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30)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31화(231/349)
35. 야수강호 Wolfy&Foxy&Sharky (6)
35. 야수강호 Wolfy&Foxy&Sharky (6) – Yes, Ma`am!
“빼돌린 금괴들은 도시 외곽에 있는 화물항구로 보냈습니다.”
재빨리 머리를 굴려 확률을 계산한 현마는 곧바로 금괴의 행방을 실토했다.
어차피 믿을 수 없는 건 저쪽이나 이쪽이나 매한가지이니 적어도 겉으로나마 아이들의 구출을 논하는 쪽에 협조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만약······.’
현마의 시선이 흘끔 목진을 향했다.
지금까지는 워낙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에 미처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쩌면 저 고수의 정체를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S랭크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가늠이 되지 않는 무력. 기이할 정도의 여유로움. 그리고 일행인 안드로이드 소녀와 서로를 호칭하는 이름까지.
아직 확신이 드는 건 아니었지만, 현마의 촉이 맹렬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저만한 고수가 이 우주에 대체 몇이나 되겠느냐고 말이다.
현마의 말에 순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화물로 내보내려고요? 지금 행성을 출입하는 우주선들을 검문하고 있는데?”
“금괴의 양이 많지 않아서 화물항구 내 설비를 써서 자재로 위장할 수 있습니다. 지금쯤이면 위장 작업이 거의 끝나갈 거고요.”
“보는 눈이 많을 텐데요.”
“드나드는 인원이 적은 소규모 사설 항구입니다. 내부 인원은 전부 그쪽 인원일 거에요.”
“으음, 위치는요?”
“대략 여기쯤······.”
현마에게 위치를 안내받은 순자가 잠시 눈을 감고 정보를 탐색했다.
“······찾아보니 페이퍼 컴퍼니 소유로 되어있네요. 일처리를 보니까 흑도 쪽이나 프리랜서 쪽 스타일인데, 최근에 소유자가 바뀐 걸 보니까 이 일 때문에 작업을 한 것 같아요.”
이거 일이 좀 귀찮아질 수도 있겠는데요? 순자가 살풋 인상을 찡그렸다. 금괴는 분명 중요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서 준비작업을 할 정도의 적을 상대하는 건 수지가 맞지 않았다.
“저쪽의 전력은 어떻게 되나요?”
“A랭크 무인 하나에 B랭크 무인 셋, 그 이하로 열 명 정도 있습니다.”
“은행털이를 보조할 목적으로는 좀 과하네요.”
현마가 A랭크의 무인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인질을 잡고 있는 상황. 그들의 역할이 금괴를 위장시켜서 밖으로 내보내는 것인 걸 감안하면 쓸데없이 과한 전력이었다.
순자의 말에 현마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보기에도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걸로 보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중앙은행을 건드려 봐야 근처의 세 대형문파들 모두의 분노를 살 뿐인데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
“그건 그쪽의 치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될 일이지.”
목진이 말했다. 사실 목진의 입장에서는 저쪽에서 무슨 꿍꿍이가 있던 별로 관심이 없는 상황이었다.
인질이 이곳에 있을 리는 없으니 어찌 되었건 저들의 본거지까지 기어 들어가기는 해야 할 터. 그러면 저들이 무슨 일을 꾸미던 자연히 알게 되리라.
‘역시······.’
목진의 말에 현마가 마른침을 삼켰다.
고작 은행털이 보조를 위해 저만한 전력을 보내는 이들이다. 그런데 그런 자들을 적으로 돌리겠노라 말하면서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태도라니.
절대고수가 아니고서야 저런 여유를 보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목숨이 걸려있는 일이니만큼 확신이 필요하다. 때문에 현마는 지극히 공손하고, 또 조심스러운 태도로 목진에게 말을 걸었다.
“대협,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주제입니다만······. 혹시 대협의 존성대명이 이씨 성에 목자, 진자 되시는지요······?”
목진이 별 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마는.”
현마의 목소리가 벌벌 떨렸다.
“그, 그러면 설마 참룡······검······제 대협?”
다시 한 번, 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냐. 네가 생각하는 것이 맞느니라.”
이런 미친. 현마는 저도 모르게 주둥이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소리를 간신히 주워삼켰다.
“이런 미친.”
하지만 삼자매 쪽은 아니었다.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창백한 얼굴로 목진을 돌아보는 그녀들의 시선에 공포가 피어올랐다.
‘그러면 좀 전에 그 참룡검제한테 덤벼들었던 거야?’
‘백룡대 몰살시킨 그 괴물한테?’
‘우리 왜 살아있지?’
그 시선이 담고 있는 생각이야 굳이 해석할 것도 없다. 당장 현마 자신만 해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도저히 갈피가 잡히지 않았으니까.
아까 전 목진과 처음 봤을 때 멋모르고 공격을 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건 심정웅묘 강현마가 아니라 ‘심정웅묘 강현마였던 것들’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본능 덕분에 간신히 죽음을 빗겨나간 현마는 오싹한 기분에 몸을 떨었다.
정작 당사자인 목진은 그런 시선에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상황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는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대, 대협같은 고수께서 왜 이런 일을······.”
“그냥 소일거리 삼아 나왔느니라.”
정확히 말하면 귀찮다고 뭉기적거리다가 순자의 등쌀에 끌려 나온 신세이긴 하지만, 굳이 모든 진실을 밝힐 필요는 없지 않은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목진의 말에 순자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목진은 주변을 한 차례 둘러본 뒤 입을 열었다.
“내 가벼운 마음으로 나온 일이기는 하나, 그렇다 하여 가벼이 말을 내뱉는 필부는 아니다. 금을 되찾는 일과는 별개로, 네가 걱정하는 아이들 또한 구출하도록 노력할 터이니 너는 얌전히 오라를 받아 죗값을 치르거라.”
“아, 알겠습니다 대협.”
목진의 말에 현마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서열 관계가 정리된 모습에 순자가 앞으로 한 발짝 나섰다.
“은행털이범이 잡혔다는 정보가 새면 저쪽에서도 빠르게 행성을 빠져나가려고 하던가, 아니면 조용해질 때까지 몸을 사릴 거에요. 그러니까 저랑 목진 님은 바로 항구로 움직여야 해요.”
“그······그럼 저희는요?”
현마의 협력자 중 하나가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어째 일이 묘하게 돌아가는 것 같으니 빠져나갈 구석이 있는지 찔러보려는 의도이리라.
물론 순자 앞에서는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었지만.
순자는 혹여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중인 낭호교 삼자매를 향해 손을 까딱였다.
“거기 세 분? 이 사람들이랑 금괴 가지고 치안대에 던져두고 항구로 따라오세요. 혹시 모르니까 우주선도 챙겨오시고요. 무슨 말인지 알죠?”
“아, 네······네!”
무척이나 공손해진 태도로 가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렇게 막 맡기고 해도 되나. 가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그런데 저희한테 맡겨도 괜찮으신가요······?”
“응? 도망이라도 가시게요?”
순자가 자살희망자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뇨. 절대 아니죠. 가을이 냉큼 고개를 저었다. 어떤 미친놈이 절대고수, 그것도 그 무시무시한 참룡검제를 적대하려 들겠는가.
순자의 시선이 이번에는 현마를 향했다.
“거기 털이범 씨들도 도망갈 거에요?”
“아닙니다! 얌전하게 유치장 안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현마가 군기가 잔뜩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순자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문제 없죠?”
“네! 문제 없습니다!”
“그럼 뭐 해요? 빨리 안 움직이고.”
Yes, Ma`am! 현상금 사냥꾼과 은행털이범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외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목진이 장군감이 따로 없다며 혀를 내두르는 건 덤이었다.
“그런데 목진 님, 왜 그러셨던 거에요?”
항구로 향하는 길, 삼자매로부터 빌려온 호버 바이크에 탄 채 목진의 허리를 꼭 잡으며 순자가 물었다.
“무엇을 말이냐?”
“목진 님 성격이 굳이 남의 일에 참견하는 성격은 아니시잖아요.”
현마와 같은 성격을 목진이 썩 좋아하는 편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목진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하는 것과는 별개로 공사 구분은 꽤 확실하게 짓는 편이었다. 당장 얼마 전 하북팽가와의 분쟁 때만 해도 녹호대의 부대주를 꽤 마음에 들어 했으나 정작 그녀를 베야 할 때는 주저 없이 검을 휘두르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순자는 의아했다. 도대체 그 현마라는 범죄자의 어떤 부분이 마음이 들었길래 목진이 직접 나서는지가 말이다.
하지만 목진은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생뚱맞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순자 너는 문파를 세우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네?”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 잠시 목진의 의도를 짐작하지 못해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던 순자는 일단 대답이나 해보자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어······힘이랑 명분, 자본이요?”
“틀린 말은 아니구나.”
딱 순자다운 대답이 아닐 수 없다. 목진이 작게 웃었다.
“허나 문파를 이끌어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바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지. 목진이 말했다.
“현마라는 자의 눈을 보았느냐? 비록 도적질을 하는 불량배에 불과하나, 그 사람됨은 협객(俠客)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치들은 결코 은혜를 잊지 않지. 그 마음을 얻는 데 약간의 수고로움 쯤이야 감수하지 못할 게 무에 있겠느냐.”
순자는 목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이 공감모듈을 끈 자신의 것과 같이 지극히 사무적일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당장은 보잘것없어 보일 수도 있으나, 이리 씨앗을 뿌려두면 언젠가 긴히 쓰일 일이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
그것은 무인 이목진이 아닌, 천마신교라는 거대한 문파를 이끌었던 교주 이목진으로서 말하는 가르침이었다.
“······불확실한 미래의 도움을 위해 그만큼 투자할 가치가 있나요?”
순자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가 보기에 강현마라는 사람은 그저 좀 귀엽게 생기고 무공도 좀 강한 범죄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야 언젠가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마는,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
목진이 물었다.
“네 나이가 올해 일곱이던가?”
“네.”
평소에는 어른스럽게 굴더니 이런 면에서는 또 어린 태가 나는구나. 목진이 끅끅 웃었다.
하기야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이긴 했다.
“사람 농사라는 것이 본래 그러한 것이다. 열 번 은혜를 베풀어 하나만 건져도 큰 이문이 남는 법이지.”
과거 천마로서 군림할 적에 거느리고 있던 그의 다섯 수신호위는 모두 그와 같은 과정을 거쳐 휘하로 들어온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야말로 목진이 안심하고 등을 맡길 수 있던 이들이었다.
믿을 자 하나 없는 강호무림에서 무림인이 믿을 것이 협(俠)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한 문파를 이끄는 자라면 마땅히 그 가치를 알고 이용할 줄 알아야 했다.
그러니 협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잠시의 수고로움은 한없이 사소한 투자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세령이 그 아이는 겉은 거칠어 보여도 속내에 온화함이 있어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아이다. 허나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라면 때로는 사람의 마음조차 계산할 필요가 있는 법이지.”
내가 보기엔 네가 그 역할에 적격으로 보이는구나. 목진이 순자를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사람을 보는 눈을 익히거라. 그래야 네가 좋아하는 효율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터이니.”
“사람의 마음······.”
순자는 조용히 목진의 말을 곱씹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아직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이야기였다.
“······노력해 볼게요.”
그러나 다른 이도 아니고 그 천마신교의 정점에 섰던 남자의 말. 아무런 의미 없는 조언일 리는 없다. 순자는 목진의 허리를 꼭 잡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두 사람의 앞으로, 저 멀리 현마가 말했던 화물항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