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35)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36화(236/349)
36. 납자응징 Kidnapper Judgment (2)
36. 납자응징 Kidnapper Judgment (2) – 누구냐. 너.
샌프란시스코 본성의 외곽궤도, 낭호교 삼자매의 우주선.
“당신이 아무리 참룡검제라고 해도, 제 입을 열게 만들 순 없을 거에요.”
낭호교 삼자매를 상대로 분전했으나 결국 제압당한 에다 블루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딱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말했다.
“흐음.”
목진은 별다른 감정 없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 까무러치게 놀랐음에도 끝까지 제 주인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모습은 제법 괜찮게 봐줄만 한 기개다.
하지만 그래 봐야 결국 죄 없는 아이들을 인질로 잡아 은행을 습격하는 뒷수작을 꾸민 졸렬한 자. 목진은 그녀에게 조금의 동정심도 느끼지 못했다.
“어줍잖게 수작을 부린 주제에 제 딴에는 충절을 지키려 하느냐. 가소로운지고.”
“분근착골을 쓰면 어떨까요?”
순자의 말에 목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잔챙이면 모를까, 저리 각오를 다진 자를 고문하여 얻어낼 정보는 믿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고문은 결정적인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은 방법이지. 목진이 덧붙였다.
“내버려 두거라. 어차피 저 치에게서 이 일을 사주한 자의 이름은 나올 일이 없을 터이니.”
이미 몇 시간 전, 일등 집행관인 아테나로부터 직접 오겠다는 전갈을 받은 상황. 관부라는 수단이 생긴 이상 굳이 입을 열지 않을 에다를 설득하는 데 수고를 더할 필요는 없었다.
목진은 에다를 보며 가볍게 혀를 찬 뒤 미련 없이 그녀로부터 몸을 돌렸다.
하지만 순자는 목진의 뒤를 쫓지 않은 채 여전히 에다를 바라봤다.
‘아테나 남이 오기 전에 미리 약을 좀 쳐두는 게 좋겠네.’
꼭 필요한 건 아니라지만, 사전작업을 조금 해 둬서 나쁠 건 없다. 물론 운 좋게 정보라도 얻을 수 있으면 더 좋고 말이다.
지금까지의 반응을 보면 윗사람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른 타입이다. 빠르게 견적을 낸 순자가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의 심각함을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요. 그쪽 문주님의 안위를 생각하신다면 오히려 저희한테 협조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죠.”
“흐응, 과연 그럴까요?”
에다의 단호한 대답에 순자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최근 혈교에 관한 소문이 자주 들리지 않나요?”
“······하, 혈교몰이를 하시겠다는 건가요?”
순자의 말에 에다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분위기를 잡더니 기껏 한다는 게 중소규모 문파들이나 써먹는 싸구려 여론전인 혈교몰이라니.
“애초에 이 일은 제 독단일 뿐입니다. 그리고 공룡문이 그깟 혈교몰이 따위를 신경 써야 할 만큼 만만한 문파도 아니고요.”
고작 여론전 따위를 믿고 저리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인 걸까. 에다는 순자를 보며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이내 순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듣고도 그 비웃음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집행관이 개입해도 그렇게 여유로우실 수 있을까요?”
“집행관?”
에다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었다.
그녀는 그제야 순자가 단순한 여론전으로서 혈교몰이를 언급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친놈들. 에다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인류정부를 끌어들이겠다고요? 감당할 수 있겠어요?”
다른 것도 아니고 혈교를 핑계로 인류정부의 집행관을 소환하다니. 단순히 행정의 행정부가 엮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집행관이 오는 건 둘째치고, 혈교와 관련이 없는 허위사실임이 드러나면 그 감당은 어쩌려고 이렇게 일을 막 벌린다는 말인가.
하지만 순자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별안간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까지 당신들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갑자기 무슨 소리를······.”
“당신이 고작 은행 습격 따위의 일을 주도할 만한 급은 아니잖아요?”
“······.”
에다가 입을 다물었다. 순자의 말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에다 블루는 야수곡 산하의 문파들 중 꽤 규모가 큰 중견문파인 공룡문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위간부. 그런 그녀가 고작 은행 습격을 위해 움직였다는 건 명백히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정체를 드러낼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했었는데······.’
에다가 보이지 않게 주먹을 꾹 쥐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억울했다.
누군들 참룡검제같은 초대형 거물이 움직일 줄 알았겠는가. 우주선을 수수깡처럼 잘라버리는 절대고수가 개입했는데 그녀의 정체를 숨기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억울함을 속으로 삼키는 그녀를 향해, 순자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신들의 진짜 목적은 야수곡과 황보세가, 정의문의 사이에 균열을 만드는 거겠죠?”
“······.”
정확한 추측이다. 무슨 반응을 보여도 손해였기에 에다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순자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살짝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세 문파에서 굳이 지금의 균형을 깨트려서 얻을 건 없죠. 그렇다면 남은 요인은 외부의 요인 뿐이네요?”
그리고 외부 세력 중에서 현재의 균형을 무너트리며 분란을 조장하기에 가장 유력한 세력은 하나죠. 순자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혈교.”
그걸 이렇게 엮는다고? 순자의 말을 들은 에다는 황당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비약으로 집행관을 소환한다고요? 따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야 문주가 자신에게도 알려주지 않을 만큼 비밀스런 일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혈교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비약이 심한 이야기가 아닌가.
차라리 물증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심증, 그것도 저런 끼워 맞추기나 다름없는 어설픈 심증으로 오라 가라 할 만큼 집행관은 한가한 직업이 아니었다.
에다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타이르듯 말했다.
“고작 그런 이유로 부른다면 집행관이 퍽이나 오겠군요. 이건 적대관계를 떠나 솔직한 충고인데, 감당 못할 짓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에요.”
사실 속내가 아예 없는 말은 아니었다. 말도 안되는 어거지 심증으로 집행관이 납득할 수 있는지는 둘째치고, 그들이 끼어들 만큼 일이 커지는 것은 그녀와 공룡문으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순자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네요.”
저희가 얼마 전 하북팽가에 있을 때 무슨 사건이 일어났었는지 잊으셨나요? 순자가 물었다.
“지금 무림교류부는 어느 때보다도 혈교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어요. 물증 없이 심증만 있다고는 해도, 집행관이 움직일 이유로는 충분하다는 뜻이죠.”
설득력이 없진 않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공룡문을 위협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냉정을 되찾은 에다는 순자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당신 말처럼 집행관이 움직일 수는 있다고 치죠. 하지만 집행관이 물증도 없이 무림문파에 대해 강제로 감사를 진행할 만큼 무리수를 둘 리는 없다는 것 정도는 아셔야 할텐데요.”
분명 무림문파들에게 집행관이라는 존재는 되도록 척지고 싶지 않은 존재들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집행관이 무림문파에게 아무렇게나 대해도 괜찮을 정도로 일방적인 관계는 절대 아니었다.
명분이라는 이름의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건 분명 대단한 힘이다. 하지만 그 명분이 확실한 것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그 칼날은 반대로 뒤집어질 수 있었다.
에다는 알고 있었다.
물증도 없는 상황에서 혈교몰이를 핑계로 공룡문을 감사하는 것은 집행관으로서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부담이라는 것을.
그래.
그것이 평범한 집행관이었다면 말이다.
“후후.”
순자는 에다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깜찍하게 생긴 외형과는 어울리지 않는, 진득한 미소였다.
‘······어?’
그리고 그 순간, 에다는 보았다.
순자가 아닌 그녀의 등 뒤로, 푸른 행성을 감싼 월계수잎 문양이 새겨진 최신형 우주항행선이 공간을 찢으며 우주공간에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을.
‘설마.’
인류정부의 문양 옆에 새겨진, 올빼미가 새겨진 방패 문양을 본 에다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세차게 흔들렸다.
그녀는 저 문장이 무엇을 뜻하는 지 알고 있었다. 집행관 중에서 개인적인 심볼을 사용하는 것이 허락된 것은 이 우주 전체에 오직 열세 명 뿐이었으니까.
할 말을 잃은 그녀의 귓가에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일등 집행관이 출동하면 어떨까요?”
“오랜만에 뵙네요. 마지막으로 뵌지 일 년 좀 넘었나요?”
목진과 마주한 아테나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은 목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쯤 되긴 했군.”
지난 천마신교 32교구 습격사건 때, 순자가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대화를 한 것은 벽력자 한천향 사태 때가 마지막이다.
그러고 보면 지난번에는 이 관리에게 신세를 진 적이 있었지. 문득 그가 뮤즈 행성의 돔을 박살냈을 때 덮어준 것이 그녀라는 것을 떠올린 목진이 아테나를 향해 가볍게 포권의 예를 표했다.
“지난날 귀하께서 도움을 주시었다 들었소.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감사를 드리오.”
“순자 양에게는 도움을 받은 일이 있으니까요.”
순자가 슬며시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며 들어올렸다. 그런 그녀를 본 아테나가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요 복덩이 같은 녀석.’
며칠 전 처음 연락이 왔을 때는 조금 실망할 뻔하긴 했지만, 그건 그녀의 착각일 뿐이었다.
지난 일 년 동안 그 고생을 하면서도 좀처럼 파악할 수 없던, 혈교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보해 준 고마운 정보원. 그렇게 생각하니 저 조그마한 안드로이드 소녀가 그리도 이뻐 보일 수가 없었다.
“이야기는 들었어요. 혈교의 개입이 의심되는 일이라고요?”
“확실하진 않지만요.”
순자가 재빨리 덧붙였다. 목진의 판단이니 충분한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모르니 최소한의 빠져나갈 구멍은 파둬야 했기 때문이다.
아테나는 순자의 말에 피식 웃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조금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거든.”
그녀라고 해서 재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이는 순자의 의도를 알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아테나 스스로의 말마따나 기술선도국, 나아가 인류정부의 중추까지도 혈교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간과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애초에 순자 정도 되는 인물이 아무 근거도 없이 혈교의 개입 가능성을 입에 담았겠는가. 아테나의 시선이 다시 목진에게 향했다.
“듣기론 대협께서 혈교라는 이름을 먼저 꺼내셨다고 들었는데요.”
그렇소. 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다 할 증좌가 있는 것은 아니나, 현 무림이 돌아가는 판세를 보아하니 그 혈교라는 사교도들, 혹은 그들과 연결된 이들이 개입했음이 유력해 보이더군.”
사실 논리적인 추론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뭔가 애매한 감이 있는 말이었다.
아무리 목진이 거대한 판도를 보고 있다고는 해도, 제삼자가 보기에는 그저 직감에 근거한 주장일 뿐이었으니까.
“그렇군요. 이해했어요.”
하지만 아테나는 의구심을 보이는 대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리고 무림교류부는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림의 절대고수라 불리우는 인종들이 내리는 판단은 결코 가벼이 흘려넘길 만한 게 아니라는 것을.
그것이 무공에 의한 것이든, 혹은 경험에 의한 것이든 그만한 고수의 판단은 충분히 참고할 가치가 있다. 그렇기에 아테나는 목진의 말에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일단은 확인을 위해서 공룡문으로 향해야겠네요. 아, 인질 쪽 일은 제 부관이 포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걱정하실 필요 없으세요.”
굳이 에다를 신문하고 있는 부관이 정보를 뱉어내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일등 집행관의 권한이면 공룡문의 항행기록 정도는 얼마든지 조사할 수 있으니까.
“신경써 주어서 고맙구려.”
“민간인의 안전을 위한 것은 저희의 임무니까요.”
목진의 말에 아테나가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답했다. 과거 좋지 않은 경험으로 인해 관리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던 목진으로서는 꽤나 인상적인 대답이 아닐 수 없었다.
‘저것이 참된 관리의 자세지. 아암.’
묘하게 감격스러움을 느낀 목진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테나는 그런 목진의 반응에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 그리고 잠시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요.”
“여쭙는다?”
“네. 대협한테요.”
“무엇을 말이오?”
목진이 물었다. 아테나는 목진의 말에 질문을 던지는 대신 고개를 조금 돌려 옆을 돌아봤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차렷 자세로 선 채 기둥마냥 손끝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 낭호교 삼자매가 있었다.
‘뭐? 혈교? 혀얼교?’
솔직히 말해서, 무림을 여행하는 지극히 평범한 현상금 사냥꾼에 불과한 그녀들로서는 귀에 들리는 이야기들 하나하나를 들을 때마다 위장에 구멍이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참룡검제 하나만 해도 무서워 미칠 지경인데 일등 집행관이라니. 거기에 혈교라니.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스케일이었다.
도망가고 싶다. 진짜 격렬하게 도망가고 싶다.
근데 이 우주선이 우리거네? 도망 못 가네? 망했네?
겉으로는 영업용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들은 속으로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아테나는 알만하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삼자매를 향해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잠시 자리를 비켜주실 수 있으실까요?”
“물론입미햐······물론입니다!”
잔뜩 긴장한 여름이 혀를 씹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들의 정신은 도저히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원, 호들갑은.”
저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겁지겁 이동하는 그녀들의 뒷모습을 보며 목진이 끌끌 혀를 찼다. 순자는 알만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삼자매가 자리를 떠난 것을 확인한 목진은 다시 아테나를 돌아봐며 물었다.
“어디, 그럼 한번 무슨 이야기인지 말해보시오.”
“네. 그럼.”
목진의 말에 아테나의 표정이 한층 진지하게 변했다.
“참룡검제 이목진 대협.”
그녀는 목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대협께서는 천마신교와 어떠한 관계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