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42)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43화(243/349)
37. 궁극무인 The Ultimate Warrior (1)
37. 궁극무인 The Ultimate Warrior (1) – 레서판다 보디가드
공룡문을 혈교에 오염시키려 했던 밀스 연구소장은 엄중히 구속된 채 아테나의 특무함으로 이송되었다.
특무함의 함교에서, 아테나는 목진을 향해 감사의 의미를 담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에 협조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덕분에 일이 굉장히 쉽게 풀렸네요.”
“별 것 아니었소. 우연찮게 뜻하는 바가 겹치게 되었으니 겸사겸사 도왔을 뿐이지.”
목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 아테나와의 동행은 그에게 있어서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완강하게 협조를 거부하던 은행습격사건의 주도자 에다 블루. 그녀의 태도를 바꾼 것이 아테나의 존재였으니까.
괜히 여기저기 발품을 팔고 다니며 인질들의 행방을 수소문할 수고를 덜어냈으니, 이 정도 도움을 주는 것쯤은 못 할 것도 없었다.
“여유가 된다면 사람들의 입단속 정도만 해 주시오.”
“말씀하시지 않으셔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어요. 무림인이 정부와 엮이는 소문이 나면 서로에게 좋을 게 없으니까요.”
고맙군. 목진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처럼 일처리에 빈틈이 없는 관리는 보기 드물었다.
‘저런 자가 움직이고 있으니 사교도들도 금방 잡아들일 수 있겠지.’
목진은 고개를 돌려 우주선 콕핏 밖으로 보이는 누블라 행성을 바라보았다. 긴급 행성봉쇄에 들어가 우주선의 왕래가 끊긴 누블라 행성은 어쩐지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이제 저곳은 어찌 되는 거요?”
“내부 감사에 들어가 혈교 오염자들을 색출해야죠. 위원회에 증원 요청을 했으니 몇 시간 뒤에는 담당 집행관과 병력들이 올 거에요.”
지금 당장은 총관과 오염되지 않은 간부들 주도로 자체 색출작업을 진행하는 중이죠. 아테나가 덧붙였다.
그 말에 목진이 다소 불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그 에다라는 여인을 풀어주었다 들었소만.”
색출작업을 진행하는 간부들 중에는 이번 은행 습격사건을 사주한 중범죄자인 에다 블루도 포함되어 있다. 목진은 그 사실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문주의 명령이라곤 하나, 아이들을 인질로 잡은 추잡한 수작질을 한 여인이오. 죗값을 치르게 하여야지.”
“······공룡문에서 당장 가용 가능한 병력이 적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일이 다 정리되면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니 조금 보기에 불편해도 넘어가 주세요.”
전체 병력의 삼할 가량이 혈교에 오염된 상태인 공룡문을 생각하면, 그녀 같은 고수 하나하나가 급한 상황. 공룡문의 안정화를 위해 그녀에게 구속 유예를 준 것은 일등집행관인 아테나의 판단이었다.
“쯧.”
목진이 마뜩찮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러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처사였다.
난처한 미소를 지은 아테나는 목진이 불평을 이어가기 전에 재빨리 이야기의 주제를 돌렸다.
“아, 생각해보니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네요.”
“흠? 무엇을 말이오?”
“이번 일을 도와주신 데 대한 감사의 의미로 소정의 포상금을 드리려 하는데, 대협의 개인 계좌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포상금이라. 기대하지도 않던 보상에 목진이 의외라는 듯 감탄의 목소리를 흘렸다..
“허어······. 관리답지 않게 썩 후하시구려?”
“후후, 저희 예산은 생각보다 적지 않거든요.”
아테나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돈으로 해결 안 되는 문제들을 주로 맡는 게 문제라 그렇지, 일등집행관이 유용할 수 있는 예산의 한도는 웬만한 정부부처 급으로 많은 편이다. 업무에 크게 도움을 준 무림인에게 포상금을 주는 정도는 도움을 입증하는 서류 한 장만 쓰면 딱히 행정심사를 할 것도 없었다.
‘고작 포상금 정도로 참룡검제와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 남는 장사지.’
물론 목진이라고 해서 그런 아테나와 무림교류부의 생각을 모를 리는 없다.
그러나 목진은 이미 아테나에게 제법 좋은 인상을 받고 있었다.
‘관리답지 않게 성실한 자로다.’
구태여 준다는 걸 거절할 이유는 없다. 목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재산을 관리하는 것은 순자이니, 그 아이에게 보내면 될 것이오.”
마침 타이밍도 딱 맞았다. 크레딧을 바쳐 어느 정도 마음을 풀어두긴 했지만, 순자는 여전히 목진에게 서운해하고 있었으니까.
포상금이 얼마나 나올지는 알지 못하지만, 최소한 순자의 마음을 녹이기에는 충분한 금액이리라.
그리고, 일등집행관 아테나는 그런 목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머어머.”
양 뺨을 감싼 순자가 발그레 얼굴을 붉혔다. 계좌잔고를 확인한 뒤의 리액션으로는 여러모로 과하지 않나 싶은 행동이었다.
“그렇게 좋으냐?”
“황홀해요.”
순자의 몽롱한 눈을 본 목진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전에도 간간히 본 적이 있는 모습이지만, 볼 때마다 절로 거리를 벌리고 싶어지는 눈빛이었다.
금괴를 모두 되찾은 것은 물론 털이범들도 줄줄이 잡아들여 체면치례를 한 샌프란시스코 본성 중앙은행은 매우 기뻐하며 삼십만 크레딧이라는 거금을 기꺼히 지불했다.
거기에 아테나로부터 송금되어 온 막대한 포상금들까지. 프레임 속까지 크레딧에 절여진 순자가 행복에 취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뭐, 저쪽에 수고비를 떼줘야 한다는 건 좀 아쉽지만요.”
순자가 우주선 한쪽에서 조마조마한 얼굴로 모여있는 낭호교 삼자매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말하는 것과는 달리 딱히 아쉬운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다. 순자는 계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철저한 안드로이드였다.
금괴를 되찾는 과정에선 반쯤 어거지로 에다를 제압한 게 전부인 그녀들이지만, 공룡문 별관에 잠입해서 인질들을 안전하게 구출한 공은 충분히 존중받을 만 하다. 수고비를 송금한 순자가 낭호교 삼자매를 향해 말했다.
“수고비 입금했어요. 확인해 봐요.”
“네!”
순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름과 가을이 겨울의 옆에 찰싹 붙었다. 자매들의 돈을 관리하는 게 겨울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참룡검제한테 덤벼들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이긴 하지만, 본래 사람이라는 동물은 간사해서 하나를 얻으면 또 하나를 얻고 싶어 입맛을 다시는 법. 낭호교 삼자매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겨울이 연 계좌잔고 화면을 바라봤다.
“이 정도면······.”
“대출금 팔할은 갚을 수 있어요!”
“살았다!”
순자가 입금한 수고비가 예상보다 많았는지, 계좌에 찍힌 금액을 본 여름과 가을의 꼬리가 마구 살랑거렸다.
정보를 사기 위해 빌린 대출금을 전부 다 갚을 정도까진 아니지만, 이 정도만 해도 그녀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안도의 한숨을 쉰 자매들이 순자를 향해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드려요, 대협!”
어째 목진이 아니라 순자가 인사를 받는 꼴이 조금 웃기긴 하지만, 원래 용병낭인들의 바닥에서는 돈 주는 사람이 대협인 법이다.
일곱 살 안드로이드를 향해 세 명의 수인들이 꾸벅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꽤나 볼만한 모습이었다.
“그것 참 재미있는 그림이로구나.”
그 광경을 본 목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
그제야 목진의 존재를 기억해 낸 삼자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감샤드립니다, 대협!”
낭호교 삼자매는 허둥거리며 다시 목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중간에 누군가가 혀를 씹은 건 덤이었다.
그 웃기는 행태에 목진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낭호교 삼자매는 목진의 기분이 나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샌프란시스코 본성의 행성경비대에 구류되어 있는 현마로부터 통신이 들어온 것은 그쯤의 일이었다.
–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대협. 이 강현마, 죗값을 치른 뒤에 평생 대협의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화면 너머의 현마가 목진을 향해 진심을 가득 담아 고개를 숙였다. 동그랗고 올망올망한 눈동자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있었다.
목진의 강함은 의심치 않지만, 강함과 인질을 무사히 구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현마는 인질로 잡힌 아이들이 상처 하나 없이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흠, 아이들을 직접 구출한 건 저쪽의 자매들 쪽이었다마는.”
– 물론 그녀들에게도 무척이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녀들을 이끈 것은 대협이고, 집행관님도 호출해주시지 않았습니까? 대협의 의지가 없었다면 아이들을 구출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테니 대협께 감사하는 것이 맞습니다.
현마가 앙증맞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쩐지 모르게 그의 등 뒤로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
“네가 그리 생각하려거든 말리지는 않으마.”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마의 말이 딱히 틀린 건 아니었다.
보아하니 손버릇이 나쁜 것을 빼면 제법 무력도 출중하고 의(義)도 아는 듯하니 수하로 거둬들이면 꽤나 요긴하게 부릴 수 있을 터. 자진해서 은혜를 갚겠다는 것을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
목진은 어린이용 특별주문 죄수복을 입고 있는 현마의 모습을 보며 물었다.
“그래, 옥살이는 얼마나 하게 된다 하더냐?”
모르긴 몰라도, 상습적으로 은행을 털어댄 전과범이니 최소 몇 년은 감옥에서 보내지 않을까.
하지만 목진의 생각과는 달리, 현마는 그의 물음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 아······그것이······.
“음?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잠시 짤뚱한 앞발을 꼼지락거리던 현마가 입을 열었다.
– 대협께는 이야기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아 이야기하는 겁니다만, 사실 사법거래를 했습니다.
“사법······거래?”
“형량을 줄이거나 사면시켜주는 대가로 증언이나 무보수 노동을 하는 걸 말하는 단어에요.”
처음 듣는 단어에 목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순자가 옆에서 슬쩍 속삭였다.
무림인들은 무공을 쓸 수 있고, 무력은 언제나 수요가 있는 법.
무공이 강한 무인들 중 죄질이 나쁘지 않고 인성이 온화한 이들은 종종 사법거래를 통해 징역살이 대신 인류정부 소속의 특전부대로 활동하는 활동하곤 했다.
순자의 설명을 들은 목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경솔한 선택이구나. 보통 그런 일들은 떳떳하지 못한 일에 엮이게 되기 마련이거늘······.”
흔히들 흑색작전이라고 하던가. 조정에 약점을 잡혀 그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고수들의 이야기는 과거 목진도 들어본 바가 있었다.
위험함은 둘째치고, 잘못 엮이면 실컷 써먹히다가 팽을 당하기 일쑤인 일들.
뭔가 단단히 오해한 듯한 목진의 말에 현마가 화들짝 놀라며 양 손을 내저었다.
– 그런 거 아닙니다! 오해에요! 아테나 집행관님의 사설 호위 제의를 받은 겁니다!
“응?”
“네?”
목진과 순자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다른 것도 아니고 갑자기 여기서 왜 아테나가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현마가 부끄러운 듯 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 그······제가 전과가 있지 않습니까. 협박을 받긴 했지만 과거 전적 때문에 실형을 받게 될 예정이었는데, 아테나 집행관님 쪽에서 제의를 해 주셨습니다.
“허어?”
– 보안 때문에 직접 밝힐 수는 없지만, 집행관님 말씀으로는 그분의 임무 때문이라고 말하면 이해하실 거라고······.
“······그녀가 그리 말했더냐?”
현마의 말에 목진의 표정이 다소 심각해졌다.
아테나의 임무. 그것은 바로 혈교의 활동에 대한 심층수사였으니까.
어차피 인류정부에 의해 토벌될 거라 생각해서 혈교의 활동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목진이지만, 그들이 대단히 위험한 자들이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목진이 물었다.
“너는 그 임무가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 ······예, 대협. 위험한 일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나름 충분히 고민한 뒤에 내린 결정입니다.
현마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위험한 혈교를 수사하게 될 것을 알면서도 지원했다는 의미였다.
물론 그가 그런 선택을 내린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 행정상으로는 무보수 노동이지만, 집행관님께서 따로 위험수당을 챙겨주신다고 했거든요. 제가 돌보는 아이들도 안전한 성계로 이주시켜서 지원해주시기로 했고요.
예산이 많다고 하더니, 따로 금액을 듣지 않아도 썩 후한 조건이다. 목진은 현마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네가 선택한 길이니 내가 옳고 그름을 논할 순 없겠지.”
목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담담한 태도와는 달리, 목진의 눈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혈교를 수사하는데 관졸을 동원하지 않고 사적으로 무림인을 고용한다······라.’
일등집행관이라는 높은 직위에 있는 그녀가 그런 판단을 취했다는 것은 즉, 인류정부로부터 지원받는 호위들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뜻.
몇 번의 논리적 비약을 거친 목진의 머릿속에 최악의 가정이 떠올랐다.
‘······어쩌면, 조정까지 혈교의 무리들이 스며들었을 수도 있겠군.’
단순한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고작 사교(邪敎) 따위에 저렇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목진은 문득 밀스 연구소장이 지껄인, 머잖아 저들이 섬기는 존재가 그를 찾아오리라는 헛소리가 떠올랐다.
‘쯧. 그저 광신도의 헛소리일 뿐이거늘.’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냈다.
자신을 찾아온다면 피하지는 않을 것이나, 굳이 그가 찾아갈 이유는 없었다.
현마와의 통신을 마친 목진은 가만히 콕핏 너머의 우주를 바라봤다.
‘세령이들이 돌아오는 것이 내일이던가.’
머잖아 황보세가와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두 사람이 올 때까지 하루 동안 느긋하게 휴식이나 즐기자.
목진은 이번에야말로 순자가 뭐라 하든 움직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우주선의 시트에 몸을 묻었다.
그러나 다음날.
돌아오기로 약속한 날짜가 되었음에도 두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메시지 하나 없이, 세령과 라이디로부터의 소식은 그렇게 끊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