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82)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83화(283/349)
42. 죄마침습 Mara of Guilt (4)
42. 죄마침습 Mara of Guilt (4) – 늦은 중2병
“그것 참 거창한 소개로구나.”
목진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이름만 들어도 대충 뭐 하는 놈인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그러니까 결국 나쁜 짓 하는 놈들이 믿는 악신이라는 소리 아니냐.”
사교도 놈들이 받드는 신이 그러면 그렇지. 목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헛짚었소이다 시주.”
하지만 아수라 붓다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바이저에 ‘땡때땡!’ 하고 묘하게 열받는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그렇게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지금까지 열심히 설정을 나불댄 소승이 뭐가 되오이까.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시구려.”
“죄들이 모인 신이라 하지 않았더냐?”
“죄라는 게 꼭 나쁜 짓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렇소.”
“······그것 또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아 그러니까 이야기를 좀 들어보라니까! 목진의 물음에 아수라 붓다가 답답하다는 듯 제 가슴을 쿵쿵 두들겼다.
“우리 불교는 그렇게 단순무식한 종교가 아니란 말이오.”
좀 들어보시오. 아수라 붓다가 다시 단말기를 들어 화면을 넘겼다.
“우리 쪽 설정으로 다르마(Dharma)라는 것이 있소. 대충 법(法)이라는 뜻인데,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이긴 하오만 보통 이쪽 바닥에서는 세상이 움직이는 법칙을 일컫는 말로 쓰이지. 대충 우리 쪽에서는 최고의 진리나 깨달음으로 취급하는데, 한 마디로 다이렉트로 부처가 될 수 있는 엔드 컨텐츠라는 소리요.”
“나 참, 혈교 놈들에 대해서 물어보려 왔는데 땡중 놈의 설법이나 들어야 한다니.”
금방 흥미를 잃은 목진이 툴툴거렸다.
“그 혈교의 종자들이 우리 쪽 세계관을 차용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니오. 내 사람들이 그 혈교의 종자란 놈들한테 왜 그렇게 매달리는지 설명해 줄 테니 잠자코 듣기나 하시구려.”
거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놓고 무슨 참을성이 그리 없소? 아수라 붓다가 핀잔을 주었다.
“아무튼 이 근-본의 진리가 바로 다르마라는 놈인데, 세상이 그 다르마대로만 움직이기만 하면 이 세상에 고통이 가득할 리가 있겠소? 종교랑 현실은 좀 다르지.”
“명색이 중인 네가 할 말이더냐?”
목진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딴지를 걸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아수라 붓다의 대응 또한 걸작이었다.
“아 현실이 그런 걸 어쩌겠소?! 꼬우면 부처한테 가서 따지시오. 저기 천주소림에서도 신이라는 양반이 선하다면 세상이 왜 이렇게 개판이냐는 물음으로 허구헌날 을러대는구만 왜 나한테만 그러시는 거요?”
“······.”
옆 동네 종교까지 들먹이며 적반하장으로 꽥꽥 소리를 지르는 아수라 붓다를 보며 목진이 입을 다물었다. 미친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상책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우주는 다르마가 아니라 업(業), 그러니까 카르마(Karma)에 의해 돌아가는 동네요. 그래서 고통과 괴로움이 있는 것이지. 이런 현실 우주를 살아가는 중생들이기에 다르마를 따르지 못하고, 그러니 살아갈수록 죄가 쌓이는 것이지.”
낮설지 않은 이야기였다. 목진은 지난날 혈교의 의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세상은 법(法)을 따라 움직이나 육도는 업(業)이 지배하니, 영원토록 육도의 수레바퀴에 얽매여 살아가는 중생들은 필연적으로 죄악을 쌓게 되도다.
“······쯧. 그 악신도 똑같은 소리를 했었지.”
“그러니까 그 새, 아니 그 종자가 우리 세계관을 표절했다는 말이오.”
아수라 붓다가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목진은 그의 반응을 뒤로하고 혀를 찼다.
“쯧쯧. 사는 게 죄라니. 결국 불자의 가르침 또한 고작 그런 것이었더냐? 그렇게 얻은 죄를 벗고 싶다면 부처에게 불공을 드리라고?”
업을 따라 흘러가는 세상을 살기에 법을 따르지 못하는 죄를 짓는다? 그 무슨 일방적인 판결이라는 말인가. 종교를 믿지 않는 목진의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아수라 붓다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니, 사람 말을 그리 삐딱하게 받아들이면 어쩌자는 거요? 소승이 이쪽의 죄는 꼭 그렇게 나쁜 게 아니라 말하지 않았소. 우리처럼 불심을 닦을 게 아니면 까짓거 그냥 살던 대로 살아도 괜찮다니까? 그냥 부처로 전직 못 하고 계속 윤회하며 사는 게 전부라오.”
살면서 인간도 해 보고, 다음 환생때는 축생도 해 보고, 아귀도 해 보고 대충 그런 거 아니겠소? 아수라 붓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더니, 별안간 무지하게 진지한 표정으로 이런 소리를 꺼내는 게 아닌가.
“사실 이 육도세상이란 것이, 일종의 가챠이올시다.”
“······예?”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한 목진과는 달리, 순자가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아수라 붓다가 번쩍 손을 치켜들며 외쳤다.
“유료재화 대신 불심으로 돌리는 인생윤회가챠! SSR 나오면 인간으로 환생해서 부처 한계돌파 확률 증가! 노멀 뜨면 축생이나 아귀로 환생해서 확률 하락!”
거기에 우리는 그냥 가챠랑 달리 공덕을 많이 쌓으면 확률도 올릴 수 있다오! 활짝 웃으며 외치는 아수라 붓다의 바이저에 ‘777’이 떴다.
“그뿐이오? 우린 천장도 있지! 아무리 운빨이 똥이라 부처 한계돌파를 못한 중생이라고 해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6억 7천만 년만 개기면 불도최종병기(佛道最終兵器) 미륵부처께서 강림하여 이 많은 중생들을 부처로 한계돌파 시켜준다, 이 말씀이오!”
“······.”
아수라 붓다의 열렬한 웅변에 목진과 순자는 침묵했다. 목진은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 해서 침묵한 것이고, 순자는 하도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들어서 할 말을 잃은 것이다.
“······불교 교리를 그렇게 막 왜곡해도 되나요?”
“재밌으면 장땡이지. 원래 다 그렇게 입문해서 나중에 제대로 된 교리를 배우는 거요.”
“석가모니가 그거 아니랬는데.”
하지만 아수라 붓다는 당당했다.
“순자 시주, 지금 내 앞에서 불도를 논하시오? 불경으로 뚝배기를 깨는 수가 있소?”
“······씨이. 땡중 맞잖아.”
“흠흠. 이야기가 조금 샜구려.”
아수라 붓다는 불퉁한 표정으로 궁시렁거리는 순자로부터 고개를 돌려 다시 목진 쪽을 돌아봤다.
“아무튼 그 혈교쟁이가 죄마의 화신이라는 근거가 거기에 있소이다. 놈이 시주에게 그 죄와 괴로움으로부터의 해방을 약조해주겠다 했다고 했지 않소.”
“그랬지.”
무영탑에서의 일을 떠올린 목진이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긴 했지만, 자신이 행해온 죄업들을 마주했던 것은 썩 즐거운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본래 우리 쪽 시스템을 따르자면 그 죄와 괴로움으로부터의 해방이란 놈은 열반(涅槃)에 들어 부처가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오. 근데 그 혈교쟁이가 부처로 보이더이까?”
목진이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마. 그것의 사악함은 도저히 부처라 부를 수 없었느니라.”
“바로 그거요. 결국엔 꼼수를 썼다는 거지. 소승이 알기로 이 마(魔)라는 놈들중에 그런 꼼수를 쓸 수 있는 건 죄악이 모여 만들어진 마인 죄마 뿐이라는 거요.”
“그런 게 실존한다고?”
목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차라리 요괴의 종류라고 하면 우주을 항해하는 시대이기도 하겠다 이면차원에 요괴가 있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텐데, 그걸 넘어서 아예 부처니 오마니 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영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수라 붓다는 태연하게 되물었다.
“아니면 뭐 달리 설명할 방법이라도 있소?”
“과학기술이 발달한 이 시대에도 신이나 부처의 존재를 규명하지 못했거늘, 그런 마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밀교의 대법 어쩌고 하는 정체불명의 주술로 냉동수면도 없이 방사능 혹성에서 이천년을 개긴 시주가 더 과학을 엿먹이는 사문난적이오만?”
“······.”
어설프게 익힌 현대 지식을 입 밖에 꺼낸 목진은 오로지 진실만으로 그를 후려치는 아수라 붓다의 말에 본전도 건지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아수라 붓다는 미간을 찡그린 채 입을 다문 목진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까 시주께서도 그놈의 수작질에 어울려 지금까지 쌓은 죄들을 있는 그대로 마주했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시주 같은 케이스가 별종인 거지 보통의 중생들은 그런 거 못 견딘다오. 그러니 혈교의 종자들이 저렇게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지.”
당장 나만 해도 강호넷 검색기록을 까겠다고 하면 목탁에 머리박고 죽어버릴 텐데. 아수라 붓다가 들릴 듯 말 듯하게 중얼거렸다. 순자가 조금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목진은 그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했다. 확실히, 어지간한 무인이라도 그와 같은 경험을 한다고 하면 버텨낼 재간이 없으리라.
“하면 그 죄마라는 놈을 죽이려면 어찌해야 하느냐?”
목진이 물었다.
하지만 아수라 붓다는 그의 물음에 생각조차 하지 않고 딱 잘라 대답했다.
“못 죽이오.”
허? 너무나 칼 같은 대답에 목진이 양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수라 붓다는 그런 목진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단호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중생들이 죄를 쌓으며 모인 관념적인 존재를 죄마라고 하는데, 그걸 어찌 죽인다는 말이오? 설령 죽인다고 해도 금세 되살아날 거요. ······차라리 부처가 나타나면 모를까.”
“부처가?”
“석가모니께서는 천마-아니 그러니까 시주 말고, 마라 파피야스라고 불리는 우리 쪽 천마의 유혹을 물리치셨다고 전해지오.”
“쯧. 그런 심(心)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지 않느냐.”
목진의 말에 아수라 붓다가 혀를 찼다.
“허어. 이 시주께서 아직 잘 모르시나 보구려. 부처님의 힘은 단지 그런 정신적인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을. 시주께서는 ‘미륵불 관심법 쓰신다’라는 노래도 못 들어보셨소?”
“뭐?”
목진의 되물음에 아수라 붓다가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나 우렁차게 노래를 불렀다.
“동에번쩍 서에번-쩍! 풍혈을 쥐-락-펴락! 이 노래 말이오. 우리 소림 산하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들어낸 불후의 명곡이거늘!”
“이놈이 잘 나가다 또 헛소리를······!”
철썩! 목진은 진지한 이야기 중에 또다시 삼천포로 따지는 아수라 붓다의 말에 체면이고 나발이고 기어이 그의 민둥머리를 후려치고 말았다.
“갈! 사특한 혈교의 종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네놈은 진지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구나!”
“아 그렇다고 스님 머리를 치는 건 너무하지 않소!”
“너 같은 땡중이 무슨 스님이라고!”
“제엔-장!”
머리에 붉게 새겨진 손바닥 자국을 본 순자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커리자 아수라 붓다가 씩씩대며 분을 삭였다. 애석하게도, 이 시대에 불법을 바로 세우기에 그의 무력은 부족했다.
잠시 뒤, 조금 진정한 아수라 붓다가 툴툴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그래도 소승이 딱히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오. 미륵불이 하생(下生)하시면 설법 한 방으로 육도의 모든 중생들을 열반에 이르게 만드시니, 그들이 더 이상 죄를 쌓지 않게 된다면 이론적으로 죄마는 소멸할 수밖에 없소이다.”
“이면차원에 도사리고 있는 그 놈이 내일이라도 당장 현세로 기어 나오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56억년을 기다리자니. 느긋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아닐 수 없구나.”
목진이 비아냥거림을 담이 대답했다. 입을 삐죽 내민 아수라 붓다가 이번에는 순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인류정부가 이면차원에 차원폭탄을 투하하면 놈을 제압할 수 있지 않겠소?”
“왜 저를 보면서 물어보세요? 그리고 차원폭탄같은 건 없어요.”
“없소? 목성을 압축해서 만드는 블랙홀 차원폭탄?”
“없어요.”
“소승이 분명 저번 달에 애니에서 봤소만?”
“하아······.”
이번에도 농도 짙은 헛소리임을 깨달은 순자가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꾹꾹 눌렀다.
강철의 심장을 가진 안드로이드마저 포기하게 만든 우주 최강의 땡중은 다시 목진을 돌아보며 조금 진지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그게 진짜로 죄마의 화신이라면, 그것에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건 둘째치고 우리들 중생들로서는 쓰러트릴 방도가 없소. 애초에 그 오마라는 놈들은 부처의 바로 아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마라는 말이오.”
인간의 몸으로 죄마를 쓰러트릴 수는 없다. 그가 가진 불교적 지식을 바탕으로, 아수라 붓다가 내린 결론은 그러했다.
“아니.”
그러나 목진은 고개를 저어 그의 결론을 부정했다. 그의 갈색 눈동자가 번뜩였다.
“나는 알 수 있느니라.”
그는 알고 있었다.
그 죄마라는 존재는 분명 자신들과는 위계 자체가 다른, 상위의 존재라는 것을.
그러나 그렇기에,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직은 불완전한 그의 심검(心劍)이라고 해도, 능히 그 존재를 벨 수 있음을.
때문에, 그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설령 이면차원의 존재라 할지라도, 내 검을 피할 수는 없으리.”
아수라 붓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그가 목진을 향해 물었다.
“······그 나이에 때아닌 사춘기라도 오셨소, 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