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41)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42화(242/349)
36. 납자응징 Kidnapper Judgment (8)
36. 납자응징 Kidnapper Judgment (8) – 잡신은 취급 안한다.
“참룡검제······?”
밀스의 말에 목진의 정체를 모르고 있던 총관과 행정관, 그리고 행성경비군들 중 일부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굳이 무림에 몸담고 있지 않더라도, 무림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참룡검제의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가 어떤 일로 그 별호를 얻었는지도.
“쯧. 괜한 소리를.”
목진이 가볍게 혀를 찼다. 굳이 목을 매고 숨길 이야기는 아니나, 그렇다고 무림인인 자신이 관리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알려져서 좋을 것도 없었다.
목진은 밀스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마혈을 점혈당한 채 바닥에 나뒹군 밀스는 목진을 올려다보며 킬킬 웃었다.
“지금까지 외부에 드러난 심염고(心染蠱)는 하나밖에 없어. 하북팽가의 가주에게 심어져 있던 놈이지. 그런데 공룡문주에게 심어져 있던 심염고를 색출하고 주저 없이 뽑아낼 수 있는 고수라면 달리 누가 있겠어?”
“마음을 물들이는 고독이라······이름 한번 고약하게 잘 지었군.”
목진이 얼굴을 찡그렸다.
단순히 사람을 조종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오염시키는 고독. 팽호혁 때도 보긴 했지만 참으로 악랄하기 그지없는 사술이었다.
“흐응. 제법 협조적으로 나오잖아.”
“하. 어차피 전뇌화 시술을 당하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게 까발려질 텐데 굳이 숨길 게 뭐가 있지?”
아테나의 말에 밀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신과 고독의 존재가 밝혀진 이상 어차피 공룡문의 장악은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 기껏 연구하던 프로젝트들이 헛수고가 된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난 아는 게 많지 않아. 물어볼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빠져나갈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대단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더욱 아니었다.
핏빛 죄의 축복을 받아들인 이후로, 그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전뇌화 시술을 알고 순순히 협조한다······포교자 계급인가.’
매뉴얼대로다. 아테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포교자. 속칭 썩은 열매.
문파나 정부기관의 심부에 잠입한 뒤 암중에서 주변인들을 혈교에 물들이는 악랄한 혈교 끄나풀들을 두고 칭하는 말이었다.
과일바구니 속에 들어간 썩은 열매처럼 주변을 썩혀버리는 암덩어리 같은 자들.
평범한 모습을 연기하며 은밀하게 수족을 늘려가다가, 혈교가 본격적으로 발호하면 오염된 이들과 함께 일제히 거병하기에 내버려두면 두고두고 골치가 아프게 만드는 놈들이었다.
‘얻을 건 별로 없겠지만······당장은 이놈들이 알고 있는 정보도 감지덕지지.’
밀스의 말마따나, 포교자 계급은 외부에 노출되기 쉬운 특징 때문에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활동하는 이들이다. 당연히 해당 문파를 장악하기 위해 부려놓은 수작질 외의 정보들은 별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중앙이 오염되었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는 사소한 정보라도 직접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테나는 바닥에 쓰러진 채 꿈틀거리는 밀스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네가 혈교에 오염된 경로는 뭐지?”
“오염이라니. 말이 심하군. 비로소 가축의 굴레 벗어나게 만들어 준 위대한 축복인데.”
“닥치고 질문에나 대답해.”
아테나의 날카로운 말에 밀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휴양 여행을 갔다가 우연찮게 만난 혈교도.”
“그 자는 지금 어디에 있지?”
“흐.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셨나, 집행관 나으리? 깔끔하게 불태워서 한 줌 잿가루로 변한 지 오래야.”
“미친 놈들.”
아테나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긴 하지만, 역시나 예상대로의 대답이었다.
역추적을 당할만한 연결고리는 순교시켜서 입막음을 한다. 혈교라는 족속들이 얼마나 사람 목숨을 소모품처럼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조직운영 방식이었다.
“······고작 이 정도 일을 위해 수하의 목숨을 태운다는 말이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목진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야 보안은 중요하긴 하다만, 임무를 완수한 수하의 목숨을 굳이 버림패로 써야할 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천마신교라는 거대 문파를 이끌던 우두머리인 그로서는 수하의 목숨을 가벼이 하는 혈교의 행동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혈교는 유래 없이 전염력이 강한 종교집단이잖아요. 교도들 전체가 광신도나 마찬가지죠.”
“과연 사교도 소리를 듣는 놈들답구나.”
순자의 설명에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런 놈들이 도처에 창궐하고 있다니 관이든 무림이든 유난스럽게 반응하는 게 이해가 갔다.
“심염고는 누가 만들었지?”
“글쎄? 나도 받기만 한 게 전부라 모르겠는걸. 하지만 대충 어디서 만들어졌을지는 당신정도쯤 되면 짐작 가는 곳이 있을 텐데.”
“······.”
역시 기술선도국인가. 밀스의 말에 아테나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희의 목적은?”
“보면 알잖아? 아직 위대한 깨달음을 얻지 못한 이 공룡문의 불쌍한 중생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곧 도래할 심판의 날을 맞이하는 거지.”
다분히 종교적인 표현으로 점철된 말이었지만, 결국 공룡문을 장악해서 혈교가 준동할 때 가세하겠다는 소리였다. 혈교 대응 매뉴얼에 나온 내용대로의 반응이었다.
“공룡문을 장악하려던 계획은 뭐지?”
“수인 강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트레이닝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교리를 전파해 공룡문 전체를 장악할 생각이었어.”
수인 강화 프로젝트라. 어디서 들어본 듯한 패턴이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목진이 물었다.
“······그 강화 프로젝트라는 것, 혹 팽가의 창귀 프로젝트라는 것과 관계가 있느냐?”
눈썰미가 좋으신걸. 밀스가 허를 찔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연구에 따라 차이는 좀 있겠지만, 뿌리가 되는 기술은 같을 거야.”
이건 전뇌화 당해도 웬만하면 알아채기 쉽지 않을 텐데. 손해 봤네. 밀스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현재 공룡문에서 혈교에 오염된 인원은?”
“흠······연구진 쪽은 대부분 장악했고, 삼각당(三角黨) 부당주, 비익당(飛翼黨) 당주와 당원들 절반 정도도 우리 쪽이지, 그리고······.”
태연하기 그지없는 밀스의 입에서 하나씩 꺼내지는 이름에 신문과정을 지켜보는 총관의 얼굴에서 점점 핏기가 가셨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공룡문 전체 전력의 삼 할 가까이가 혈교에 잠식된 상태.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혼절하지 않은 총관을 흘긋 바라보며, 아테나가 다시 물음을 던졌다.
“총관도 오염되었나?”
“흐음······. 마음 같아선 똥물 한번 튀겨주고 싶긴 한데, 애석하게도 아니네. 저 양반은 날 유독 싫어하더라고.”
총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습은 어렵지 않겠네.’
명분이 확실하고 행정부가 협조한다고 해도, 관무불침의 기조가 여전한 있는 이상 이번 일의 수습은 결코 쉽지 않을 터. 문파의 운영을 주관하던 핵심인물인 총관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건 썩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좋아. 마지막 질문이다. 명령이 내려오는 경로는 어떻게 되지?”
알려지지 않은 신기술을 도입하고, 따로 고독을 공수해올 정도면 최소한 윗선으로부터 지시를 받는다는 뜻. 아테나는 눈앞의 포교자 나부랭이가 온전히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애당초 하북팽가의 봉문에 혈교가 엮여있다는 사실은 소문만 무성할 뿐 외부에 공표된 일이 아니다. 당연히 고독에 대한 것도 공표된 적이 없었고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저 멀리 떨어진 하북팽가의 일을 알고 있다? 그 말은 곧 혈교의 윗선에서 언질이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녀의 추리와는 달리, 밀스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흐흐. 너희는 말해봐야 백날 천날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언제나 위대한 분의 자애로운 그림자 아래에서 보호받고 있어.”
“뭐?”
“그분은 저 먼 공허 속에 계시지만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지. 그분께선 항상 우리의 귓가에 속삭이셔. 그러면 우리들은 단지 그분의 거룩한 계획을 위해 신실한 종이 되어 그분이 원하시는 것을 행할 뿐이지.”
“······허. 이놈이 이제는 또 사교도다운 말을 하는구나.”
지금까지는 잘만 협조하던 주제에 갑자기 웬 광신도 행세라는 말인가. 목진의 말을 들은 아테나가 인상을 찡그렸다.
“헛소리 말고 밝히기 싫으면 싫다고 말 해. 어차피 전뇌화 시키면 다 알게 될 텐데.”
하지만 밀스는 킬킬거리며 웃었다.
“거 봐. 내가 말했잖아. 너희는 이해 못 할 거라고.”
내가 지금까지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 것처럼 들리나? 어느새 붉게 변한 밀스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짙은 광신(狂信)이 그 위로 번들거렸다.
“삼백육십오일 이십사 시간 내내 우리는 깊은 정신 속에서 그분과 영접하고, 핏줄을 타고 흐르는 피로 그분의 존재를 실감하고 있어. 그분이 곧 우리고, 우리가 곧 그분이지. 아직 합일(合一)이 완전하지 못해 그분의 목소리를 듣는 게 고작인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야.”
“······이제 더 이상 이야기해봐야 의미가 없겠네.”
아테나가 혀를 찼다. 도대체 어디서 트리거가 당겨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름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하던 전과는 달리 지금의 밀스는 도저히 대화가 통할 것 같지는 않았다.
“대협. 부탁드려요.”
“안 그래도 이 광인의 헛소리를 언제까지 들어주어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소.”
아테나의 말에 목진이 기다렸다는 듯 반색했다.
이전 벽력자 한천향 때도 그렇고, 광인들의 말은 어디 하나 귀담아들을 가치가 없는 헛소리들이다. 횡설수설하는 그들의 말을 듣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목진은 고개를 돌려 밀스를 돌아봤다. 혼혈(昏穴)을 짚어 기절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별안간, 밀스가 목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참룡검제. 우리의 인연은 이게 끝이 아닐 거야. 왠지 그렇게 느껴지는걸.”
“허. 관아에 토벌당할 사교도 주제에 이제는 감히 나를 걸고 넘어지려느냐?”
“글쎄. 그동안 인류정부와 무림의 협공에 당하기만 했던 건 사실이지만, 이번엔 좀 다를거야.”
밀스가 비죽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분께서는 아직 당신의 존재를 모르고 계시긴 해. 하지만 머잖아 그분도 당신을 바라보실 것 같군.”
“너희 사교의 교주가 나를 찾아올 거라 말하는 것이냐?”
밀스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교주? 아직 우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우리한테 교주 같은 건 없어. 내가 말하는 그분은 우리를 이끄는 위대한 존재를 말하는 거야.”
“허허.”
목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사교 놈들의 신이 자신을 찾아 온다라. 그것 참 허황스럽도 거창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오냐. 목진이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올 테면 와 보라고 하거라. 내 너희 족속의 신이라는 자가 감히 내 앞에 설 자격이 있는지를 시험해 볼 터이니.”
어디 그 치가 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위엄을 지니고 있기를 기대하마. 광오하기 그지없는 목진의 말에 밀스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큭큭.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이전에도 당신과 같이 말하던 이가 하나 있었다더군.”
당신처럼 인간의 무력을 초월한 자였다고 들었어. 목진의 어깨 너머로 누군가를 투영하는 듯, 밀스가 그를 올려다보며 덧붙였다.
“그분께서는 그 오만한 자에게 거절할 수 없는 부름을 보냈다. 그리고 그는 그분께 무릎을 꿇었지.”
밀스는 확신에 찬 눈으로 목진을 응시하며 물었다.
“과연 당신은 그분의 부름을 거절할 수 있을까?”
목진은 가소롭다는 듯 대답했다.
“고작 잡신 따위의 부름에 오갈 정도로 본존이 가벼워 보이다니, 네 눈은 옹이구멍보다도 쓸모가 없구나.”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제가 모시는 신이 모욕당했음에도 밀스는 분노를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사라져 있었다.
목진은 그런 밀스를 내려다보며 가엾다는 듯 쯧하고 혀를 찼다.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결국은 헛소리였구나. 괜히 시간만 낭비했어.”
할 말이 있거든 관아에서 지껄이거라. 못난 사교도 놈 같으니.
그 말과 함께, 목진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혼혈을 짚은 것이다.
밀스는 목진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