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52)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53화(253/349)
38. 상호관측 First Contact (1)
38. 상호관측 First Contact (1) – No Mercy
“폐기되거나 조정 중인 개체를 제외하면 가동 가능한 개체가 총 열셋. 전대 탑주님이 사용하신 코드 시그마를 제외하면 예비로 빠져 있던 모두가 가동상태로 전환되었습니다.”
“······그것들을 움직이는 이들 모두가 절대고수 급이고요?”
예. 순자의 물음에 박 노야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 내공 드라이브 클라우드 시스템을 열두 개체가 공유하기에 전대 탑주님 때처럼 강한 출력을 낼 수는 없고, 내공 케이블을 달고 있어 기동성이 제한되는 상황이라 실제 전력은 그보다는 아래라고 보아야 할 겁니다.”
전뇌공간 안과는 달리 본래 실력을 낼 수 없다는 건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이긴 하다. 하지만 열두 명의 절대고수라는 경악스러운 전력은 그런 긍정조차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전력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에 반해 현재 일행 중 유의미한 전력은 오직 목진 뿐. 그마저도 방금 전 시그마 탑주를 상대로 무지막지한 무공들을 쏟아낸 직후가 아닌가.
애초에 무림 역사에서 홀로 두 자릿수의 절대고수들을 상대한 전례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아예 그만한 숫자가 모인 일조차 손에 꼽을 정도다.
객관적으로 전력을 계산한다면 당연히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순자가 와락 이마를 구겼다.
“각개격파가 좋겠어요. 그들의 움직임은 확인할 수 있나요?”
“열은 보존접속실로, 둘은 이쪽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일단 둘은 정리할 수 있겠네요.”
나머지는 모르겠지만, 이쪽으로 오는 둘은 확실히 잡을 수 있다. 순자의 얼굴 위로는 티끌만큼의 의심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홀로 그들을 상대해야 할 당사자인 목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치들의 무공이 시그마와 비견될 수준이더냐?”
목진은 다만 물을 뿐이었다. 그들이 시그마에 견줄 수준의 무인이냐고.
그의 물음에 박 노야가 미간을 좁혔다.
“무림인이 아닌 제가 어떻게 고수들의 무력을 비교하겠습니까. 하지만 전 탑주님께서는 전뇌공간 내에서 가장 강한 입주자들 둘을 동시에 상대하여 동수를 이룬 기록이 있습니다.”
“가장 강한 둘이라.”
잠시 생각에 잠겼던 목진이 툭 내뱉었다.
“그렇다면 충분하다.”
“하지만 남은 열 개 개체는······.”
아니. 목진이 고개를 저어 박 노야의 말을 잘랐다.
“그들 전부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목진의 발언에 박 노야와 순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절대고수 열둘을 전부 감당할 수 있다니. 아무리 제 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이들을 상대라고 해도 정도라는 게 있지 않은가.
그들은 절대고수였다. 그것도 무영탑의 초대를 받을 정도로 강한.
무림인이 아닌 두 사람이라도 상식적인 계산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괜찮으시겠어요?”
순자가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간 목진의 무공이 얼마나 천외천의 경지에 닿아있는지는 몇 번이고 느껴온 그녀였지만, 열두 명의 절대고수라는 막나가는 전력을 상대로 걱정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리 있겠는가.
하지만 목진은 별 거 아니라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같은 이들이 서 있는 경지에서 상식적인 판단은 그리 쓸모가 없었다.
“이건 비무가 아니지 않느냐.”
각자의 무공을 견식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섬멸하는 게 목적이라면 더 생각해보고 할 것도 없는 문제다.
그는 스스로를 봉인하기 전에, 아니 그보다 더 이전에 이미 현경의 경지에 올랐던 일곱의 고수들을 홀로 패퇴시킨 적이 있었다.
먼 과거에도 그랬을진대, 적의 수가 열둘로 늘었다 한들 전력을 내지도 못하는 이들을 상대로 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목진은 설령 저들 열둘이 모두 만전의 상태라 할지라도 능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둘은 어디쯤 와 있느냐.”
“······공동 바로 앞에 와 있습니다.”
목진의 태연한 물음에 박 노야가 불안한 표정을 지우지 않고 물었다. 목진의 말에 곧바로 걱정을 지워버린 순자와는 달리, 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박 노야는 여전히 목진의 말이 허황되다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달리 설득할 필요는 없다. 입 아프게 설명할 것 없이 그저 결과를 보여주면 그만이니까.
목진은 박 노야의 말에 조금의 주저도 없이 시그마와 일전을 치렀던 공동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시그마와 같이 등 뒤에 굵은 내공 케이블을 달고 있는 한 쌍의 남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그마에 비하면 미약하게 손색이 있지만, 무인으로서 완벽에 가깝게 조형된 육체를 가지고 있는 남녀. 그들 중 넓고 큰 대도(大刀)를 양손에 한 자루씩 쥔 여인이 불긋한 눈동자로 목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탑주를 죽인 무인?”
“오냐.”
“······예상과는 다른걸.”
그 시그마 탑주를 죽였는데도 상처 하나 없는 모습. 목진의 모습을 눈에 담은 여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비무로 탑주를 죽인 게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면, 공동의 벽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저 어마어마한 상흔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답은 둘 중 하나였다.
시그마 탑주가 순순히 제 목숨을 바쳤거나, 혹은 눈앞의 사내가 시그마 탑주를 가볍게 압도할 정도로 강하거나.
그리고 그녀가 내린 판단은 전자 쪽이었다.
‘따로 보관되어 있을 뇌수까지 찾아 탑주를 완전히 죽일 정도라면 박 노야가 그렇게 얌전히 탑주의 죽음을 고지했을 이유가 없지.’
그러나 그런 판단과는 달리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을 풀지는 않는다.
사정이 어떻게 돌아갔건 상대는 시그마 탑주를 죽인 고수. 그 사실을 알면서도 방심할 만큼 멍청한 이는 애초에 이 무영탑에 초대받지도 못한다.
그녀는 목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옆에 선 사내에게 말했다.
“로베르트. 보조 부탁해.”
“그러지.”
로베르트라 불린 사내는 여인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잡았다.
무영탑의 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천외천의 고수들이나, 그들 사이에도 어느 정도의 서열은 존재한다. 그리고 여인은 그보다 한 수 위의 강자였다.
양 손의 대도를 한 바퀴 돌린 여인이 목진을 향해 물었다.
“그쪽의 이름은?”
목진이 대답했다.
“너는 그것을 물을 자격이 없느니라.”
여인의 아미가 찡그려졌다.
“오만하신데.”
목진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성큼성큼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설령 그녀의 영역 안으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상관없다는 듯이.
여인은 더 이상 입을 여는 대신 그녀의 무기를 꾹 쥔 채 목진을 노려봤다.
그리고 그녀의 영역에 목진이 발을 들인 순간.
번쩍. 하고 묵빛 극광이 번뜩였다.
‘지금!’
여인은 자신의 미간을 향해 쏘아지는 검을 보았다.
그 출수는 분명 쾌속했다. 설령 화경의 경지에 이른 고수라고 할지라도 감히 반응하기 힘들 정도로.
그러나 그녀가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때문에 여인은 좌수의 대도를 목진을 향해 휘두르며, 우수의 대도로 파고드는 검을 쳐냈다.
아니, 쳐내려고 했다.
그러나 목진의 검은 마치 허깨비처럼 그녀의 대도를 쑥 통과해버리는 게 아닌가.
불가사의하기 그지없는 광경을 자아낸 검은 여인이 무언가를 생각하기도 전에 그녀의 가슴께를 슥하고 찌른 뒤 목진의 손으로 돌아갔다.
‘환검(幻劍)······?’
한 박자 늦게 여인이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비릿한 핏물이 그녀의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왔다.
“케흑······?!”
불신이 담긴 기침소리와 함께, 떨그렁 하고 그녀가 든 대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유언은 없었다.
목진은 그녀에게 유언을 남길 기회를 준 적이 없었다.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고.’
사내, 로베르트는 경악을 담은 눈으로 쓰러지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본 그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환검이 아니었다.
그저 지독할 정도로 효율적으로 움직인 쾌검(快劍).
눈으로 좇을만한 속도로 움직이는가 싶다가도, 여인의 대도가 그 길을 막아서자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를 따라 빛살처럼 파고든다.
그러니 당하는 자의 입장에선 허깨비와 같이 검이 제 무기를 통과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쾌검의 고수를 상대로 하수가 으레 느끼곤 하는 현상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를, 그리고 그들을 하수의 자리로 끌어내릴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 여인을 무심히 내려다보던 목진의 눈이 로베르트를 향했다. 목진의 검 끝에는 한 방울의 피도 묻어있지 않았다.
“······.”
로베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과연 그 쾌검이 다시 펼쳐진다면, 자신은 막을 수 있을까.
오랜 무공의 정체 속에 묻혀져 있던 호승심이라는 놈이 뱃속 깊숙한 곳에서 울컥 올라왔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 호승심이 미처 머리까지 올라오기도 전에 그의 머릿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던 붉은 이성이 그것을 억눌렀다.
그에겐 무인의 감성보다 우선해야 할 대업이 있었다.
‘보존접속실에 있는 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로베르트의 눈에 결연함이 깃들었다.
그러나 목진은 그에게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그는 검을 검집에 꽂아넣으며, 로베르트를 향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는 가서 네 무리들에게 알리거라.”
곧 찾아갈 터이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목진의 말에 로베르트의 눈이 흔들렸다. 이해할 수 없다는 감정을 담은 그의 눈동자가 목진의 우묵한 눈을 마주했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것은 기회였다. 붉은 이성이 그리 속삭였다.
로베르트는 목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주저 없이 몸을 돌려 그가 왔던 곳으로, 동료들이 모여있는 보존접속실로 향했다.
거리를 벌린 채 막 그 광경을 본 박 노야가 기겁한 얼굴을 하며 한달음에 목진의 곁으로 다가왔다.
“탑주님! 왜 저자를 그냥 보내시는 겁니까!?”
단 한 명의 전력조차 목진을 제외하면 감히 감당할 수 있는 이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무리와 떨어진 둘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하나를 살려보내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태연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며 답했다.
“그리 말해야 다른 곳으로 새지 않고 한번에 다 잡을 수 있을 게 아니냐.”
지극히 평온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조금 전 무림 역사에 한 족적을 새겼을 절대고수 하나를 일격에 주살한 이의 것이라기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담담한 목소리였다.
박 노야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고작 열한 명을 한번에 다 처리하겠다는 이유로 절대고수 하나를 살려보냈다? 기가 찰 정도로 광오한 자신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목진의 입장에선 당연한 판단이었다. 그는 제 역량도 내지 못하는 하수들을 상대로 전략을 짜야 할 이유가 없었다. 목진에겐 저들이 도망쳐서 숨는 것이 더욱 성가셨다.
목진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박 노야를 설득하는 대신, 한 발짝 늦게 쫓아온 순자와 삼자매를 바라보며 말했다.
“순자야, 너는 내가 그들을 처리하는 동안 저 셋과 함께 우주선에 돌아가서 내 전뇌공간 접속기를 꺼내오려무나.”
“······네?”
“아니 그게 무슨.”
갑작스런 말에 당사자인 순자와 삼자매는 물론 정신을 차린 박 노야 또한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목진을 쳐다봤다.
목진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순자 네가 그렇지 않았느냐. 전뇌공간 안에서 죽여야 부작용 없이 저들을 죽일 수 있다고.”
그 말에 순자의 눈이 크게 벌어지고, 박 노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 쿠데타에 가담한 입주자들을 전부 죽이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원해서 받은 것은 아니다만, 어쨌건 이 무영탑의 탑주는 내가 아니더냐.”
당연하지 않냐는 듯, 목진이 그의 물음에 답했다.
“감히 위를 향해 이를 드러낸 아랫것은 살려두어서는 안 되는 법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