타내지 않으면 그 손실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내공 드라이브 출력은 베타 등급이야.”
가만히 목진을 주시하던 삼녀, 겨울이 조용히 속삭였다.
빡셀 거 같은데. 여름이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베타 등급의 내공 드라이브를 가지고 있다면 평균 A랭크 이상의 무림인일 가능성이 높다.
셋이 협공한다면 충분히 상대할 만 하다 쳐도, 저쪽에는 또다른 A랭크의 무인인 심정웅묘 강현마가 있다. 물론 현상금 사냥꾼과 현상범의 관계인 만큼 둘이 협력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세자매가 힘을 합쳐도 저 둘을 동시에 제압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맹수의 유전형질을 각성해 동물 수준으로 날카로워진 육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눈앞의 정체 모를 무림인에게 절대 발톱을 드러내지 말라고 말이다.
여름과 마찬가지로 불길함을 느낀 가을 또한 고운 아미를 찡그렸다.
본능은 물러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대출금은 물러나면 끝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일단 협상이라도 걸어보자. 짧은 시간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가을이 목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먼저 오신 업계 동료분께는 죄송하지만, 차례를 양보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가 도저히 물러설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요.”
“안 되죠.”
목진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순자의 단호하기 그지없는 대답이 먼저 튀어나왔다.
순자의 눈은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로 눈앞에 있는 돈을 빼앗길 생각이 없었다.
“······손잡고 현상금을 나누는 건 어때요?”
“우리가 왜 쓸데없는 지출을 해야 하죠?”
가을과 순자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마치 허공에서 불꽃이 튀고 있는 듯한 기분에 목진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가을이 자매들을 돌아보고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협상은 안 될 것 같네요.”
“음······솔직히 좀 무서운데.”
“어쩔 수 없어. 우리 대출금 갚을 돈 없는걸.”
아무래도 저쪽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네요. 순자가 목진의 품에서 슬그머니 내려오며 속삭였다.
그야 목진이 함께하고 있는 이상 걱정이 될 게 없긴 하다마는, 괜히 소란한 와중에 현상범이 도망가는 건 걱정이 됐다.
순자는 도망갈지 말지 눈치를 보며 눈알을 데구루룩 굴리고 있는 현마의 앞으로 총총 걸어가서는 미리 챙겨뒀던 내공 드라이브 제압장치와 수갑을 내밀었다.
“자요.”
“······이걸 지금 나보고 직접 차라고?”
현마가 어처구니없다는 기색 가득한 목소리로 순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건 숫제 자수하라는 소리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아무리 상대가 자신보다 고수라도 그렇지, 목숨 걸고 은행을 털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순자는 네 맘대로 하라는 듯 정말 태연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 싫으시면 그냥 가지고만 있으세요. 좀 있으면 그쪽이 자발적으로 차게 될 거라는 데 백 크레딧 걸죠.”
“······아니 도대체 얼마나 자신이 있길래.”
현마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순자가 내미는 제압장치를 받아들었다.
저쪽에서 가지고만 있어도 된다고 했으니, 일단은 고분고분한 척 따르면서 도망갈 틈을 찾아보려는 심산이었다.
현마에게 제압장치를 건넨 순자는 다시 낭호교 삼자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쪽도 물러설 생각은 없어 보이니까 빠르게 끝내죠?”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진심인가, 아니면 블러핑인가. 호전적이기 그지없는 순자의 도발에 가을이 미간을 찡그렸다.
이대로 두 현상금 사냥꾼이 싸운다고 해 봐야 현상범한테만 좋은 일이다. 아니면 자신들을 전부 때려잡은 뒤에도 A급 무인인 현마를 제압할 자신이 있던가.
‘하지만 그러려면 S랭크는 되어야 할 텐데······. 베타급 내공 드라이브로 S랭크일 가능성은 적어.’
하오문의 말로는 이 주변에 그만한 네임드 현상금 사냥꾼이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저 안드로이드 소녀의 말은 블러핑일 가능성이 높다. 가을은 그 짧은 시간 동안 합리적인 추론을 내놓았다.
“업계 관행대로 가죠. 뒤끝 없이.”
“어쩔 수 없네요. 좋아요.”
업계 관행은 지켜야지. 순자의 제안에 가을이 다소 안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상금 사냥꾼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는 해도 그 근본은 결국 무림인. 문제가 생기면 쌈박질로 해결하는 것이 강호의 법도다.
그리고 현상금 사냥꾼 업계에서는 ‘어차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라는 슬로건 하에 정 싸우려면 살초를 쓰지 않고 싸우라는 관행이 존재하고 있었고 말이다.
최소한 죽을 일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가을의 신호에 따라 여름과 겨울이 각자의 무기를 들며 자세를 잡았다.
손톱 부분이 뾰족하게 다듬어진 건틀릿을 착용한 여름, 양 팔의 수갑에서 칼날을 뽑아낸 가을, 그리고 꼬리에 차고 있던 두 자루의 톱날검을 꺼내든 겨울. 외모와 마찬가지로 하나같이 개성적이기 그지없는 무기들이었다.
반면 목진은 여전히 심드렁한 얼굴로 검도 꺼내지 않고 있었다.
“쯧. 괜히 번거로우니 한 번에 오거라. 내 한 수를 제대로 받아내기라도 한다면 너희가 이긴 셈 쳐 주마.”
“······후회하실 텐데요.”
자기가 세면 얼마나 세다고. 가볍게 혀를 차며 말하는 목진의 말에 가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쪽에는 A랭크의 고수인 여름이 있다. 거기에 여름의 무공은 그녀가 발현한 늑대의 유전형질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스타일. 설령 자신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S랭크의 무인이라고 해도 한 수 정도는 못 받아낼 것도 없었다.
녹음까지 떠 두었으니 나중에 가서 두 말 할 수는 없을 터. 가을의 입가가 미세하게 위로 올라갔다.
얼마나 센 지는 몰라도, 조금이라도 방심하고 있기만 하다면 이쪽에 나쁠 게 없다. 과정이 어떻든 이기기만 하면 될 게 아닌가.
“크앙-!”
잠시 목진을 노려보며 뜸을 들이던 세 사람이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목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정면에서 다리를 휘두르는 여름, 좌측 하단을 찔러 들어가는 가을, 우측 상단을 베어내는 겨울.
그 모습을 본 현마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쉽지 않겠는데.’
오랜 세월동안 합을 맞춰온 자매라 그런지 군더더기 하나 보이지 않는 뛰어난 합공. 무공 자체는 자신이 높긴 하지만 저 세자매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과연 저 고수는 저들을 어떻게 제압할 것인가. 아직 목진의 무위를 알지 못하는 현마는 그의 수준을 가늠해보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 목진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따악!
“깨갱?!”
“꺄앙?!”
“햐악?!”
경쾌한 울림. 그리고 각자의 비명을 지르며 동시에 땅바닥에 얼굴을 박는 세 자매들.
현마는 제 눈을 의심했다. A랭크의 고수인 그조차 방금 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볼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닥에 얼굴을 박은 채 꿈틀거리며 고통에 신음하는 세 사람을 보며, 어느새 주먹을 치켜든 목진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끝났느니라.”
“잘 하셨어요.”
“······.”
현마는 목진이 볼세라 냉큼 제 복슬복슬한 아랫배에 제압장치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