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73)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74화(274/349)
41. 강철군주 Lord of Iron (3)
41. 강철군주 Lord of Iron (3) – 이것이 무림이다! (희망편)
강(强).
그리고 쾌(快).
황보세가 무공은 오직 그 둘만을 좇는다.
그 이유는, 그 두가지의 가치야말로 황보세가가 품은 무공의 정수(精髓)이기 때문이다.
‘생사가 오가는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를 무력화시킬 힘, 그리고 그 힘을 담은 권장(拳掌)을 정확히 꽂을 수 있는 빠름이다.’
그것이 바로 황보세가의 무공에 입문하면 가장 먼저 가슴에 새기는 구절이었다.
때문에 황보세가의 무인들은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오직 그 두가지 이치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수련을 거듭했다.
허를 찌르는 변(變)의 이치를 버리고, 상대의 공격을 유려하게 받아내는 유(流)의 이치 또한 버렸다.
상승무공에는 으레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할 복잡하고 오묘한 무리(武理)는 그들이 추구하는 무학에 들어맞지 않았다.
허나 그 덕에, 그들의 권장은 군용 전차의 질량포탄조차 상회하는 강함과 빠르기를 손에 넣었다.
황보세가만의 외문기공(外門氣功)으로 단련된 강인한 육체와 그들 고유의 비전기술이 들어간 방대한 출력의 내공 드라이브가 그것을 가능케 했다.
혹자는 황보세가의 무공이 단지 육체강화와 내공 드라이브의 출력에 기대고 있으며, 오대세가라는 대문파의 이름에는 걸맞지 않은 단순한 무공이라고 평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식견이 부족한 자들이기에 가벼이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허언에 불과할 뿐이었다.
얼핏 쉽고 단순한 한 글자의 이치에 담긴 무한한 깨달음을 한낱 필부가 어찌 알겠으며, 수천 년간 오직 그 깨달음만을 갈구해 쌓은 공부를 어찌 재단하겠는가?
보라.
극한의 단련을 거듭한 천왕신공(天王神功)의 권(拳)은 이리도 빠르고 강맹하지 않은가.
“······.”
공중에 붕 떠서 날아간 세령은 간신히 몸을 비틀어 바닥에 착지했다. 부릅떠진 그녀의 눈에는 경악의 감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고작 한 초식을 받아냈을 뿐인데, 간신히 막는 것에 성공했음에도 막아낸 팔이 저릿거리고 호흡이 턱 막힐 만큼 강력한 일권(一拳).
그러나 그녀가 경악한 것은 비단 그 위력뿐만은 아니었다.
속도.
오버 S랭크에 달한 자신의 눈으로도 그 잔상만을 간신히 인식할 수 있었던, 극쾌(極快)의 일격이기 때문이었다.
‘절대고수······급이라고?’
벽검성 남궁수련의 일격이라면 모를까, 절대고수 급이 아닌 무인의 공격은 놓칠 리 없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충분히 그런 자신감을 품을 자격이 있었다.
며칠 전 무영탑의 쿠데타 사건 때, 그녀는 절대고수의 일격을 받아내며 역공을 가해 유효타를 만들어낸 전적이 있었으니까.
비록 셀 수도 없는 죽음을 겪은 것도 모자라 강한 운까지 더해진 뒤에야 겨우 얻어낸 성과였다곤 하나, 그녀는 분명히 한순간이나마 절대고수의 출수를 따라잡았었다.
절대고수 중 상위 클래스에 해당하는 자를 상대로도 그만한 성과를 내었는데, 절대고수에 닿지 못한 무인들의 공격은 오죽할까.
무영탑주 시그마와의 대련을 포함해 수없이 많은 실전을 겪으며 급격하게 성장한 그녀의 감각은 분명 일반적인 무인들의 한계를 가볍게 상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세령의 감각으로도 황보륭의 선공은 제대로 쫓을 수 없었다.
그녀가 방심했던가?
아니, 그렇지 않다. 몰살당한 사천당가의 복수를 걸고 생사결을 치르는 데 그런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임할 리 없지 않은가.
객관적으로 보아도, 황보륭의 일권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고 강했다. 일순간이나마 수도 없이 그녀를 죽였던 무영탑의 절대고수가 떠오를 만큼.
물론 실제로 그 고수의 일격에 견줄 수준은 아니었다. 무수한 죽음 속에서 단 한 번, 그것도 회피하는 대신 동귀어진의 수를 쓰는 것이 고작이었던 당시에 비해 이번에는 간신히나마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녀의 감각과 마찬가지로, 황보륭이 쏘아낸 일권은 보통 무인의 한계를 훌쩍 상회하고 있었다.
“······막았군.”
무표정한 표정 위로 미미한 놀라움이 떠오른 황보륭이 작게 읊조렸다. 그의 자세는 처음 취한 천왕신공의 기수식에서 변함이 없었다.
단 한 번의 주먹질이었지만, 그것은 그가 낼 수 있는 가장 강하고 가장 빠른 초식이었다.
섬살일격(纖殺一擊).
절대고수가 아닌 이상, 혹은 방어에 특화된 무공을 극한까지 익힌 무인이 아닌 이상 단 한 합으로 승부를 내는 그만의 비전절기(秘傳絶技).
그 원리 자체는 가장 기본적인 정권(正拳)과 다를 바가 없으나, 그 속도와 위력, 그리고 그 안에 새겨진 무의 이치는 감히 절기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황보륭은 그 한 수로 세령의 머리를 박살낼 생각이었다.
세가의 복수를 완수하지 못한 채 좌절 속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느니, 제 죽음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죽는 것이 차라리 나을테니까.
그 비정한 자비심이야말로 황보륭이라는 사내에게 철군자(鐵君子)라는 별호가 붙은은 까닭이었다.
‘미리 알고 막은 것이 아니라 반응해서 막았다······실로 터무니없는 성취로다.’
고작 C+랭크의 애송이였던 게 고작 몇 년 전의 일이거늘, 참으로 경악스럽기 그지없는 성장이었다.
“후······.”
저 멀리 나가떨어진 채 이쪽을 노려보는 세령을 마주보며, 황보륭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고통 없는 죽음으로 황보세가가 저지른 업(業)에 대한 종지부를 찍고자 했건만, 아무래도 그의 오만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정석대로 무공의 겨룸으로 목숨을 거둘 수밖에.
황보륭이 발을 구르며 화살처럼 세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강기를 짙게 두른 그의 손바닥이 우르릉 하는 벼락 소리와 함께 그녀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렸다.
‘벽력신장(霹靂神掌)!’
무림인이라면 모를 리 없는 황보세가의 성명절기(成名絕技)다.
라이디의 소뢰각인과는 달리 정말로 뇌기(雷氣)를 품지는 않았지만, 그 위력은 그런 기운이 굳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강맹한 초식.
황보세가 고유의 고출력 내공 드라이브에서 나오는 내공을 한계까지 때려박은 웅혼한 장타(掌打)와 정면승부를 하는 건 멍청한 선택이다. 애초에 세령이나 사천당가 무공의 성향부터가 정면에서 힘싸움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막을 수 없다면 피해야 하나, 피하면 황보륭의 후속 초식이 날아들 것이 뻔하다. 세령은 과감하게 검을 들지 않은 손을 아래에서 위로 뻗었다.
‘교리승천(蛟螭昇天)!’
본래 초식의 목적은 상대가 보지 못하는 사각(死角)에서 아래턱을 노리는 초식이나, 세령은 그 대신 황보륭이 뻗는 손의 팔뚝을 노렸다.
그녀의 뇌리에 이 년 전, 목진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천마신교 32교구의 적랑대주 산전무악을 상대로 선보였던 기교가 떠올랐다.
– 힘이 부족해 반대로 밀어낼 수 없다면, 옆으로 밀면 그만이다.
초식에 실린 힘은 부족할지언정 황보륭의 장타가 향하는 방향을 바꾸기엔 부족하지 않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벽력신장을 피해낸 세령의 검이 독을 품은 뱀처럼 기이한 궤도를 그리며 황보륭의 기해혈(氣海穴), 즉 아랫배로 파고들었다.
옛 무림에서는 단전이었으며, 현대 무림에서는 내공 드라이브가 이식된 요혈중의 요혈(要穴). 무방비한 급소를 붉은 강기에 휩싸인 세령의 검 끝이 꿰뚫으려는 순간이었다.
“······!”
덜컥 하는 감각과 함께 검을 쥔 손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춘다.
어느새인지 모르게, 황보륭은 적황색 강기를 짙게 두른 손으로 그녀의 검날을 꽉 틀어쥐고 있었다. 손에 강기를 형성할 수 있는 고수들의 전유물인 공수탈백인(空手奪白刃)의 수법이었다.
‘내공 대결······?!’
순간적인 교착상태에 무인의 본능으로 내공 대결을 떠올린 세령이 준 노심급 내공 드라이브의 출력을 올리며 검에 내공을 밀어넣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세령이 검에 내공을 더함과 동시에, 검을 잡은 황보륭의 손에 맺혀있던 강기가 감쪽같이 사라졌으니까.
‘뭐-?!’
금속이 깨지는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세령의 초진동 검의 검날이 박살난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파인지공(破刃之功).”
두 사람의 대결을 바라보던 목진이 조용히 읊조렸다. 그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패였다.
‘저것을 성공해내는 자를 생에 두 번이나 보게 될 줄이야······.’
처음 마주했을 때 세령이 상대하기엔 결코 녹록치 않은 상대임은 알았지만, 설마 저것까지 쓸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공부를 쌓았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오직 고절한 경지에 발을 들인 절정의 권사(拳士)들에게만 허락된, 강기를 두른 상대의 무기를 파괴하는 극히 어렵고 난해한 수법.
고수들 사이의 대결에서도 천 번 중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그 수법을 성공시키는 황보륭의 무공은 그간 상상도 못할 정도로 일취월장한 세령의 무공보다도 한 수 위에 있었다.
“파인지공, 고대에는 그런 이름으로 불렸습니까. 좋은 이름이군요.”
황보준이 부러진 검으로 간신히 황보륭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는 세령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희는 편의상 소드 브레이킹(Sword Breaking)이라고 부릅니다만.”
“황보륭이라 했던가······. 놀라운 무공을 쌓았군.”
세령이 위기에 빠진 것과는 별개로, 목진은 순수하게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황보륭의 무공에 감탄했다.
그만큼 파인지공이라는 수법은 실전에서 쓰기가 대단히 난해한 수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리 자체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파인지공의 원리는 상대방이 내공 대결을 예상하여 무기에 잔뜩 내공을 밀어 넣으면, 그 순간에 맞춰 순간적으로 자신의 강기를 거둬들였다가 더욱 강한 기로 짓누르는 것이 전부였으니까.
마주할 상대 없이 과하게 압축된 내공이 무기의 안쪽을 으스러트리고, 그 직후에 더욱 거대한 내공이 바깥을 짓누르면 신병이기(神兵利器)가 아닌 이상 버틸 수 있는 무기는 없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제아무리 고수라 할지라도 실전에서 그것을 해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뿐더러 심각한 부작용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 알기로는 파인지공의 수법이란 상대의 무기를 앗을 수 있을지언정 제 팔 한쪽도 포기해야 하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수법으로 알고 있네만.”
보아하니 그대의 숙부는 그럴 필요가 없던 모양이로군. 목진은 쉴 새 없이 세령에게 권장을 쏟아내는 황보륭의 모습을 보며 덧붙였다.
파인지공이라는 수법을 강호에서 보기 힘든 가장 결정적인 부작용. 그것은 바로 강기를 거둠으로서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강기에 맨손이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최소한의 내공으로 보호한다고는 하나 그 근본은 결국 사람의 피륙. 아주 잠깐 강기에 노출된다고는 하나 간신히 손의 형상만을 유지하는 것이 한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황보륭은 그런 부작용 따위는 없다는 듯 기를 쓰며 막고 피하는 세령에게 끊임없이 권장을 쏟아붓는 게 아닌가.
“과거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만, 지금은 아닙니다.”
목진의 말에 황보준이 한 차례 작게 고개를 저었다.
“현대 무림에서 육체를 단련할 수 있는 한계는 고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으니까요.”
경험에만 의존한 고대의 주먹구구식 육체단련과는 달리, 과학과 기술의 힘을 더해 인간의 한계조차 초월해버리는 현대 무림의 외문기공 수련. 황보세가는 바로 그 외문기공에 있어 사파의 팔곡 중 하나인 강체곡 다음가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 말에 목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육체의 단련으로 강기를 막아낸다는 말이더냐?”
“마이크로초 아래의 짧은 시간동안이라면, 피부 위에 특수소자를 코팅하는 것으로 강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황보세가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강체곡은 그 이상으로 확실하게 강기를 막을 수 있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목진의 물음에 대답한 황보준이 고개를 돌려 의아한 시선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무척이나 냉정하시군요. 사천당가의 후계와 거의 사제지간과 같은 관계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검수(劍手)가 검을 잃었다.
그것은 보통 패배, 곧 죽음을 의미한다.
멀쩡한 상태라도 백중세인 적을 상대로, 무기조차 없이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세령과 가까운 사이임이 분명한 목진의 태도는 기이하리만치 담담했다.
도저히 곧 제자와 같은 이를 잃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 불가사의한 차분함. 황보준은 목진의 평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목진의 답은 간결했다.
“생사결이 아니더냐.”
죽는다면 그저 복수행을 완수하지 못할 뿐, 제 죽음도 각오하지 못한 자가 복수를 입에 담을 수는 없는 법이지. 목진은 지극히 냉정한, 무인의 눈을 한 채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는 세령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것이 무림이다.”
“······.”
인정(人情)의 한 귀퉁이마저 도려낸, 두려우리만치 냉정한 무인(武人)의 마음가짐.
저 또한 그와 같은 무림인이면서도, 황보준은 제 팔에 소름이 돋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허나 목진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세령을 바라보는 목진의 눈이 무언가를 본 듯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또한, 생사(生死)를 가리는 대결이란 어느 한 쪽의 목숨이 완전히 끊어질 때까지 속단해서는 아니 되느니.”
그것 또한 무림(武林)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