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29)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30화(230/349)
35. 야수강호 Wolfy&Foxy&Sharky (5)
35. 야수강호 Wolfy&Foxy&Sharky (5) –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심정웅묘 강현마는 전과범이다.
그것도 상습 털이범.
기껏 고수 소리 들을 만큼 무공을 익혀서 하는 짓이 은행털이라니. 강호인들은 물론 같은 사파 소속의 무림인들까지 그를 손가락질하며 혀를 찼다.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강호에서 금기시되는 일. 직접적으로 민간인에게 칼부림을 하는 건 아니라지만 어쨌건 떳떳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나마 그가 타겟으로 잡는 은행들이 대부분 무림과 민간사회에 양쪽에서 이익을 내는 회색지대에 위치한 은행들이었기에 무림공적 취급까지는 받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참작할 만한 점이었다.
하지만 무림인들과는 달리, 의외로 현마에 대한 민간인들의 인식은 그렇게까지 나쁜 편은 아니었다.
– 뭐 듣기로는 민간인한테는 손 안 댄다고 하니까······.
현마가 타겟으로 잡는 은행들은 대부분 무림과 일반사회의 애매한 회색지대에 자리하고 있는 은행들. 현마는
은행을 경호하는 무림인들과는 열심히 치고받고 하지만 민간인들이 휘말리는 일은 피하고, 가끔은 눈먼 공격으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기도 하는 모습. 운 나쁘게 무림인들의 싸움에 말려들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는 민간인들의 입장에서는 딱히 그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 그리고 일단 하는 짓이 좀 웃기긴 하잖아.
거기에 현마가 하는 행동들이 평범한 범죄자의 그것과는 좀 많이 다른 점도 한몫했다.
범행 전에 예고장을 날리질 않나. 은행을 털면서 구구절절 사악한 자본가에게 맞서 싸운다는 컨셉에 충실한 대사들을 지껄이질 않나. 훔친 것의 반만 가져간다며 절반은 또 고스란히 돌려주질 않나.
그런 웃기는 짓들을 하고 있으니 직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은 민간인 입장에서야 저 귀엽게 생긴 컨셉형 범죄자를 싫어할 이유가 있을까.
물론 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의 절반 정도는 그 깜찍한 외모 덕분이긴 했지만 말이다.
오죽하면 현마에 대한 소문 중 의적 컨셉에 충실하기 위해 훔친 돈을 익명으로 기부한다는 소문도 돌 정도였다.
그러나 누가 알았겠는가.
그 소문이 사실 헛소문이 아니라 진실이었다는 것을.
현마는 실제로 그와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운 익명의 기부재단을 설립해서 여러 고아원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 어차피 고아원에 오는 애들 열 명 중 세 명은 무림이 원인이고 세 명은 자본주의 때문에 버려진 애들이잖아? 그러니까 내가 무림인과 자본가의 은행을 털어다가 애들을 먹여 살리는 건 나쁘지 않아.
남에게 훔친 돈으로 기부를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는 차치하고서라도, 현마는 제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은행털이를 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은행을 털고, 재단에 돈을 채워넣고, 운이 나쁘면 잡히고, 열심히 잘 탈출하고. 그것을 반복하는 것이 현마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조금 달랐다.
“죄수 강현마. 특별사면이다.”
“······사면? 내가? 아니 왜?”
여느 때와 같이 감옥에 갖힌 채 탈출의 틈을 엿보고 있던 현마는 갑자기 특별사면이라는 명목으로 풀려났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래.”
“심정웅묘 강현마. 맞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감옥에서 나온 그에게 다가온 것은 웬 검은 정장을 입은 여자. 그쯤 되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현마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역시. 맨입으로 빼내줄 마음씨 착한 자본가 님이 있을 리가 있나.”
“이해가 빠르니 좋네요. 자, 받아요. 여기를 털어주는 게 현마님이 할 일이에요.”
아마도 그를 빼내 준 누군가로부터 보내졌을 그녀, 미스 에다는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대뜸 그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서류의 첫머리를 본 현마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샌프란시스코 본성 중앙은행? 너네들 제정신이냐?”
샌프란시스코 본성의 중앙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유달리 금괴 보유량이 많지도 않은데, 하필 주변에 황보세가와 정의맹, 야수곡이라는 네임드 문파들이 포진해 있는 곳이라 위험도는 하늘을 찌르는 곳이다. 제대로 정신이 박힌 놈이라면 다른 동네 은행을 털지 굳이 이곳의 은행을 털 이유가 없었다.
현마는 서류를 마저 읽지도 않고 다시 에다에게 내밀었다.
“입 닦을 생각은 없어. 빼내준 만큼 일은 해줄 테니까 여기 말고 딴 데로 알아보던가 해.”
하지만 에다는 현마가 내미는 서류를 받는 대신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타겟은 바뀌지 않아요. 거길 터세요.”
“······너네들 그냥 터는 게 목적이 아니구나?”
현마의 얼굴이 싹 굳었다.
굳이 계륵이나 다름없는 은행에 작업을 해야 한다면, 단순히 은행의 금괴를 노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는 뜻. 그런 일에 잘못 엮이면 일이 잘 풀려도 팽 당할 확률이 높다는 건 상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안 해. 아니 못 해. 죽이던지 다시 감옥에 집어넣던지 마음대로 하쇼.”
“아, 제가 현마님한테 선택권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던가요?”
에다가 이번에는 단말기를 내밀었다. 단말기의 화면을 본 현마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화면에는 낯익은 아이들의 사진이 보였다. 최근 검거되기 전, 잠시 자원봉사 삼아 갔던 고아원의 아이들이었다.
현마의 얼굴에 난 털이 빳빳하게 일어났다. 분노, 그리고 긴장의 전조였다.
“어린이의 친구 어쩌고 하더니, 꽤나 아이들을 좋아하나 보네요? 귀여우셔라.”
“······너네 죽고 싶냐?”
살기 어린 목소리와 함께 현마의 손에서 날카로운 손톱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에다는 그 모습을 보고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이미 애들은 확보가 끝났으니 성급한 행동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아요.”
“내가 그 애들을 못 구할 것 같냐?”
물론. 에다가 즉답했다.
“우주는 넓고, 강호도 넓죠. 고작 A랭크 나부랭이 하나를 신경 쓸 정도로 우리 문파가 만만해 보여요?”
이 양아치야. 선글라스 사이로 서늘한 안광이 현마를 노려봤다.
현마는 죽일 듯한 눈으로 그녀를 마주 노려봤다. 하지만 그녀의 말마따나 고작 A랭크 나부랭이인, 이제 막 감옥에서 나온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현마는 손톱을 갈무리하고 서류를 다시 제 앞으로 가져왔다. 사실상의 항복 의사였다.
“······이 일만 처리하면 애들은 무사한 거겠지?”
“그럼요. 설령 현마 님이 잡힌다고 해도 입만 잘 다물고 있으면 우려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에요. 괜히 관련 없는 민간인의 피를 보는 건 우리도 사양이니까.”
어느 정도의 설득력은 있지만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현마가 처한 입장은 그 이상의 신뢰를 요구할 입장이 아니었다.
이 일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애들을 구할 수 있다.
“좋아. 원하는 대로 날뛰어 줄 테니까, 약속은 지켜라.”
현마는 씹어뱉는 듯한 목소리로 그녀의 제안을 수락했다.
“······부탁드립니다. 저 하나로 끝내주십쇼. 어차피 두 분께서는 현상금이 목적이신 거 아닙니까? 일단 제가 잡히면 은행에서 여러분께 책임을 물진 않을 겁니다.”
협력자들의 폭로에 결국 대략적인 자초지종을 털어놓은 현마가 목진과 순자를 향해 냉큼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순자의 대답은.
“안 돼요.”
매정하리만치 단호한 것이었다.
“현상금 걸린 거 제대로 확인 안 했죠? 금괴 전부가 무사히 돌아와야 현상금이 지급돼요. 그러니까 금괴를 보낸 곳이나 불어요.”
“하, 하지만 그러면 아이들이······!”
“어쩌라고요.”
얼음장처럼 차가운 순자의 목소리가 현마의 말을 끊었다.
“인질이 잡혀서 협박을 당하는 건 그쪽 사정이죠.”
정 말할 생각이 없으면 입 다물고 있어요. 순자의 시선이 일반인 협력자들에게로 향했다.
“저쪽한테 물어보면 그만이니까.”
“큭······!”
현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대로라면 자신에게 일을 맡긴 그놈들에게 피해가 갈 게 분명하고, 인질로 잡힌 아이들의 목숨도 지킬 수 없을 상황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 어린 것들이 무슨 죄란 말입니까!”
현마가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머리를 쿵 찧었다. 외모 때문에 귀엽게 보일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지만, 한 줄기 자비를 갈구하는 현마의 목소리는 그것을 넘어설 만큼 처절했다.
“이 강현마!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목을 달라면 드리고, 평생 재롱떠는 광대 노릇이라도 하라면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 하나로 끝내주십시오!”
현마는 연신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순자와 목진을 향해 애원했다. 그건 현상금 사냥꾼 일을 업으로 삼는 낭호교 삼자매조차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릴 정도로 처절한, 절규와도 같은 애원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를 내려다보는 순자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유감이지만, 보시다시피 제가 안드로이드라서 일 할 때는 공감 모듈을 꺼 두거든요. 아무리 머리를 숙여도 아무 의미 없다는 소리죠.”
“아······.”
순자의 말에 현마가 엎드린 채 망연히 고개를 들었다. 어찌나 세게 머리를 찧었는지 그의 이마는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크윽······.”
절망 가득한 그의 얼굴을 본 일반인 협력자들이 얼굴을 와락 구겼다. 아무리 살기 위해서라지만, 업계 동료로서 꽤나 친분이 있는 현마가 저렇게까지 절망에 빠지는 모습은 도저히 보아넘길 수 없는 광경이었다.
차가운 피를 가진 안드로이드의 눈이 그들을 향했다.
“그래서, 빼돌린 금괴는 어디에 있죠?”
“으······.”
살기 위해서는 말해야 한다. 하지만 저리 필사적인 현마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죄책감이 들지 않을 수는 없었다.
“쉽게 갈 일을 어렵게 가네요.”
안 그래도 시간이 별로 없는데. 순자가 칫 하고 혀를 찼다.
그런데 그 순간,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상황을 관망하던 목진이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이 현마라 하였느냐.”
“······네, 네!”
줄곧 한 발짝 물러서서 침묵을 고수하던 고수가 입을 열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잠시 어물거리던 현마는 혹시나 하는 희망에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원하는 것은 금괴가 아니라 인질로 잡힌 아이들이 전부렷다?”
“네, 대협! 물론입니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으니 아이들만 살려주십시오!”
목진의 말에 현마가 다시금 바닥에 머리를 쿵 박았다. 이미 바닥은 그의 이마에서 새어 나온 피로 물들어 있었다.
“목진 님?”
예상치 않게 튀어나온 목진의 말에 순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목진은 그런 그녀를 돌아보며 평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차피 가서 금괴를 되찾아야 하는 일이니, 간 김에 인질을 구해오면 되는 일이 아니냐.”
일행은 현상금을 얻고, 은행은 금괴를 되찾고, 현마는 아이들을 구하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다. 물론 일이 잘 풀리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래도 저희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순자가 슬쩍 눈치를 보며 반대의 의견을 내비쳤다.
안 그래도 귀찮아하는 목진을 끌고 온 것이 자신이기에 괜히 일이 복잡해지기 전에 끝내려 했건만, 정작 목진이 현마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목진은 순자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무인이 제 목을 걸고 하는 말을 어찌 가벼이 흘려넘길 수 있겠느냐. 비록 도적일지언정 그 말과 행동에 믿음이 있고 곧게 뻗은 뿌리가 있으니, 이윤에 반하다 하여 내치기만 할 자는 아닌 것 같구나.”
“그래도 인질 구출은 금괴를 되찾아오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일이잖아요······.”
“네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느냐?”
지금껏 네 말을 따라왔으니 이 정도는 내 말을 따라다오. 목진이 순자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으으······.”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끙끙거리던 순자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겠어요. 목진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조금 무보수 노동을 하는 셈 치죠.”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협!”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안드로이드를 말 몇 마디로 설득한 목진을 보며 현마가 다시 연신 바닥에 고개를 박았다.
“으, 이러면 일이 커지는데.”
인력도 부족하고. 검지로 제 입술을 누르며 순자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때, 그녀의 시야에 이마에 혹 하나씩을 매단 채 바들바들 떨며 손을 들고 있는 세 명의 현상금 사냥꾼이 보였다.
여기 있네. 인력. 순자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무릎 꿇고 손을 든 채 팔이 아프다고 울먹거리는 낭호교 삼자매를 향해 총총 다가간 순자가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야기 대충 들었죠? 일 하나 같이 해요.”
그러면 그쪽 몫도 좀 떼 줄게요.
순자는 그녀들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