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32)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33화(233/349)
35. 야수강호 Wolfy&Foxy&Sharky (8)
35. 야수강호 Wolfy&Foxy&Sharky (8) –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처음 호버 바이크를 타고 기세 좋게 항구에 난입한 침입자를 보았을 때, 일부 경험이 적은 용병낭인들은 안심했다.
“뭐야, 둘이라더니 하나는 어린애잖아?”
“무림인 같은 느낌은 안 드는데.”
“하나면 충분히 상대할 만 하지.”
“······엥? 저 꼬마, 안드로이드인데?”
이인조라는 말에 샌프란시스코 본성에 머무르던 현상금 사냥꾼 목록을 쭉 훑어보며 누가 쳐들어왔는지 간을 보던 그들이다.
그런데 정작 항구에 쳐들어온 전력은 한 사람이고, 짐덩이로 보이는 안드로이드 소녀까지 달고 왔으니 맥이 탁 풀릴 수밖에.
하지만 나름 칼밥 좀 먹었다 하는 용병낭인들은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무림인도 아닌 안드로이드를 데리고 대뜸 적지에 난입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는가.
바로 짐덩이 하나쯤 달고 있어도 웬만한 적들은 다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실력이었다.
“니미.”
재빨리 스카우터를 작동시킨 용병낭인이 나직이 욕설을 내뱉었다.
“야, 너네 긴장 타라. 저 인간 베타 등급 내공 드라이브 차고 있다고. 까딱하면 목 날아간다.”
“······.”
베타 등급 내공 드라이버를 달고 다닌다면 어지간하면 A랭크 이상의 무인이라는 뜻. 낭인용병들이 다시 긴장을 끌어올렸다.
한편, 로랜드는 로랜드대로 죽을 맛이었다. 하필 와도 진짜로 A랭크가 올 건 뭐라는 말인가.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저 고수와 싸워 이길 필요 없이 우주선이 빠져나갈 만큼 아주 잠깐의 시간만 벌면 된다는 점이었다.
로랜드는 흘긋 우주선 쪽을 바라봤다. 우주선은 이미 공중으로 떠오른 채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 합. 넉넉히 잡아 다섯 합만 버텨도 임무는 성공이다. 로랜드가 자신의 양 옆에 선 두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폭풍주휴. 그리고 요풍조. 동시에 협공한다. 불만은 없겠지?”
“알겠다.”
“고수니까요.”
“나머지는 엄호하도록.”
그와 동시에, 로랜드는 조용하고 날렵한 용병낭인 두엇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고수를 상대하는 사이에 안드로이드를 인질로 잡으라는 의미였다.
‘임무는 임무고, 고수 상대로 깔끔하게 도망치려면 보험 정도는 있어야지.’
딱히 양심의 가책이 들지는 않았다. 저 고수가 자신들이 도망칠 때까지 얌전히만 있어 준다면 인질은 무사히 돌려보내 줄 테니까.
물론, 그렇지 않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위이잉 하는 높은 고주파의 반중력 엔진 소리와 함께 우주선이 항구의 도크로 움직였다.
“아! 저거 도망치면 안 되는데······.”
뒤늦게 우주선의 존재를 파악한 안드로이드가 우주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호버 바이크에 탄 고수의 시선이 그녀의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기회였다.
“크어엉!”
로랜드의 포효와 함께 본능적으로 들어갈 타이밍을 깨달은 세 사람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쯧.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어련히 잘 잡아주었을 것을.”
뒤통수에 큼지막한 혹을 단 채 사이 좋게 바닥과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는 열세 명의 용병낭인들을 보고 목진이 혀를 찼다.
“안 죽이셨죠?”
“누굴 피를 못 봐서 안달인 혈귀로 보고. 어차피 싹 다 잡아들여야 하는 치들이 아니더냐.”
목진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돈 때문에 모인 잔챙이들을 상대로 쓸데없이 검을 뽑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저 우주선을 잡아야 한다고?”
목진이 그새 항구 밖으로 그 긴 동체를 내민 화물용 우주선을 가리켰다. 슬슬 대기권 돌파 시퀸스에 돌입했는지, 수십 미터 길이의 육각기둥처럼 생긴 우주선은 대기를 울리는 엔진음과 함께 그 머리를 하늘 쪽으로 치켜들고 있었다.
저걸 떨어트리려면 박살을 내는 수밖에 없겠군. 목진이 허리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앗, 박살내시면 안 돼요.”
순자가 당장에라도 튀어나갈 듯한 목진의 소매를 붙잡았다.
“화재 때문에 금괴가 손상되면 곤란하다고요. 전에 쓰셨던 빙공 있죠? 그걸로 저기랑 저기를 자르셔야 해요.”
순자의 손가락이 조종실의 이음매 부분과 화물칸의 중간 부분을 가리켰다.
목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뭐, 박살내는 것보다는 자르는 쪽이 쉽긴 하다만.”
고개를 끄덕인 목진의 검에 소름끼치는 냉기와 함께 푸른 서리가 맺혔다. 이전 청령문에서 벽력자 한천향이 날뛸 때 그녀의 양 팔을 앗아갔던, 극음(極陰)의 빙마공인 청련마기(靑蓮魔氣)였다.
“그럼 다녀오마.”
작은 기합성과 함께 목진의 신형이 총탄처럼 앞으로 쏘아진다.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항구의 끝자락. 목진은 항구의 도크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우주선의 동체 위로 가볍게 도약했다.
바닥에 접착제라도 붙은 양 수직에 가깝게 세워진 우주선에 발을 붙인 목진이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우주선의 머리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찰나의 시간.
순자가 두 번의 푸른 빛이 번쩍였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목진은 이미 우주선의 머리 위로 올라가 있었다.
“어?”
조종실에 앉아있던 에다는 보았다. 푸른 서리가 서린 검을 든 채 허공에 뛰어오른 사내가 정확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와 동시에, 눈앞이 시뻘건 에러 메시지로 물들었다.
– 후방 엔진 통제 상실.
– 동체에 심각한 손상.
– 다발적 냉각 파이프 파손상황 발견.
“갑자기 뭐에요?!”
“저도 모르겠어요!”
연신 울려퍼지는 경고음과 붉은 에러 메시지에 에다와 파일럿이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녀는 허공에 떠오른 사내가 자신이 탄 우주선에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알지 못했다.
“······!?”
순간, 전신을 타고 흐르는 섬뜩함에 에다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수인화 시술로 인해 발달한 육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무언가, 아주 위험한 것이 오고 있다고.
에다는 거의 본능적인 판단으로 안전벨트를 풀고 조종석을 벗어났다.
우주선의 창문을 뚫고 목진이 난입한 것은, 바로 그 직후의 일이었다.
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스페이스 데브리에 맞아도 흠집조차 나지 않는 강화 합성유리가 종잇장처럼 찢어진다.
“햐아!”
파충류의 울음소리 같은 기합과 함께 에다의 손이 번쩍인다. 날카로운 발톱 같은 카람빗이 창문을 뚫고 들어온 목진의 목을 노리고 쏘아졌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의 공격이 통할 리 있을까.
“흥.”
목진의 가벼운 손짓 한 번에 검기가 맺힌 카람빗이 산산이 부서지고, 전신의 마혈(麻穴)과 아혈(啞穴)이 제압당한 에다가 달려오던 모습 그대로 쓰러진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전신이 딱딱하게 굳은 그녀를 받아든 목진의 시선이 파일럿을 향했다.
너도 덤빌 거냐는 듯한 물음을 담은 눈빛.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인식하지 못하던 파일럿은 본능에 따라 양 손을 들었다.
“하, 항복!”
“눈치가 없진 않군.”
피식 웃은 목진이 손을 한 차례 휘젓자 파일럿의 몸을 고정시키던 안전벨트가 찢겨나갔다. 목진은 거침없이 그녀의 멱살을 잡아채며 콕핏을 빠져나갔다.
“케엑-?! 켁-히익?!”
목이 꽉 옥죄이는 감각과 함께 허공으로 튕겨나간 파일럿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 크게 벌어졌다.
그 거대한 우주선이, 마치 자를 대고 그은 듯 반듯하게 잘려진 채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화물용 우주선 중에는 작은 축에 속한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백 미터에 가까운 길이에 삼십여 미터의 두께를 자랑하는 우주선이다.
무림인들이 보통의 사람과는 다른 초인들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쑤시개만한 칼 한 자루로 두부 자르듯 우주선을 잘라낼 정도로 무지막지한 초인까지는 아니라는 것도 안다.
‘도대체 이 괴물은 뭐야?!’
미친놈이 무협지를 찍고 있잖아! 피가 통하지 않아 하얗게 변해가는 얼굴을 한 파일럿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목진은 별 일 아니었다는 양 태연한 표정으로 한 손에 제압된 에다를 끼고, 다른 손으로는 파일럿의 멱살을 쥔 채 몇 차례 허공을 박차며 순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의 등 뒤로 우주선이었던 조각들이 굉음과 함께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멋지셨어요. 이번 영상은 조회수 확실하게 나오겠네요.”
그새 촬영용 카메라를 들고 추락하는 우주선의 모습을 찍은 순자가 목진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솔직히 벌어진 일의 규모에 비해 딱히 한 게 없다고 느끼는 목진으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반응이었다.
“뭐 제대로 무공을 쓴 것도 아니건만, 그래가지고 돈이 벌리긴 하겠느냐?”
“중요한 건 임팩트니까요.”
그보다 둘이네요? 순자가 목진이 집어들고 온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쪽은 파일럿이다. 저쪽이 무림인이고.”
자. 너는 거기 얌전히 있거라. 목진이 파일럿을 놓아주며 말했다. 파일럿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짧은 비명과 함께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나마 소변을 지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목진은 옆에 끼고 있던 에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기절시켰다가 다시 깨우긴 번거로우니 일단 마혈을 짚어두었다. 지금 깨워서 심문해 보겠느냐?”
“아뇨.”
일단 저기 떨어진 잔해들 사이에서 금괴부터 확보하고요. 순자가 저 아래 떨어진 우주선의 잔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들의 배후를 캐는 것도 나름 중요하다면 중요한 일이지만, 금괴를 되찾는 것보다 중요하진 않다. 일단은 현상금을 챙겨야 할 게 아닌가.
“일단 저쪽에 쓰러져 있는 낭인들부터 챙기죠.”
순자가 항구의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낭호교 삼자매의 우주선을 보며 말했다.
그래. 고개를 끄덕인 목진이 아직 주저앉아 있는 파일럿을 바라봤다.
“너는 거기 굳어있는 그 놈을 짊어지고 따라오너라.”
“저, 제가요?”
파일럿이 얼빠진 얼굴로 제 얼굴을 가리켰다. 목진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 말고 누가 있겠느냐? 앞으로 한 시진은 굳어있을 터이니 겁낼 것 없느니라.”
“아, 아직 다리에 힘이······.”
“흠?”
“아뇨! 할게요! 한다고요!”
목진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자 파일럿이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휙휙 저어댔다.
사람이 목숨의 위기 앞에서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하던가. 풀린 다리로 간신히 일어선 그녀는 아직도 딱딱하게 굳어있는 에다를 들쳐맸다.
“후우, 후······.”
낑낑거리는 모습이 퍽 안쓰러워 보이기는 한다마는, 어차피 돈 때문이든 뭐든 저들과 한패가 아닌가. 목진은 기어가는 듯한 속도로 따라오는 파일럿으로부터 신경을 끄고 순자와 함께 착륙한 우주선에서 내리는 낭호교 삼자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협! 늦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목진이 다가오자 삼자매가 냉큼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명성 때문인지 기합이 과도하게 들어간 모습에 목진이 피식 웃었다.
순자는 반쯤 부하처럼 구는 그녀들이 마음에 드는 듯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낭인용병들이 쓰러진 쪽을 가리키며 자연스럽게 명령을 내렸다.
“저쪽에 고용된 용병들을 제압해 뒀으니까 가서 제압장치 달 우주선에 실으세요.”
“네!”
“끝나고 저 밑에 떨어진 우주선 잔해에서 금괴도 찾아와야 하니까 빨리 해요?”
“네!”
순자의 말과 함께 삼자매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낭인용병들의 단전이나 외장형 내공 드라이브에 제압장치를 부착했다.
“다 끝났습니다!”
채 십 분도 지나지 않아 낭인용병들을 우주선 안에 구금한 삼자매가 목진과 순자 앞에 섰다.
“잘했어요.”
“칭찬 감사합니다!”
빠릿빠릿한 일처리에 만족한 순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삼자매의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그 모습을 본 목진이 미묘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아주 주인에게 꼬리를 흔드는 개가 따로 없구나······아니, 진짜로 흔들고 있잖아?’
목진이 두 눈을 비비고 다시 그녀들을 바라봤다. 이제 보니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여름과 가을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닌가.
목진은 그제야 늑대와 여우 둘다 개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 참, 짐승을 조련하는 곡예꾼도 아니고······음?”
어이없는 눈으로 순자를 바라보던 목진의 눈가가 순간 꿈틀 움직였다. 그의 기감에 무언가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걸 풀었다고?”
믿기 어렵다는 감정을 담은 말과 함께 목진이 등 뒤를 돌아봤다. 그의 목소리에 일행들의 시선이 목진이 바라보는 쪽을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히익······.”
재차 바닥에 주저앉은 채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파일럿과.
마혈이 짚였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그 몸을 움직이고 있는 에다가 있었다.
“크르르······.”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울음소리와 함께, 그들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동자가 세로로 길게 찢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