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34)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35화(235/349)
36. 납자응징 Kidnapper Judgment (1)
36. 납자응징 Kidnapper Judgment (1) – 파멸의 시나리오
“······여기 나온 게 진짜야?”
무림교류부 관무집행위원회 일등 집행관, 아테나는 단말기 패널 위에 떠오른 보고서를 읽으며 심각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에게 단말기를 건넨 당사자인 부관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짭니다.”
“아, 미쳐버리겠네. 진짜······.”
부관의 말에 아테나가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번 하북팽가에서의 사태가 혈교의 수작질이라는 것 자체는 놀랍지 않았다. 어차피 이미 혈교의 준동이 예고되어 있던 상황이기도 했고, 순자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었을 때 반쯤 확신하고 있던 일이었으니까.
인간의 정신을 조종하며 수십 년에 걸쳐 은밀하게 문파를 장악하는 음모를 꾸미는 게 혈교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대략적인 정황과 단서들이 혈교의 발호에 대한 매뉴얼과 들어맞는 상황.
하북팽가에 도착한 뒤, 팽호혁의 유언을 확인하는 등 보다 세밀한 조사를 마친 아테나는 주저 없이 팽호혁과 팽상원 부자에 접촉한 것이 혈교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혈교의 활동을 감지한 것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 고독(蠱毒)?
– 예, 집행관님. 그 혐오스러운 것이 가주 팽호혁의 시신으로부터 뽑혀져 나오는 광경을 모두가 똑똑히 지켜봤습니다.
아테나가 하북팽가에 처음 도착했을 때, 임시로 하북팽가를 이끌던 수석장로 루이 팽은 전뇌화 처리를 위해 보존처리한 팽호혁, 팽상원의 시신과 함께 고독의 시체를 넘겼었다.
팽호혁에게 기생하고 있던 기괴한 생김새의 벌레.
임시로 붙은 명칭은 ‘정신침식형 유기기생체’지만 처음 그것의 실체를 드러낸 목진의 표현을 빌려 관계자들은 그것을 두고 고독이라고 불렀다.
처음 아테나가 고독의 시체를 건네받았을 때 그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이런 건 매뉴얼에 없었는데.
교리의 전파를 통해 사람의 정신을 오염시킬 때와는 달리, 특별한 목적을 위해 정신을 조종하는 혈교의 방식은 이미 무림교류부의 혈교 대응 매뉴얼도 나와 있는 항목이다.
하지만, 이런 보기만 해도 혐오스러운 기생생명체를 사용한다는 기록은 매뉴얼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원래 과거에 혈교가 사용해왔던 정신지배 방식은 뇌심곡에서도 사용하는 섭혼술이나 세뇌술 류의 사술(邪術), 혹은 강제로 정신제어칩을 박아넣는 기계적 금제가 전부.
이런 수법에 대한 사례는 지금까지 전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테나는 고독의 시신을 건네받자마자 미리 챙겨온 정밀 검사장비를 사용해 분석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들이 상상하던 것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이딴 걸 만들었다고?”
“이건 지나치게 위험합니다.”
처음 자료를 보았을 때 아테나와 부관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분석을 통해 밝혀진, 아마도 외우주의 외계생명체를 베이스로 만들어졌을 고독이라는 기생생물의 위험성은 그들이 상상했던 어떤 생물병기보다도 악랄하고 끔찍했으니까.
“뇌수에 동화되어 정신을 침식하는 기생체······호러영화가 따로 없네.”
손톱만한 배아 상태로 숙주의 척수 부근에 이식된 고독은 처음 몇 년간은 그리 위험하지 않으며 외과적 수술로 적출하는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
성장한 고독은 중추신경계, 즉 뇌와 척수를 포함한 인간의 장기 전반에 검붉은 촉수를 뻗어 동화되며 신체의 일부로 변이하기 시작한다.
혈교 특유의 정신오염과 함께 숙주의 자아를 침식하는 것이 바로 그 단계 즈음에서 일어나는 일. 고독의 숙주는 스스로 침식당하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변질된 자아를 본래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고독을 조종하는 술자가 명령을 내리면, 그것을 자신의 판단이라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궁극적인 노예.
그것이 바로 고독이 파고든 숙주가 맞이하는 말로였다.
“진짜 끔찍한 수법이네. 초기에 발견 못 하면 끝장이라는 소리잖아.”
아테나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섭혼술이나 세뇌술, 정신제어칩 등 기존의 수법들은 오랜 치료나 외과적 수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고독은 아니다.
치료가 불가능한 정신오염도 정신오염이지만, 이미 신체의 일부가 되어 뇌수조차 대체하고 있는 고독을 어떻게 적출한다는 말인가?
그간 혈교의 교리에 정신이 오염된 이들과 같이, 희생자들을 구원하는 길은 오직 죽음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진심으로 미친 새끼들. 혈교의 무리를 향해 아테나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집행관님.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이것보다? 솔직히 듣기 싫······뭐길래 그런 표정을 짓는데?”
아테나가 짜증을 내며 부관을 돌아보다가, 더없이 딱딱하게 굳은 그의 표정을 보고 다시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집행관의 보조인 그가 저런 반응을 보일 정도라면, 정말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트러블이 생겼다는 의미였으니까.
부관은 주변에 듣는 이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듯 주변을 한 차례 둘러봤다. 그는 마른침을 삼킨 뒤 아테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분석결과, 이만한 인공생명체를 제조하려면 최소 레벨7 이상의 생명조작 기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부관의 말에 아테나의 표정이 싹 굳었다.
철컥. 번개 같은 손놀림과 함께 꺼내진 권총이 부관의 미간을 겨눴다.
아테나의 입에서 얼음장같이 시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네가 한 말에 책임질 수 있어?”
레벨7 이상의 생명조작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집단은 이 우주상에 단 하나뿐이다.
인류정부 직속의 독립기술연구기관이자 인류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특무부처, 기술선도국.
부관의 말은 곧, 인류정부의 심장부에 혈교의 마수가 뻗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발언은 최대 즉결처분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진 않을 텐데.”
차갑게 얼어붙은 아테나의 눈에 약한 살기가 배어든다. 고작 손가락 한 번 까닥이는 것으로, 그녀는 부관의 머리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간 이 부관과 함께 쌓아 올린 인연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유전자 레벨로 인류와 인류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이 각인된 그녀로서는 인류정부의 오염을 의심하는 부관의 발언을 절대로 묵과할 수 없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부관은 제 머리에 겨눠진 총구의 감각에도 당황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석 결과로 확실하게 확인한 사항입니다.”
“분석 결과에는 안 나와 있던데?”
아테나가 단말기 쪽을 향해 턱짓했다. 부관은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일부러 누락시켰습니다. 단말기 전송기록은 데이터베이스에 남으니까요.”
아테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 중앙정부를 의심하고 있구나.”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독단에 대한 처벌은 나중에 받죠.”
“하······.”
아테나는 부관의 머리를 겨눈 채 한 손으로 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일등 집행관으로서의 판단은 그녀의 부관의 의심이 타당하다 말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인류정부에 대한 충성심은 그의 의심을 신뢰할 수 없다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부관을 바라봤다. 평소와는 달리 진지하기 그지없는 그의 눈동자는 확신을 담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인류정부는 절대적이다. 조작된 본능이 인류정부를 의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아테나는 그녀의 본능을 거부했다.
비록 만들어졌을지언정, 그녀는 인간이었으니까. 본능을 극복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자격이었다.
아테나는 부관의 머리로부터 권총을 내렸다. 부관이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테나는 제 총구가 닿았던 제 미간을 슥슥 문지르는 부관을 보며 물었다.
“어디까지 의심하고 있지?”
평범한 인간 출신인 부관에 비해 지능을 포함한 대부분의 스펙은 유전자 조작이 가미된 일등 집행관인 그녀 쪽이 월등한 편이다.
하지만 인간의 능력은 단순히 수치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는 법. 적어도 추리 능력에 있어선 부관의 능력이 그녀보다 위였다.
“저 고독이라는 인공기생체가 저것을 포함한 소수의 실험체인지, 양산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죠.”
“전자의 경우라면?”
아테나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부관이 답했다.
“최소 기술선도국의 바이오테크 부서는 이미 완전히 오염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실무진이 자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수는 없죠. 윗선에서 비밀리에 고독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시켰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술선도국장은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중추원 내에서도 최소 한 명 이상은 오염되었겠죠.”
중추원은 인류정부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최고의사결정기관이다. 인류 전체에 대해 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중추원까지 혈교의 마수가 뻗쳐있을지 모른다는 말에 아테나가 나직이 탄식을 내뱉었다.
“무림교류부 쪽은?”
“노보시비르 성계 사태를 감안하면 무림교류부의 윗선도 안전하진 않습니다. 관무집행위원회가 전부 장악되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적어도 위원회의 일부는 오염 가능성이 있겠죠.”
“······미치겠네.”
높으신 분까지 엮여있는데,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파악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아테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더 끔찍한 것은, 이게 그나마 긍정적인 시나리오일 경우라는 거다.
아테나는 도저히 떼어지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움직여 부관에게 물었다.
“그럼 만약에 저게 양산된 거라면 어떻지?”
“······.”
부관이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과 같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잠시 침묵하던 부관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것은 파멸 그 자체였다.
“레벨7의 양산라인을 포함한 기술선도국 전체의 오염, 중추원은 최대 절반까지 오염되었을 수 있겠네요.”
“······절반, 이라고.”
“중앙정부가 아직 잠잠하니까요. 중추원의 의사결정권을 장악했다면 이미 미쳐 날뛰고 있었겠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부관이 덧붙였다.
“중추원의 다수가 오염될 정도라면, 군부까지 그 영향이 미쳤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 시발.”
기어코 아테나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래. 군부가 있었지. 아테나는 저도 모르게 엄지손톱을 잘근 씹었다.
혈교와 군부의 조합만큼 끔찍한 조합은 없다. 광신도들이 실질적인 무력을 갖게 되는 거니까.
일찍이 혈교의 오염을 경계한 군부도 나름 치밀한 대비를 하고 있긴 하지만, 중추원 레벨까지 오염되었다면 군부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정말 군부가 장악당했다면 권력으로도, 물리적인 힘으로도 답이 안 나온다. 그쯤 되면 제아무리 일등 집행관이라 할지라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 혈교가 전면에 나서진 않았으니 속단하긴 이릅니다. 일단 중앙의 어디까지 오염되었는지 파악하는 게 먼저에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술선도국에 고독의 정밀분석 의뢰를 맡기고 반응을 떠보는 거겠네.”
만약 기술선도국이 오염되지 않았다면 살벌한 내부 감사가 진행될 것이고, 오염되었다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누락시킨 채 시치미를 떼고 분석자료를 보내올 것이다.
아테나의 말에 부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말기로 전송한 자료는 정밀검사 항목을 제외한 자료이니 의심을 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여차하면 증거로 써먹을 수 있는 고독의 사체를 보내야 한다는 게 아쉽네. 이거 표본을 더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냥 보이는 문파들을 죄다 들쑤셔보면 하나쯤 더 나오지 않을까. 아테나가 가볍게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우주 전역을 들쑤시는 혈교인 만큼, 비단 하북팽가 뿐 아니라 다른 문파들에도 비슷한 수작질을 벌이고 있을 확률이 높다.
문제는 그 많은 문파들 중 누가 오염되었을지 알 수 없다는 거지만.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아테나는 부관을 돌아보며 말했다.
“중앙쪽에는 내가 한번 알아볼 테니까 일단은 입 다물고 있어. 괜히 뭔가 알아챈 티를 내면 뭐 해보기도 전에 역으로 당할 수 있으니까.”
“네.”
“하북팽가 본성에는 2단계 오염등급을 발령해. 주요 인원들 정신오염 검사 진행시키고, 이 고독이라는 놈이 기생하는지도 일일이 확인해 보라고 전해.”
돈과 인력이 엄청 들어가겠지만, 혈교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그래도 확인도 없이 하북팽가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아테나의 말을 받아적던 부관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그 창귀 프로젝트인지 하는 프로젝트 관련자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아 그거.”
팽상원 소가주가 적극 지원하던 프로젝트이자 팽호혁 가주를 폭주시킨 근본적인 원인. 잠시 생각하던 아테나가 대답했다.
“대충 설명만 들어도 멀쩡한 정파가 써먹을 기술은 아니던데. 혈교 쪽 기술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전문 감독관 파견해. 관련자들은 모두 따로 구금시키고.”
저딴 걸 통과시킨 걸 보면 무림맹 쪽에도 혈교 끄나풀이 있을지 모른다. 아니, 있는 게 확실했다.
“이놈의 무림에도 믿을 놈이 하나 없다니까.”
아테나가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혈교는 이게 문제다. 그놈의 정신오염 때문에 누굴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으니 뭔가를 시도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부관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아주 없진 않잖아요.”
“누구?”
“참룡검제 일행이요.”
그건 그렇네. 아테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절대고수쯤 되면 장기적으로 혈교에 노출되지 않는 이상 오염 가능성이 희박한 편이다. 당장 이번 사건도 그들 일행의 신고로 알게 되었고, 고독의 존재를 파악한 것도 참룡검제 본인이 아니던가.
물론 무림인인 목진이 직접 중앙정부를 들쑤실 수 있는 건 아니니만큼 엄청난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힘이 지배하는 무림에서 절대고수와 끈이 있다는 건 절대 나쁜 옵션이 아니었다.
“이거, 어쩌면 우리가 그쪽에 매달려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아테나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천하의 일등 집행관이 무림인의 협조를 얻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니, 헛웃음이 나오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예산 좀 떼다가 순자한테 보내 줘. 걔는 고맙다는 인사 대신에 크레딧을 더 좋아할 것 같더라.”
“······굳이 돈까지 보내요?”
부관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아테나가 뭐 어떻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약간의 포상금 개념인데 뭐. 우리 예산이 그렇게 쪼들리는 편은 아니잖아?”
“뭐어······그렇긴 한데요.”
“그리고 혹시 알아? 이렇게 기름칠 좀 해 두면 또 뭐든 건수를 낚아올지?”
그랬으면 좋겠네요. 농담하듯 말하는 아테나의 말에 부관이 하고 피식 웃으며 답했다.
다음날, 두 사람이 순자로부터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혈교의 개입이 의심되는 일에 휘말린 것 같다’라는 메시지를 받은 건, 크레딧을 입금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