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36)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37화(237/349)
36. 납자응징 Kidnapper Judgment (3)
36. 납자응징 Kidnapper Judgment (3) – 최악의 시나리오
일 년 전, 목진을 필두로 한 다섯 명의 절대고수와 천마신교가 충돌한 사건은 무림교류부 내에서도 꽤나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직전에 일어난 뮤즈 행성 돔 테러사건 쪽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
무림인이 사고를 쳐서 행성 행정부와 갈등을 빚는 일은 흔해빠진 일이다.
하지만 일어난 사고가 행성도시에 대한 테러행위에 준하는 사고이고, 사고를 친 무림인이 무림에서 손꼽히는 절대고수이며, 거기에 얽혀있는 문파가 천마신교와 살막이라는 것은 전혀 흔해빠진 일이 아니었다.
다른 사건도 아니고 인구 수백만의 도시에 위협을 가했던 도시 테러다. 자칫 일이 잘못 꼬이기라도 했으면 무림과 인류정부 사이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무림교류부가 직접 나서기 전에 우연히 사건에 개입한 일등집행관이 잘 마무리 지었기에 망정이지, 오죽했으면 당시에 무림교류부 내부에서 긴급대응팀을 꾸리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겠는가.
하지만 뮤즈 행성에서의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보다 정확히는, 새로운 문제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해야 하리라.
– 참룡검제를 포함해 다섯 명의 절대고수가 천마신교와 충돌 가능성이 있음.
사건에 개입했던 일등집행관, 아테나로부터 올라온 추가 보고는 뮤즈 행성 사건의 마무리로 안심하고 있던 무림교류부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솔직히 믿을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무림에서 전략병기 취급을 받는 절대고수 다섯 명이 파티를 짜고 무림 최대 단일세력인 천마신교의 교구를 들쑤시러 간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란 말인가.
그러나 천마신교의 실세인 부교주 존 로갈과 십삼마존들이 움직인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무림교류부는 진위확인이고 나발이고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기겁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하나였다.
– 이거 이러다 진짜로 정마대전 터지는 거 아니냐?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지만, 합리적이기 그지없는 우려였다.
만화검존 용적산. 그리고 아수라 붓다.
정파의 기둥인 구파일방의 장문인 출신만 두 명에, 정파로 분류되는 김연화까지 더하면 거의 마도 대 정파라고 해도 무방한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거기에 화산파와 소림사를 주축으로 정파무림이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천마신교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니, 무림교류부로서는 온 부서의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혈교의 활동이 의심되고 있는 상황인데 정마대전까지 터지면 정말로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이 무림 전역을 집어삼킬 터.
문제는 뮤즈 행성 때와는 달리 이번 32교구 습격 사태는 무림인들 사이의 충돌이기에 제아무리 무림교류부라도 직접 개입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전의 숱한 무림대전 때마다 인류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관무불가침(官武不可侵).
자기네들끼리 무림대전을 치르건 말건 다 좋다 이거다.
하지만 최소한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할게 아닌가.
– 지금 혈교가 나오니 마니 하는데 자기네들끼리 싸우면 어쩌자는 건데?!
혈교의 준동을 감시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무림교류부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언가 능동적인 행동을 할 수는 없는 상황. 당시에 무림교류부가 비상차출된 일선의 이등 집행관에게 내린 명령은 이러했다.
– 정면 무력충돌이 일어나고, 정마대전으로 확전될 조짐이 보이면 타이밍을 맞춰 중재 의사를 타진할 것.
아주 효과가 없는 명령은 아니었다.
이 사태를 인류정부에서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브레이크 역할은 해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러한 무림교류부의 우려 속에서, 결국 절대고수만 도합 열 명이라는 막나가는 매치업의 전투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 아, 이거 완전 정마대전이네.
행성 밖에서도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격렬한 전투를 보며, 무림교류부의 상층부는 탄식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전투가 종식된 뒤의 결과는 그들이 예상한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었다.
– 정파 쪽에서 전력을 해산시켰다고?
– 천마신교도 침묵하고 있다는 게 정말이냐?
– 32교구가 반파될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는데 절대고수 중에서 죽은 사람이 없어? 그걸 믿으라고?
자세한 속사정을 알 길이 없는 무림교류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천마신교 32교구와 계약을 맺고 일하던 민간인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천마신교 측과 정파진영 측의 절대고수들이 오 대 오로 싸운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정마대전을 일으킬 것마냥 싸우더니 막상 싸움이 끝나자 별 일 아니었다는 듯 묵묵히 뒷처리를 하는 모습이라니. 무림의 대규모 전투치고는 이상하리만치 그 끝이 허무한 케이스이지 않은가.
하지만 당시의 무림교류부는 그러한 이상에 대해서 깊게 알아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당장 혈교의 움직임으로 인해 관무집행위원회가 반 년 가까이 비상경계태세를 유지중이고, 무림교류부의 다른 부서들도 분담되는 업무로 인해 피로도가 적지 않은 상태. 무림교류부로서는 무림대전으로 확전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눈물을 흘리며 감사해야 할 입장이었다.
–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정마대전 안 터졌으면 된 거 아니겠어?
다소 미심쩍기는 하지만 일단 일이 안 터졌으니 지들끼리 알아서 하게 냅두자.
적어도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더랬다.
그러나 문제는 몇 개월 전, 무림교류부의 요청으로 천마신교 측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을 때 벌어졌다.
– ······누가 누구한테 졌다고?
천마신교의 전대 교주이자 현 부교주인 존 로갈.
그리고 삼백 살 가까이 살아온 천마신교의 살아있는 전설 라이디 직스.
두 사람 모두 우주제일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절대고수들 중에서도 최상위로 꼽히는 고수들이다.
그런데 그 둘이 뭐?
– 그 둘이 합공을 했다고? 그리고 졌어? 그게 말이 돼?
– 참룡검제는 괴물인가?
백룡대 하나를 홀로 갈아버렸다는 일화 이상으로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
하지만 무림교류부는 그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믿어야만 했다.
그 정보의 출처가 바로 자존심 하나로 먹고사는 천마신교였으니까.
– 이 인간들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무림교류부의 상층부는 혼란스러웠다.
애초에 그 자존심 강한 천마신교가 자기네들 고수가 협공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패배까지 했다는 사실을 저리 당당하게 밝힌다는 것부터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물었다.
– 대체 참룡검제랑 무슨 일이 있었길래 졌다는 소리를 그렇게 자랑스럽게 말하는데?
물론 실제로 전달된 문장은 저것보다는 조금 더 정중하고 우회적이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질문에 대한 천마신교 측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 참룡검제 대협이 허락하지 않으면 답할 수 없다.
무림교류부의 상층부는 슬슬 무언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참룡검제와 천마신교 사이에 뭐가 있구나.
지 잘난 맛에 사는 천마신교가 알아서 저자세를 취할 정도다. 태어난 지 세 시간 지난 안드로이드라도 양측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예상치 못한 변수의 등장에 무림교류부는 당혹스러웠다.
– 이거 참룡검제가 사실 천마신교 소속이었다거나 하면 골치 아파지는데.
그들의 입장에서 참룡검제 이목진은 오대세가 견제를 위한 다크호스였다.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개인이고, 무력과 명분을 가지고 있기에 오대세가를 견제하기에 최적인 존재.
만약 목진이 천마신교 소속이라거나 하는 이야기가 무림에 돌기 시작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혈교의 움직임을 경계하고는 있지만, 그건 오대세가의 견제와는 별개의 문제다. 무림교류부의 입장에서 참룡검제 이목진의 소속을 의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복잡한 배경 속에서, 일등 집행관인 아테나가 혈교의 흔적을 쫓는 도중 참룡검제와 접촉하게 된 것이다.
천마신교와의 관계라. 목진이 가볍게 팔짱을 끼며 아테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목진이 천마였다는 사실은 32교구 습격 때 그 자리에 있던 이들만이 알고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반년의 시간 동안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기에 입단속이 잘 되었다 생각하고 있었거늘, 설마 다른 곳도 아닌 관에서 그의 정체를 캐물어올 줄이야.
어디까지 알고 물어보는 것일까. 목진은 섣불리 대답하는 대신 거꾸로 질문을 던졌다.
“그 이야기를 묻는 저의가 무엇이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질문이었다.
목진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아테나는 우회적으로 말을 돌리는 대신, 당혹스런 표정을 짓는 순자를 흘긋 바라본 뒤 솔직하게 말했다.
“무림교류부는 무소속으로 알고 있었던 참룡검제 대협이 혹시 천마신교의 소속이 아니었나에 대해 우려하고 있어요.”
무소속으로 알고 있었던.
순자가 있기에 대놓고 계약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했지만, 무림교류부의 우려를 전달하기엔 충분한 말이다.
“음.”
아테나의 말에 담긴 속뜻을 파악한 목진의 눈가가 꿈틀 움직였다.
스스로는 소속이 없다 여기고 있으나, 한때 그가 천마신교를 이끌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거기에 현대의 천마신교도 그를 시조로 추앙하고 있다.
이런 처지에서 무작정 나는 소속이 없노라고 고집을 부릴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을 말할 생각은 없다. 어차피 금세 들통날 하책이기도 하거니와, 목진은 거짓으로 스스로가 이룩한 업적을 부정할 생각이 티끌만큼도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오직 하나, 정면돌파 뿐이다.
목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대들이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오. 본인은 먼 과거에 천마신교에 몸담고 있었소.”
“아······.”
목진의 말에 아테나가 탄식을 내뱉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다. 천마신교가 목진을 대하는 자세는 마치 먼 과거의 위대한 조상을 숭배하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정작 목진으로부터 확답을 받으니 마치 땅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목진을 통한 오대세가 견제 플랜을 조율하기 위해 얼마나 세심하게 신경을 썼던가. 목진이 제시했던 사천당가 재건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관무집행위원회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당사자 중 하나가 바로 아테나 자신이었다.
‘아니, 아직 속단은 일러.’
아테나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미 자신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텐데도,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사내로부터 조금의 낭패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혹시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일말의 기대감을 품은 채 아테나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대협께선 천마신교에서 간부급 이상의 자리에 계셨던 건가요?”
목진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 위쪽을 가리켰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은 적이 없다오.”
사람들은 나를 천마라 불렀지.
아테나가 저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았다.
최악의 시나리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