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81)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82화(282/349)
42. 죄마침습 Mara of Guilt (3)
42. 죄마침습 Mara of Guilt (3) – 세계관 설명은 재미가 없다.
며칠 뒤, 토투가 낭인시장의 고급 호텔 룸.
“흠흠. 흠. 흠흠······.”
목진과 순자로부터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은 아수라 붓다가 팔짱을 끼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알겠소이다.”
“······정말이냐?”
목진이 미심쩍은 눈초리로 물었다. 아수라 붓다의 바이저에 ‘이몸 서운함!’ 이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거 사람이 왜 그렇게 의심암귀가 가득하시오. 믿음을 좀 가지시오. 믿음을.”
“네놈의 평소 행실을 떠올려 보거라.”
목진의 말에 옆에 앉아있던 순자가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입을 다물었던 아수라 붓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 소승은 한순간도 부처의 가르침을 잊지 않는 참된 승려로 살고 있소만?”
뻔뻔하기 그지없는 아수라 붓다의 대답에 목진이 미간을 꾹꾹 눌렀다.
이 주제로 이야기를 더 해 봐야 의미가 없다. 목진은 한숨을 쉬며 손을 휘적였다.
“됐다. 이야기나 계속 해 보거라. 뭐 짚이는 부분이라도 있느냐?”
“이야기를 들어보니, 육도(六道) 이야기도 그렇고 시주께서 생각한 대로 우리 쪽 세계관 설정이랑 겹치는 부분이 많이 있는 듯 보이오.”
아수라 붓다가 평소와는 달리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전에 천마신교 32교구를 습격할 때 보였던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세계관 설정 운운하는 말투가 그 진지함을 대부분 깎아먹었지만 말이다.
“원래 우리 불도(佛道)의 가르침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근본 중의 근본이라서 별의별 잡것들이 라이센스도 없이 세계관을 무단도용하는 경우는 흔하다오. 대충 ‘나 사이비 좀 친다’ 하는 중생들이 우리 쪽이나 저쪽 천주소림 쪽 세계관을 가져다 쓰는 편이지.”
쓸 거면 돈을 내고 쓰던가. 공산주의 지옥에 떨어질 개아들놈들 같으니. 아수라 붓다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휘적이며 욕설을 내뱉었다.
“아무튼 혈교의 종자들까지 우리 쪽 설정을 가져다 쓰다니. 참으로 통탄스럽기 그지없는 현실이 아닐 수 없구려.”
“그들이 악신을 믿는 사교(邪敎)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으나, 그렇다고 아주 사이비는 아닌 것 같더군.”
대강 아수라 붓다의 헛소리에서 필요한 부분만 걸러 들은 목진이 그의 오해를 정정했다.
단순히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사이비 종교라기에는 그 혈교의 의지라는 존재가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었다.
목진의 말에 아수라 붓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장장 수천 년이나 끈질기게 살아남은 사교이지 않소. 지들 딴에도 나름 근본이 있긴 하겠지.”
시주께서 봤다는 그 악신이라는 놈이 바로 그 혈교의 근본일 테고. 아수라 붓다가 말을 이었다.
“내 그 혈교의 의지? 라고 자기를 소개한 자가 한 말들을 자세히 분석해 보니 짚이는 구석이 있소이다.”
“호오······짚이는 구석이라?”
목진이 눈을 빛냈다.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의외로 빨리 실마리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목진은 아수라 붓다에겐 딱히 기대하는 것이 없이, 그를 통해 소림 쪽의 고승들에게 조언을 구해볼 심산이었다.
그야 ‘부처님의 자비로운 설법’이라면서 철퇴로 동네 흑도방파를 몰살시키고 돈을 갈취하는 땡중에게 진지한 대답을 기대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그저 맛탱이 간 땡중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는 나름 대 소림사를 이끄는 방장(方丈)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애초에 백여 년 동안 화산파의 장문인 직을 맡은 용적산조차 잊고 있던 샤르마 가문의 맹약을 기억해낸 것이 누구였던가. 아수라 붓다는 목진의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죄마(罪魔). 소승이 보기엔 그 존재가 바로 죄마의 화신이 아닌가 싶소이다.”
죄마? 처음 듣는 단어에 목진이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불교에서 말하는 사마(四魔)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오?”
“모른다마는.”
“이것 참.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배경지식부터 설명해야겠구려.”
목진의 대답에 아수라 붓다가 제 민머리를 긁적였다.
“원래 별로 관심도 없는 세계관 설정 따위를 줄줄이 늘어놓아 봐야 지루하기만 할 뿐이니 대충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겠소이다.”
“오냐.”
“대충 불교 판 오리엔탈 사탄이라오.”
“오리······뭐?”
목진이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아수라 붓다가 다시 제 머리를 긁적였다. 딴에는 무척이나 쉽고 간결하게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고대인에게는 잘 안 통하는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지. 대 고대인 특강 스페셜리스트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겠구려.’
그는 가만히 옆에 앉아있던 순자를 돌아봤다. 그의 바이저에 ‘HELP’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대충 이렇게 될 줄 예상했던 순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빠르게 네트워크를 검색한 그녀는 목진이 알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했다.
“불교 세계관에서 깨달음을 방해하는 네 명의 마귀, 혹은 악신이에요.”
“흐음, 그렇구나.”
처음부터 그렇게 말할 것이지. 목진이 아수라 붓다를 향해 눈을 흘겼다. 아수라 붓다는 뻔뻔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거 그러게 평소에 영어 공부 좀 열심히 하지 그러셨소.”
“시끄럽다. 이야기나 계속하거라.”
“우리 불교에서는 번뇌마(煩惱魔), 온마(蘊魔), 사마(死魔), 천마(天魔)를 한데 모아 사마라고 한다오.”
“······천마?”
무척이나 익숙한 단어에 목진의 눈이 깜박였다.
아수라 붓다는 괜한 오해를 사기 전에 재빨리 덧붙였다.
“아, 그쪽 천마랑은 설정이 좀 다르다오. 엄밀히 말하면 뿌리는 이쪽이긴 하지만······. 시주께서도 그쪽의 초대 시조 이야기는 대충 알지 않소?”
“초대 천마를 말하는 것이냐? 나는 딱히 아는 게 없다마는.”
“······시주께선 진짜로 천마가 맞소?”
목진의 대답에 아수라 붓다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마신교 교도는 물론 교양으로 읽는 아동용 무림역사책에도 한두 줄 정도는 나오는 기본적인 내용인데, 정작 천마였다는 사람이 그 기본적인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니.
“시주께선 천마신교 시절 역사 시간에 졸았나 보구려.”
“흥, 나는 신교 출신이 아니라 외인 출신이어서 그런 거 안 배웠느니라.”
나 때는 그런 거 몰라도 상관없었다는 말이다. 목진이 팔짱을 끼고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
그리고 순자는 보았다. 목진의 귓불이 조금 붉어진 것을. 나름 천마인데도 정작 천마신교의 역사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부끄럽긴 한 모양이었다.
목진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그래도 알 건 아는 게 좋겠지. 기왕 이야기가 나온 것, 그 천마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좀 해 보거라.”
“허 이것 참······. 설마 불자인 소승이 천마한테 천마신교의 역사를 가르치게 될 줄은 몰랐구려.”
‘홀리 몰리’. 바이저에 떠오른 문구가 그의 심정을 대변했다.
“하긴, 어차피 그 혈교의 악신이 했다는 말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으니 다 설명해주는 것이 낫긴 하겠구려. 짧게 설명할 테니 집중해서 잘 들으시오.”
그렇게 말한 아수라 붓다가 태블릿형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단말기의 패널에는 ‘어린이를 위한 육도윤회’라는 제목이 떠올라 있었다. 그는 화면을 휙휙 넘기며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 불가에서는 세상을 천상도(天上道), 인간도(人間道), 수라도(修羅道), 축생도(畜生道), 아귀도(餓鬼道), 지옥도(地獄道)의 여섯 가지로 분류하는데, 이를 육도(六道)라고 하오. 대충 천상도는 천계이고 아귀도랑 지옥도가 지옥이고, 나머지는 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니 그렇게 알아두면 좋소이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구나.”
“어차피 나중에 설명할 때 다시 나올 내용이니까 대충 그런 게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가시구려. 쓰잘데기 없이 복잡하기만 하고 별 흥미도 없는 노잼 세계관을 애써 이해하려 들 필요는 없으니.”
“노잼?”
“재미가 없다는 뜻이오.”
스님의 입에서 나왔다기엔 여러모로 모독적인 발언에 순자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스님이 그렇게 말해도 되나요?”
“거 원래부터 이런 설정 놀이를 좋아하는 양반들이면 모를까, 보통 사람이 종교 세계관에 대해서 알아서 어따 쓰겠소? 그렇다고 시주들이 머리 빡빡 밀고 불도에 귀의할 것도 아닌데.”
대충 넘어가시오. 대충. 아수라 붓다가 휘적휘적 손을 내저었다.
“아무튼 거기에서 천상도 일부와 나머지 다섯 세상을 싸그리 묶어다가 욕계(欲界)라 하는데, 욕망이 있는 세상이라 그렇게 부른다오.”
그리고 천마는 이 욕계의 왕이지. 아수라 붓다가 덧붙였다.
“불가에서 천마는 보통 파순(波旬)이나 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 마왕(魔王)으로 불리는데, 욕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타화자재천이나 마천으로 불러서 그렇소. 아, 참고로 우리 불교의 최종병기인 미륵불(彌勒佛)께서는 그 타화자재천의 아래인 도솔천(兜率天)에 계신다오. 그만큼 위계가 높다는 소리지.”
목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사마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무슨 잡스러운 귀신나 악신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치고는 생각보다 대접이 후했기 때문이었다.
“······하면 대단한 게 아니냐?”
아수라 붓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사실 욕계 위쪽으로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가 있긴 한데, 거긴 사람의 욕구가 없는 진정한 노잼의 세계라 실질적으로 욕계의 왕이라 할 수 있는 천마가 이 세상의 왕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오.”
“어쩐지 악신 치고는 취급이 좋구나.”
목진의 말에 아수라 붓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과거 석가의 수행을 방해했듯이 수행자의 깨달음을 방해하는 것이 천마이니 우리 불자들 입장에서야 못된 존재이긴 하다마는, 평범한 중생의 시선으로 보면 딱히 악하다고만 할 존재는 아니긴 하오.”
“헌데 그것과 신교의 천마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
목진의 물음에 아수라 붓다가 대답했다.
“그쪽 천마신교의 초대 천마가 자신이 타화자재천왕의 화신이라면서 스스로를 천마라고 칭하셨소이다.”
“노망이라도 난 건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네 시조를 노망난 늙은이로 지칭한 목진의 말에 아수라 붓다가 식은땀을 흘렸다.
“······거 소승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 준 건 무척이나 고맙소마는, 천마였다는 양반이 초대 천마한테 그렇게 막말을 해도 괜찮소?”
“천마신교를 세웠다는 공은 인정한다마는, 어차피 남남이 아니더냐.”
노망난 것은 노망났다고 해야지. 목진이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애초에 내가 천마의 이름을 얻은 것은 전대 천마를 쓰러트렸기 때문이거늘······. 천마신교라고 해서 전대 천마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경을 보이지는 않느니라.”
“허 참. 요즘 천마신교 사람들이 들으면 팔을 걷어붙일 소리구려.”
“나 때는 그랬다. 요즘 아이들이 잘못된 거지.”
“······혹시 주변에서 꼰대소리 듣지 않소?”
“뭐라?!”
목진이 발끈하며 쌍심지를 켰다.
가벼운 농이오 농. 아수라 붓다가 능글맞게 웃으며 양손을 내저었다. 지금만큼은 바이저로 가려진 아수라 붓다의 눈이 그렇게 얄미워 보일 수가 없었다.
아수라 붓다는 자신을 노려보는 목진을 보며 가볍게 헛기침을 해 주제를 환기시켰다.
“흠흠. 대강 설명은 했으니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겠소. 아까 말했듯이 우리 불가에서는 천마를 포함해서 네 명의 마를 사마라고 부르는데, 일각에서는 거기에 하나의 마를 더 끼워 오마(五魔)라고 한다오.”
이쯤 되면 대충 무슨 말을 할지 감이 오시지 않소? 아수라 붓다가 말을 이었다.
“세상의 죄악들이 모여 만들어진 다섯 번째의 마(魔). 그것을 우리는 죄마(罪魔)라고 부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