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38)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39화(239/349)
36. 납자응징 Kidnapper Judgment (5)
36. 납자응징 Kidnapper Judgment (5) – 어디 근본 없는 놈이 굴러와서
공룡문(恐龍門).
멸종한 동물인 공룡의 유전형질을 복원해낸 중형 문파이자 숱한 컨셉들을 잡고 활동하는 야수곡 산하 문파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문파다.
무공 자체는 그리 특출나다 할 수 없지만, 수상하게 많은 문도들이 입문을 위해 문을 두드리는 곳.
그런 공룡문의 중앙연무장에는 공룡문의 주인, 폭군룡(暴君龍) 타이란만이 앉을 수 있는 문주 전용 의자가 있다.
터질 것 같은 근육질에 삼 미터에 달하는 거구를 자랑하는 타이란이 앉아도 비좁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석재의자. 타이란은 그 의자에 앉아 날카로운 발톱이 돋아난 손가락으로 가만히 팔걸이를 두드렸다.
“흐으음······.”
“문주님? 왜 그러십니까?”
그의 옆에 시립해 있던 총관이 물었다. 적지 않은 시간 문주의 곁을 보좌해온 그는 타이란이 평소답지 않게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날카로운 눈으로 하늘 위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최근 문파 내에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떠올린 총관이 물었다.
“혹시 에다 실장이 맡은 일과 관련이 있습니까?”
총관의 물음에 타이란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그는 여전히 하늘을 응시한 채 특유의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신경쓸 것 없는 문제다.”
신경쓸 게 없다고? 총관은 미간을 좁혔다.
공룡문의 주력 전투대인 신룡중의 우두머리이자 타이란이 아끼는 심복이 한 달 가까이 자리를 비웠다. 그런데 수십 년간 문파의 대소사를 주관해온 총관인 자신이 신경을 써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나.
총관도 안다. 폭군왕이라는 별호에 걸맞게 타이란의 성격은 오만하고 독선적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관이 십수 년 가까이 그의 곁에 남아있는 이유는, 적어도 문파를 관리하는 자신에게는 나름의 존중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총관은 최근 이삼 년 들어 주군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겉으로는 이전과 같이 그를 대우해주는 듯 하지만, 무언가 결정적인 부분에서 삐걱인다고 해야 할까. 공룡문을 이끄는 오랜 파트너로서의 존중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보름 전에 웬 꼬맹이들을 데려와서 맡아두신 것도 그렇고, 요즘 문주님께서 제게 숨기시는 일이 많으신 듯 합니다.”
총관은 서운함을 담아 말했다. 그야 때로는 총관인 그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 정도는 있겠다마는, 요즘엔 그런 일들이 너무 잦았다.
‘연구소장 놈이 오고 나서 문주님이 변하신 것 같단 말이지.’
재수 없는 놈. 오 년 전에 공룡 유전형질 복원을 위해 새로 부임한 밀스 연구소장의 얼굴을 떠올린 총관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쭉 째진 눈에 유들유들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뺀질이 같은 남자.
그래, 딱 저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처럼 생긴 사내였다.
“······밀스 연구소장?”
아니 저 놈팽이가 왜 여기까지 온 거지. 총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제 연구소에만 틀어박혀있는 밀스가 직접 본관까지 온 것을 보면 결코 좋은 일일 것 같지는 않았다.
“강녕하셨습니까, 문주님.”
“음.”
“총관님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뭐······한 달쯤 되었으니 오랜만이긴 합니다.”
총관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답했다.
오 년 정도 한식구로 살았으면 정이라도 들 법도 한데, 총관은 밀스라는 연구소장의 뺀질거리는 태도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침 총관님도 계시니 이야기가 더 편해지겠군요. 제가 타이밍을 잘 맞춘 모양입니다.”
아, 이거 조질 각인데. 총관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연구직인 밀스가 자신과 타이란 문주에게 동시에 찾아올 일이라면 뻔하지 않은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추가 예산을 편성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니 시발 진짜 해도해도 정도가······!”
“총관.”
타이란이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은 총관을 살짝 노려봤다. 그가 총관을 대우하긴 하지만 면전에서 욕설을 내뱉는 것까지 용납하는 것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문주님.”
지적을 받은 총관이 냉큼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입 다물고 찌그러지기엔, 십수 년 총관 경력은 헛수고가 아니었다.
총관은 밀스를 흘긋 노려보며 타이란을 향해 말했다.
“문주님. 안 그래도 이번 분기에 밀스 연구소장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책정된 예산이 과하다는 소리가 나왔었습니다. 하다못해 어떤 연구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으면 모를까, 기밀이라면서 계속 예산만 타간다면 아무리 공룡문의 재정이 건실해도 마냥 지원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밀스의 입에서 나온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무슨 프로젝트던가. 유전형질 복원 때문에 부임했으면 자기 일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수인 강화연구니 뭐니 하면서 몇 년째 문파의 예산을 걸신들린 듯이 빨아먹는 연구가 아닌가.
총관의 입장에서 그쪽 전문가도 아닌 주제에 공룡문의 예산을 축내는 밀스가 이뻐 보이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마음같아선 그딴 헛짓거리 때려치우고 니 할 일이나 잘 하라고 엉덩이를 걷어차주거나, 하다못해 예산이라도 팍 깎아버리고 싶다.
그러나 총관의 작고 간절한 소망과는 달리, 문주 타이란은 총관의 말을 듣기는 한 것인지 빙글빙글 미소를 짓고 있는 밀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일의 진행은 어떻지?”
“로드맵을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주님.”
“······좋아. 허가하지. 총관에게 추가 예산안을 제출하도록.”
“문주님!”
자신의 진심어린 충언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타이란의 태도에 총관이 꽥 소리를 질렀다.
타이란이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시끄럽군.”
“제가 괜히 이런 말을 하겠습니까?! 갈수록 그놈의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예산이 커지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제대로 된 사용 내역도 제출하지 않는 기밀 프로젝트에 근 삼 년 동안 투자한 예산이 얼마인지는 아시는지요? 아무리 문주님께서 추진하시는 일이라지만 정도가 있는 법이 아닙니까!”
“그만.”
타이란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의 샛노란 눈동자가 총관을 향해 번뜩였다.
“나를 못 믿겠다는 건가?”
“······.”
이젠 모르겠습니다. 총관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소리를 간신히 참아냈다.
타이란은 그런 총관을 바라보며 더 이상 토 달지 말라는 듯 단호함을 담아 입을 열었다.
“내가 직접 감독하고 있는 연구다. 허튼 곳에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아니니 총관은 더 이상 그 이야기를 꺼내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총관이 힘없이 대답했다. 밀스는 그런 총관을 바라보며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저 꼴보기 싫은 밀스의 앞에서 문주에게 까이는 모습을 보이니 마음의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고작 이런 대접이나 받으려고 공룡문에 인생을 바쳤나. 밀려오는 회의감에 총관은 보이지 않게 주먹을 꽉 쥐었다.
우우웅. 그때 총관의 팔목에 찬 휴대용 단말기가 작게 진동했다. 수하로부터 통신이 들어왔다는 이야기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저 두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데 타이밍이 좋다. 총관은 자연스럽게 한쪽 구석으로물러나며 단말기를 켰다.
그에게 통신을 걸어온 이는 공룡문의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경비소장이었다.
“무슨 일인가?”
– 총관님! 큰일 났습니다!
평소 호들갑과는 거리가 먼 수하의 다급한 목소리. 총관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보고하게.”
– 방금 무림교류부의 집행관이 행성경비군을 대동하고 입구를 통과했습니다!
“뭐?”
전혀 예상치 못한 보고에 총관이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숙덕숙덕 자기들끼리의 대화를 나누던 타이란과 밀스의 시선이 총관에게 향했다.
하지만 총관은 그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집행관? 아니 집행관이 여긴 왜?’
인류정부를 대행하는 집행관이 무림문파에 직접 방문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그마저도 보통은 사전 연락을 통해 일정을 조율한 뒤에 정식으로 방문하는 게 관례이다.
그들이 아무런 통보 없이 들이닥치는 경우는 단 하나, 해당 무림문파에 심각한 범죄 혐의를 가진 용의자가 머물고 있을 때뿐이었다.
설마 공룡문에 범죄자가 숨어들기라도 한 걸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총관의 머리를 스쳤다.
‘아니, 아니야. 고작 범죄자를 잡으러 오는 거라면 행성경비군까지 대동할 이유가 없어.’
그냥 들이닥치기만 했어도 충분히 손님 대우를 받으며 범죄자 색출에 협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행성경비군까지 대동한 이유.
그것은 어쩌면 적이 문파 내부의 범죄자가 아니라, 이 공룡문 전체이기 때문은 아닐까.
총관의 명석한 머리가 도출해낸 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가설이었다.
“설, 마······?”
총관이 망연한 얼굴로 밀스를, 그리고 타이란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총관의 표정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총관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그들을 향해 물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쾅! 귀청이 떨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본관의 대문이 활짝 열린 것은 바로 그 직후의 일이었다.
세 사람의 시선이 대문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일단의 무리가 본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가장 중앙에 선 것은 다크 바이올렛의 머리카락을 하고 있는 정장의 여성. 그녀의 우측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객 하나와 안드로이드 소녀가, 그녀의 좌측에는 이 행성의 행정관이 그녀와 보폭을 맞춰 걸어오고 있었다.
“······무림교류부.”
정장을 입은 여성의 가슴에 달려 있는, 푸른 행성을 감싸안은 월계수잎의 문장. 그리고 그 아래 명찰에 새겨진 여인의 이름을 본 타이란과 밀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는 여유가 가득한 얼굴로 그들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
“공룡문주 폭군왕 타이란. 마침 자리에 있었네요?”
타이란은 굳게 입을 닫은 채 여인, 아테나를 응시했다. 그의 입이 열린 것은 잠시 뒤였다.
“······무림교류부의 일등집행관께서 본문에는 어쩐 일이시오.”
숨길 수 없는 경계가 가득한 목소리. 인류정부의 집행관이 마냥 환영할만한 존재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타이란은 다소 과할 정도로 아테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아테나는 그런 타이란과 대비될 정도로 여유로운 표정을 한 채 그를 향해 되물었다.
“글쎄요. 어쩐 일일까요?”
“본인은 사담을 좋아하지 않소.”
“이유라면, 문주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타이란을 향해 고개를 내민 아테나가 이죽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입가에는 마치 그를 비웃는 듯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타이란은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본인은 짚이는 것이 없소마는.”
“아, 그러세요?”
나는 어쩐지 느낌이 오는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덧붙인 아테나는 타이란의 의문을 풀어주는 대신 고개를 돌려 검을 차고 있는 사내를 보며 물었다.
“어떤가요?”
검을 찬 사내, 목진이 대답했다.
“당첨이오.”
그의 눈은 정확히 폭군왕 타이란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