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90)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91화(291/349)
43. 후계전쟁 Succession Struggle (7)
43. 후계전쟁 Succession Struggle (7) – It’s just a good business
운수 한번 더럽게 나쁜 날이다.
“······.”
염병. 회사 소속의 A+랭크 무인, 남 부장은 전신의 감각을 곤두세운 채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의 눈앞에는 거적때기같이 낡고 두꺼운 망토를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괴인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토투가 낭인시장의 으슥한 골목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노숙자의 행색. 그러나 남 부장은 그것이 단순한 뒷골목의 부랑자가 아닌, 무언가 다른 영역에 서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안쪽이 보이지 않는 망토의 안쪽으로 시퍼런 빛이 번뜩였다. 어둡고 더러운 골목, 그리고 주변에 기절한 채 널브러진 동료들 사이에서 그것은 분명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 거지같이 꼬였군.’
남 부장이 이를 악물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는 여느 때와 같이 평온한 하루가 지나가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삼극회라는 거대 문파에서 준 간부급으로 대우받는 A+급의 고수로서, 현장 실무자 중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온 그는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직접 나설 일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문파에 출근하니, 그 어지간한 일이 일어났다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직접 회사의 건물에 나타난, 총회 때가 아니면 마주칠 일도 별로 없는 회주는 회사의 부장급 고수들을 한데 모은 뒤 말했다.
감히 어떤 겁대가리 없는 놈이 감히 삼극회의 문도들을 습격하고 있다고. 그러니 너희들이 나서서 그놈을 처리해야겠다고.
만사가 귀찮았던 남 부장이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가 떠올린 것은 의문이었다. 삼극회를 노리고 별 듣도 보도 못한 잡놈들이 들러붙는 일은 일상다반사인데 왜 밑에 애들 안 시키고 우리를 불렀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는 이어진 회주의 설명을 듣고 그들이 소집된 이유를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 A랭크 무인이면 어쩔 수 없지.
D랭크의 평문도는커녕 힘깨나 쓴다 하는 C랭크의 정예문도까지 평등하게 일초지적의 신세로 만들 실력자가 떴으니, 여기서는 비슷한 급인 자신들을 보내는 게 옳은 판단이었다.
삼극회를 노리는 습격자를 잡기 위한 태스크포스의 구성원은 최선임자인 남 부장을 포함해 여덟 명의 A랭크 부장들. 다소 과할 수도 있는 편성이긴 했지만, 회의 핵심 전력인 그들이 부상을 입지 않고 안전하게 놈을 끌고 오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전력으로 찍어누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이 정도면 설령 S랭크에 근접한 상대라고 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남 부장은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토투가 낭인시장을 돌아다니며 습격자의 행방을 수색했다.
습격자의 꼬리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못해도 며칠은 고생하리라 예측했던 것에 비하면 다분히 싱거운 결말이었다.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골목에서 그들을 마주한 습격자는 여덟 명이나 되는 고수들을 마주하고도 도망치려는 기색 없이 우두커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야, 저 놈 맞냐?
– 예. 맞습니다.
배를 얻어맞고 기절했다던 문도는 이를 갈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 부장은 동료들에게 눈짓해 퇴로를 차단하게 한 뒤 습격자를 향해 물었다.
– 그쪽이 요즘 우리 애들 건드리고 다니는 놈이시냐?
대답은 없었다.
– ······.
놈은 다만, 보일 듯 말 듯하게 머리를 끄덕일 뿐이었다.
– 그래. 그럼 시작하자.
습격당했던 문도에게 확인도 하고, 당사자의 인정도 받아냈다. 확인절차가 끝났으니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는 없었다. 대화는 저 겁 없는 놈의 머리채를 끌고 회주님께 압송해 간 뒤에 나누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테니까.
혹시 모를 방심은 없다. 아마추어도 아니고, 압도적인 전력 차에도 불구하고 태연히 응전하려는 적에게 뭔가 믿는 구석이 있으리라는 것은 기본적인 추론이었으니까.
충분히 긴장을 끌어올린 남 부장과 동료들은 미리 합을 맞춰 둔 합격으로 놈을 습격했다.
– 뒤져라!
완벽한 합격은 아닐지언정 같은 급의 고수를 상대로는 충분히 악랄한 성능을 내는 콤비네이션. 일격에 제압하지 못할 경우는 있어도, 충분히 유효타를 낼 수 있으리라. 그들은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다.
쾅 하는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예기치 못한 충격이 그들의 머리를 뒤흔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 수.
고작 한 수에 A랭크 무인 일곱 명이 정신을 잃고 바닥을 뒹굴었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이 어떤 수법에 당했는지도 알지 못하리라.
“끄윽······.”
유일하게 정신을 잃지 않은 것은 동료들 중에서도 유독 감각이 뛰어난 남 부장뿐이었다. 본능에 가까운 판단으로 간신히 머리를 뒤로 젖혀서 충격을 줄인 그는 깨질 것 같은 이마를 감싸며 습격자를 노려봤다.
제 공격을 받아낸 것이 의외이기라도 한 걸까. 놈은 이어서 손을 쓰지 않고 그저 멀뚱히 선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푸른 빛의 시선. 남 부장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우라질, 이게 어딜 봐서 A랭크라고······!’
정보가 틀렸다. 그것도 완전히.
A랭크의 무인들 일곱을 일격에 침묵시킬 실력자라니. 아예 규격이 다른 존재이지 않은가. S랭크 최상위의 고수조차도 이와 같은 무위를 자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설마, 절대고수라고······?’
남 부장은 문득, 조금 전 습격자의 일격에서 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자신들을 죽이지 않고 제압하기 위해 내공을 적게 사용했긴 할테지만,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무서우리만치 효율적인 기의 운용이었다.
이만한 실력자가 절대고수가 아닐 리 없다. 남 부장은 눈앞의 상대가 절대고수라는 것을 확신했다.
‘도대체 왜?’
남 부장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상대를 두고 느긋하게 고민에 빠질 시간은 없다. 남 부장은 다소 껄렁하게 느껴지던 처음과는 달리 지극히 공손한 태도로 예의를 갖춰 물었다.
“······고인께서는 누구십니까. 어째서 저희 삼극회를 습격하시는 건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뭐라도 말 좀 해라. 남 부장은 초조함을 느꼈다. 상대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협상을 하든 뭘 할 텐데 도통 의사소통이 되질 않으니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지레 겁먹고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 남 부장이 다시금 습격자를 향해 물었다.
“제 좁은 식견으로 보아 어딘가의 고명하신 검의 고수이신 듯한데, 하수인 본문의 문도들을 아무 이유 없이 핍박하시는 것은 강호의 도리가 아닌 줄로 압니다.”
“검······.”
어째서일까, 그가 그리 말하자 그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던 습격자가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이것이 검법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그가 남 부장을 향해 물었다.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였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쇳소리가 섞여있다. 강체곡 계열의 사이보그이기라도 한 걸까. 습격자의 정체를 캐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남 부장이 대답했다.
“······남들보다 눈이 좋은 편입니다.”
“그런가. 그 정도의 수준이라면 쉽게 갈 수는 없겠군.”
습격자가 손에 든 몽둥이를 고쳐 쥐었다. 날붙이 특유의 예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 검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를 만큼 남 부장이 바보는 아니다.
염병.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남 부장은 욕설을 씹어삼키며 습격자를 노려봤다.
“정말 삼극회와 척을 지실 생각입니까?”
“사적인 감정은 없다.”
단지 비즈니스일 뿐.
그렇게 말하는 습격자의 목소리에는 고저가 없었다. 그가 절대고수라는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는 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일까. 위안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적어도 죽거나 불구가 되지는 않으리라.
‘에라 모르겠다.’
설마 죽기야 하겠냐. 남 부장은 전력을 다해 습격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당연히, 그것이 그가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기억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대단하네요.”
사람 없는 어두운 골목 안, 어울리지 않게 청아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 부장을 마지막으로 삼극회의 무인들을 적당히 골목 구석에 눕혀둔 습격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새하얀 백색 경장을 입은 단아한 인상의 미녀. 제갈세가의 유력한 후기지수 중 하나인 백선무희 제갈희였다.
“당신이 할아버님의 전언을 가져왔을 때는 솔직히 긴가민가 했는데, 설마 A랭크 무인들 여덟 명을 한 초식으로 정리할 줄이야.”
이러니 내가 손도 못 쓰고 당했죠. 얼마 전의 쓰라린 기억을 떠올린 제갈희가 살풋 미간을 찡그렸다.
“아무튼 잘 해줬어요. 당신이 주의를 끌어준 덕에 우리 쪽 임무가 좀 더 수월해졌거든.”
“그런 거래였으니까.”
습격자가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그보다 이것을 부탁하지.”
그는 제갈희를 향해 몽둥이를 들지 않은 손을 내밀었다. 기계로 된 그의 손 위에는 작은 캡슐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그것을 본 제갈희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결국 그걸 쓰긴 했나 보네요. 저쪽도 충분히 고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아깝지 않아요?”
“마지막 남은 자의 실력이 좋았으니까. 내공 캡슐 없이 제압하려 했다간 피를 볼 수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우주에서도 최고로 치는 제갈세가의 특제 내공 캡슐이에요. 이거 하나 생산하는 데 드는 단가가 얼마인 줄 알기나 해요?”
당신이 평소 쓰는 것들이랑은 차원이 다르다구요. 그녀는 투덜거리며 습격자의 손에서 캡슐을 받아들었다.
내공 캡슐. 일반적으로 무인들이 사용하는 내공, 즉 기를 극한까지 정제하여 캡슐화시킨 현대 기공공학의 산물이다.
보통 무림인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비싼 가격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순간적으로 자신이 가진 내공 드라이브 출력 이상의 힘을 끌어낼 수 있기에 비장의 수로 가지고 다니는 고수들이 적지 않은 귀물(貴物)이었다.
‘그런데 그런 귀한 물건을 A랭크 무인을 상대하기 위해 쓰다니.’
제갈희가 아쉽다는 듯 텅 비어버린 캡슐을 바라봤다. 아무리 존경하는 할아버님이 협조를 아끼지 말라고 했다지만 아까운 건 아까운 거였다.
습격자가 물었다.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괜찮게 진행되고 있어요. 우리 쪽 일은요.”
제갈희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습격자는 그렇군. 하고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쪽의 일은 어떻지?”
“······일단 판은 짜고 있어요. 아직 확답은 드릴 수 없지만요.”
“승룡제가 보증한 실력이니 믿어야지.”
습격자의 말에 제갈희가 얼굴을 붉히며 보이지 않게 미소를 머금었다. 존경하는 조부에게 인정을 받았으니 기쁜 것이 당연하리라.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습격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최선을 다할게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부탁하지. 습격자는 그녀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내겐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그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