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ic Heavenly Demon 3077 RAW novel - Chapter (295)
우주천마 3077 우주천마-296화(296/349)
44. 이중함정 Double tab (4)
44. 이중함정 Double tab (4) – 위험한 호출버튼
제갈세가 놈들 조지기 좋은 날이다.
세령은 이인승 호버 바이크에 기댄 채 싱글벙글 웃었다.
“이야,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진짜 끝내주는 날이야.”
“좋댄다.”
저게 어딜 봐서 정파 무림인이야. 그녀와 함께 제갈세가 무인들의 출현을 대비해 대기하던 백사희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뿌리는 정파인 주제에 하는 행동거지가 아무리 봐도 이쪽 토박이다. 오죽하면 삼극회가 그렇게 성장에 안 좋은 환경이던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겠는가.
저거 제갈세가 놈이라고 확 죽여 버리는 거 아닌가 몰라. 실실 웃어대는 세령을 보며 백사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죽이면 안 되는 거 잊은 거 아니지? 실수라도 제갈세가 놈들 죽으면 너나 우리나 골치 아파져.”
“아 안다고. 꼭 그렇게 초를 쳐야겠냐?”
세령이 툴툴거렸다. 암만 그래도 그 정도로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백사희는 꿍얼거리는 세령을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더니 그녀의 어깨 쪽을 보며 다시 물음을 던졌다.
“몸은 괜찮은 거야? 아직 치료 남았다며.”
“아이고, 니가 우리 엄마세요?”
이년은 사람이 기껏 걱정을 해 줘도 지랄이야. 백사희의 하나뿐인 눈이 확 치켜 올라갔다. 그녀의 부리부리한 시선에 세령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미친년 성깔머리하곤 진짜······. 팔은 멀쩡해. 세맥 재생 치료만 몇 번 더 가면 되긴 하는데······. 뭐 가주급 고수도 아니고 밑에 애들쯤은 별로 부담될 거 없지.”
“······큰오빠한테 이야기해서 좀 미루지?”
치료도 덜 끝났는데 괜히 데려왔다가 피 보는 거 아닌가몰라. 백사희는 미지근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금 잔소리를 퍼부었다.
“긴장 풀지 마. 제갈세가 놈들 기다리다가 다른 놈을 만나면 대형사고니까.”
“다른 놈?”
아, 그 습격자를 말하는 건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세령이 아는 체를 했다.
“큰오빠한테 들었어?”
“어. 절대고수 급이라면서?”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아저씨는 못 들은 눈치던데. 회주님이 얘기 안 하신 거 같더만.”
“절대고수인 게 확실하게 확인된 게 아니잖아. 참룡검제 대협의 도움은 일종의 치트키인데, 최대한 아껴두시려는 거겠지.”
“뭐 이해는 간다만······하여간 뒤숭숭한 동네라니까.”
절대고수 씩이나 되는 양반이 뭐 주워 먹을 거 있다고 삼극회를 찔러댄대. 세령이 머리를 긁적였다. 태평하기 그지없는 반응에 백사희가 째릿 그녀를 노려봤다.
“내 말 제대로 듣긴 했니? 절대고수 급이라니까.”
“알아.”
그냥 내가 요즘에 눈이 엄청 높아져서 그래. 세령이 고개를 우둑 꺾으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몇 년 전의 그녀라면 상상도 못 할 것 같은 태도였다.
여타 다른 무림인들이 그러하듯, 과거의 그녀 또한 절대고수라는 존재에 대해서 막연한 경외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근 이 년 동안의 경험을 겪어보고 나니, 그런 생각은 송두리째 바뀌고 말았다.
그녀는 보았다. 저 하늘의 별처럼 아득한, 절대고수라는 존재들이 여타 평범한 무림인들과 같이 패배하는 모습을.
우주 전체를 통틀어도 적수를 찾기 힘든 기라성 같은 고수들조차 끝내는 한 사내의 검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와 같은 모습들을 몇 번이고 두 눈에 담아왔는데, 어떻게 옛날처럼 그들을 절대적인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절대고수라는 양반들도 결국은, 좀 많이 강한 무림인이더라고.”
물론 지금의 그녀가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상대라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점이었다.
‘무영탑에서 죽어라 싸운 보람이 있긴 하지.’
세령은 무영탑의 전뇌공간을,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아득히 높은 경지의 고수들을 떠올렸다.
그 손짓 하나조차 감히 감당할 수 없는 고수들을 상대로 그녀가 바친 것은 무수한 죽음. 그러나 그 대신, 그녀는 그들의 눈높이를 체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기연이었다. 같은 경지의 무인들은 결코 얻을 수 없는 분에 넘치는 기연.
그렇게 세령은 무인의 격(格)을 꿰뚫어보는 눈을 얻었다.
그녀는 그동안 마주했던 절대고수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서쪽 우주에 이름을 드높이는 검후도.
백 년이 넘게 화산을 수호해온 위대한 용도.
한 세기를 군림하던 천마신교의 전설도.
죽음조차 초월한 궁극의 무인도.
그들은 더 이상 그녀에게 실감할 수 없는 천외천(天外天)의 존재가 아니었다.
세령은 이제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아마, 그 누구를 만나든 그러하리라.
그녀가 볼 수 없는 것은 오직 단 한 사람뿐이었다.
이제는 잊어버리기도 어려운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린 세령은 이내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냈다.
“······뭐, 너무 걱정하진 마. 서천검후님 급의 거물이 튀어나오는 게 아니면 어떻게든 지원군이 올 때까지 개겨볼 만 하니까.”
“지원군이라니?”
이거 말이야 이거. 세령이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팔목에는 못 보던 팔찌 하나가 매여있었다.
게슴츠레 그것을 바라보던 백사희의 외안이 동그랗게 변했다.
“······긴급호출신호기?”
“어. 아저씨가 줬어.”
이거만 있으면 토투가 안에서는 못해도 오 분 안에 아저씨가 딱 날아와 준다 이 말씀. 세령이 팔찌를 흔들며 으스댔다. 누가 보면 마치 한도 없는 VVIP 크레딧 계정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마냥 묘하게 열 받는 모습이었다.
아니, 무림인 기준에서 생각해 보면 얼추 비슷하긴 했다. 일종의 전략병기 호출기가 아닌가.
하지만 그깟 신호기 하나 가지고 희희낙락하는 세령을 보고 있자니 살살 배가 아파온다. 백사희는 애써 신호기로부터 시선을 돌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그게 있으면 적어도 죽을 일은 없겠네.”
“뭐야, 부럽냐? 응? 부러워? 한번 만져볼래?”
“뒤진다 진짜.”
밉살맞게 웃으며 약을 올리는 세령의 모습에 백사희가 하나뿐인 눈을 부라렸다. 물론, 세령은 쥐꼬리만큼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기다리는 것이 심심하긴 한지 유난히도 깐죽대는 세령을 보며 밀려오는 짜증을 참기 힘들어진 백사희가 막 그녀의 멱살을 잡아채려던 순간이었다.
– 금사단주님, 나타났습니다.
별안간 통신을 통해 들려오는 삼극회 문도의 목소리. 백사희가 번쩍 고개를 치켜들었다.
“제갈세가 놈들?”
– 네. 세 명인데 다른 복장으로 위장을 하고 있지만 한 놈이 철선(鐵扇)을 씁니다. 제갈세가 놈이 확실합니다.
드디어 왔구나. 세령과 백사희가 서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야, 타.”
“어.”
“위치는?”
“스패로우 지구.”
“확인.”
호버 바이크에 올라타며 시동을 거는 세령과 뒤쪽에 올라타는 백사희. 언제 투닥거렸냐는 듯 두 사람의 호흡은 마치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척척 맞아떨어졌다.
“니들은 다 뒤졌다.”
사나운 미소를 머금은 세령이 호버 바이크의 스로틀을 확 잡아당겼다.
“그러니까 죽이면 안 된다니까.”
뒤에 타고 있던 백사희가 반사적으로 딴죽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입가에도 세령의 것과 꼭 닮은 사나운 미소가 맺혀있다는 것을.
인간이라는 종은 본래 사회적인 동물이다.
다른 존재와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형성함으로서 안정감을 느끼는 존재라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그러한 프레임에 맞는 것은 아니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지치고, 관계를 형성하면 불안감이 치솟는 존재.
주로 목진에게 있어선, 눈앞에 있는 발랄하기 그지없는 민둥머리 땡중이 그러한 존재였다.
“시주! 시주! 시주! 내가 어마어마한 정보를 들고왔소이다!”
어느날 갑자기 눈앞에 불쑥 솟아난 아수라 붓다의 모습에 목진은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여긴 삼극회의 문도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호텔이다마는, 당최 어찌 들어온 것이냐?”
“아 그 중생들 말이오? 평소랑 다르게 소승 앞을 막아서길래 가볍게 아구를 몇 번 돌려줬소만?”
“······.”
맙소사. 목진은 물론 옆에서 두 눈을 깜박이던 순자마저 탄식을 내뱉었다. 이게 동네 깡패지 어딜 봐서 불제자라는 말인가.
목진은 벌써부터 지친 얼굴로 순자를 불렀다.
“순자야.”
“······네. 나중에 삼극회 쪽에 사과를 전해둘게요.”
목진은 다시 아수라 붓다를 돌아보며 꾸짖듯 말했다.
“미리 기별을 넣으면 내 알아서 만나러 가 주었을 것을, 어찌 자칭 중이라는 놈이 이리 행패를 부리는 게냐.”
이 토투가에서 아수라 붓다의 악명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목진도 잘 안다. 삼극회의 융숭한 대접에 나름 만족하고 있던 그였기에 그들을 배려해서 굳이 아수라 붓다를 부를 일을 만들지 않았거늘, 기어코 자기가 먼저 쳐들어올 줄이야.
하지만 이번에는 아수라 붓다에게도 할 말이 있었다.
“아니 그럼 시주께서 수신거부를 하지 마시던가.”
“······크흠.”
“그리고 이건 한시라도 빨리 알려줘야 할 중요하고 따끈따끈한 정보이올시다. 느긋하게 약속이나 잡고 꺼낼 그런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지.”
“쯧.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리 호들갑을 떠는 것이냐. 오냐, 내 일단은 들어줄 테니 한번 말이나 해 보거라.”
“여기 보안은 확실하오?”
아수라 붓다가 휙휙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정보길래 저 유난인지.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목진이 기감을 통해 주변을 살핀 뒤 고개를 끄덕였다.
“기감으로는 딱히 잡히는 이가 없다만.”
목진은 순자를 돌아봤다. 손가락을 뻗어 호텔 룸 내부 네트워크에 접속한 순자가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네트워크 내 보안도 확실해요.”
“그렇다는구나.”
“자자, 그러면 이리 가까이 와 보시오. 혹시라도 다른 곳으로 새나가면 소승의 목이 달아날 건수이니.”
누가 볼세라 두 사람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라 손짓하는 아수라 붓다. 평소에도 정신없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오늘은 특히나 유난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왜 이렇게 귀찮게 군담. 미간을 찡그린 순자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서 가져온 정보길래 그래요?”
아수라 붓다가 간신히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림의 특급 기밀자료이올시다. 방장까지 합쳐도 소림의 수뇌부에서 이놈의 존재를 아는 이가 다섯이 넘지 않는 극비지.”
“······.”
목진과 순자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구파일방을 이끄는 쌍두마차 중 하나인 소림의 내부자료를 몰래 쌔벼왔다는 소리인가? 그것도 방장 급이나 접근할 수 있는 극비자료를?
“이런 미친······.”
천하의 목진조차 무의식적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만큼 아수라 붓다가 한 행동이 상상을 초월한 미친 짓이었기 때문이다.
아수라 붓다의 행동에 워낙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소림 전체가 눈이 뒤집혀서 살인멸구를 하겠노라 선언하며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 자칫하면 그들까지 소림과 생사결전을 치러야 할 수도 있었다.
목진이 얼굴을 와락 찡그렸다.
“아무리 소림 출신이어도 그렇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소림의 기밀을 빼돌렸다는 것이냐. 네놈이 정녕 실성한 게야?”
“어허, 진정 좀 하시오.”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을 것처럼 살벌하게 변한 목진의 목소리에 아수라 붓다가 손사래를 쳤다.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소. 빼돌린 게 아니라 방장에게 허가를 받은 자료거늘.”
“······허가? 네놈이?”
목진과 순자는 그제야, 자신들이 지나치게 이야기를 넘겨짚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 아수라 붓다의 행동이 워낙 종잡을 수 없다 보니 이번에도 으레 그렇듯 우격다짐으로 일처리를 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아수라 붓다가 끌끌 혀를 찼다.
“허 참, 실망이오. 내가 그리 생각없이 오늘만 사는 놈으로 보이셨소이까?”
“······아니었느냐?”
“거 사람 참 야박하시구려. 이래 뵈도 진지할 때는 진지한 불제자이거늘.”
하여간 중생들이 믿음이 없어 믿음이. 아수라 붓다가 투덜거리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됐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사소한 것이 아니니.”
내 공덕을 쌓는 셈 치고 대승적인 마음으로 이해해 주리다. 아수라 붓다가 선심이라도 쓰는 듯 킁하고 콧소리를 냈다.
“혈교에 관한 자료요. 그러니 극비임에도 불구하고 시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허가를 받은 것이지. 시주들 만큼 혈교의 정체에 가까이 다가간 이도 없지 않소?”
그렇게 말한 아수라 붓다는 지금까지의 가벼운 분위기를 지운 채 한층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목진과 순자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한 것이었다.
“닷새 전 무림교류부에서 소림의 항마법승(降魔法僧)들과 천주소림의 구마기사단(驅魔騎士團)의 도움을 받아 인류정부의 중추원을 장악했소이다.”